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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평점 :
화려하고 감각적인 글에 쉽게 매료당한다. 그런 글들이 눈길을 끌고 순간 나를 변화시키는 듯 하다. 사실은 잠시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 뿐임에도 불구하고.
이웃 블로그님이 아껴가며 읽고 싶다고 리뷰를 쓰신 황현산님의 <밤이 선생이다>를 명절 시골가는 버스안에서 읽었다. 짧은 산문집이 이동하는 공간에서 읽기에는 딱일 것같아서 집어들었는데 첫 작품부터 내 머리를 치는 글을 만났다.
'과거도 착취당한다'는 선생님이 2009년에 쓰신(내가 처음 만난 작가에게 선생님이라는 존칭을 붙이는 일은 아마 지금까지 없었던 듯 하다. 황현산님은 1945년생이고 지금 우리나라 나이로 70이 되신 분이다. 그렇지만 흔히 만나는 나이든 분의 꼬장 꼬장한 독불장군의 고집이 보이지 않고 문장은 힘이 있고 간결하다) 작품으로 70년대 대학교다닐 때의 일화를 들어 현시대를 꼬집는다. 유신시절 외국에서 사오는 원서를 검열하던 이야기, 단지 문학이라는 대답에 '책 내용을 그렇게 잘 알면서 왜 책은 사세요?'라는 말을 들어야했던, 분노를 내장에 쌓아두고 살아야했던 작가는 요즘 대학생들이 박정희를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존경한다는 말을 들으면 그때와 같은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학생들의 입장이라면, 한때의 압제와 불의는 세월의 강 저편으로 물러나 더이상 두려울 것이 없으니, 그렇게 어떻게 이루어졌다는 경제적 성과를 두 손으로 거머쥐기만 하면 그만일 것이라고, 그렇게 과거는 착취당하고 있다고 일갈한다.
이렇게 황현산 선생님의 글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그 이상으로 깊이 들어가며 우리의 말랑한 사고에 채찍을 가한다. 나이가 들면서 어떤 이들은 점차 고루해지기만 하고 생각이 경직되어 가지만 이 분에게는 그런 게 느껴지니 않고 오히려 정신이 번쩍 날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글인 '삼가 노 전태통령의 유서를 읽는다'는 묻어두고 있었던 내게 그 나약함을 꼬집고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저 삶에 찌들어 눈감고 귀막고 있는 것들, 그리고 우리의 비겁함을 꾸짖는 글들이 귀에 가슴에 박힌다.
'낮에 잃은 것을, 밤이여 돌려다오'라는 구절에서 '어둠의 입'이 해줄 수 있는 말이란 현실에서 통용되는 말의 권력을 넘어선 역사의 말이자 미래의 말이라는 끌어내며 육법전서를 외우기는 쉬워도 밤의 말을 듣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난 뒤 달라진 나를 만나는 책이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