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 - 세계 50개 기업에 대한 윤리 보고서
프랑크 비베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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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라는 제목이지만 이 책은 <세계 50개 기업에 대한 윤리보고서>다. 세계 50대 기업의 이윤 추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인 문제들을 살펴보고 그 기업에 대해 별점으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업에 대한 평가를 알아보자.

 

구글 ★★, 페이스북 별점 없음. 
비슷한 두 회사의 경우 한 쪽은 별점이 4개고 하나는 별점이 없다. 구글이 별점 4개를 받은 이유는 구글이 세상에 제공하는 유익함에 있다. 정보 보호의 문제점과 많은 전력 소모라는 환경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페이스북의 경우 이런 사업 모델에 대한 토론이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평가를 단념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를 살펴보면 
BMW ★ 다임러 ★ 폭스바겐 ★ 도요타 
​​자동차 업계는 근본적으로 환경오염이란 문제에서 아무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기에 대체적으로 별 두 개의 평가를 받았지만 도요타의 경우 하이브리드 카를 생산하면서 환경오염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별 하나를 더 받았다.

먹거리 기업을 살펴보면
맥도널드 ★ 코카콜라 ★ 스타벅스 
​​맥도널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비만을 유발한다는 것과 소고기의 소비 문제(소의 경우는 환경문제도 함께 관련되어 있다) 때문이고 코카콜라의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생산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물을 소비하는 것과 냉장 보관에 따른 전기 소비의 문제가 있다. 스타벅스의 경우 쓰레기의 문제 커피 원두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공정무역 커피 원두에 대한 노력 등에서 별 하나를 더 받았다.

의류업체들을 살펴보면
나이키 ★ 아디다스 ★ H&M ★ 리바이스트라우스 
​의류업체의 경우 이 사업모델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 때문인 경우가 많다. 가난한 나라에서 저임금으로 생산해서 부유한 나라에 공급하고 있어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일이 많이 발생하며 많은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등 환경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리바이스트라우스의 경우 에이즈와 동성애자 문제에 관련해 선명하게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일찍 하청업체의 명단을 공개한 점을 들어 별 세 개를 받았다.

이 책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애플과 삼성이 경우를 보자.
애플 ★ 삼성 
​애플은 폭스콘의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말이 많았지만 점차 하청업체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별 세개를 받았고, 삼성은 하청업체의 의존도가 낮고(아마 가난한 나라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공개적으로 알려진 바가 적어 여러모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저자는 삼성의 윤리 프로필은 조만간 더 뚜렷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별 다섯 개를 받은 기업은 없을까?
유일하게 마이크로소프트가 별 다섯 개를 받았다. 그 이유는 오로지 재단 덕분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경쟁업체에 대한 무자비한 정책 등으로 재단을 제외하면 별 두 개가 적당하지만 재단 때문에 별 다섯 개를 받았다.

이제 우리는 한 가지의 제품(옷, 햄버거, 아이폰, 자동차)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옷을 살 때 우리는 제3세계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싼값에 사고 있으며 그들의 복지에 우리의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 ​제3세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재앙은 우리가 누리는 복지의 암울한 그림자가 된다.
 
저자의 말처럼 기업과 정치인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정치인을 뽑고 기업의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돈이 누구에게로 갈지 결정하는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에 우리는 기업의 윤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의 생산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제동을 걸고, 나쁜 기업과 좋은 기업을 가려내고, 기업 활동에 관심을 보이고, 목적의식을 갖고 상품을 구매하거나 소비하고, 때로는 시위나 청원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그렇다면 소비자로서 당신의 점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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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노예 12년 - 체험판
솔로몬 노섭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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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리고 여전히 이런 이야기가 우리에게 와 닿는 이유는 2014년 대한민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져서 더욱 그럴 것이다. 인신매매, 노예,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같은 인간(그들은 자신이 팔고 사는 이들을 같은 종류의 인간이라고 생각이나 했을까?)을 사고팔고 값을 매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인간의 잔인한 본성은 어디까지일까? 그리고 그것을 구경하듯 바라보는 사람들은 양은 냄비처럼 부르르 끓어올랐다가 바로 무감각해진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다는 듯이. 그리고 여전히 우리는 법률안에서만 그것들을 해석하고 처벌을 한다.

