원클릭 - 아마존닷컴 창립자 제프 베조스의 4가지 비밀
리처드 L. 브랜트 지음, 안진환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아마존에서 상품을 구매해 본 적이 없다. 아마존 사이트에 들어가 본 적도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아마존 사이트에 처음 들어가 봤다. 책을 읽기 전 까지 아마존은 그저 책만 취급하는 대형 서적사이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카테고리가 엄청났다. 일단 거기서 한 번 놀랐다. MP3, 영화, 게임, 컴퓨터, 가전제품, 의류, 가정용품, 스포츠·아웃도어까지 정말 엄청났다. YES24같은 경우에도 서적은 물론 선물용품, 화장품 등을 취급하고 있지만 아마존의 그것만큼은 아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원 클릭」시스템은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조스의 아이디어이다. 책만을 예로 들어보자면 원하는 책을 찾아 들어가서 구매에 이르는 단계가 한 번의 클릭으로 모두 해결되는 시스템이다. 나는 이런 ‘원 클릭’ 시스템이 이미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통용된 후 인터넷 사이트를 사용했기 때문에 ‘원 클릭’이 가져 온 광풍과 혁명적인 변화를 피부로 체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원 클릭’은 기존의 오프라인 대형체인 서점과, 소규모 서점, 그리고 다른 여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볼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가장 중요한 신념은 바로 고객을 통해 최대한 이윤을 올리려고 애쓰기보다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바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었다.” (p.115)

“‘나는 이 새로운 기술에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이 효과를 발휘한다는 걸 보여드리겠어요.’ 그리고 실제로 해냈다. 그는 반대자들의 생각이 틀렸음을 입증해 보였다.” (p.62)

 

처음 제프 베조스가 이 ‘원 클릭’을 들고 나왔을 때, 모두 비웃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이고 사람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책을 손으로 만지고 책장을 넘기며 구입하는 구매행동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베조스는 90년대 중·후반 급속도로 팽창되던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소비층의 확대를 정확히 예견하고 그것에 대비한 기술을 만들어 냈다.

1995년 7월 16일 아마존이 온라인 서점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직원은 단 4명뿐이었다. 회계 전문가 1명과 컴퓨터 광 3명. 하지만 그들의 포부는 컸다. 새로운 세계를 열고 싶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의 이윤을 확보하기보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바를 먼저 생각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사실, 이러한 경영이념 혹은 경영전략을 곧이곧대로 믿을 고객은 없다. 아니 시장경제체제에서 기업이 최대의 이윤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인데, 그것보다 고객을 먼저 생각하겠다? 전형적인 ‘빛 좋은 개살구’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까놓고 말해서 기업 자체가 이윤을 내고 흑자를 내야 고객에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이지, 기업이 적자에 허덕이고 직원들 월급도 못 주고 있는 판에 무슨 고객 서비스고 나발이고가 나올 수 있겠나.

여튼, 아마존 창업 이념쯤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책에 대한 혹평까지도 올리게 하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회사를 만든다’는 베조스의 신념을 실현하는 과정의 일부였다.” (p.123)

“실패를 각오해야만 기대치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무언가를 추진할 수 있는 겁니다.” (p.94)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마존과 제프 베조스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여 혁신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정해야 한다. 온라인 서점을 만들고 시장 정착 단계에서 아무도 하지 않았던 혹평리뷰를 올리게 한다는 것.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경쟁 업체들은 비웃었다. 곧 망할 거라 예견했다. 하지만 아마존과 베조스는 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혹평리뷰는 고객과 구매자들에게 아마존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온라인 서점에 리뷰를 쓰는 사람은 적어도 그 책을 읽어 본 사람이고 모든 구매자가 하나의 책에 동일한 반응과 리뷰를 적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호평이 있으면 혹평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야 구매실패를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서점에 들어와 혹평 리뷰까지 읽어 본 사람은 다른 책을 구매할 가능성이 큰 고객이다. 애초에 책을 구매할 생각이 없는데 굳이 혹평 리뷰까지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점은 한국의 온라인 서점이 배워야 한다. 실제로 예스24나 아마존에서도 리뷰는 날짜순이나 많이 읽어 본 순으로 리뷰가 올라오는 데, 아예 호평리뷰와 혹평리뷰를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어 구분해 놓으면 고객의 입장에서는 쉽게 책에 대한 호불호를 알 수 있고 구매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처럼 리스트를 정렬하는 식의 고객 리뷰는 보기도 힘들뿐더러 책에 대한 평가가 한 눈에 딱!! 들어오지 않는다.

 

사실 현재 존재하는 거의 모든 온라인 서점은 아마존의 아류라 해도 과언은 아닌데, 아마존의 초기 정책에 존재했던 ‘고객 중심’, ‘혁신적 시스템’ 등은 아직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아마존도 창업 후 여러 가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일일이 열거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아마존의 가장 중요한 제품 킨들(kindle)이 2007년에 세상에 선보인 후 지금까지 전자 책 분야에서는 독보적 시장 점유를 하고 있다는 것 정도만 소개하면 될 듯하다.

나는 책에서 또 하나 주목했던 점은 아마존의 초기 창업 이후 지속적으로 경쟁업체나 오프라인 서점으로부터 받았던 비난이었다.

 

“아마도 가장 놀라운 사실은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아마존이 소형 독립 서점들을 몰락시키지는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p.211)

 

대형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에서 서적 유통업체와 계약을 맺어 독립 서점들 보다 훨씬 싼 가격에 서적을 판매하면 소형 독립 서점들이 남아나겠냐는 비판이었다. 일견 상식적인 선에서의 비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을 가장 가열차게 했던 대상은 다름 아닌 대형 서점 체인이었다. 이미 소형 독립 서점들의 상권을 거의 빼앗아간 그들이었기에 아마존의 출현은 엄청난 재앙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아마존은 독립 서점보다 서점 체인에 더 큰 타격을 주는 것 같습니다.” (p.212)

 

실제로 미국서점협회의 통계수치에서도 이것은 분명한 사실로 드러난다.

‘나는 지금도 책 두 권 중에 한 권은 동네 서점에서 삽니다. 답답한 사무실에서 나와 푸근한 서점 공간에 찾아가는 일도 즐깁니다.’

베조스가 했던 말처럼 모든 고객이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지는 않는다. 아니 온라인 서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나도 절판되거나 구하기 어려운 책은 중고서점을 이용한다. 그리고 주로 읽는 인문·사회 분야의 책이 아니면 직접 서점에 가서 비슷한 종류의 책을 비교해 구매한다.

 

결국, 소규모 독립 서점의 가장 큰 적은 아마존이 아니라 반드앤노블과 보더스그룹같은 대형 서점 체인업체들이다. 이들이 골목의 상권까지 야금야금 잡아먹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들도 결국 아마존처럼 뒤늦게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비판하고 욕했음에도 말이다.

 

“그는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듯이 보이지만, 그는 언제나 대중 앞에 보이는 자신의 이미지를 신중하게 관리해왔다.” (p.217)

 

사실 ‘제프 베조스’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하긴 아마존에 대해서도 몰랐으니 ‘제프 베조스’는 오죽할까 싶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탄생한 혁명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온 그동안의 성과에 비하면 너무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의 저자의 말처럼 이미지를 신중하게 관리해서 그런 것인지, 원래 그의 성격이 그런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뉴발란스운동화를 신고 청바지를 입은 채 한손에는 아이폰을 들고 세상을 까무러치게 했던 잡스 형님이 부재(不在)한 지금 그의 바통을 이어 받을 선두 주자가 바로 ‘제프 베조스’이니 말이다.

이제는 좀 더 대중 앞에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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