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을 바꾸는 정치생활 가이드 100 - Do It Yourself!
김용민.황덕창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2년 2월
평점 :
선거철이다. 그것도 한국의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 생각하는 지금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4년 동안 최악의 시간을 보내왔다고 본다. 정치인이 정치인답지 않았고 기업인이 기업인답지 않았으며 공무원이 공무원답지 않았다. 언론인도 마찬가지, 학교도 마찬가지, 교회는 더욱 심각했다.
“쉽게 좋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결국은 자기 능력 탓을 합니다. 자신이 남보다 모자라다고 자책합니다. 정말로 취직 못하는 것이 능력 탓일까요? ‘나만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일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요?” (p.226)
나는 교회에 다닌다. 그것도 가장 보수적인 성향의 종파에 속해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가장 보수적인 지역인 대구에 있는 교회다.
교회에서는 불편한 얘기 하지 않는다.
‘당신의 죄를 회개하고, 당신 자신을 돌아보고, 기도하세요~!’ 이것으로 끝이다. 적어도 내가 믿고 있는 신이 정말 전지전능하시고 정의로우신 신이라면 이 세상(특히 한국에서 더욱)에서 벌어지는 작태들을 신의 눈으로, 입장으로 바라본다면 그 옛날 소돔과 고모라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렸던 것처럼 한방에 쓸어버릴 거라 확신한다.
‘야~! 너희들 말이야. 아직 회개가 부족해. 더 회개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란 말이야!’ 라고 얘기하지는 않을 거라 확신한다.
교회뿐만이 아니라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집단지성 혹은 집단이성은 구조와 프레임에 대한 접근을 차단한다. 그저 자기 능력 탓을 하게 만들 뿐이다. 12년 동안 공부하는 기계처럼 끙끙대다가 대학에 들어가서 살인적인 등록금에 허덕이며 고등학교 때보다 더 취업을 위해 공부하지만 결과는 [니가 더 공부를 안 하고 스펙을 쌓지 못해서]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공부하고 스펙을 쌓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책에서 제시한 것처럼 [남 탓]을 해야 한다.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 쳐도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 정부와 정치인들, 고용확대를 그저 비정규직 숫자 놀음으로 생각하는 기업인들, 동네 골목 슈퍼와 빵집까지 모조리 먹어치우는 재벌 괴물들 탓을 하라고 한다. ‘내 탓이오’는 개나 줘버리든지 스티커로 만들어서 차에 붙여 다녀야 한다. 살인적인 경쟁에 내몰린 불쌍한 청춘들에게 고작 하는 말이 ‘니 탓이야’라면 도대체 어디에 발을 들이고 마음을 쏟아 살아야 하나.
신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교회 성도숫자 늘리고 헌금 계산하고 누구보다 먼저 장로가 되고 권사가 되기 위해 혈안이 된 교회는 교회가 아니다. 다가올 20년을 책임질 청소년과 청년에 대한 투자와 혼신의 노력이 없는 교회와 사회는 희망이 없다.
그래서 구조와 프레임을 갈아 엎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방법은 선거다. 이 책에서는 [세상을 바꾸는 정치생활 가이드]로 100가지를 제시하는데,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투표해라” 이것이다.


지난 4년 동안 이해되지 않는 너무 신기하고 신비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모두 다 가카의 하해와 같은 통치로 비롯된 것이리라 사료된다.
간단명료하게 정리된 가카의 4년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면 당신은 정말 강심장이거나 감정체계가 무너진 싸이코패스에 가깝다. 치료가 필요하다.
책에서는 리마커블하게도 100가지 정치생활 가이드 중 90가지는 우리가 해야 할 일로 정리했고 뒤의 10가지는 ‘각하의 시대가 이어진다면’ 이라는 가정 하에 10가지 가이드를 제시한다. 참혹하고 절망적이다. 그래서 디자인조차 우울한 무채색이다. 끔찍하다. 안될 일이다.
‘각하의 시대’가 계속해서 이어져도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일이겠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심각한 일이다. 꼭 좀 ‘각하의 시대’는 여기서 끝나기를 간절하게 정말 간절하고 애절하게 소망해 본다.
“자뻑이 필요합니다. ‘내가 바꿀 수 있다.’ 정도가 아니라 ‘나만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만심에 가까운 자신감이 있어야 합니다.” (p.204)
실제로 몇 년 전 대구 수성구에 유시민씨가 출마한 적이 있었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하고 어쩌면 본인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평소 좋아하던 인물이었고 말 그대로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선뜻 나서 매일 박치기 하는 그의 선거운동에 소심하게 참여했었다. 모두가 예견하고 혀를 차며 걱정했던 그대로 보기 좋게 낙선했다. 그래도 상당히 선전을 했다는 둥, 한나라당 후보와 격차가 역대 어떤 선거 때보다 작았다는 둥 애써 자위하는 기사가 많았다. 하지만 떨어진 건 떨어진 것이다. 나는 내가 소심하게나마 선거운동에 참여했다는 자체가 좋았다. 그러면서 정치인이라면 갈아 마시고 싶은 놈들이라고만 생각하던 그들에게서 애처로움과 ‘참 고생한다’라는 연민도 생겼다.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알 수 있다.
직접 당비를 내는 당원이 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후보가 있으면 적극 지지하고 내가 사는 지역에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혹시 있다면 전화도 한 번 해보고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보고 SNS에서 의견도 교환해 봐야 한다.
‘내’가 안 하면 ‘쟤’도 안 하고 ‘얘’도 안 하고 ‘쟤’도 안 한다. 그러면 모두 안 한다.
늘상 그랬던 것처럼 ‘다 똑같은 놈들’, ‘똥이 무서워 피하나, 더러워 피한다’, ‘투표할 시간에 놀러나 간다’, ‘아무나 되도 바뀌는 거 하나 없어’ 하는 혐오와 무관심은 그대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투표하지 않는 세대는 결코 보호받지 못한다. 투표하지 않는 세대는 결코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다. 투표해야 한다.
넋 놓고 착하게 기다리면 절대로 알아서 해주지 않는다.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