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수업
로시오 까르모나 지음, 김나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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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 이레네만 한 나이의 딸이 하나 있었으면 하고 이루지 못할 꿈을 꿨다. 물론 이 책은 나를 과거 사랑에 빠져 울고 웃던 그 시절의 나를 생각나게 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요만한 딸이 하나 있었으면 휴그스 선생님처럼 딸아이와 책을 읽으며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할 것 같았다. 엄마의 사랑과 딸의 사랑과 그리고 문학작품 속 주인공의 사랑이 서로 화음을 이루고 더욱 아름다워지는 어떤 그림이 그려졌다.
 
문학은 우리가 어설픈 형태로 경험하는 생각들을 붙잡아 거기에 명료한 표현을 부여하고 자기 성찰을 하게 하고 적절한 순간에 만난다면 좋은 사람보다도 큰 영향을 끼치는 듯하다. 위대한 소설가들은 사랑의 전문가들이다. 그들의 통찰력은 세대에서 세대를 거쳐 진실의 종을 울리고 시대를 초월한 교훈을 전달한다.
 
그렇지만 고전은 마크 트웨인도 말했듯이 찬양하지만 읽지는 않는 책이기 쉽고, 하품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시간의 학살에서 살아남아 늘 새롭게 변주될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또 알 수 있었다. 특히 한참 감수성이 예민하고 많은 고민을 할 시기인 10대에 읽을 수 있는 책들(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오만과 편견,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편지, 안나 카레니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제인 에어,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가볍고 사랑스러운 필치의 달콤한 소설 속에서 잇북으로 만들어 버렸다.
 
우리의 십 대 시절이 그렇듯이 주인공 이레네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져 있지만 그 대상이 진실한 사랑인지 헷갈려 한다. 눈감으면 떠오르는 리암, 모든 여자애들이 원하는 그인지, 달리기를 같이 해주는 마르셀로인지, 도서관에서 만난 조쉬인지. 그리고 사랑의 문법 수업을 해주고 있는 휴그스 선생님인지.
 
 
 
나이가 들어버린 우리는 제대로 사랑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사랑인지 우정인지 헷갈리는 그 불명확한 경계와 정말 나를 좋아하는 건지 아닌 건지에 대한 불확실한 믿음과 흔들리는 나의 사랑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불안했던 시기를 기억하고 있다. 그 시기에 읽어볼 만한 딱 어울리는 소설이다. 과연 이레네는 진정한 사랑을 발견할지, 우리는 아마 이레네의 사랑보다도 우리의 사랑에 더 빠져서 읽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7권의 소설을 읽어보려고 할 것이다. 그 책들이 안내하는 사랑의 문법을 통해 나의 사랑을 생각해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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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던트
카우이 하트 헤밍스 지음, 윤미나 옮김 / 책세상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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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문학이나 영화를 통해서 비록 내게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 던져진 나를 상상해보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고민해 보게 된다. 그렇게 문학과 영화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지금 우리가 잘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삶의 한가운데 내동댕이 쳐져 있는지도 모른다. 낯선 상황 속에 던져져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은 전개되지도 않고 내가 살았던 삶 또한 나도 모르게 흘러왔다는 걸 깨닫는 순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이 책의 주인공인 맷 킹이 그렇다. 하와이의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지만 변호사 일을 하면서 벌어들이는 소득으로 살고 있는 말하자면 나름 의식이 있는 맷은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보트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 던져진다. 갑자기 자신의 보호 안으로 뛰어들어 온 두 딸들과 이제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아내를 돌아보면서 알게 된 충격적인 일. 아내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

 

그는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한다. 그렇지만 아내가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에게 아내와의 작별의 시간을 만들어 주듯이 그에게도 그런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남자를 찾아 떠난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숙제. 그가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집안의 토지를 매각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야기는 큰 원을 그리며 둥글게 돈다. 그렇게 돌아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아내의 배신, 미움, 복수 그러나 결국 처음 자신이 사랑했던 그곳으로 돌아오며 맷은 풀어야 할 문제들, 감당해야 할 것들, 아내의 외도, 딸들의 문제의 해결점 모두가 결국 처음 그들이 사랑했던 그 자리에서 풀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찬가지로 집안의 토지 또한 그들이 간직하고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것임을 인식한다.

