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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인맥이 필요할 때 - 혼자 힘으론 안 된다고 느낄 때
김기남.권일지 지음 / 지식공간 / 2012년 5월
평점 :
결혼식을 3주 남겨 놓고도 신혼집을 마련하지 못해 매분, 매초 애가 탔었던 경험이 있다. 마침 집값이 폭등해 멀쩡한 매물이 있음에도 돈을 더 주지 않으면 계약하지 않겠다고 주인들이 똥배짱을 늘어놓는 통에 무진장 애를 먹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아내와 하루 종일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찾아봤지만 허탕을 치고 심신이 완전히 지쳐 커피전문점에 들어가 엎드려 있었다. 차창 밖으로 수많은 아파트가 보이는데 우리 두 식구 들어가 살 집이 없나 싶었다. 물론, 우리 수중에 있는 돈에 2배 정도가 있었다면 훨씬 넓은 평수를 전화 몇 통화로 바로 계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내와 혹시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나 생각해 봤다. 부동산을 많이 소유하고 있거나 그런 사람을 잘 알고 있거나 그런 사람의 친척이 혹시 없나 하고. 그런데 없었다. 단 한 명도.
‘너희 신혼집 구한다며? 왜 진작 연락 안 했니? 우리 아파트 몇 채 있잖아. 깨끗하고 살기 좋은 데 있으니까 그리고 들어와서 살아~. 돈은 너희들 마련한 만큼만 주고~.’
라는 전화를 한 통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내 영혼과 모든 것을 팔아버릴 수 있었다.
다행히 어렵사리 신혼집이 구해져 지금은 잘 살고 있다. 물론, 내 전화번호를 뿌려댄 수많은 부동산 중 한 곳에서 전화를 줘서 구했다.
그때 처음 인맥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내가 참 인맥이 없구나~’생각했다.
꼭 도움을 얻기 위한 인맥이 아니라도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닥쳤을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인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맥을 넓히는 데 목적을 두지 마시고, 한 사람이라도 진솔하게 만나세요. 그게 인맥을 넓히는 방법입니다.” (p.12)
“인맥이란 ‘나’ 중심의 인간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각자 중심인 사람들이 만나서 이루는 관계가 인맥이에요.” (p.30)
“그런 사람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내가 그런 사람이 되면 됩니다. 내가 변치 않는 사람이 되면 돼요.” (p.34)
이 책 「서른, 인맥이 필요할 때」는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처세술 관련 책들과 다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실용서라 자칭하면서 실제적인 지침으로 가득 차 있는 내용 없는 책들과는 달랐다. 30대 청년 직장인이 인맥의 달인이라 통하는 멘토 김기남씨를 만나 멘토링을 받는 것을 대화체로 기술한 편집도 신선했다.

책의 전반부에 멘토 김기남씨가 이야기 한 것처럼 인맥을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 힘 있는 정치인이나 경제인, 기업인, 교육인, 공무원들이 아니라면 평소에 인맥을 동원하고 인맥에게 청탁을 할 기회는 거의 없다. 나처럼 신혼집이 안 구해져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서 인맥은 당연히 청탁이나 특별한 도움을 얻고자 찾는 것이라는 인식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것이 잘못된 것임을 멘티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분명히 지적한다.
그림에서처럼 중심은 ‘나’ 한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관계 맺는 ‘각자’에게 다 있는 것이다.
“인맥 멘토 김기남은 ‘인맥’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그는 ‘동행’이라는 표현이 더 좋다고 했다.” (p.55)
“함께 간다는 뜻입니다. 이 말에는 조건이 없어요. 무엇을 하기 위해 함께 간다가 아니라, 그저 함께 간다예요.” (p.87)
“사람을 만날 때는 그 인연이 어떻든 10년 사귈 사람으로 생각하고 만나는 게 중요해요. 길게 보고 만나면 사소한 오해 따위에 연연하지 않아요.” (p.82)
아직 어린 30대의 멘티 권일지씨는 멘토의 ‘인맥론’을 선뜻 이해하지 못한다. 사실 나도 그랬다. ‘인맥’과 ‘우정’, ‘인맥’과 ‘인기’, ‘인맥’과 ‘동행’에 대한 구분이 쉽게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물음에 대해 멘토 김기남씨는 삶의 경험이 충분히 녹아든 후에야 자연적으로 알게 된다고 했는데 사실 이게 맞는 말인 것 같다. 살아보지 않고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미리 그런 삶을 산 멘토에게 멘토링을 받으며 시행착오를 줄여나가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래서 멘토링을 받는 다는 것은 설레고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불편하고 두려운 과정이 될 수도 있다.
