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364일 블랙 로맨스 클럽
제시카 워먼 지음, 신혜연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이런 종류의 소설은 처음 읽었다.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다. 하지만 출판사가 「황금가지」라 신뢰를 가지고 읽었다. 「황금가지」의 야심찬 [블랙 로맨스 클럽]의 책이라 했다.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구조와 내용을 벗어난 로맨스 소설’이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인터넷 서점에서의 광고를 보면 자칫 추리소설로 생각할 수 있는데, 형식이나 내용상으로도 추리소설을 아닌 것 같다.

물론 주인공 리즈의 죽음, 리즈가 죽인 알렉스, 리즈를 죽인 조시 이런 소재는 추리소설의 그것으로 충분하지만 중·고등학생 내지는 대학생이(특히 여학생)이 참 재미있게 읽을 만한 로맨스 소설이라 생각한다.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패트릭 스웨이지가 데미 무어를 만나기 위해 우피 골드버그에게 벽을 자유롭게 통과하고 차를 가로질러 걸어가는 등등을 배우는 것처럼 자신의 생일에 죽은 리즈는 자기가 교통사고로 죽인 알렉스에게 이런 것들을 배우게 된다. 흔히 유령이나 귀신이라고 하는 상태의 인물들이라 볼 수 있다.

 

“나는 내 부츠를 바라본다. 발가락이 너무 아파서, 계속해서 콕콕 찌르는 듯 한 통증만 제외하면 거의 감각이 없을 정도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그냥 발을 잘라내 버리고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을 지경이다.” (p.294)

 

죽기 전 학교 퀸이었던 리즈는 퀸 같은 겉모습과는 달리 많은 아픔을 가진 소녀이다. 엄마의 죽음, 아빠의 재혼, 사랑하는 리치에게서도 채울 수 없는 감정...

그것을 채우려 아침이나 저녁을 가리지 않고 달리기를 하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발의 통증은 더하다. 죽어서도.

 

“정말 끔찍해. 네가 없으니 모든 게 끔찍해, 그렇지만 네가 있을 때도 끔찍하긴 마찬가지였어.” (p.346)

 

절친한 친구인 캐롤라인이 리즈의 묘지에 찾아와 하는 독백에서 리즈가 생전에 어떤 사람으로 평가되었는지 알 수 있다. 예쁘고 돈 많고 잘 나가는 엄친딸이어서 주위에 넘치도록 잘 나가는 친구가 있었지만 그 아이들도 결국 채우지 못하는 감정에 시달리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더 이상은 다가갈 수 없는 괴리가 존재했다. 가장 사랑하는 리치에게도.

 

엄마가 죽기 전 아빠와 새엄마간의 불륜이 이미 벌어졌던 것처럼 리즈가 죽기 전 애인인 리치와 이복자매인 조시도 리즈 몰래 바람을 피운다.

비오는 날 밤 파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사람을 치어 죽이고 그 죄책감으로 망가져가던 리즈를 아빠도 리치도 구원해 줄 수 없었다.

물속으로 밀어 넣은 사람은 조시였지만 리즈는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자신이 죽음으로 더 가까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방치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 누구에게도 구원의 손을 내밀 수 없었다.

 

달콤하고 아슬아슬한 로맨스 이야기는 없었지만 연장선상에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한 진실한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다.

 

 

 

 

 

이 리뷰는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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