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자가 - 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이 시를 처음 알게 되었다.
대학교 3학년 때 이 시를 읽고 많이 울었다.
그냥 눈물이 그렇게 많이 났다.
삽십이 넘어 선 지금 이 시를 마주하기 힘들다.
그냥 힘들고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