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다 - 정공 스님 대담집
정공.진대회 지음, 임재규 옮김 / 바람과우레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정공스님은 중화권에서는 꽤나 유명한 스님인가 보다. 자신이 불교의 스님이라고 해서 꼭 불교 경전에만 묶여 있거나 불교의 교리가 최고라 우기지 않는다. 이 책 「화해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다」에서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중국의 전통 경전이다.

 

 이른 바 동양사상으로 표현되는 것인데 이것은 수십 년 전부터 서양의 사상계가 주목한 흐름과 일치한다. 정공 스님은 동양 사상 중에서도 [논어]와 [맹자]의 가르침을 가장 우위에 두고 있다. 현재 중국 내의 여러 가지 문제와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인간성 상실, 재해·재난, 전쟁과 테러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나름의 시각과 해석으로 제시한다.

이 책은 CCTV저명 사회자 진대회씨와 정공스님이 나눈 대담을 묶은 것이다.

 

“쓰촨대지진 3일 전에는 지진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셨습니다.” (p.23)

“대만의 9.21 대지진”

“쓰촨 대지진의 와중에도 안훼이성에서는 진동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은 그 지역의 사람들이 선업을 쌓았기 때문에 지진의 재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p.77)

 

몇 해 전 엄청난 재해였던 쓰촨 대지진에 대해서 정공스님이 미리 언급을 했다는 것이었다. 쓰촨 대지진뿐만 아니라 일본 쓰나미와 미국 경제위기 등의 굵직한 사건들을 예언하고 미리 언급했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며 ‘뭐야~’했는데 정공스님이 자신의 예언을 통해 유명해지고 TV에 출연하는 따위의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이 대비하고 다음번에 닥칠 재난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래서 대규모 법회를 열거나 정치·경제 지도자들을 만나 메시지를 던진다. 철저하게 메신저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책에 실린 대담 내용은 자칫 마음을 닫고 보면 유치한 노인의 말장난으로 밖에 들리지 않고 하나마나 한 얘기를 늘어놓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 나도 그랬다.

 

“전염병의 발생까지 포함해서 매우 엄중한 재난이 생기겠지요. 이 모든 것이 중생들이 지은 악행의 업보입니다.” (p.107)

“가정에 언청이 같은 장애아가 생기는 경우도 과보입니다. 부모에게 선하지 않은 업이 있는 경우입니다. 진정으로 참회한다면 아이는 점차 좋아질 것입니다.” (p.117)

“아무런 이유 없이 저를 해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또한 전생에 지은 업 때문입니다.” (p.151)

“남이 원한을 가지고 나를 대하더라도,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를 대하십시오. (p.154)

“자동차 사고를 당한다든지 혹은 이외의 사고를 당해 죽습니다. 과보입니다. 우연이란 없으며, 모든 것이 인과응보입니다.” (p.175)

 

전염병, 장애, 나를 해치는 사람, 원한, 자동차 사고, 갑작스런 죽음 모두 악행의 업보이고 전생에 지은 업 때문이며 우연이 아닌 인과응보라는 것이다. 이처럼 패배주의적이고 순응적이고 수동적인 자세가 어디 있을까? 그저 고분고분하게 말 잘 들으며 내게 닥친 시련과 아픔과 상처는 모두 ‘내 탓이려니~’하는 자세는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기질과 내 가치관 상 책에서 이런 부분을 읽었으면 당장 집어던졌어야 했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넓게 펼치면 다른 생각도 가능했다. 전염병, 사고, 죽음과 같은 자극적인 단어의 소재가 아니라 내가 겪고 있는 문제와 고민이 소재가 된다면 인식의 폭을 넓히고 무조건 ‘이 책 뭐야!!’ 라는 반응도 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흔히 내게 닥친 문제와 시련, 나를 힘들게 하는 고민이 ‘나 자신’ 아닌 ‘상대나 외부’에서 이유를 찾고 원인을 찾기 마련이다. 그래야 덜 억울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상대나 외부’로부터 이유와 원인을 찾으면 또 그 과정이 반복될 뿐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를 제쳐둔 채 나 이외의 것에만 골몰하게 되면 다음번에는 나를 들여다 볼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정공스님의 다소 황당한(?) 주장도 이해가 갔다. 물론, 100% 동의하는 건 아니었다. 한 60%?^^

 

“재난은 끝이 아니고 시작일 뿐이며 매년 더 심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악업을 짓는 사람이 날로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윤리와 도덕을 회복할 때, 이런 재난은 자연히 사라질 것입니다.” (p.197)

 

우리가 닥친, 앞으로 닥칠 세계적 위기를 풀어내는 방법 또한 명백하게 된다. 정공스님은 불교에 동양사상을 가미해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그 원인은 무엇보다 우리 자신의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과 오만이라 한다. 동양사상의 보고인 중국 마저도 이제는 자신들의 전통사상을 배척하고 무시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서양에서도 동양사상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행동 양식과 가치 판단은 바꾸지 않기 때문에 서양이 저질러 온 역사의 업으로 인해 앞으로도 엄청난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 한다.

 

모든 재난은 마음으로부터 만들어진다.” (p.46)

“‘여러분, 화를 내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화를 낼 때마다 지구 온도는 상승합니다.’” (p.72)

“불경에서는 생각의 속도를, 한 생각이 일어날 때 그 파동은 일시에 온 우주를 가득 채우게 된다.” (p.72)

 

사실, 정공스님의 해답은 간단한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스스로 화를 내지 말라. 스스로 화를 내지 말라. 너무나도 쉬운 해결책이라 선뜻 동의되지 않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또 이것처럼 어려운 일이 없다. 나는 하루에 얼마나 화를 낼까?를 생각해 보았다. 얼굴 표정, 속마음까지 다 포함해서 생각해 보니 20∼30번은 족히 되는 것 같았다. 정공스님의 주장대로 나 한사람의 화가 나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온도를 상승시킨다는 불교적 관점으로 보면 나는 지구 온도 상승에 적극적인 기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답은 화해의 마음입니다. 화해의 마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입니다.” (p.266)

 

최종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화해의 마음이다. 나 자신과 화해하고, 상대방과 화해하고, 자연과 화해하고, 집단과 화해하고, 동·식물과 화해하고 결국 우주와 화해하는 것에 이르기를 바라는 정공스님의 마음이 책 속에 가득하다.

 

책의 말미에는 이러한 화해의 마음을 갖기 위한 정공스님의 간편 수행법이 예시되어 있다.

 

 

 

그림에서처럼 하루9회에 걸쳐 ‘나무아미타불’을 매회 10번씩 외우라는 것이다. 이것이 염불 수행인데 원효 대사도 강조한 바가 있는 것이라 한다. 마음속으로 외우는 것보다 소리 내어 외우는 것이 더 효과가 좋다고 덧붙인다.

 

매일 9회씩 ‘나무아미타불’을 10번씩 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 3번 기도를 목숨같이 지키는 이슬람 신자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그 노력이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수행한다면 적어도 ‘나 자신과의 화해’는 꼭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맞지 않는 수행법이라 실천해보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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