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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사생활 - 관계, 기억, 그리고 나를 만드는 시간
데이비드 랜들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4년 11월
평점 :
'관계,기억,그리고 나를 만드는 시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하얀 베개 위에 쓰인 <잠의 사생활>이란 글씨가 눈에 확 들어오는 이 책은 일단 표지가 이색적이다. 내용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잘 표현된 표지다.
로이터 통신의 수석기자이며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랜들, 본인의 고약한 잠버릇 때문에 이 책이 나오게 되었다. 잠결에 걷다가 크게 다치고 병원에 갔지만, 속았다는 느낌말고는 얻은 게 없었다. 수면에 대해서 과학이 완전히 알고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알아 본 잠의 세계가 <잠의 사생활>이다.
잠에는 뭔가 중요한 이점이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진화가 일부 동물에게 꼭 잠을 자게 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 책에는 잠에 대한 역사적인 문제도 언급한다.
인간은 예전에는 잠을 나눠서 잤다고 한다. 첫 번째 잠과 두 번째 잠으로.
지금은 물론 그렇지 않지만, 인공조명을 차단하자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평생 몸에 붙여온 수면 습관에서 벗어났다.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에 몸을 뒤척이거나 침대에서 일어나 한 시간 정도 앉아 있다가 다시 잠들었다. 이는 이커치가 역사 기록에서 발견한 첫 번째 잠과 두 번째 잠의 기록과 일치한다. 예전 사람들은 이 시간에 기도를 하거나, 섹스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고 인간의 활동이 늘어난 후, 오히려 잠을 많이 자는 것은 게으름의 상징처럼 되어 버렸다.
하지만 잠을 자는 시간 동안 발전을 한 사람도 있다. 잭 니컬러스(잭 니콜라우스)는 스윙에 문제점이 있었지만, 본인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잠자는 동안 꿈속에서 한 라운드에 자신에게 10타를 더 치게 만드는 문제점을 알아냈다. 그는 꿈에서 본 것처럼 클럽을 다르게 잡았다. 그러자 그는 예전의 스트로크가 살아났고, 브리티시 오픈에서 역사상 최저 타수 중 하나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꿈꾸는 뇌는 그의 부진에 대해 연구하면서 니클러스가 깨어 있을 때 할 수 없는 일을 했다. 폴 매카트니의 '예스터데이'도 스테파니 마이어의 '트와일라잇'도 꿈속에서 얻어낸 영감에 의해 씌여진 것들이다. 꿈을 꾸는 시간은 마음이 자신의 실험실에서 깬 상태에서 경험한 삶의 일부 상황에 대해 다양한 접근 방법과 해결책을 시험하면서 계속 일하는 시간인 것처럼 보이다.
잠이 부족해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 잠이 인간의 목숨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걸프전에서의 잠이 부족했던 미국 군인의 아군 오인 사격, 잠결에 저지른 살인, 스포츠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경기 시각 등은 인간에게 잠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알 수 있다. 조금은 잔인한 이야기지만 생쥐에서 잠을 못 자게 하면 2주 뒤에 죽었다고 한다. 죽은 뒤 해부를 해보면 내부기관은 멀쩡했다고 한다. 결국 잠을 자지 못 해서 죽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저자도 말하듯이 잠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그 기묘함에 우리는 더 불안해질지도 모른다. 몽유병자가 살인을 할 수 있다거나, 중국이 수백만 명이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고 비만과 관련된 수면장애가 생기리라고 예상하는 회사들이 있다거나, 큰 인기를 끈 의약품(수면제)가 사람에게 기억을 하기 어렵게 만듦으로써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도 생각해보지 못 했던 것들이었다. 우리의 삶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은 그 중요성 때문에 오히려 더 알 수 없는 면이 더 많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