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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남성의 재탄생 - 21세기 남성들에 관한 인류학적 스케치
폴 아케르만 지음, 이정순.변정수 옮김 / 사람의무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자 연예인 하면 이 둘이 아닐까 싶다.
등장만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눈과 귀와 마음을 쏙 빼놓을 수 있는 남자 둘이다.
10여 년 전 만해도 장동건과 같이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뭔가 부담스럽지만 잘생기고 조각 같은 미남형이 인기가 많았다. 외모뿐만 아니라 장동건이 하는 대사 자체도 남성의 마초적 속성을 드러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중기와 승기같은 뽀얗고 보조개도 있으며 뭔가 보호해주고 싶으면서도 의지하고 싶은, 책에 서도 여러 차례 지적한 대로 메트로섹슈얼을 넘어선 공감과 다정함이 공존하는 캐릭터가 존재한다.
“여자들에게 손찌검을 했던 남자는 당연히 끝장이 났고, 과도하게 여성화된 메트로섹슈얼 역시 금세 끝나 버렸다. (p.187)
“위버섹슈얼의 대표적인 사례인 조지 클루니를 보자. 그는 적극적으로 정치 참여를 하면서도, 머리 염색 따위에 자기 스타일을 의지하지 않는다.” (p.194)
이 책 「Mr. 남성의 재탄생」에서는 프랑스 사회에 대한 고찰이다. 그래서 우리의 현실과는 다소 맞지 않는 요소가 많이 있다. 하지만 1968년 혁명을 겪으며 일어난 사회 전반적인 개혁과 변화가 몰고 온 남성성의 재발견과 재탄생에 대한 흥미로운 모색이라는 점에서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러나 68혁명에 대해 기존의 모든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이며 꼰대스러웠던 행태와 구습을 일시에 타파했다고 보는 저자의 주장에는 완전히 동의할 수 없다.
피에르 부르디외의 「세계의 비참」을 읽으며 우리가 꿈꾸고 우리에게 늘 설렘과 부러움, 동경의 대상인 서유럽조차 겉으로 보이는 자유, 민주, 평등, 선진국의 이미지와는 달리 비참함과 참담함이 가득한 비참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튼, 남성성의 변화라는 측면에서는 일부 동의한다. 그리고 분명히 예전의 권위적이고 여성을 지배하려는 공격적 성향의 남성성은 프랑스에서도 이 곳 한국에서도 많이 사라졌다고 하는 것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메트로섹슈얼을 넘어 이제 위버섹슈얼로 가고 있는 프랑스 현실과 한국의 현실을 많이 다르다.
사실 송중기와 이승기가 위버섹슈얼의 이미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면서도 남성의 마초적 속성을 잃지 않고 그 마초적 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여성에 대한 배려와 공감 다정함을 내재하고 있는 위버섹슈얼의 단계까지는 아직 멀었다.
메트로섹슈얼의 일종인 ‘꽃미남섹슈얼’ 정도로 분류해야 할 것이다.
물론 프랑스의 경우처럼 한국에도 맞벌이를 하는 젊은 부부가 굉장히 많이 때문에 젊은 기혼 남성 같은 경우에는 당연히 가사·육아를 분담하고 남자가 ‘도와준다’라는 기존의 개념을 완전히 벗어 던지고 ‘같이한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혔다.
그렇지만 프랑스와 같이 혁명을 겪으며 눈에 보이게 진전되고 변화된 남성의 재탄생과 재변화 과정자체가 모호하고 구분을 하기 어렵다. 지금 내가 속한 세대와 아버지가 속한 세대의 남성성은 완전히 다르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국도 프랑스처럼 급격히 변화되고 바뀌기는 했지만 비교하고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얼마 전 60-70년대 남성의 상징이던 신성일씨가 자신의 책을 내며 아내 외에 사랑하는 애인이 있다는 헛소리를 해서 인터넷 상에서 집단 린치를 받았었다. 한국은 신성일씨처럼 아직도 전근대적 남성성을 가진 남성이 굉장히 많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러면서도 당장 TV를 틀면 여성보다 더 예쁘고 뽀얀, 돈도 잘 벌고 다정하며 집안일도 잘 도와주는 꽃미남들이 등장한다. ‘여성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으려면 너희들도 이렇게 해!!’ 강요받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 주변의 사회는 이러한 의식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즉, 우리는 미완성된 혁명의 결과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p.75)
최소한 한국보다는 발전된 사회의식과 정치의식 문화의식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프랑스에서조차, 68혁명으로 국가를 완전히 뒤집어 엎어버린 경험을 가진 그들조차 의식 변화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미완성된 사회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한국은 혁명의 경험이 없을뿐더러 변화의 속도는 프랑스보다 오히려 빠르기 때문에 패배한 듯하고 위치를 잃어버린 듯 한 한국의 남성성은 더욱 갈등이 내재되어 있고 불안하다고 봐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어린 시절 보았던 아버지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또 다른 완전히 다른 남성성을 알게 모르게 강요받은 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잘 생기고, 뽀얗고, 돈도 잘 벌고, 다정할 것 같고, 공감해 줄 것 같고, 의지하고 싶고, 집안일도 완벽하게 도와줄 것 같은 송중기와 이승기는 없다.
그 둘도 TV속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송중기와 이승기가 될 수 없는 우리들 남성은 고달프기만 하다.
여성의 바람과 기대처럼 우리도 바라고 기대하는 것은 많지만 도전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 대단히 각박하고 답답하기 때문이다.
어서 한국에서도 이런 책이 출간되기를 기다릴 뿐이다.
이 리뷰는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