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며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남이 가진 것을 별로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기질이 그렇게 생겨먹은 탓도 있고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가정교육 탓도 있다. 그래서 남과 크게 비교하지 않으며 살아 왔다

.

물론, 고등학교 때 나보다 수능시험 성적이 늘 수십 점씩 낮았던 친구 놈이 어느 수능 모의고사 때 복이 터졌는지 나보다 점수가 높게 나오거나 사관후보생 시절 유격훈련 때 PT체조를 받으며 나보다 더 좋은 조교와 교관의 시선 사각지대에서 살금살금 요령을 피우던 동기 놈을 볼 때는 부러웠다.

 

그러고 보니 남이 가진 것을 많이 부러워하는 사람이다. 나는.^^;;

 

 

“생각해 보면 굉장히 축복 같은 사건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늘 빚진 마음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p.234)

 

그리고 김제동은 참 부럽다. 그도 얘기했지만 그의 인생은 벼락같은 축복이 많았다. 대학시절 다른 학교 축제때 김제동을 처음 봤다. 무릎팍도사와 여러 책에서 말한 그대로였다. 수천 명이 모인 노천극장을 들었다 놨다 했다. 온 몸을 땀으로 적시며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열광하고 벌겋게 눈시울을 붉히며 감동했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TV에 나오더니 일약 TV스타가 됐다. 채널을 돌려도 김제동이 나왔다. 우여곡절이 많아 지금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대중연예인이다.

촌스러운 대구사투리를 거리낌 없이 구사한다. 어설프게 표준말을 구사하려는 노력 따윈 하지 않는다. 책을 많이 읽고 말을 잘한다.

 

                          (지상파에서 '분노하라'를 다리꼬고 읽을 수 있는 연예인이 몇 이나 될까?)

 

말을 많이 하지만 적절한 말을 한다. 트위터 글들을 보면 글도 잘 쓴다. 웃기다.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다만 원하는 대답을 요구하기보다 하고 싶은 얘기를 하도록 합니다.” (p.220)

정치인, 교수, 여당·야당 국회의원, 여자 연예인, 시인, 소설가, 남자 연예인, 국민 가수, 스포츠스타 등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난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나한테 돈 준 사람들, 나한테 이런 집에 살게 해준 사람들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아픔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진짜 갚아나가는 길이란 것입니다. 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에요.” (p.251)

 

그래서 그가 좋다.

 

 

염치가 있다.

 

몰염치와 몰상식이 팽배한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면서 이런 사람을 보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다. 국내에서는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까지도 공인(公人)이라는 이름표를 달아버리는데, -사실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들에게 공인이라는 탈을 일방적으로 뒤집어씌우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불만이 많다. 논리적으로 억지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이름표를 달아버리면 입을 다물어버리기 일쑤다. 괜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한방에 훅~! 가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제동은 염치가 있다. 한창 잘 나가던 때, ‘내가 이렇게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집에 살고 잘 나가도 되나?’ 라는 고민을 6개월을 했다고 한다. 이건 보통의 연예인들이 하는 고민은 아니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가지면 더 가지고 싶어 하지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고 ‘염치가 없는 것은 아닌가?’ 라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좋다. 부럽고.

 

 

이 책은 경향신문에서 진행했던 [김제동의 똑똑똑]이라는 인터뷰를 묶은 책 2탄이다. 지난 1탄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를 읽고 리뷰를 쓸 때 내용도 좋고 다양한 인터뷰어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지만 ‘나는 김제동을 더 알고 싶다.’라고 썼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2탄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의 말미에는 경향신문 신동호 기자와의 심층 인터뷰가 실려 있어 더 좋았다. 염치 있는 김제동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둘러앉아 편하게 소주잔 기울이며 터놓고 얘기한 것 같았다. 그만큼 좋았다.

 

 

“저 같은 경우에는 야동을 보고 있을 때의 나,(웃음) 사회 문제에 관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 때의 나, 방송인으로서의 저, 그 다음에 웃음을 주는 저…….” (p.223)

“어떤 높은 사람이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얘기를 했다는데 그것부터 먼저 얘기하면 안 되죠. 미안하다가 우선돼야 합니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이 아니지 않습니까.” (p.228)

 

김제동은 결코 대중보다 앞서지 않는다.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그를 만나면 자연스레 속내를 털어놓는 가장 큰 이유도 인터뷰어가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높은 연단 위에 올라가서 훈계하고 계도하는 것이 아니라 책의 제목처럼 우리들과 어깨동무 하는 것이 전부다. 어깨 걸고 함께 울고 웃자는 것이다.

그래서 김제동이 좋다. 부럽고.

이번 책에도 많은 인터뷰이가 등장하지만 나는 마지막 김제동의 심층 인터뷰가 가장 좋았다. 그의 얘기를 더 듣고 싶었다. 한 번도 마주친 적 없지만 벌써 동네 형이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김제동의 힘일 것이다.


염치가 있으니 가시가 없다.

그저 웃음을 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변이다. 좌·우 따지고 진보·보수 따지고 이것저것 눈치보는 것이 아니라 한바탕 웃자는 것이다. 칼끝같이 서 있는 대립과 반목도 한방에 별 것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릴 웃음! 그것을 바라는 것일지 모르겠다.


비록 힘든 시간을 계속해서 보내고 있지만 대중과 함께 어깨 걸고 웃겨주고자 한다.

김제동의 염치다.

 

리뷰 첫머리에 나는 남이 가진 것을 별로 부러워하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쓰다 보니 김제동 ‘용비어천가’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뭐 아주 작은 마음이나마 보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어떤 사람의 말과 생각은 그 사람이 아니에요. 그 사람의 행동과 선택이 그 사람이더라고요. 정치인들 보면 그렇죠. 줄곧 서민정책을 주장하던 정치인이 나중에 표결할 때 보면 부자감세에 손을 들어요. 그 사람 행동만 보고 판단하면 돼요.” (p.53)

 

책의 인터뷰이로 등장한 안철수 교수가 한 말인데,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어디 정치인뿐일까. 김제동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고 글은 휘황찬란하게 써도 실제로 그렇게 살지 않으면 결국 악취만 진동 할 뿐이다. 모를 것 같아도 나중에는 다 알게 된다. 그러므로 하루의 일상을 대하는 태도는 경건하고 겸손해야 한다. 행동과 선택은 진실해야 한다.

 

언제한번 꼭 만날 일이 있다면(왠지 한 번은 만날 것 같은 이 막연한 기대는 뭐지?^^;;) 제동이 형과 대구에 있는 안지랑에 가서 막창에 소주 한 잔 하고 싶다.

 

그러면 나도 조금이나마 염치 있는 사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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