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중독 - 뇌를 자극하는 맛의 역습! 더 이상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다
박용우 지음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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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식은 비만의 원인"이라고 흔히 말한다. 그렇다면 평소보다 적게 먹고 운동하면 누구나 살이 빠질까? 물론 어느 정도 빠지기는 한다. 하지만 또다시 음식에 대한 강한 유혹에 빠져 더 먹게 되고 몸무게는 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 왜 그렇게 되어 버릴까? 어떤 친구는 라면에 피자에 치킨에 끝없이 먹어대는데도 말랐는가 하면,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사람도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이런 우리들의 의문에 대답을 하며 어떻게 하면 음식 중독에서 헤어날 수 있는지 설명해주는 책이 있다. 비만전문의인 저자에 따르면 비만을 설명하는데 세트포인트와 렙틴 저항성에 대한 설명이 빠져있어 제대로 해명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세트포인트란, 비만 연구에서는 '체중의 조절점'을 말한다. 우리 몸은 어느 시점에 자신에게 맞는 체중이 정해지면 항상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체중을 조절한다. 뚱뚱한 사람은 마른 사람에 비해 세트포인트가 높게 잡혀 있을 뿐이다.

배가 고프면 뇌의 시상하부는 '렙틴이 부족하다'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그러면 우리 몸은 식욕이 강해지고 신진대사를 떨어뜨린다. 하지만 음식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렙틴 분비량이 늘어난다. 우리 몸은 쓰고 남은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되며 따라서 렙틴 분비량은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뇌의 시상하부는 '렙틴이 충분하다'라는 신호로 받아들여 갑상선호르몬과 교감신경을 조절해 신진대사 속도를 높이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도록 신호를 보내 음식을 적게 먹도록 만든다. 그렇다면 렙틴 저항성이란 무엇인가? 요즘처럼 우리 몸속에 렙틴 분비량이 넘쳐날 때, 우리 몸은 파리 날리던 음식점에 갑자기 손님들이 몰려온 것처럼 렙틴의 신호를 렙틴 수용체가 받아들이지 못해 렙틴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착각하고, 식사를 해도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고 식욕을 억제하기 힘들다. 몸이 지방을 늘리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렙틴 저항성이라고 한다. 렙틴 저항성이 생기면 체중과 체지방의 균형을 맞추고 있던 세트포인트에 변화가 온다. 먹어도 또 먹고 싶기 때문에 세트포인트가 어느 순간 불쑥 올라가 있다. ​렙틴 저항성을 해결하지 못하고 음식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비만에서 탈출할 수 없다.


저자가 꼽는 음식 중독의 요인에는 1. 만성 스트레스 2. 수면장애 3. 설탕 4. 트랜스 지방 5. 밀가루가 있다.

원시인류는 큰 동물과 맞닥뜨렸을 때가 스트레스 상황이었다. 이때 인간의 몸에는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이것이 올라가야만 혈액 속의 당분과 지방산 농도를 높이고 근육에 혈액이 몰려 평소보다 강한 힘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원시인류와 사는 환경이 너무나 다르다. 현대인은 가만히 앉아 있는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코르티솔은 본능적으로 식욕을 자극하고, 근육 활동으로 에너지를 더 많이 소모하지 않았는데도 당질과 지방 섭취를 부추긴다. 만성 스트레스는 결국 음식 중독으로 이어진다.


예전에 비해 현대인은 잠 또한 부족하다. 잠을 덜 자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 미덕으로 칭송받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수면은 면역 체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면이 부족한 사람이 탄수화물 음식을 찾는 이유는 수면 보족에 빠진 뇌가 회복을 위해 연료로 사용할 포도당을 더 많이 찾기 때문이다.