 

신안군의 한 섬에서 벌어진 사건을 보고 경악했다. 섬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겉으로 보기에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그들이, 그리고 우리의 부모님들과도 같은 그들이), 게다가 경찰 고위 간부까지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서 쉬쉬해가며 벌였던 노예 사건은 184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일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우리에게 또 한번 경종을 울렸던 대기업 노동자의 이야기 <또 하나의 약속>,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일하는 이들에 대한 착취, 왜 이런 일들이 모양만 다르게 계속 일어나는 것일까? 

 

 

영화로도 만들어져 개봉을 한 <노예12년>은 솔로몬 노섭이라는 흑인이 자유인이었다가 납치되어 노예로 팔려 12년 동안 겪었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일기처럼, 그리고 마치 법원에 호소하는 소장처럼 풀어낸 책이다. 그는 납치되어 팔려가기까지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비인간적인 처사를 알지 못했고, 인간은 이득을 위해서라면 끝없이 악해질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도 몰랐다. 돈을 벌기 위해서 흑인들을 불법으로 붙잡아 파는 노예상인들과 노예들을 사고파는 일에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농장주인들, 그리고 흑인 노예는 짐승과도 같다고 생각해 채찍으로 때리고 심지어 죽이는 것 또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그들, 도덕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존경할만하지만 단 한 번도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종으로 부리는 일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의심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모두 노예제도의 밑바닥에 깔린 태생적인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솔로몬 노섭이 10년 동안 일했던 엡스의 경우는 아마 그 당시 모든 농장주의 전형일 것이다. 그를 두고 솔로몬 노섭은 '그는 흑인을 하나의 인간, 자기에게 작은 능력을 주신 창조주 앞에 책임이 있는 인간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값어치만 다를 뿐 자신의 노새나 개보다 나을 게 없는 <동산자>로 여긴다..... 그는 자기가 입을 손해만 생각하면서, 자유인으로 태어난 나를 저주했다'라고 적고 있다.

 

그렇다면 보다 인간적이었던 윌리엄 포드는 다를까? 노섭은 윌리엄 포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윌리엄 포드만큼 다정하고 고결하며 솔직한 그리스도교인은 없었다고 밝혀두는 것이 공평할 것이다. 그러나 늘 그를 둘러싸고 있던 영향력과 인맥들이 그의 눈을 가리고 있어서, 그는 노예제 밑바닥에 내재되어 있는 해악을 보지 못 했다. 그는 다른 인간을 복종시키고 있는 인간의 도덕적 권리를 결코 의심하지 않았다. 자기 이전의 조상들과 똑같은 매개체를 통해 세상을 보았기 때문에, 그들과 똑같은 빛으로 사물을 보았다.' 

 

심지어 다른 농장주가 노예를 도끼로 위협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약간의 친절이 그런 무시무시한 무기보다 더 효과적으로 그들을 억제하고 순종하게 만들 거요.'라고 충고한다.

 

솔로몬 노섭은 목숨을 건 편지와 솔로몬을 도와주는 배스 덕분에 자유인이 된다.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단지 한 인간의 동정으로 자유를 얻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노예제도가 없어진 배경은 노예제도가 다수의 이익, 특히 북부의 경제발달에 따른 노동자의 수요 문제와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개인은 환경과 관습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릴 때부터 고착된 인식 또한 쉽게 바꾸기 힘들다. 또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법률이 허용하는 것은 다 옳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법률이 인권을 짓밟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184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노예 문제가 아직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가 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어떤 인간이 다른 인간보다 위에 있을 수 있을까? 경제적인 이유로 다른 이의 자유와 인신을 구속하는 것이 진정 옳은 일일까? 공공의 질서를 위해서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은 진정 옳은 일인가? 

 

끊임없는 질문이 솟아나는 밤이다. 마지막으로 띠지에 있는 글귀가 마음에 파고든다.

 

"잃어버리기는 너무도 쉽고 되찾기는 너무도 어려운 것

그것은 자유, 인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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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작은, 한없이 위대한 - 보이지 않는 지구의 지배자 미생물의 과학
존 L. 잉그럼 지음, 김지원 옮김 / 이케이북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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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매혹적이다. 우리가 가 볼 수 없는 우주의 이야기나 지구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그리고 너무 작은 세계의 이야기. 


