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남매가 보내는 편지 - 2012 아침독서 추천도서 책 읽는 우리 집 2
노경실 글, 김윤경 그림 / 북스토리아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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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군 생활 시절 해안소초의 소초장으로 근무하던 때 이야기다. 골짜기 골짜기 산을 넘어 바다 끝자락에 위치한 소초의 겨울에 눈이 엄청나게 많이 내렸다. 소초 건물 몇 동과 소초 앞 연병장, 모래사장, 소초를 둘러싼 산을 온통 하얗게 만들었다. 독립 소초라 부식차량이 일주일에 한번 들어오는데 그 진입로가 결빙되면 쫄쫄 굶어야 할 처지다. 그래서 눈을 헤치고 산꼭대기 까지 올라가 진입로를 쓸고 모래를 뿌리며 소초로 돌아왔다. 그런데 정말 생전 처음 보는 정말 송아지 만한 멧돼지 7-8마리가 소초 건물 바로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TV에서만 보던 멧돼지와 직접 눈앞에 보이는 시커먼 멧돼지는 완전히 달랐다. 너무 무서웠다. 꼴에 소초장이라고 소대원들 앞에 서서 삽을 움켜쥐고 싸울 태세를 갖췄다. 아주 다행히 멧돼지들은 훌쩍 산 위로 다시 뛰어올라 갔다.

 

며칠 간 눈이 쌓이다 보니 먹을 것이 없어진 멧돼지들이 소초 취사장에서 나는 음식 냄새를 맡고 내려온 것이었다. 며칠 후 휴일 아침 열 마리가 넘는 멧돼지 들이 내려왔다. 이번에도 소초 취사장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기에 큰 통에 음식 잔반을 담아 주었더니 미친 듯이 흡입하고 산으로 또 훌쩍 올라갔다.

그 후로 같은 자리에 큰 잔반통을 만들어 겨울 내내 멧돼지들을 볼 수 있었다. 가끔 고라니들도 내려왔다.

 

 

그때만 해도 멧돼지가 산에서 내려오는 일은 드물었다. 이 책 「멧돼지 남매가 보내는 편지」의 내용처럼 민가와 도심까지 내려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무분별한 개발로 점점 멧돼지들의 서식지는 파괴되고 멧돼지들도 살기 위해 내려와 밭을 파헤치고 민가까지 내려와 사람을 습격하기도 하는데 이런 멧돼지들을 TV에서 보도하면 우리 인식은 ‘완전히 무서운 놈들이네’라는 부정적인 면만 기억하게 된다. ‘사람까지 공격해!!’ 하며.

 

동화책이지만 꼭 필요한 사안을 얘기하고 있어 읽는 내내 고개가 끄덕여지고 공감이 갔다. 아이들에게도 책을 읽어주며 멧돼지가 나쁜 동물만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잘 살아가야 할 동물 친구임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동물 친구들이 로드킬을 당하고 학대당하고 이런 것들이 결국은 사람의 욕심 때문이라는 사실 또한 꼭 가르쳐주었으면 좋겠다.

 

꽤 오래 전부터 멧돼지 문제에 대한 보도가 잇따랐었는데 아무런 대책도 결론도 없이 또 엄동설한을 맞게 되었다.

먹을 것이 없어 마을로 내려갔다가 죽어버린 멧돼지 남매의 아빠처럼 슬픈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멧돼지를 무섭게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멧돼지를 친구로 만드는 것도 결국은 사람의 몫이다.

 

 

 

 

 

 

 

이 리뷰는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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