그는 당연히 주어진 것들(사랑하는 아내, 딸, 그리고 유산)을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그래서 아내의 죽음을 통해서 죄책감을 느끼게 되지만 이제는 자신에게 주어진 땅에 익숙해질 것이고, 그에게 주어진 선물을 방치한 지난 세월을 보충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맷의 말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뭔가를 잃지 않도록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내게 주어진 뭔가를 유지하고, 물려주고, 놓치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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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이야기 - 바이킹에서 이케아까지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시리즈
김민주 지음 / 미래의창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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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돌아와 보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오랫동안 여행할걸, 다른 곳도 둘러볼걸, 이걸 먹어보고 올걸, 그 쇼핑센터에서 그것을 샀어야 하는데 등.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잘 알지 못 해서 스쳐 지나갔지만  알아채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제일 컸다. 그래서 다음 여행을 위해서 되도록이면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을 한다. 물론 어떤 이는 완전 백지상태로 가서 무엇이든 받아들이겠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과연 가능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궁금한 곳에 대한 여행은 가기 전 계획하는 것에서부터 잔뜩 흥분하기 마련이다. 작년 여행지에서 만난 한 친구와 다음 여행을 위해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통장을 처음 만들던 날 우리는 세계 여러 나라들을 다 돌아다녔다. 일본, 티베트, 터키, 유럽, 남미, 그리고 체코 등 동유럽. 그렇지만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는 북유럽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가게 될 곳이라는 어떤 느낌이 강하게 밀려왔다. 그래서 우선은 책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이번에 읽은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이야기>는 눈과 툰드라 백야 등으로 기억되는 북유럽에 우리가 벌써 알았지만 북유럽과 연관되어 생각하지 못 했던 것들을 포함해서 역사, 경제, 문화, 세금 등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이 다섯 곳은 우리가 알던 토르 신화의 발생지이고,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는 스웨덴의 군주 구스타프 3세의 암살사건을 소재로 한 것이다. 데카르트의 죽음과도 연관이 있는 크리스티나 여왕은 열 살도 되지 않은 나이에 왕위에 올라 뛰어난 치세로 나라를 다스리고, 28세에 홀연히 왕위를 떠나 죽을 때까지 유럽을 떠돌며 지식인과 종교인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인 정보 말고도 이 지역을 여행하는 색다른 방법은 작가와 작품을 따라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절규>로 유명한 뭉크,<인형의 집>의 입센, 유명한 동화작가 안데르센과 말괄량이 삐삐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유명한 가수 아바, 그리고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스티그 라르손의 자취를 찾아가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여행은 책으로 신문으로 보던 것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낌으로써 내가 넓어지는 경험이다. 이렇게 책으로 미리 만나 본 북유럽은 지리적으로는 멀겠지만 이제 내 눈앞에 가까이 있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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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어웨이 - 도피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의 가장 황홀했던 그날
앨리스 먼로 지음, 황금진 옮김 / 곰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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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더 나은 살을 살기 위해 혹은 힘들어서 가던 길을 계속 가야 할 이유와 도망가야 할 이유를 우리는 찾고 있다. 그렇지만 살아가는 것도 도망가서 또 만나는 것도 역시 우리가 살아내야 할 우리의 삶이다. 

 

앨리스 먼로는 <런어웨이>라는 여덟 편의 단편들을 모아 놓은 책에서 여성들의 그런 삶을 차분하고 진지한 어조로 말하고 있었다. 이 작품들 속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발 딛고 있던 곳에서 도망가기도 하고 혹은 그저 그 삶을 지키고 있기도 하지만 그 경계에 서 보았던 주인공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이다.

 

첫 번째 단편인 '런어웨이'에서는 칼라와 실비아 두 명의 감정선이 잘 드러나 있다. 남편을 잃고 힘들어하던 실비아에게 칼라는 새로운 느낌의 사랑이었다. 그런 실비아가 보기에 칼라는 남편 클라크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칼라의 삶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보았기에 칼라의 도망을 도와준다. 하지만 칼라는 클라크에게 가기 위해 부모로부터 도망쳤다. '늘 진짜 같은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엄마 아빠는 이해 못 하시겠지만요.'이라는 쪽지를 놓고.

