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클라우스 슈밥 지음, 송경진 옮김 / 메가스터디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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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근무를 하는 날 저녁 7시가 도면 어김없이 9살 딸아이와 스마트폰으로 영상통화를 한다. 얼굴을 보며 저녁 메뉴를 묻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묻고는 한다. 어젯밤 통화 때는 딸아이의 얼굴에 동물 캐릭터가 겹쳐졌다. 수년간 영상통화를 하면서 처음 본 기능을 딸아이가 한 번에 실행한 것이다. 처음 실행한 기능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딸아이와의 통화를 종료하고 나는 깨달았다.

나는 여전히 3차 산업혁명에 머물러 있고 딸아이는 이미 4차 산업혁명에 닿아있구나.’

전기차가 보급되는 속도가 눈이 부시다. 국산 차 제조업체가 이미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동시에 여러 대를 쏟아냈다. “4차 산업혁명의 큰 특징은 과거에 인류가 경험했던 어느 산업혁명에 비해 더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진전될 것이라는 점이다.” (p.5) 테슬라로 시작된 전기차 시장은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먼 현실로만 생각하던 자율주행도 코앞이다. 딸아이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읽어주던 과학그림 동화책의 미래가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맞닿고 있다. 동화책 작가들과 출판사도 이 속도를 따라잡지 않으면 골치가 아파질 것이다.

딸아이의 학급 학생 수가 24명이다. 그중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은 아이는 2명뿐이다. 하굣길의 풍경은 3차 산업혁명에 머물러 있는 나와 같은 학부모에게는 낯설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마음껏 운용하며 하굣길을 나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금은 어려울 것 같다. 어떻게 사용하게 하고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책에 따르면 지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동이 사회에 나와 갖게 될 일자리의 거의 70퍼센트가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전혀 새로운 일자리가 되는 시대가 올 것” (p.6) 이라 하는데, 딸 아이를 포함한 그 세대의 아이들은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게 될 것이다.

 

책은 완전히 다르고 새로워야 할 경제적, 조직적 구조” (p.64)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존재는 지속될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는 새로운 경쟁 권력 구조들이 존재하는 환경 속에서 더욱 작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완벽히 변신해야 할 것이다.” (p.115) 라고 한다. 정부와 국가의 완벽한 변신만이 닥칠 미래의 부정적인 예측과 위험에 완충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되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기존 3차 산업혁명에 지배자였던 기업들의 매출 및 인지도 영향력을 뛰어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 기업인 우버는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가 없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미디어인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소매업체인 알리바바는 물품 목록이 없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숙박 제공업체인 에어비엔비는 소유한 부동산이 없다.” (p.44)

 

완전히 새로운 시장과 세상이 시작되면 완전히 새로운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웹에 쉽게 액세스하고 온라인상에서 비즈니스 접근을 쉽게 만들었다. 스마트폰 하나로 일상의 거의 모든 것을 영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위험의 거의 모든 영역에도 노출되어 있다. 얼마 전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출금하는 수법을 동원해 스마트폰 원격조종 앱을 설치한 악성 사기 집단에 대한 뉴스가 있었다. 국내에서는 아파트 홈네트워크를 해킹해 사생활을 침해하는 뉴스도 있었다.

“2019년까지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는 35억 명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그러면 스마트폰 보급률이 50퍼센트에 달할 것이다.” (p.191) 라는 책에서의 예측보다 더 큰 폭으로 스마트폰 사용자는 증가하고 있다. 플랫폼 분석업체 스톡앱스(StockApps)’에 따르면 “20217월 휴대폰 사용자들의 수는 거의 53억 명에 이르렀으며 이는 세계 인구의 67%에 해당한다.”라고 한다. 미래학자와 경제학자들의 예측을 비웃는 폭발력이다. 보안의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될 것이다.

 

또한,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불평등이다. 여전히 대륙 간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 도구의 사용은 격차가 크다.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어도 그것을 사용하고 운용할 기반 산업과 플랫폼 기업 같은 제반 시설에의 접근이 어렵다면 그저 웹에 접속하고 통화와 SNS만으로 스마트폰의 운용이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의 진화는 막을 수 없는 현실이다. 저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다. 다만 두 가지 개념적 접근을 명시하는데, “하나는 명백하게 금지된 것을 뺀 모든 것을 허용하는 것이다. 둘째는 명백하게 허용된 일이 아닌 것은 모두 금지하는 방법이다. 정부는 이 두 가지 접근법을 적절하게 조합해야 한다.” (p.117) 너무 어려운 개념이다. 또 하나 책에서는 언급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국가와 경제 조직을 제외한 기득권, 이미 4차 산업혁명 안으로 들어가 일정 부분 그것의 효용을 점유한 집단에 대한 문제다. 그들이 개인인지 집단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이미 차지한 파이를 나누고 가르쳐 줄 것인가가 핵심이다. 이미 가진 파이로 더 많은 것을 차지해 독점하거나 서로 과점하려 한다면 불평등과 보안의 문제는 악화될 것이 뻔하다. 소수의 개인과 집단을 위해 다수의 개인이 희생하고 위험에 빠질 것이다. 그들의 윤리적·상식적 인류애에 전적으로 기댈 수 없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것은 분명, “완전히 새로워져야 할국가와 국가 간 협의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누군가는 4차 산업혁명을 마음껏 즐기고 누군가는 여전히 3차 산업혁명의 끄트머리에서 험난한 외줄 타기를 하고 있을 수 있다. 조금만 더 가면 닿을 것 같은데,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대와 우려로 기다리는 가까운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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