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왜 싸우는가?
김영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훈련소에서 받는 많은 훈련 중 훈련병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훈련은 화생방일 것이다. “알아야 산다. 알아야 산다.”를 수백 번을 외치며 얼차려를 받는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니까.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지만 북한에서 화학무기로 공격을 할 때를 가정해 화생방 훈련을 한다. CS라는 탄을 터뜨리면 순식간에 몸에 있는 모든 구멍으로 가스가 흡입된다. 그러면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또 내가 대비하기도 전에 눈물, 콧물, 또 다른 물들이 온 몸의 구멍으로 흘러나온다. 그래서 화생방 훈련을 하기 전에는 꼭 “알아야 산다!”를 외친다. 알아야 피할 수 있으니까.

 

 

세계 또한 왜 싸우는지 정말 제대로 알아야 한다.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세계 분쟁 지역 전문 PD]라는 직함은 처음 들어 봤다. 김영미PD가 그 직함의 주인공이다.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거의 종군기자 정도의 위험천만한 상황에 뛰어 들었다. 세계의 분쟁지역을 돌아다니며 한국에서는 입시와 공부에 지쳐 세계를 돌아볼 겨를도 없는 아이들의 상황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실제 아이의 엄마의 입장이다 보니 자신의 아들이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세계의 아이들과 진정한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 담겨 있다.

 

 

“중동의 석유통제권을 장악하려는 미국과 체첸의 석유통제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야.” (p.117)

 

“영국은 인도와 교역하는 데 250년, 점령하고 통치하는 데 다시 250년이 걸렸지만 철수하는 데는 70일이 걸렸을 뿐이야.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영향을 끼쳐 놓고 떠날 때는 나 몰라라 했지. 특히 영국은 카슈미르를 양국에 떠넘긴 채 정확히 누구 땅이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떠났어.” (p.131)

 

결국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힘이 강한 나라들 몇몇의 이해관계다. 그들이 그리는 구조에 따라 세계가 움직이는 것이다. 냉전체제가 없어진 후 수면위로 떠다니는 확실하게 보이는 적이 없으니 그간 부풀려온 군수 산업이 감당이 되지 않는 것이다. 미사일과 온갖 첨단 무기들을 시험해 보고 소모할 곳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들은 늘 주고받는다. 결코 한 쪽이 손해 보거나 더 이득을 보지 않는다. 이해관계의 균형추가 한쪽으로 기울면 또 다른 곳의 분쟁지역으로 눈을 돌린다.

하이에나 같은 존재들이다.

 

그래서 책에 등장하는 분쟁지역은 물론 다른 분쟁지역 모두 언론에서 말하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된다. 이면의 상황을 찾아보고 예의주시해야 한다. 그래야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다.

대단한 자원이 매장되어 있거나 군사적·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거나 앞서 말했듯이 군수품의 소모가 필요하거나 등의 이유이다.

 

 

“국제사회는 1980년 제네바 협약을 통해 위험하고 잔인한 백린탄을 민간인에게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어.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2004년, 미군은 이라크 팔루자에서 백린탄을 사용했단다.” (p.223)

 

이라크에 있는 생화학무기를 모두 파괴하겠다는 명목으로 벌인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은 결국 아무런 생화학무기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생화학 무기를 직접 사용했다. 겉으로 내거는 목적은 핑계일 뿐이다.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게릴라보다 테러리스트에 가까워. 하지만 체첸 입장에서 보면 독립운동을 하는 독립군이지. 이렇듯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테러리스트가 되기도 하고, 독립군이 되기도 해.” (p.112)

 

체첸의 상황을 봐도 그렇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들이 게릴라고 테러리스트다. 그리고 그렇게 서방언론과 세계적인 통신사를 통해 전 세계로 뉴스를 퍼뜨린다. 그러나 왜 체첸 사람들이 그렇게 폭력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방법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다. 그냥 나쁜 놈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체첸 입장에서는 대단한 독립군이다. 예전 윤봉길 의사가 도시락 폭탄을 던지고 안중근 의사가 이등박문에게 총을 쏜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살 수 있다.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임을 주지해야 한다. 김영미PD가 아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처럼 나도 언젠가 내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다면 ‘틀린 것’‘다른 것’에 대한 이해를 어렵더라도 꼭 시켜주고 싶다.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도 꼭 인식시켜주고 싶다. 가깝게 지내는 몽골 가족이 있는데 세 살 베기 여자 아이가 있다. 그 아이에게 몽골 말도 배우고 어려서부터 함께 놀게 한다면 조금은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유연한 대처 능력과 이해력을 기르게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는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있을 텐데 그 아이들과의 관계도 잘 맺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결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임을 알 수 있도록 말이다.

 

또 책의 가장 뒷부분에 실질적으로 분쟁지역의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여러 구호단체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결혼 전부터 월드비전을 통해 몽골의 아이를 후원하고 있는 아내 덕에 나 또한 동참하게 되었다.

 

 

 

 

큰 후원은 아니지만 꾸준히 한 덕에 그 아이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내 아이가 태어나면 첫 생일에 후원계좌를 선물해 줄 생각이다. 내 아이는 함께 살아가는 세계에 대해서 세계의 사람들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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