<한없이 작은,한없이 위대한>은 그렇게 너무 작은 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크기가 작아서 확대경이 없이는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유기체에 대한 매혹적인 이야기다. 크기가 대단하지 않다고 해서 그들이 쌓은 업적이 하찮은 것이 아님을 작가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곁들여 미생물이 하고 있는 일들을 말해주고 있다.

 

미생물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아주 많다. 질소를 고정시키고, 대기 중으로 질소를 돌려보낼 수 있다.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유기 영양소인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것들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는 현미경이나 다른 도구없이 실제로 미생물을 보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고, 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왜 바다생선만 비린내가 나는 것일까?

바다생선의 비린내는 생선에서 자라는 몇몇 박테리아가 생성하는, 코를 찌르는 냄새를 풍기는 트리메틸아민때문이다. 이 박테리아는 부패를 통해서 대사 에너지를 획득하기 때문이다. 바다 생선만이 비린내를 풍기는 이유는 트리메틸아민이 되는 트리메틸아민옥사이드(TMO)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TMO는 생선이 사는 고농도의 소금물에서 체내 균형을 잡는 것을 도와준다. 이 덕에 생선은 세포에서 물이 빠져나가 몸이 찌그러지지 않는 것이다.


발효란 대단히 친숙한 단어이지만 사실 미생물이 대사 에너지를 얻는 또 다른 방법이다. 이 발효를 통해서 우리는 와인을 만들 수 있다.


왜 샴페인의 병뚜껑은 철사를 감은 두툼한 코르크로 막아 놓는 것일까?

스파클링 와인(보통 샴페인이라고 부르는,사실 샴페인은 오로지 부르고뉴의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된 와인에만 붙일 수 있다)의 주둥이를 막은 철사가 감긴 두툼한 코르크 마개와 병의 무게에는 전통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것은 미생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와인의 탄산화로 인한 압력을 제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스파클링 와인에서는 효모가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생산한다. 이 효모의 기준 압력은 8기압이나 되기 때문에 두꺼운 유리병과 철사를 감은 코르크 마개만이 이 압력을 견딜 수 있다.


오래된 생맥주를 구별하는 쉬운 방법은?

디아세틸은 미생물이 더해주는 성분인데 치즈와 버터의 맛에 향을 더해준다. 하지만 맥주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잘 안 팔리는 생맥주에서 종종 이 향이 난다. 디아세틸을 감지하느 쉬운 방법은 손바닥에 맥주를 조금 붓고 액체가 증발할 때까지 문지르는 것이다. '신내'가 나면 디아세틸이 만들어진 맥주다.


미생물은 결코 죽지 않는다?

미생물은 치사조건에 노출되었을 때, 상당히 다른 패턴으로 죽는다.

어느정도 시간을 둔 후에 90퍼센트의 개체들이 사망한다. 10분의 1호 감소하는 것이다.그런 다음 이어진 휴지기 동안 생존한 균의 숫자는 다신 10분의 1이 된다. 미생물의 사망 곡선의 패턴에는 흥미로운 면이 있다. 절대 0이 되지 않는다. 대신 소량의 미생물이 계속 남는다. 그래서 무균처리를 할 때에는 살균이 되었다는 수용 가능한 보장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세계지만 우리의 실생활에서 너무도 중요한 존재이고 앞으로도 우리가 알아야할 것들이 많은 미생물의 세계~~ 이제 쭉 관심을 갖고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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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술래
김선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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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아왔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주인공 술래의 이야기와 나는 오래전에 죽었다로 시작하는 박필순 할아버지(이 할아버지의 이름이 박필순이라는 건 책의 나중에 나온다. 이름이 호명되지 않고 그저 할아버지로 나오는 이유는 이 소설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주인공의 이름이 술래인 것처럼)

 

"술래는 숨은 걸 찾는 사람이잖아. 그러기 위해서는 잘 안 들리는 소리나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어야 해."

 

그런 술래의 이름처럼 죽어서 떠도는 영혼인 술래는 탈북소년 영복이의 마음이 느껴지고 광식이 할아버지와 박필순 할아버지의 마음을 읽는다.

 

술래는 2년 전 누군가에 납치되어 죽은 아이다. 술래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빠와 북한에서 온 아이, 영복이다. 술래는 아빠의 곁에서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아빠의 마음을 위로하며 살아가고(?) 있다. 

