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사회 - 현대사회의 감정에 관한 철학에세이
정지우 지음 / 이경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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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없는 사회, 증오와 상실만이 넘쳐나는 분노사회"

 

한 사회학자는 요즘 같은 사회를 도저히 '사회'라고 부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단속사회'라는 말로 이 요즘 사회를 부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와 비슷한 분석이 눈에 띄는 책이 나왔다. 정지우 작가의 <분노사회>가 그것인데 작가는 지금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사회 없는 사회, 증오와 상실만이 넘쳐나는 분노사회'로 정의한다.

 

개인들이 사회를 버린 사회에서 사회는 없다. 그곳에는 그저 오로지 집단 투쟁, 탐욕, 이기심, 절박한 생존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 사회에서 정치와 관료, 정부는 허울밖에 없는 존재로 전락한다. 저마다 책임자를 색출하여 지목하고 증오를 발산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비겁함을 수정하여 책임을 각각의 개인들에게 돌리는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 사회가 개선되기는 영원히 불가능하다.

 

지금 한국 사회를 살고 있는 개인은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생활 태도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불평들의 해소라는 것의 이면은 실상 나를 먼저 잘 살게 해달라는 생각과 가깝다. 한국의 왜곡된 평등주의는 나의 위치를 끌어올리는 데에만 집중한다. 특히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하에서 경제 문제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대신 이기심, 공동체보다는 개인, 연대 대신 자기계발에 몰두하게 만들었고, 살림살이는 팍팍해져 갔다. 우리는 이런 사회에서 분노를 느끼며 이 분노는 타인과의 비교, 열등의식, 피해 의식, 나아가 자기 이익에 대한 집착에서 나온다. 

 

특히 요즘의 교육이란 오직 성공과 출세를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 되었다. 교육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속물화 경향을 추동하는 가장 강력한 근원 중 하나가 되었다. 무엇을 하든 취직이나 현실적인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모두 '쓸모없는 짓'취급을 받는다.

 

"집단주의의 문제"


그렇다면 문제는 개인에게만 있는가? 저자는 한국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가장 문제적인 관념으로 '집단주의'를 꼽는다. 우리가 흔히 집단 정체성이라고 하는 것은 보편적 우월성(보편적 가치 기준에 부합하는 우월성)이 있어야 하지만 대부분 거의 상관이 없다. 자신들만의 논리를 통해 우월성을 주장하지만, 실상은 그저 우월하고 싶기 때문에 자기 집단을 합리화할 뿐이다. 대체로 집단적 이념, 집단 정체성의 동력은 합리성보다는 맹목성에 기초한다.


저자는 일베와 같은 극우집단의 문제를 시기심으로 보았다. 이 극우집단은 자기 정의감에 도취된 좌파들의 '자기 확신감'을 시기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도취될 대상을 가지지도 못했지만 그들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믿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약자를 공격함으로써 우월감과 희열을 느끼고자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소외"

 

현대사회의 개인은 과도하게 접속하고 또 접속을 끊어가고 있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이라는 말로 현대인의 과도한 소통과 연결을 표현했다. 현대인의 과도한 소통과 연결은 '개인이 개인이 되는 것'을 방해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소통은 넘쳐나지만 대부분은 진정한 개인의 문제와 괴리되어 있다. 진지한 삶의 이야기나 자기 정체성의 문제로 이어지지 않는 소통이며 그래서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분노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내가 나를 어떻게 장악하고 다스릴 것인가, 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내 삶의 의미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나와 어긋나는 이 세계 속에서 어떻게 나의 자리를 만들고 나의 세계를 구축할 것인가 하는 것이 되었다.

