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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도시의 정치를 구하라! - 다함께 잘사는 법을 알려주는 정치 동화
황근기 지음, 이정은 그림 / 초록우체통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4월11일 총선이 보름 남짓 남았다. 내일부터는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늘 봐왔던 풍경처럼 알바들의 시끄러운 거리 유세가 등장할 것이다. 정책선거가 실종된 지 이미 오래되었기 때문에 후보들의 비방과 흑색선전 따위는 새삼스럽지 않다. 이미 언론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주요 매체들은 연일 이상한 뉴스만 내보낼 것이 확실하다.
국민들의 의사를 대신해 국회에 모여 의정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가장 중요한 선거인데도 크게 달라지는 판세는 읽을 수 없다. 정당과 후보의 정책의 합리성과 공약의 현실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공천만 받으면 100% 당선이 확실한 지역은 그 아성을 무너뜨릴 여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상호 비방과 물고 물리는 개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TV는 ‘얼씨구나~!!’하고 그런 장면만 선거 전까지 줄기차게 내보낼 것이다. 왜?? 이상하게도 늘상 ‘투표율이 저조하다. 젊은 층의 정치 무관심이 심각한 수준이다.’ 걱정해 주는 척하면서 결코 젊은 층의 투표율이 증가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전 다른 책의 리뷰에서도 분명히 말했던바 [투표하지 않는 세대는 결코 보호받지 못한다.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이 책 「신기루도시의 정치를 구하라!」는 이런 이상한 현상을 ‘신기루도시’로 표현한다. 그리고 선거를 앞둔 온갖 방해와 공작, 쏟아지는 말들을 ‘검은 연기 괴물’로 표현한다.

“신기루도시에 갇힌 아이들은 우리를 합쳐서 정확하게 105명이었다.” (p.43)
4월11일 선거날 당일 이상하게도 105명의 아이들이 신기루도시에 갇히게 된다. 건너편 동네에서 분명히 구름다리를 건너 왔는데 이쪽으로 건너오고 나니 구름다리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잔소리 하는 어른들도 없고 간섭하는 사람들도 없는 무풍지대(無風地帶)인 것이다. 잠시 동안의 꿀맛 같은 해방과 휴식을 맛본 아이들은 실컷 놀고 나면 다시 건너편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구름다리는 보이지 않았다. 당황하고 불안한 아이들은 정치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된다.
“내 생각에는 신기루도시에도 정치가 필요해.” (p.59)

“폭력을 쓰지 않고 공공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 필요한 게 바로 정치야.” (p.63)
하나밖에 없는 한마음마트를 힘으로 차지한 광수와 패거리의 횡포, 점점 독재자로 변해가 힘으로 아이들을 제압하는 전교회장 철민이의 철권통치,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신기루도시 정치상황을 혼란에 빠트린 원탁이 등 힘겨운 현실 정치를 맛본다.
그리고 결국에는 ‘검은 연기 괴물’이라는 공공의 적을 함께 힘을 합쳐 물리치고 구름다리를 건너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게 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재미있을 만한 내용과 구성이다. 물론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에서부터 고등학생까지 읽어도 무방할 것 같다.
정치행위의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국회에 계신 299명의 국회의원님들과 총선을 앞둔 수백 명의 후보자님들은 필히 읽으셔야 한다.
최소한 책에 등장하는 ‘신기루도시’의 아이들보다는 정치를 더 잘하셔야 되지 않겠나.
“상황이 급박할수록 나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고,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해. 그게 바로 올바른 정치가 아닐까?” (p.167)
어린 아이들도 상황이 급박할수록 더 많은 대화를 하고 더 많은 다른 생각을 받아들여야 함을 스스로 깨달았다. 제발 좀 아이들의 모습 반만이라도 따라갔으면 좋겠다.
갈등과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더 힘이 센 사람이 무작정 깔아뭉개고 겁주는 게 아니라 자기보다 힘이 약한 사람이라도 얘기를 들어주고 입장을 이해해주는 상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신기루도시’를 빠져나와 집으로 갈 수 있다. ‘검은 연기 괴물’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예전의 모습처럼 똑같이 선거 이후에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들만의 ‘신기루정치’가 될 것이다. 건너편에서 ‘검은 연기 괴물’에 둘러싸여 점점 더 그들에게 무관심해 지고 그들을 혐오하는 사람들과는 결코 닿을 수 없을 것이다. 구름다리는 영영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제발 정신들 좀 차리시기를.
우리는 반드시 투표 좀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