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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빈곤 ㅣ 경제학고전선집 15
헨리 죠지 지음, 김윤상 옮김 / 비봉출판사 / 199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5년 전 쓴 리뷰이다.
그때보다 더 나아지지 못한 나를 발견해 흠칫 놀랐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확인을 하니 더욱 부끄럽다.
"사회가 고도로 진보하는 가운데 극심한 가난이 존재하는 이유는 토지의 사유에 있다."
위의 고민은 헨리조지가 이 책을 펴내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140년 전 뉴욕에서 신문기자 생활을 하던 시절 극도의 사치와 지독한 빈곤이 공존하는 대도시의 현실을 보고는 충격을 받아, 진보 속에 빈곤이 존재하는 원인을 찾아 이를 제거하는 일에 신명을 바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140년 전의 현실이 2007년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에 더욱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진보와 빈곤>
이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인류가 겪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일 것이다. 전 세계의 공통된 화두이지만 자본주의가 시대의 정신으로 인정되고 있는 지금.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구분은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부의 축적'에 대해서 무한한 찬양을 보내는 현 시대는 부를 축적하게 된 과정에 주목하기 보다는 얼마나 많은 부를 가졌느냐에 주목한다. 이것은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교회는 '가진 자'에 대해서는 하나님의 물질적 축복이라 얘기한다. '가지지 못한 자'는 더 열심히 노력해 하나님의 물질적 축복을 받으라 얘기한다.
나는 단 한 번도 부정한 방법으로 축적한 부의 죄악성과 부의 불균형에 대한 냉철한 비판을 가하는 신앙서적을 보거나 설교를 들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나로서는 묵인하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몇 달전, 모방송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교회의 땅투기"를 대상으로 방영을 한 적이 있었다.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땅값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염두하여 개발 전 조립식 교회를 지어놓아 토지의 소유권을 가진 후, 신도시 개발이 시작되어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 교회를 철거하고 땅을 팔아 많게는 수억원의 이익을 챙긴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해당 교회의 목사와 장로들은 전혀 투기의 목적이 아니었다고 역정을 냈지만 누가봐도 투기였음은 분명했다.
부동산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한국에서 목사라고 별 수 있겠나 하는 비아냥거림이 계속 들리는 것 같아 방송을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었다.
책으로 돌아와 저자는 토지에 대한 사유가 빈곤을 조장하며 이러한 토지사유는 정의롭지 못한 것이고 자연권을 부정하는 악한 제도이며 자연법에 반하는 제도로서 사회발전에 따라 수 많은 사람을 고되고 미천한 노예로 전락시킨다(p. 391)는 사실을 책의 전체에서 지적한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지대 징수"를 제시하는데, 이는 사회가 지대를 징수하여 공공의 용도로 사용하면 지대 상승분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의 이익으로 돌아가고 이렇게 하면 하나의 계층만이 생활의 필수품, 편의품, 고급품을 얻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계층이 얻게 된다. 인구 증가, 생산 기술상의 새로운 발견, 노동절약적인 발명, 원활한 교환의 확대 등과 더불어 나타나는 생산력 증대의 이익은 아무도 독점하지 못한다(P. 428)고 하였다.
헨리 조지의 이러한 주장은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만한 것이었다. 당시 영미권을 중심으로 정치경제학계를 주름잡던 존 스튜어트 밀과 아담 스미스등의 주장과는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밀과 스미스의 이론은 주류로 인정받아 지금의 자본주의를 형성한 거름이 되었고, 헨리 조지의 이론은 놀랍도록 새로운 혁명적인 주장이었지만 그의 사후 뜬 구름 잡는 얘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금의 경제학계에서 헨리 조지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보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 그를 향한 세상의 푸대접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염추해 볼 수 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가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 지독한 자본주의 세상에서 비록 모래속에 묻힌 진주같이 학계에서도 묻혀있는 헨리 조지의 이론은 주목할 만 하다.
나를 더욱 당황하게 만드는 사실은 헨리조지가 뉴욕에서 이 책을 집필하기로 마음을 먹은 그 당시 나이가 지금 내 나이와 같은 29세 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사회가 진보해 갈수록 빈곤은 창궐해 가는 1860년의 현실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고 분노하였으며 자신만의 이론을 정립해 나갔다.
나도 기도할 때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성토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과 대화할 때마다 마치 대단한 고민을 하고 있는 양 핏대를 세우며 말을 해댄다.
그러나, 헨리 조지는 행동하였고 나는, 말만 해대고 있을 뿐이다.
서른을 앞둔 내게 가장 큰 고민은 도대체 무엇이어야 하나?
불편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