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숲이 있다 - 마오우쑤 사막에 나무를 심은 여자 인위쩐 이야기
이미애 지음 / 서해문집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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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하면 뭔가는 된다’ 라고 하셨던 어머니의 잔소리가 저 멀리 중국의 내몽고의 사막에서 인위쩐이라는 여인에 의해 이루어질 줄이야.

 

사막에 나무를 심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른다. 4년 전 몽골 여행을 갔었다. 울란바타르에서 엘승타슬라헤(작은 고비라는 몽골어)사막까지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밤새 달렸다. 엘승타슬라헤에 도착하니 막 일출이 펼쳐졌다. 내 고향이 바다가 있는 도시라 어려서부터 바다에서 일출을 봤다. 남들은 몇 시간씩 차를 타고와 추위에 벌벌 떨며 일출을 기다리는데 나는 집베란다에서 동해의 일출을 편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사막에서 펼쳐지는 일출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수평선이 아닌 지평선 저 끝에서 빨갛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던 그 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그런데 몇 시간 후 밤 내내 쉼 없이 달려오느라 보지 못했던 사막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일출의 장관도 금세 잊힐 정도로 황량하고 거친 사막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생애 처음으로 직접 보고 만지고 걸어본 사막이기에 감회는 남달랐지만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물 한 줌 없는 사막이 무섭기도 했다. 다행히 한 나절 정도 있었기 때문에 낙타를 대여하기 위해 들린 게르(몽골 유목민의 전통 집)에서 만난 몽골 유목민들의 고충은 털 끝 만큼도 알 수 없다.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막에서 숲을 만들어낸 여인의 이야기는 「사막에 숲이 있다」라는 제목만으로 내 가슴을 뛰게 했다.

 

우리나라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황사의 발원지인 마오우쑤 사막, 그곳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인 징베이탕의 외딴 집에 사는 인위쩐과 남편 바이완샹.

내가 경험했던 몽골의 엘승타슬라헤 사막보다 훨씬 크고 더 척박한 마오우쑤 사막에 숲을 만들어낸 기적을 두 손으로 일구어낸 사람들이다.

 

“열 그루를 심으면 적어도 여덟 그루가 살아남은 것이다. 사막 생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막무가내 식 투쟁을 시작한 지 무려 7년 만의 일이다." (p.85)

 

“목수도 미장이도 없이 오직 두 사람만의 힘으로 집을 다 짓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p.91)

 

어느 날 갑자기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인위쩐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살고자 하는 의지와 ‘내가 처한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내가 만들자’라는 말도 안 되는 다짐과 의지로 사막에 나무 묘목을 심는다.

 

7년 만에 제대로 된 나무군락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 정도로 갖은 고생과 역경을 온 몸으로 견뎌냈다. 아이를 유산하기도 하고 피땀 흘려 심은 묘목들이 한 순간의 모래바람에 모두 뽑혀나가고, 겨우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나무들은 흉악한 나무도둑들에게 빼앗기기도 했다.

토굴과도 같던 집을 흙집으로 만들고 흙집을 제대로 된 집으로 만들기까지 두 사람은 꼬박 3년이 걸렸다고 한다. 멀리 시내까지 나가 벽돌 한 장 한 장을 사모아 부부가 직접 만든 집이다.

 

“인위쩐은 나무를 자식처럼 위했다. 누가 나무 한 그루를 벤다면, 그것은 곧 자신의 목숨을 가져가는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p.66)

 

포기하려고 마음먹기를 수백 번. 하지만 인위쩐은 나무를 자식처럼 위하는 마음으로 이것들을 이겨낸다.

 

“인위쩐과 바이완샹이 그들의 두 손으로 심은 나무만 80만 그루! 총 1400만 평의 모래 언덕이 숲이 되었다.” (p.128)

 

 

결국 두 사람이 기적을 두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냈다. 80만 그루의 나무. 1400만 평의 숲. 1400만 평은 여의도공원의 200배 정도 되는 크기이다.(여의도 공원은 약 6만9천 평) 일부러 국가정책으로 특정한 산에 나무를 심는다 해도 여의도 공원의 200배나 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숲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더군다나 그것을 사막에서 해냈다. 적어도 내가 본 사막은 생명이 생존하기에 가장 열악하고 힘든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어내었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이다.

그러나 인위쩐, 바이완샹 두 사람은 해냈다.

 

곱디곱던 처녀였던 인위쩐의 얼굴과 손이 거칠어지고 갓난아이 젖 먹이러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아까워 나무를 계속 심었던 인위쩐이라는 여성의 강건함과 위대함. 그리고 남편인 바이완샹은 인위쩐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고 그만두고 싶을 때 옆에서 아무 말 없이 위로해주고 함께 해주었다. 그래서 인위쩐이 사막의 황폐함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돌아보면 다리 뻗고 쉰 날이 없었다. 잘 먹지도 못했다. 밥보다 모래를 더 많이 먹었다고 해도 좋을 지경이니 폐나 기관지가 멀쩡하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p.64)

 

“숲의 규모가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난 지금도 살충제는 쓰지 않는다. 여전히 차통과 나무젓가락을 들고 오늘은 이 언덕 내일은 저 언덕에서 한 마리씩 잡아 없애는 것이다.” (p.167)

 

 

 

 

책에 수록된 사진만 보면 이곳이 정말 사막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다. 사막에서 저런 초록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두 사람이 만들어낸 기적과 같은 일이 방송에 앞 다투어 보도되고 중국 정부로부터 상과 지원도 받았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물질적, 정신적 도움을 받았다.

 

사실 책의 마지막 이 부분을 읽으며 걱정이 되었다. 어떠한 좋은 일이든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지면 꼭, 반드시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두 사람에 대한 큰 소식은 없었다. 내가 제대로 찾지 못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큰 탈 없이 두 사람이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은 대로 책에서의 강인한 모습으로 살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전히 이 둘은, 여전히 숲보다 훨씬 더 넓은 사막을 이겨내기 위해 하루하루, 매 시간 사투를 벌이고 있을 것이다.

멀리서나마 강인하고 위대하며 용기 있는 두 부부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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