저자가 음식 중독의 세 번째 요인으로 꼽은 설탕은 사탕수수와 사탕무라는 천연재료로 만들어졌지만 정제 과정에서 천연성분의 99%가 없어진다. 결국에는 영양소는 빠진 채 칼로리만 남아 있는 것이다. 설탕물과 단백질 셰이크를 먹었을 때 혈당의 변화 실험에서 보면 설탕물을 먹었을 때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다가 3시간쯤부터는 처음 수준보다 아래로 떨어지는 반응성 저혈당 상태를 보인다. 결국 3시간 후부터는 배가 고프고 기운이 없고 졸음이 와서 혈당을 높이기 위해 탄수화물 음식을 찾는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요즘 많이 사용되는 액상 과당은 몸속에서 식욕 조절과 체중유지라는 조절 기능을 교란시키는 주범이다.

쾌미 음식의 대표적인 예인 트랜스 지방은 체중을 늘리고, 나쁜 콜레스테롤이 많아지고 좋은 콜레스테롤은 줄어들어 심장병, 중풍 같은 동맥경화성 질환을 일으킨다. 고지방 음식은 도파민 말고도 엔도카나비노이드(endocannabinoid)라는 물질의 분비를 증가시켜 중독 위험성을 높인다. 엔도르핀은 엔도(endo)와 모르핀(morphin)의 합성어로 '몸속에서 분비되는 마약성 진통제'라는 의미이다. 마찬가지로 엔도카나비노이드는 엔도(endo)와 카나비스(cannabis)의 합성어로 카나비스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리화나와 유사한 성분이다. 즉, '몸속에서 분비되는 마리화나 유사 물질'이라는 의미이다. 마리화나를 피우고 나면 음식에 대한 갈망이 아주 커지는데, 엔도카나비노이드는 이것과 비슷하게 강한 식욕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따라서 포화 지방이든 트랜스 지방이든 몸에 나쁜 지방을 먹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하게 생긴다.

단 음식이 먹고 싶을 때, 혹은 기름진 음식이 땅길 때, 우리는 우리 몸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 유혹을 이겨내야 할 지경에 놓여있다. 알아도 견디기 힘든 것이 음식의 유혹인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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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빼빼로가 두려워
박생강 지음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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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부터가 무척 눈길을 끄는 소설이다.

박진규라는 소설가는 어느 날 문득 '생강'이라는 단어에 끌려 '생강'을 필명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런 박생강 작가의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는 어느날 문득 이름을 바꾼 작가의 생각을 따라 읽어야 재미가 느껴질 책이다. 일단 "빼빼로"라고 하는 시중에서 팔고 있는 유명한 상표의 과자를 중요한 소재로 쓴 것과 그것도 하필이면 11월 초에 발간한 것(다들 알다시피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로 많은 연인들이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고백하거나, 확인하고 있다)부터가 독특하다.
게다가 내용은 카페 주인과 연인관계인 한 여성이 심리상담소를 찾아와 자기 애인이 빼빼로를 두려워한다고 고백한다. 일명 '빼빼로 포비아'라는 것이다. 빼빼로가 두려워 마트를 갈 수도 없다는 것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깊이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이 카페에서 일하며 소설을 쓰는 김만철에게로 이어진다. 그가 쓰고 있는 소설 속 이야기와 현실은 서로 엇갈리며 전개되어 이것이 현실인지, 소설 속 이야기인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과연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빼빼로'를 등장시킨 것일까?
그리고 소설 속 카페의 사장은 갑자기 자신이 외계에서 온 인물임을 고백하며 표지 속 그림처럼 몸이 분리되었음에도 살아있게 되는데, 이 외계의 생명은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내가 생각하는 문학은 현실 속 인간이 경험한 일과 갈등, 이념 등을 재현하는 것이다. 물론 문학이라는 장르가 어차피 실제의 세계는 아니지만, 마땅한 개연성의 세계를 그려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내 생각과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는 그런 면에서 딱 맞아떨어지는 조합은 아니었다.
특히 이렇게 현실과는 다른 환상의 세계를 그린 문학들은 환상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개연성을 가지고 독자와 공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상을 다루는 문학은 작가가 원하는 대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점이 많아서 매력적이지만, 문제는 독자를 어떻게 설득하고 이해시켜 작가가 그리는 세계에 몰입하게 하며 공감하게 하는가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나'라는 독자를 설득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책을 오래전에 읽었음에도 어떻게 리뷰를 써야 할지 계속 망설이고만 있었다. 처음에는 쓸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였고, 그 후에는 이 소설을 읽고 시간이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머릿속에서 새롭게 일어나는 사고의 확장이 없어서였다. 결국 작가가 빼빼로를 등장시켜 하고자 한 이야기를 모른 채 나의 독서는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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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 최신 인지심리학이 밝혀낸 성공적인 학습의 과학
헨리 뢰디거 외 지음, 김아영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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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하는 공부, 그렇지만 공부가 쉬웠다고 하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 우리는 사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조금은 낯선 사람처럼 쳐다보기도 한다. '공부가 쉬웠다고? 정말?'