또한 현대적인 개인, 책임 있는 개인으로서 문화의 발전에 기여해야 하며 정치에 참여하는 개인이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문화와 정치는 우리의 삶 속에 그대로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삶을 사느냐, 어떤 지향점을 가지느냐, 어떤 잣대로 나를 평가하느냐가 곧 우리의 문화를 형성하고 정치적 힘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자유롭고 좋은 삶에 동참할 때, 자유로운 개인들의 사회가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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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떠나기 3년 전 - 어느 순간에도 작아지지 않는 新직장인 프로젝트
오병곤 지음 / 김영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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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취업 준비를 하는 대학생 그리고 졸업을 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들과 술 한 잔을 한 일이 있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자기 계발서가 독이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에 나는 200% 공감을 표했다.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들은 별다른 철학적 기반도 없고 여기저기서 끌어다 놓은 이야기들로 범벅이 된 책들이다. 읽을 당시에는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그 책의 효과는 단 며칠 정도 나에게 자신감 비슷한 느낌만 줄 뿐이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이제는 이러한 자기 계발서를 너무 많이 읽어서 나도 한 권 쓸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할 정도가 되었다. (실제로 그런 책을 쓰겠다고 결심을 한 친구도 보았다) 취업을 하기 보다 책을 쓰는 편이 더 돈을 벌 기회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요즘같이 취업이 힘든 시기에 이렇게만 하면 뭔가 될 것 같은 느낌만을 주는 그런 책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처음에 <회사를 떠나가 3년 전>이라는 이 책 또한 비슷한 류의 책이려니 했다. 그다지 읽고 싶지 않았고, 제목으로 미리 짐작하건대 회사를 떠나 창업을 하는 것을 부추기는 또 한 권의 자기계발서 않을까 하는 거부감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자기 계발서임은 분명한데 조금은 다른 책이다.

우선 다른 철학자나 작가의 이야기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분명한 작가의 철학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그것은 아마 작가가 책에서 쓴 말처럼 세상을 보는 철학은 내 머리로 생각하고 내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정신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오는 것 같다. 내 철학이 없으면 남이 하는 생각으로 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거기에 따라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는 30대의 시간을 지나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의 나이에 오히려 흔들리고 방황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이제 자신만의 철학이 필요한 시기이며 이 시기를 잘 지난다면 (회사를 떠나기 3년 전) 매력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딱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삶은 무의미하기에 오히려 의미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삶 자체에는 의미가 없겠지만 인간은 그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주체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는 것이다. 그 행복은 캠벨의 말처럼 남이 아닌 내가 스스로 찾는 것이어야 하면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에 있는 것이다.


저자는 회사를 떠나 자신만의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철학적 사고의 변화를 함께 주문하면서 실질적인 조언을 하고 있다. 

 

그가 하는 말을 살펴보면,

지금 하는 일 가운데 부가가치가 높고 자신의 적성에 어울리는 이에 근무시간의 50%와 근무시간 외의 20%를 투자해서 3년 안에 1만 시간을 채워라. '매일 한다'라는 원칙을 정하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매일 반복 수련하는 실천 습관을 만들어라.

 

거기에다 자금의 문제, 준비과정, 살펴보아야 할 것들을 책의 뒤편에 정리해 두고 있다. 저자의 이런 의도는 무작정 저지르는 오류를 범하지 말고 우선 자신의 철학부터 살피며 불안을 견디고 불확실성을 이겨낼 수 있는 자신이 있을 때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계획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새로운 삶을 꿈꾸는 3050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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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메이드 커피 - 바리스타에게 배우는 친절한 커피 수업
최영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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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아침은 물을 끓이며 커피콩을 그라인더에 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종이필터를 반듯하게 접고 물이 끓기를 기다려 드립포트에 물을 따르고 컵과 드리퍼와 서버를 데우고 필터를 얹어 향기를 맡으며 정성스레 커피를 내리면 힘들게만 보였던 하루가 향기롭게 펼쳐질 것 같아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게 핸드드립을 해서 마시다 보니 여러나라의 원두의 맛을 보게 되었다. 콜롬비아 수프리모, 케냐, 코스타리카 타라주, 과테말라 안티구아, 인도네시아 만델링에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까지. 아직은 주로 핸드드립만을 먹었기에 이렇게 단품을 주로 구매해서 마시고 있었다. 그렇지만 비가 오는 어느 날은 달달한 카페 모카가 먹고 싶고, 무지 더운 날은 휘핑크림이 얹어진 아이스 모카도 먹고 싶었지만 그런 것은 카페에서 사먹는 걸로만 알았다. 


