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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세계사 - 대량학살이 문명사회에 남긴 상처
조지프 커민스 지음, 제효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세계사를 관통했던 잔혹한 사건들의 대부분은 누군가의 모른 척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현대에 일어났던 제노사이드는 더욱 그렇다.
“미국 중앙정보국 극비 보고서에도 그 유혈 사태가 일어나기 훨씬 전에 이를 예고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르완다와 밀접한 관계에 있던 프랑스와 벨기에 양국 정보부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는 아무것도 취해지지 않았다. 100일간 살육이 진행되는 동안 빌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있던 미국은 당국 관리들에게 ‘대량학살’이란 단어 사용을 피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p.383) ‘르완다 대량살육’
“NATO 군이 그렇게 했듯 공군력을 이용해 세르비아를 진압할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UN은 스레브레니차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까? 그다지 상관하지 않은 것일까? 이슬람교도들은 세르비아 기독교인들에 비해 가치가 덜하다는 것인가?” (p.388) ‘스레브레니차 대량살육’
미국과 NATO는 왜 르완다와 세르비아에서 일어났던 제노사이드(genocide)에 수수방관 했을까? 중요한 사실은 ‘국가’라는 집단 자체는 절대로 선할 수 없다는 논리가 확인된다는 것이다.
물론 ‘국가’를 운영하고 그것에 속해있는 구성원 각자가 선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국가’라는 집단의 성격에서는 결코 선하지 않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이냐 ‘악’이냐 따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일단 살아남아야 ‘국가’라는 것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국가’들이 역사 속에서 없어졌는지를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다.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전 세계 역사 속 거대 단일 국가, 혹은 정치적인 대규모 운동에서, 그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대량학살의 힘을 빌지 않은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p.9)
그것의 중요한 수단이 바로 ‘대량살육(genocide)’이었다. 가장 쉽고 빠르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원전 146년, 로마인은 카르타고의 문명을 일소한다. 50만 명에 이르는 카르타고인들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 대량살육은 로마가 왜곡시킨 역사 속에 감추어졌다가 15세기 유럽, 한 고대 문서가 발견되면서 겨우 세상에 드러났다.” (p.18)
“아르메니아인 대량살육은 터키인 손에 죽은 사람의 숫자가 엄청나다는 사실 때문에 유명한 것이 아니다. 이 사건은 이후 거의 1세기가 지날 때까지 터키 정부가 그러한 대량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부인한 것으로 더욱 화제가 되었다.” (p.176) ‘아르메니아 대량학살 사건’
하지만 ‘대량살육’이 얼마나 비도덕적이고 나쁜 것인지 그것을 저지른 ‘국가’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숨기려고 한 것이다. 불행히 어떤 경로를 통해서 만천하에 그 사실이 드러난다 할지라도 그때부터는 ‘모르쇠’로 일관하면 된다. 가깝게는 일본이 아직도 그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48년 국제연합은 ‘대량학살 협약’을 채택하고 이를 국제 범죄로 인정하기에 이른다. 흥미롭고도 아이러니한 사실은, 미국이 이 대량학살 협약의 초안을 마련하는 과정에는 참여했으면서 1988년이 되기 전까지 거기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p.11)
“미국을 포함한 서방 민주국가들은 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 원인으로는 국제 정치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터키는 주요 석유생산 국가로 북대서양 조약기구 NATO 회원국이다.” (p.194)
아, 미국
미국만 제대로 선한 방향으로 세계사를 이끌어줬다면 적어도 이런 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동네에서 가장 힘세고 싸움 잘하는 형이 질서를 잡아주지 않고 자신의 골목대장질을 손쉽게 이어가기 위해 똘마니들을 이용하고 그 똘마니들이 힘없는 아이들 괴롭히는 것을 방관하고 있는 꼴이다.
세계평화를 위한다느니, 성경에 기반을 둔 성전(聖戰)이라느니 다 뻥이다. UN의 협약쯤은 가소롭게 무시하고 이라크와 아프간을 침략한 미국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네 작은 아이들이 혹시 가지려는 생각만 하면 뒤통수를 후려 버린다. 참 못된 동네 덩치 큰 형이다.
이 리뷰는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