그만큼 공부는 힘들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견디고 참아야 하는 노력도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쉽게 공부하는 방법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처음에 그런 책일 것이라고 잠깐 착각을 했다. 우리나라처럼 공부가 중요한 이슈가 되는 곳에서 나올만한 책이라면 쉬운 공부법이지 않을까, 그래야만 사람들이 좀 사보지 않을까 하는 마케팅이 먼저인 마음에서. 하지만 이 책은 결코 그런 책이 아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부는 역시 쉬운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역시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정석으로 여기고 있는 대부분의  학습방법을 헛수고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교재를 반복해서 읽기, 새로운 지식을 집중적으로 읽기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방법이라고 한다. 특히 완벽하게 익히거나 오래 기억하고자 한다면 이것은 시간 낭비다. 특히 반복 읽기는 근본적인 생각을 완전히 소화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게다가 자기주도적 학습이라는 방법은 잘못되었다고 못을 박는다. 예전부터 내려오는 도제적 학습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체육시간에 8세 아이들이 바구니에 콩주머니 던져 넣기 연습을 했다. 그중 반은 바구니에서 9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주머니를 던지고, 나머지 반은 60센티미터와 12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번갈아 주머니를 던졌다. 12주 후 아이들은 9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콩주머니 던져 넣기 시험을 보았는데, 이 중 월등한 성적을 거둔 아이들은 60센티미터와 120센티미터를 오가며 연습하고 90센티미터에서는 한 번도 연습하지 않은 아이들이었다. 이 연구는 운동 기술의 숙달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그 근본원리가 인지적 학습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60센티미터, 120센티미터 거리에서 번갈아 연습한 것처럼 변화를 준 연습은 지식을 다른 상황으로 옮겨 적용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그리하여 성공에 필요한 다양한 조건과 움직임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학습방법은 무엇일까? 인출 연습이다. 플래시 카드 등을 써서 기억 속에서 사실이나, 개념, 사건을 떠올리는 연습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그리고 시간을 두고 복습하는 것이다.

이 책은 학습자뿐만 아니라 교육자를 배려한 부분의 내용도 많다.

교육자에게 하는 조언은 학습은 원리부터 가르치라는 것이다.

●학습하는 동안 어느 정도의 어려움은 지식을 더 확실히 배우고 잘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떤 지식을 배우기가 쉽다면 그 지식이 깊이 남지 않고 금방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지적 능력이 모두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뭔가를 배우기가 어렵다면 그때 들이는 노력은 뇌를 변화시켜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고 지적 능력을 향상시킨다.

해법을 보기 전에 낯선 문제를 풀어보려고 애쓰는 경우,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학습 내용을 더욱 잘 배울 수 있다.