​커피매니아인 나에게 딱 맞춤인 책 <홈메이드 커피>덕분에 이번에 저렴하게 그리고 손쉽게 집에서 카페모카를 만들어 보았다. 우선 에스프레소를 얻기 위해 모카포트를 구매하고 우유거품을 얻기 위해 프렌치프레스를 샀다. 가격은 그다지 비싸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생각보다 너무 간편하게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를 만들고 프렌치프레스로 데운 우유를 부드럽게 거품을 내서 얹어보니 카페에서 먹던 바로 그 카페모카가 완성되었다. 집에 있던 카라멜소스로 나름 라테아트를 해보려고 했지만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되어버렸다.


​커피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이 책 하나로 카페에서 즐길 수 있는 거의 모든 메뉴를 직접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행복하다. 우선 카페라테 한가지만 도전해 보았지만 이제 하나씩 더 범위를 넓혀갈 수 있을 것이다. 커피 원두에 대한 것에서부터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커피전문점의 커피의 맛과 로스팅까지 다양한 정보가 들어있어 커피매니아라면 당연히 보고 싶은 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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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는 집은 아빠가 다르다 - 대한민국 30만 부모들이 열광한 구근회의 아빠 바로세우기 프로젝트
구근회 지음 / 와이즈베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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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의 부모님들로부터 자식교육에 대해서 배우려 하지 않았고(오히려 부모님들의 방식과는 다르게 하려고 노력했고) 15~6년 전 내가 아이를 낳아서 기를 때 보았던 육아서적은 구닥다리가 되어버렸고 심지어는 몇년전에 보던 책들마저도 이제는 어느 누구도 귀기울여 들어보려 하지 않는 정보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웠놓은 부모들은 육아서적을 점점 멀리하게 된다. 그동안 보았던 육아서적 중 딱 내아이에 맞춤이었던 책도 없었을 뿐더러 책을 읽은 부모만 생각이 며칠 바뀌었다가 다시 제자리 걸음을 했을 뿐 아이는 아이대로 커버렸던 것이다. 


변화가 빠른 시대에 살아서일까? 아이를 키우는 데에 있어서 어느 누구의 말도 정말 옳다고 생각되는 것이 없다는 것은. 아이의 성장을 혹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모들의 안타까움은 그래서 더욱 늘어난다. 그렇지만 내가 만나는 책은 또 하나의 편견일 뿐이고, 그 편견은 다른 책을 만나면서 극복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육아에 대한 많은 편견을 다른 편견을 만날 때 극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되는 집은 아빠가 다르다>는 엄마의 역할을 주로 다루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아빠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저자는 생활습관을 함께 고쳐가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두번이라도 꼭 온가족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밥상머리 교육을 할것과 TV안보기, 신문읽기, 독서하기, 자연속에서 놀기, 그리고 나눔을 실천하는 일을 아빠가 아이와 함께 할 것을 주장한다. 교육이라는 것은 단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다. 아빠는 아이에게 가르쳐주는 존재가 아니라 행동으로 몸소 실천하며 보여주는 존재여야 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아빠들의 부정적인 양육태도는 고쳐야 할 부분이다. "아빠가 몇 번을 얘기했어?" "똑바로 못해?" "너는 왜 늘 그 모양이니?"와 같은 부정적인 말들과 애정을 충분히 표현하지 않는 양육 태도로는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어렵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자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전한 자아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자아상은 '중요한 타인', 즉 부모, 형제자매, 선생님, 친구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부모이다. 그 중에서도 아빠의 역할이 자존감에서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자존감이 높은 아빠는 엄마와 대화할 때도 긍적적이고 안정감을 주는 언어로 한다. 자존감이 높은 아빠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며, 능력보다는 노력을 강조하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양육 태도로 아이들에게도 자존감을 높이는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아빠는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자녀가 고민을 상담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어른인 아버지가 되는 일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아이곁에서 같이 놀고 공부하고 대화를 나눴던 아빠만이 누릴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 답을 얻지 못할 때, 책에서 만난 어느 한 구절이 나를 깨울 수 있고, 그 구절을 나침반 삼아 육아의 망망대해를 건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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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간 열린책들 세계문학 3
알베르 카뮈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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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와의 인연