 

클라크로부터 도망가고 있지만 여전히 클라크는 칼라의 인생을 차지하고 있으며 클라크 이외의 어떤 것도 생동감 있는 도전이 될 수 없음을 느끼고 칼라는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여기에 살고 있으면서 저기를 꿈꾸는 여성들은 그 갈림길에 서 있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런어웨이>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내지도 않고 뛰어난 성과를 이룬 이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들은 삶이라는 땅에 발을 딛고 서서 푸른 하늘같은 이상을 꿈꾸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그 선택에서 문 하나가 뒤에서 꽝하고 닫힌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세상 경험이 결코 많지 않지만 변화를 꿈꾸고 현실에서 지속적인 희망의 부재를 느끼기도 한다.


때로는 엉성한 약속, 의식과도 같은 키스에 의존해 모든 것이 계획대로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진행될 것이라는 무모한 믿음에 사로잡혀 있기도 한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는 한 치만 어긋나도 길을 잃게 되어 있거늘.

 

이 작품을 읽으며 나 자신을 들킨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느꼈지만 미처 잡아내지 못하고 지나갔던 감정들, 상념들이 작가의 글을 통해 드러나 나의 지난 시절을 돌아보게 한다. 작가의 마지막 단편 '힘'의 마지막 구절은 삶의 고난함에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주는 작가의 메시지로 읽힌다.

 

짐을 버릴 줄만 안다면 길은 평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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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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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감각적인 글에 쉽게 매료당한다. 그런 글들이 눈길을 끌고 순간 나를 변화시키는 듯 하다. 사실은 잠시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 뿐임에도 불구하고.  

 

이웃 블로그님이 아껴가며 읽고 싶다고 리뷰를 쓰신 황현산님의 <밤이 선생이다>를 명절 시골가는 버스안에서 읽었다. 짧은 산문집이 이동하는 공간에서 읽기에는 딱일 것같아서 집어들었는데 첫 작품부터 내 머리를 치는 글을 만났다. 

 

'과거도 착취당한다'는 선생님이 2009년에 쓰신(내가 처음 만난 작가에게 선생님이라는 존칭을 붙이는 일은 아마 지금까지 없었던 듯 하다. 황현산님은 1945년생이고 지금 우리나라 나이로 70이 되신 분이다. 그렇지만 흔히 만나는 나이든 분의 꼬장 꼬장한 독불장군의 고집이 보이지 않고 문장은 힘이 있고 간결하다) 작품으로 70년대 대학교다닐 때의 일화를 들어 현시대를 꼬집는다. 유신시절 외국에서 사오는 원서를 검열하던 이야기, 단지 문학이라는 대답에 '책 내용을 그렇게 잘 알면서 왜 책은 사세요?'라는 말을 들어야했던, 분노를 내장에 쌓아두고 살아야했던 작가는 요즘 대학생들이 박정희를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존경한다는 말을 들으면 그때와 같은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학생들의 입장이라면, 한때의 압제와 불의는 세월의 강 저편으로 물러나 더이상 두려울 것이 없으니, 그렇게 어떻게 이루어졌다는 경제적 성과를 두 손으로 거머쥐기만 하면 그만일 것이라고, 그렇게 과거는 착취당하고 있다고 일갈한다. 


이렇게 황현산 선생님의 글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그 이상으로 깊이 들어가며 우리의 말랑한 사고에 채찍을 가한다. 나이가 들면서 어떤 이들은 점차 고루해지기만 하고 생각이 경직되어 가지만 이 분에게는 그런 게 느껴지니 않고 오히려 정신이 번쩍 날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글인 '삼가 노 전태통령의 유서를 읽는다'는 묻어두고 있었던 내게 그 나약함을 꼬집고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저 삶에 찌들어 눈감고 귀막고 있는 것들, 그리고 우리의 비겁함을 꾸짖는 글들이 귀에 가슴에 박힌다.


'낮에 잃은 것을, 밤이여 돌려다오'라는 구절에서 '어둠의 입'이 해줄 수 있는 말이란 현실에서 통용되는 말의 권력을 넘어선 역사의 말이자 미래의 말이라는 끌어내며 육법전서를 외우기는 쉬워도 밤의 말을 듣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난 뒤 달라진 나를 만나는 책이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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