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라치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이석용 지음 / 청어람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뭔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빈둥대는 생각으로 머리를 채울 때가 있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나름 그 안에서 즐거움을 발견하고 쳇바퀴에 질려 멀미하지 않으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

이 책「파파라치」의 소재가 재미있다.

 

 

 

“당신의 일상에서 흘려보내지는 멋진 순간을 전문가의 뷰파인더에 담아드립니다. 당신조차 낯설고, 치명적인 매력을 발견할 기회. 놓치지 마세요.” (p.18)

 

중소기업 회사원 나애리, 파트타임 주부 오희나, 인테리어 회사원 정윤정, IT회사 부장 김창진, 만화가 장석주는 각자의 이유로 주인공 길도에게 자신을 파파라치 해줄 것을 의뢰한다. 길도가 전단지에 넣은 내용과는 다른 의도를 가지고 의뢰한 의뢰인도 있지만 때로는 그것조차 길도에 의해 각색되고 재탄생되어 갈등관계가 봉합되기도 한다.

좁혀지지 않을 것 같은 첨예한 대립에 있는 양쪽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객관적으로 양쪽의 입장을 대변해줄 때 오히려 쉽게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길도의 파파라치도 그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남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것, 드러난 것과 감추어진 것 중 어떤 것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 하는 물음이 맴돌았다.” (p.107)

 

또 사람들은 누구나 약간의 관음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늘 그것이 내가 아닌 상대방을 향한 것이지만 길도의 파파라치 광고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내면을 향한 관음욕구를 불러일으킨 것은 아닐까? 앞에서 말했던바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에게서 나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 누군가 강하게 뒤통수를 후려친 것처럼 ‘아~!!’하며 깨닫고 고민이 해결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에 카메라의 렌즈라는 3자의 눈으로 본 ‘나’를 직면해보는 것은 의미도 있고 재미있는 일인 듯싶다.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 모두 애초에 길도에게 의뢰한 의도와는 다르게 자신의 사진이 찍힌 것을 보고 이면의 의미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참 착한 소설.

참 착한 소설이다. 처음 「파파라치」라는 제목과 표지 일러스트를 보고 출판사 이름을 봤을 때는 추리소설이라 짐작했다.

그런데 추리소설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성인성장소설이었다. 청소년성장소설이라 해도 무방하겠지만 등장인물이 모두 성인이다 보니 성인성장소설이라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 형제님의 행동은 아무래도 스토킹이라고 생각되는 구나.” (p.155)

 

길도에게 의뢰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된다. 심지어 스토커조차도 길도의 예리한 편집과 센스 있는 각색으로 죄를 뉘우치고(?) 새 사람이 된다. 그리고 길도를 도와주는 다홍이, 화심이, 민규, 한상욱 신부는 길도가 찾으면 늘 달려온다. 그리고 의뢰인과 주변인들에게 사진과 편지들을 전달하고 또한 아무렇지도 않게 위장해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 행동들이 모두 가능하다. 택배기사로 변장하고 전공하는 대학생으로 견습하러 왔다고 얘기하고 사회복지사라고 거짓말해서 슈퍼 아줌마에게 물어보면 가정사를 꿰뚫을 수 있다.

 

 

“일본식선술집[내가사께], 사교댄스강습소[앉으나 서나 스텝생각], 대폿집[목포고모”(p.125)

 

하다못해 책에 등장하는 술집이름조차 [내가사께], 사교댄스강습소조차 [앉으나 서나 스텝생각], 대폿집은 [목포고모]다. 책을 읽을 때는 ‘이건 너무 유치한 거 아닌가~’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애초부터 작가가 의도한 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파파라치]라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의 제목 자체도 작가에 의해 갈등을 해결하고 등장인물이 새롭게 각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의미로 쓰였다. 그래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애초부터 착한 사람들이 자신의 착한 면모를 더욱 더 발견하고 그럼으로 한 단계 성장한다. 길도를 포함한 주변인들의 면모 또한 착하디착하다. 안 되는 일이 없다. 술집이름도, 댄스강습소이름도, 대폿집 이름도 착하다.

현실과는 다소 괴리되었지만 불편하지 않다.

현실보다 더 작위적으로 악랄한 내용이라면 책을 집어 던지고 싶었을 테지만 내가 살아가는 현실보다 훨씬 더 착한 내용들이라 마지막 장을 덮으며 슬쩍 웃음 지을 수 있었다.

 

현실에서 길도처럼 [파파라치]를 광고하면 실제로 의뢰하는 사람이 있을까?

만약 의뢰가 들어와도 문제다. 길도처럼 자신이 파파라치 하는데 절실한 도움을 주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해결사 친구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친구부터 잘 사귀어야 하나? 흐흐흐

 

 

첨언.

“마치 배달할 가정의 가가호호마다 길도의 눈에만 보이는 짧은 스토리가 내걸리게 되면,” (p.121)

 

길도가 아침마다 우유배달을 하며 하는 말이다.

나는 여기에 100% 공감했다.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로 새벽에 신문 배달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그랬다. 매일 신문을 배달하며 가정과 가게, 회사마다 짧은 스토리가 연상되고 완성된다.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깨닫게 된 바도 많고 어쩌면 그때부터 더욱 ‘아~! 내가 책을 더 많이 읽어야겠다’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