“발가벗겨지는 느낌, 첫날 멘토와의 만남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내가 발가벗겨지는 듯 한 느낌이었다. 밑천이 드러나고, 내가 품고 있던 인맥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p.44)
그래도 젊은 시절 이런 멘토 한명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가. 눈을 씻고 찾아도 없는 판에 말이다. 거기다 책까지 내고. 더 나이먹이 전에 인생의 멘토를 만나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를 일이다. 이 책의 멘토 김기남씨의 말대로 내가 멘토를 찾기 전에 내가 그런 멘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 더 빠른 길일 것 같다는 체념도 하게 된다.
“비즈니스로 만나든 다른 일로 만나든 사람을 만날 때는 사람 자체만을 보아야 합니다. 사람을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p.218)
‘인맥의 달인’ 김기남씨는 시종일관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강조한다. 저 사람을 통해 내가 무엇을 얻어 낼까?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아무리 얼굴 앞에서는 웃으며 얘기하고 온갖 예의범절을 지켜도 그 속내를 안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즈니스를 하러 그 사람을 만났더라도 비즈니스보다 우선 사람을 알아가고 그 사람과 친밀해 지는 것이 첫째이고 가장 중요한 ‘인맥쌓기’의 방법이라 말한다.
참 쉬운 해답 같으면서도 참 어려운 해답이다. 실제로 당장 납품을 위해 찾아간 상대 회사에서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아까운 판국에 사는 게 어떻다는 둥, 어떤 생각을 한다는 둥, 세상 돌아가는 게 어떻다는 둥 태평하게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기남씨는 그런 상황일지라도 사람에 우선하라고 얘기한다. 설사 한 번의 계약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무리해서 계약을 넘어서 관계가 깨어진다면 다시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한 번의 손해가 전부인 것 같지만 차분히 인맥을 형성하고 신뢰를 쌓아 가면 다음번엔 이번의 손해를 해결하고도 남을 만큼의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식당 아주머니에게 인사할 것, 남을 탓하지 말 것” (p.119)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잘하는 것이 곧 인맥이다. 다른 데서 찾아서는 안 된다.” (p.205)
아주 작은 제조업체를 몇 년 만에 튼튼한 기업으로 만든 김기남씨의 직업철칙은 두 가지라고 한다. 식당 아주머니에게 인사하고 남을 탓하지 말 것. 여기서도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이 담겨있다. 승진을 하고 부하직원을 많이 거느린다고 할지라도 한 조직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그 공동체 의식으로 타 부서나 타 조직원들을 탓하지 말 것을 권면한다.
이것도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지만 실제로 김기남씨가 그렇게 회사생활을 했기 때문에 뭐 토를 달수가 없다.
“제가 일하는 방식을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아요. 한 걸음씩 가면 가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해요. 우보천리(牛步千里), 소 걸음으로 천 리 길을 간다” (p.106)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이다.
인맥을 쌓거나 회사 생활을 하거나 블로그 운영을 하는 것에 있어 똑같은 마음자세를 가졌다는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조바심 내지 않고 한 걸음씩 간다면 못할 일이 없다.
단순히 ‘인맥’을 어떻게 쌓아야 하나? 라는 물음에 답하는 책이 아니라 삶의 자세와 방향을 진실하게 코치해주는 인생 선배의 멘토링이라 좋았다.
배울 점이 많았다.
또 하나,

명함정리 팁인데, 이것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다. 의도를 가지고 명함의 앞뒷면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다음번에 만났을 경우에도 낯설지 않도로고 자기 최면을 거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관심이고 노력이다.
필요로 하는 인맥은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지갑에 있는 명함 몇 개를 꺼내 실습을 해봤다.
쉽지 않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