 

술래와 나란히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 박필순 할아버지는 월남전에서 어린아이들을 죽인 죄로 죽은 듯이 살고 있는 죽기만을 기다리고 사는 노인이다. 그래서 그는 죽고 난 자신의 시신을 발견해 줄 사람이 필요해 이 주에 한 번씩 피자를 배달시킨다. 그리고 박필순 노인곁에서 살짝 정신이 이상하지만 때때로 옳은 소리를 하는 광식 노인. 이 노인은 살아있는 존재인지 죽어있는 존재인지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잘 모르겠다. 어느 쪽으로 해석해도 좋을 듯 하다.

 

술래는 자신이 죽은 존재임을 알고 한 번도 보지 못한 엄마를 보고 싶어한다. 그래서 영복이와 필순 할아버지와 함께 엄마를 찾지만 엄마는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사진 속 남자! 

 

남자가 되고 싶어하는 술래의 엄마를 보내고 오로지 술래 하나만을 보고 살았던 술래 아빠, 계급이 지배하는 사회가 싫어 탈출했지만 여전히 계급이 지배하는 사회속에서 난민처럼 살아가는 영복이, 월남전의 트라우마 속에서 죽음만을 기다리는 필순 할아버지, 이들의 앞에는 희망이 없다. 그렇지만 소설을 읽어가는 내내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걸음이 보이고 슬픔을 억누르며 희망을 키우는 작은 몸짓이 보인다.


슬프고 아픈 기억이지만 우리가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들.

그 기억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 가며 읽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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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호텔 - 영혼과 심장이 있는 병원, 라구나 혼다 이야기
빅토리아 스위트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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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된다' 의료급여 환자들 문전박대라는 제목의 뉴스가 얼마전 방송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의료급여란제도는 형편이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병원비를 파격적으로 깎아주는 제도다. 그런데 대부분의 병원들이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의료급여환자를 문전박대하고 있어 한 방송국에서 대학병원을 취재한 내용이었다. 그 대학병원 전공의는 의료급여 환자를 거부하기 위해 진료 기록을 조작하기까지 한다고 털어놨다. 의료급여환자는 진료나 수술비가 얼마나 나오든 하루에 1~2천원만 부담가고 건보공단이 60%, 자치단치가 30~40%정도를 보전해 준다고 하는데 병원들은 비싼 비급여 진료를 적용하기 어려워 수익창출이 되지 않자 진료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명백히 진료법위반인데도 위반을 하더라도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수익, 즉 돈이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신의 호텔>에서 만날 수 있다. '신의 호텔'이라는 근사한 제목의 이 책은 미국 최초의 빈민구호소로 불리는 라구나 혼다 병원에서 일하는 빅토리아 스위트의 경험을 마치 소설처럼 그려낸 작품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빈민구호소를 '신의 호텔'이라고 부르며 이런 곳은 중세로부터 이어져온 일종의 병원으로, 스스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돌보기 이한 방편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한때는 미국의 거의 모든 주에서 주립병원과 함께 운영했었지만 이제는 라구나 혼다 병원조차도 원래의 의미가 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마치 메디컬드라마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병원을 심층취재한 잠입르뽀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두달 간의 파트타임으로 일하러 왔다가 주저앉게 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의료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과 마주친다. 위의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미국의 극빈계층이 마지막으로 오는 곳, 그곳에서 만나는 환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보건의료를 둘러싼 여러기관과 의사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효율성'과 '수익'을 생각하는 쪽과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와 간호사는 서로 갈등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쫓겨나야 하는 환자들이 있다. 그리고 그나마 라구나 혼다에서 건강을 되찾고 삶의 의미와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주는 기쁨은 그런 힘든 과정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 


과도한 진료 혹은 진료의 축소와 수익의 극대화 사이에서 빅토리아 스위트는 의료인의 기본적인 정신을 이야기한다. '환대의 정신' '공동체 정신''자선의 정신'


그렇지만 과연 이런 정신을 강조하는 것이 현실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당연히 머리를 끄덕이며 수긍은 하겠지만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그렇지만 현실이~~'라는 말로 변명을 시작하지 않을까? 

얼마 전 진주의료원사태를 보면 국민을 생각해야하는 정치인들의 선택은 말뿐이었고 실질적으로 돈에 움직이는 존재이지 않았는가? 헌법에 명시된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조항은 영리라는 말앞에 굴복하고 말았다. 우리는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버린 인간이 아니라 작가의 말처럼 기본으로 돌아가는 '느린 의학'을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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