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금 - 호리에 다카후미 장편소설
호리에 다카후미 지음, 김소영 옮김 / 네오픽션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유대인의 유월절이 가까운지라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더니 성전 안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파는 사람들과 돈을 바꾸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노끈으로 채찍을 만드사 양이나 소를 다 성전에서 내쫓으시고 돈 바꾸는 사람들의 돈을 쏟으시며 상을 엎으시고” (요한복음 2장 13-15절)

예수님 당시에는 유월절이 가장 큰 명절이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자신의 죄를 대신해 죽을 가축을 사서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까지 가야 했다. 걸어서 예루살렘까지 가며 종교적 의례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종교 지도자라 하는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이 종교 장사를 시작했다. 시골에서부터 예루살렘까지 가축을 끌고 오기가 힘이 드니 편하게 유월절을 치러낼 수 있도록 성전 안에서 가축을 팔기 시작한 것이다. 매매를 더욱 유용하게 하기 위해 환전 및 고리대업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유월절이 돈 장사가 된 것이다. 종교 지도자들에게 유월절은 한 몫 챙기는 대목이 되어버렸다. 예수는 분노하시며 장사치들을 쫓아내셨다.

지금의 기독교가 개독교라고 욕을 먹는 가장 큰 이유는 교회의 물신화이다. 교회가 돈과 권력에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교회의 성장, 교회건물의 대형화, 성도수의 증가에 혈안이 된 것이다. 맘몬으로 지칭되는 물신을 섬기게 되었다. 교회의 맛을 잃어버리면 본질은 놓치게 된다. 교회가 돈 문제에 집착하고 매달리게 되면 예수는 보이지 않는다. 오늘 한국교회에 예수가 오시면 채찍을 휘두르시던 당시 예루살렘 성전에서의 분노보다 훨씬 큰 분노로 한국교회를 쓸어버리리라 확신한다.

결국 돈 문제이다.

이 책 「배금(拜金)」은 구미를 당기는 책이다.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토대로 한 소설인데 누구나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한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어이, 유사쿠. 부자 되고 싶지 않아?”

“부자로 만들어줄까?”

“네가 부자가 되면 대체 어떻게 될지 보고 싶어졌어.” (p.51)

“그래, 욕망이야. 욕망이 돈의 가치를 정하지. 그리고 그건 사람마다 달라. 원래 돈은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일 뿐이야.” (p.61)

상상조차 못할 정도의 힘과 돈을 가진 사람이 어느 날 나에게 저런 말을 한다면 나는 주인공 유사쿠처럼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농이라도 좋으니 한 번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 같은 얘기가 있지 않나. 어느 허름한 노인에게 베푼 우연한 친절로 인해 친구가 되고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편지 한 통 에는 그 노인이 죽었고 알고 보니 그 노인은 대단한 재력가였고, 죽기 직전까지 진정한 친구가 되어준 젊은이에게 유산을 상속해준다는 편지...

유사쿠는 아저씨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예전에 하던 다마고치 형식의 게임을 개발해 엄청난 IT업계 실력자로 등극한다. 아저씨가 시키는 대로 아저씨가 지시한 대로 움직였더니 그대로 이루어졌다. 다 망해가는 2군 프로야구단을 인수하고 거대 언론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한다.

“어떤 소동이 일어나면 언론은 그 당사자에게 공개적인 폭력을 행사한다. 때로 몰려들어 몰아붙인다. 그러다 결국엔 사생활까지 파헤치는 주제에 자신들은 늘 익명성을 보호받고 있다. 언론이라는 집합체 안에서 그 개인은 결코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는다. 그러니 상대의 인격을 무참히 짓밟고도 뻔뻔스레 있는 것이리라.” (p.173)

표면적인 이유는 아주 좋았다. 갑자기 게임개발 하나로 떼돈을 번 IT의 새내기에서 곪을 대로 곪은 프로야구계와 언론계를 개혁하려 덤벼드는 혁명가로 변신하는 것이었다. 가장 순수해야 할 스포츠의 영역에서도 가장 공정해야 할 언론의 영역에서도 돈과 연관이 되고 섞이면 말도 못하게 추잡해 진다.

유사쿠는 신이 났다. 자신이 썩어 문드러진 세상을 뒤집어엎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저씨의 이복여동생 유리코에 의해 아저씨가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아버지 가도쿠에게 복수하기 위해 만든 치밀한 계획에 등장하는 그럴듯한 주연배우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폭로하게 되어 유사쿠는 한 순간에 자신이 누리던 지위와 돈, 권력을 잃어버린다.

한순간의 꿈이 되어 버린 것이다.

사실 소설의 구성은 소재만큼 치밀하지 못하다. 글이 작가의 머리를 따라오지 못한 것 같다. 마치 전능자처럼 유사쿠를 조종하고 그의 예언대로 모든 일이 되어가는 프레임을 받쳐 줄 치밀한 구성이 뒷받침 되었다면 더 흥미진진했을 것 같다. 유사쿠가 아저씨의 아버지인 가도쿠를 찾아가 아저씨의 모든 복수극을 폭로하는 것으로 사건이 허황되게 끝나 버리는 설정 또한 좀 당혹스러웠다. 실화에 바탕을 두더라도 좀 더 극적으로 각색하였다면 좋았을 듯싶다.

결국 돈의 문제다.

종교도 정치도 거의 모든 갈등도 돈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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