어떤 영역에서든 탁월한 성과를 거두고 싶다면 현재의 능력 수준을 넘어서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장애물에 부딪히게 된다. 장애물은 그 분야에서 능숙해지기 위해 전략을 조정하는 데 필요한 필수 정보들을 제공할 때가 많다.

아이들은 선생님으로부터 질문을 받으면 노트의 필기를 들여다보려 한다. 선생님은 스스로 생각해보게 유도해야 한다. 우리 뇌는 숲과 같아서 기억은 그 안 어딘가에 있다. 우린 여기 있고, 기억은 저쪽에 있다. 그 기억으로 가는 길을 자주 이용할수록 길이 더 좋아지고, 다음에 그 기억이 필요할 때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트를 보는 순간 그 길을 피해버리는 셈이다. 누군가 길을 알려주면 더 이상 길을 찾아다니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다.

 

길을 찾아가는 데도 내비게이션을 켜고 다니는 현대에 기억은 어쩌면 우리의 뇌의 바깥에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으로 쉽게 찾아 꺼내 쓰면 되는 것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지식으로 우리의 뇌 속에 장기적으로 보관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실용적인 이유에서건, 즐거워서 건.

어쨌든 공부를 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은 달리 뾰족한 수는 없다. 어렵게 기억하려 하고, 자주 꺼내서 맞는지 확인하고(시험 등을 통해) 또 새로운 지식과 기존의 지식을 결합하여 기억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이 책의 원제처럼(Make it stick) 뇌에 달라붙어 언제든지 우리가 꺼내 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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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사생활 - 관계, 기억, 그리고 나를 만드는 시간
데이비드 랜들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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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기억,그리고 나를 만드는 시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하얀 베개 위에 쓰인 <잠의 사생활>이란 글씨가 눈에 확 들어오는 이 책은 일단 표지가 이색적이다. 내용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잘 표현된 표지다.


로이터 통신의 수석기자이며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랜들, 본인의 고약한 잠버릇 때문에 이 책이 나오게 되었다. 잠결에 걷다가 크게 다치고 병원에 갔지만, 속았다는 느낌말고는 얻은 게 없었다.  수면에 대해서 과학이 완전히 알고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알아 본 잠의 세계가 <잠의 사생활>이다.

잠에는 뭔가 중요한 이점이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진화가 일부 동물에게 꼭 잠을 자게 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 책에는 잠에 대한 역사적인 문제도 언급한다.

인간은 예전에는 잠을 나눠서 잤다고 한다. 첫 번째 잠과 두 번째 잠으로.

지금은 물론 그렇지 않지만, 인공조명을 차단하자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평생 몸에 붙여온 수면 습관에서 벗어났다.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에 몸을 뒤척이거나 침대에서 일어나 한 시간 정도 앉아 있다가 다시 잠들었다. 이는 이커치가 역사 기록에서 발견한 첫 번째 잠과 두 번째 잠의 기록과 일치한다. 예전 사람들은 이 시간에 기도를 하거나, 섹스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고 인간의 활동이 늘어난 후, 오히려 잠을 많이 자는 것은 게으름의 상징처럼 되어 버렸다.


하지만 잠을 자는 시간 동안 발전을 한 사람도 있다. 잭 니컬러스(잭 니콜라우스)는 스윙에 문제점이 있었지만, 본인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잠자는 동안 꿈속에서 한 라운드에 자신에게 10타를 더 치게 만드는 문제점을 알아냈다. 그는 꿈에서 본 것처럼 클럽을 다르게 잡았다. 그러자 그는 예전의 스트로크가 살아났고, 브리티시 오픈에서 역사상 최저 타수 중 하나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꿈꾸는 뇌는 그의 부진에 대해 연구하면서 니클러스가 깨어 있을 때 할 수 없는 일을 했다. 폴 매카트니의 '예스터데이'도 스테파니 마이어의 '트와일라잇'도 꿈속에서 얻어낸 영감에 의해 씌여진 것들이다. 꿈을 꾸는 시간은 마음이 자신의 실험실에서 깬 상태에서 경험한 삶의 일부 상황에 대해 다양한 접근 방법과 해결책을 시험하면서 계속 일하는 시간인 것처럼 보이다.


