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당신 것이니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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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자를 대통령으로 뽑아줄 수 있나. 노인들과 20~30대 남성들, 30대 주부들의 몰표. 부동산, 젠더 갈등. 뭐 하나 맞아떨어지는 게 없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 부동산, 부동산, 부동산. 심지어 부동산도 없는 자들이 몰표를 던져 줬다. 프랑스 혁명을 이끈 구체제에서 한국은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극복하지도 못했다. 역사적 맥락을 짚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나는 친일파 청산을 못 한 것에 가장 큰 방점을 둔다. 반민특위의 실패는 정의가 사라지고 기회주의가 판치는 세상을 만들었다. 친일이 반공이 되고 반공이 독재로 가면 바꾸기하면서 아직도 이 나라를 주무르고 있다. 오죽하면 일개 공무원 나부랭이 검사들이 국가 최고 입법기관과 아직은 퇴임 전인 대통령에게 대들고 있다. 좀 더 가진 자, 힘이 센 자에게 붙어살면 대대로 떵떵거리고 산다는 근현대사가 만들어낸 현실이다.

 

코로나 시기 선진국들이 한국을 치켜세우고 사회 전 분야에서 K 열풍이 불면서 진짜 우리만 스스로 모르는 선진국이구나 착각했다.

아니다. 아직 멀었다. 지금의 정치 지형이라면 앞으로의 선거도 암울할 뿐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진원지마냥 발만 디딘 적 있어도 입국을 금지하던 나라와 수료라니. 악의 축, 불량국가, 테러 지원국을 봉쇄하고 무너뜨리기 위해 이제껏 우리가 기울인 노력들은 다 뭐란 말인가.” (p.237)

 

노인들을 이해하려고 했다. 그들의 헌신과 희생이 바로 내 부모의 모습이니까. 그런데, 이해가 혐오로 바뀌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퇴물 정보 요원들은 백악관, ‘사상 최초 평양 정상회담전격 발표.” (p.230)라는 뉴스를 보고도 믿지 않는다. 여전히 그들만의 세계, 냉전과 독재 시대에 사는 것이다. 가장 찬란했던 때를 놓치기 싫은 발작이다.

 

설령 역사를 바꿀 뻔했대도 일개 국장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으랴. 과거에 대한 존경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이 반역의 시대에.” (p.154)

 

사실, 이 책은 선거 전에 읽었었다. 책 내용 자체는 별로 재미없었다. 여전히 자신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이 설치는 퇴물 요원들의 주접이 다소 허황되고 판타지라 오히려 더디게 읽었다. 그런데 선거 후 가만히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리니,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이라 생각되었다. 묻지마 몰표를 던져 준 저들에게는 당신들의 시대가 아닌 시대는 모조리 반역의 시대일 수 있겠구나. 묻고 싶다. 당신들의 시대가 아니면 모조리 반역의 시대냐고. 존경심? 존경심 따위는 이제 없다.

 

일반 패스는 삐, 하고 정상 처리 알림음이 한 번 울리지만 시니어 패스는 삐삐, 두 번 울린다. 선심 쓰듯 무료 패스를 발급하는 이면에는 반정부 성향이 강한 노년층을 감시하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p.51)

 

시니어 패스 같은 디지털 시대의 첨단에 대해서도 반정부 성향이 강한 노년층을 감시하려는 속셈으로 생각할 수 있겠구나. 그래서 카톡의 온갖 대화창과 방에도 저런 내용으로 유포될 수 있겠구나. 저들의 코인을 먹고 사는 유튜브 장사치들도 하루종일 떠들어 댈 수 있겠구나. 싶었다. 생각이 이쯤에 이르고 나니 팔다리에 힘이 빠진다.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과 살고 있나 싶다. 내가 아니면 너는 다르다가 아니라 틀렸다.’라고 당연히 생각하는 자들과 한 하늘을 이고 산다는 것이 별스럽다.

 

책은 별로 재미없었다. 퇴물 요원들의 우상이던 그 분이라는 존재에 대한 접근과 묘사도 와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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