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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빼빼로가 두려워
박생강 지음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표지와 제목부터가 무척 눈길을 끄는 소설이다.
박진규라는 소설가는 어느 날 문득 '생강'이라는 단어에 끌려 '생강'을 필명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런 박생강 작가의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는 어느날 문득 이름을 바꾼 작가의 생각을 따라 읽어야 재미가 느껴질 책이다. 일단 "빼빼로"라고 하는 시중에서 팔고 있는 유명한 상표의 과자를 중요한 소재로 쓴 것과 그것도 하필이면 11월 초에 발간한 것(다들 알다시피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로 많은 연인들이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고백하거나, 확인하고 있다)부터가 독특하다.
게다가 내용은 카페 주인과 연인관계인 한 여성이 심리상담소를 찾아와 자기 애인이 빼빼로를 두려워한다고 고백한다. 일명 '빼빼로 포비아'라는 것이다. 빼빼로가 두려워 마트를 갈 수도 없다는 것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깊이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이 카페에서 일하며 소설을 쓰는 김만철에게로 이어진다. 그가 쓰고 있는 소설 속 이야기와 현실은 서로 엇갈리며 전개되어 이것이 현실인지, 소설 속 이야기인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과연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빼빼로'를 등장시킨 것일까?
그리고 소설 속 카페의 사장은 갑자기 자신이 외계에서 온 인물임을 고백하며 표지 속 그림처럼 몸이 분리되었음에도 살아있게 되는데, 이 외계의 생명은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내가 생각하는 문학은 현실 속 인간이 경험한 일과 갈등, 이념 등을 재현하는 것이다. 물론 문학이라는 장르가 어차피 실제의 세계는 아니지만, 마땅한 개연성의 세계를 그려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내 생각과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는 그런 면에서 딱 맞아떨어지는 조합은 아니었다.
특히 이렇게 현실과는 다른 환상의 세계를 그린 문학들은 환상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개연성을 가지고 독자와 공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상을 다루는 문학은 작가가 원하는 대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점이 많아서 매력적이지만, 문제는 독자를 어떻게 설득하고 이해시켜 작가가 그리는 세계에 몰입하게 하며 공감하게 하는가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나'라는 독자를 설득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책을 오래전에 읽었음에도 어떻게 리뷰를 써야 할지 계속 망설이고만 있었다. 처음에는 쓸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였고, 그 후에는 이 소설을 읽고 시간이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머릿속에서 새롭게 일어나는 사고의 확장이 없어서였다. 결국 작가가 빼빼로를 등장시켜 하고자 한 이야기를 모른 채 나의 독서는 끝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