잠이 부족해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 잠이 인간의 목숨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걸프전에서의 잠이 부족했던 미국 군인의 아군 오인 사격, 잠결에 저지른 살인, 스포츠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경기 시각 등은 인간에게 잠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알 수 있다. 조금은 잔인한 이야기지만 생쥐에서 잠을 못 자게 하면 2주 뒤에 죽었다고 한다. 죽은 뒤 해부를 해보면 내부기관은 멀쩡했다고 한다. 결국 잠을 자지 못 해서 죽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저자도 말하듯이 잠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그 기묘함에 우리는 더 불안해질지도 모른다. 몽유병자가 살인을 할 수 있다거나, 중국이 수백만 명이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고 비만과 관련된 수면장애가 생기리라고 예상하는 회사들이 있다거나, 큰 인기를 끈 의약품(수면제)가 사람에게 기억을 하기 어렵게 만듦으로써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도 생각해보지 못 했던 것들이었다. 우리의 삶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은 그 중요성 때문에 오히려 더 알 수 없는 면이 더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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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돌아왔다
티무르 베르메스 지음, 송경은 옮김, 김태권 부록만화 / 마시멜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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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프랑스 정치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말이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딱 맞아떨어진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과거는 계속된다는 말 또한 지금의 우리나라에서는 반복되는 진리가 되고 있다. 그래서 독일의 작가 티무르 베르메스가 쓴 <그가 돌아왔다>는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섬뜩한 느낌을 읽힐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는 사람에게만.


아돌프 히틀러 사진

1930년대 독일,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에 따른 불황과 국민의 44.4%가 실업자이던 암울한 시기에 '우리는 위대한 민족이다'라고 주장하며 사회주의 정책과 배타적이고 강력한 민족주의를 결합한 강령을 설파하며 독일의 총통이 된 히틀러.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독재자라는 이미지와 달리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를 통해 당선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유대인들조차 선거권을 갖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96%의 투표율에 90%의 압도적인 지지로 독일의 지도자가 되었다. 이런 독재자를 선택한 것은 누구였을까?


그가 돌아왔다. 아돌프 히틀러. 그가 2010년대의 독일 한복판에 느닷없이 등장한다.

작가는 왜 그를 굳이 불러내었을까? 인종차별을 노골적으로 주장하였으며, 홀로코스트의 주범이고, 전체주의 사상을 신봉하던 그를 왜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불러낸 이유가 무엇일까?

독일의 상황을 잘 모르기에 우리나라의 상황에 비추어 짐작해 본다. 민주적 방법에 의해 선출된 지도자는 민주주의를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사회는 성과를 강조하다 보니 안전과 인간성은 뒷전에 밀리고 말았다. 제대로 된 비판은 종북좌파라는 낙인이 찍히고 사회는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런 사회는 누가 만들었을까? 지도자일까? 아님 그런 지도자를 선택한 우리들일까?

작가는 히틀러를 불러내어 아직도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히틀러의 생각이 여전히 지금도 먹히는 사회임을 보여준다. 우리의 현재와 같이.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과거는 반복되고 있으며, 당시 괴벨스의 선전 전략에 따라 만들어진 히틀러의 이미지는 지금은 기획사와 방송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히틀러의 등장으로 책에서는 현재의 독일의 대중문화, 정치, 언론, 유대인의 경제 장악 등을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칫 히틀러를 미화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정치를 심하게 비꼰 듯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애매한 지점이 있다. 그렇지만 히틀러의 이상한 생각이 먹히는 사회라는 지점에서는 읽는 이 모두가 섬뜩함을 느낄 것이다. 독재자를 만든 것은 타인이 아닌 우리들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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