책을 통해서만 만나는 작가와 독자와의 인연은 독자 혼자만의 느낌이고 생각이겠지만 카뮈와 나와의 만남은 꽤 오래되었다.(ㅎㅎ)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무덥기만 한 여름방학을 나는 <이방인>을 읽으면서 보냈다. 읽고 또 읽어도 이해할 수 없어서 그래서 자꾸 읽었다. 그렇게 5번을 읽고 나서 모르는 채로 독후감을 방학숙제로 제출했고 상을 받았다. 그 독후감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가장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는 장면은 '햇빛 때문에 죽였다'였다. 


한동안 카뮈와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카뮈의 글 말고도 나를 유혹하는 많은 책들과 만나느라 어느 추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카뮈를 다시 만난 것은 어느 날 다시 <이방인>을 읽으면서였다. 40이 넘어서 읽는 <이방인>은 그동안의 삶의 축적에도 불구하고 넘기 힘든 책이었다. 다행히 카뮈와의 인연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시지프의 신화>로 <페스트>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 <최초의 인간>을 읽었다. 


카뮈와 친해진 계기


<최초의 인간>이 이렇게 독자들에게 선을 보이게 된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도 카뮈의 자서전 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글을 읽지 못하여 노벨상을 받은 아들의 작품을 볼 수 없었던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이 있어 더욱 짠한 마음이 일었다. 


최초의 인간은 1914년 한 가족이 낯선 곳으로 이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들은 자크의 부모다. 그 뒤로 40년의 시간이 흘러 자크는 아버지를 찾으러 그곳으로 온다.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던 해 전쟁에서 죽었다. 그는 그동안 아버지 없이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다. 그렇지만 한 선생님 덕분에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아버지의 묘지를 찾아가고, 아버지의 생몰연대 <1885~1914>를 읽고서 마흔 살의 자신과 자신보다 젊었던 29살의 아버지에게 연민을 느낀다. 하지만 결국 그는 그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자크의 아버지에 대해서 말하고자 함이 아니었다. 아버지 없이 혼자서 자랐던 자크가 겪은 고통과 경험을 풀어놓는다. 그는 헐벗은 필요만이 이어 주는 가난한 동네에서, 불구인데다가 무식하기만 한 가족들 속에서, 으르렁대는 젊은 피, 삶에 대한 탐욕스러운 갈망과 사납고 굶주린 지성을 가슴에 품고 아버지도 없이 전해 받은 전통도 없이 살았다. 

 

그는 오랜 세월의 어둠을 뚫고 걸어가는 그 망각의 땅에서 최초의 인간이었던 것이다. 카뮈는 아마 이 작품을 쓰던 때 자신의 생애에서 자기의 좌표를 재검토해보고 자신의 중심으로 접근해가며 마침내 그 중심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한 듯하다. 이 작품은 불행하게도 쓰다 만 노트에 불과하지만 그래서 더욱 카뮈를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그의 다른 작품에서보다 더욱 인간적인 카뮈가 드러나는 이 작품은 나에게는 카뮈와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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