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서른 산이 필요해 - 여자의 등산은 정복이 아닌 행복이다
이송이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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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달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네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산'하면 난 이 노래가 떠오른다. 산은 나에게 오라고 손짓도 하고 우지마라고 달래주기도 하고 그리고 내려가라고 등떠밀기도 한다. 산을 오르고 또 내려오면서 난 이번 주에도 이 노래를 부르며 산을 가슴에 담아볼 지도 모른다.

   이번 주에 들어서면서 서울도 가을이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다. 저 멀리 산에 보이는 나뭇잎들이 알록달록 변하는 걸 보니 꼭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이번 주말부터 다들 저마다의 이유들을 가지고 산을 오르지 않을까 싶다. 

 작가는 혼자서 혹은 친한 이 몇이서 도시락을 싸고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는 서울 근교의 산을 오른다. 저마다 산을 오르는 이유가 다르겠지만 우리는 산을 오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도피에의 유혹을 뒤로 하고 현실에 발붙이며 택한 곳은 줄기차게 능선을 뻗으며 땅에 꽉 몸 붙이고 앉아있는 이 산들. 둥둥 떠오르려는 내 마음을 산이 지그시 붙잡는다.

 '세상이야 어떻게 돌아가든 이렇게 몇만년 우직하게 땅에 몸붙이고 있는 나를 보라'면서

 작가의 산을 찾는 이유 중 하나이다. 도망치고 싶은 유혹을 꾹꾹 눌러가며 살고 있는 우리들. 도피처럼 주말에 산에 오르며 산에서 배운다.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지친 우리를 안아주는 산처럼 우리 또한 묵묵히 살아볼 것을.  친구와 같이 오르는 산행은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이다. 또한 친구의 넋두리를 들어주며 결코 친구혼자만의 고민이 아닌 나도 그렇게 살고 있노라고 외로워하지 말라고 서로 토닥여주는 시간이다. 혼자 오르는 산행은 시간,동행에 구애받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 재촉하는 사람 없으니 가벼운 외로움과 함께 걷게 되는 길이다. 돈이나 시간을 아끼라는 말은 흔해도 요즘 세상에 말을 아끼라는 소리는 드문데 혼자걷는 산행은 묵언의 수행이다. 묵언하는 것만으로 에너지가 모인다. 오히려 목소리가 소음이 되는 산행.

 머리는 복잡하고 가슴은 두렵더라도 다리는 관계없이 걷는다. 머리가 단순해진다. 가슴도 무던한 다리를 닮아간다. 

 산을 오르는 길은 생각버리기 연습을 하는 시간이 된다.그래서 굳이 정상을 목표로 하지 않아도 좋다. 작가가 추천하는 서울근교의 산들로 간단한 도시락과 삶을 지고 산을 올라보자. 신분증을 맡기고 올라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래서 더욱 오래 보호받아 조용하고 그즈넉한 북악산 성곽길도 걸어보고 운길산 수종사를 오르며 묵언수행도 해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는 산이라는 광교산도 올라보자. 

 산을 오르는 이유만큼 서로 다르게 산에서 얻는 것 또한 다를 것이다. 

 산에 가고 싶어진다. 다행히도 이번 주말 서울 근교의 산은 아니어도 계룡산 산행이 잡혀있다. 오랜만에 대학동기들과 산을 오르기로 했다. 이번 산행은 암투병중인 친구가 대학때 엠티갔던 곳을 한번 가보고 싶다는 바램을 들어주는 산행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산행에서 친구도 나도 좋은 기운을 받아왔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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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앤 더 시티 - 영혼을 흔드는 재즈 뮤지션의 뮤직 트래블 스토리
필 윤.채널T 제작팀 지음 / 마더북스(마더커뮤니케이션)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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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었다. 거리에 부는 바람도 스산하고 마음은 멀리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남들은 다들 산으로 단풍을 보러 떠나지만 이 가을 더욱 쓸쓸함에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재즈를 들으며 책을 읽는다. 재즈 앤 더 시티. 검게 흔들리는 커피 한 잔과 조용히 흐르는 재즈 선율 속에 한 장 한 장 책 속으로 재즈여행을 떠났다. 아마 내가 본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한 티비에서 이 책의 내용처럼 재즈여행기를 방영을 했었나보다. 알지 못해서 보지 못했지만 음악과 함께 하는 멋진 여행이었을 것 같아 살짝 후회가 되기도 한다.

 재즈는 멋있지만 사실 잘 모르는 음악이다. 갈색톤의 바에서 술과 와인 그리고 조금은 늘어진 자세로 색스폰과 트럼펫의 연주를 듣는 그런 장면이 연상되는, 뭔가 분위기있을 듯한 그래서 알고 싶고 즐기고 싶은 그런 음악이었다. 나한테는. 그래봐야 기껏 알고 있는 재즈음악가가 루이 암스트롱정도밖에 없다.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멀게 만 느껴졌던 재즈의 세계로 한 발짝 들어가보기로 했다.

 재즈의 고향이라고 하는 뉴올리언즈에서부터 노예해방후 흑인들의 대이동으로 재즈의 황금기 기회의 땅으로 불렸던 시카고, 재즈의 스승과 제자가 재즈의 미래를 만들고 있는 보스턴, 재즈의 중원의 무림이며 재즈의 모든 것이라고 불리는 뉴욕까지 현재 재즈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필윤의 소개로 재즈여행을 하게 되는 책이다.


재즈는 자유다.

 재즈는 탄생부터 자유를 모태로 한다. 흑인들로부터 생겨난 음악이며 자유를 부르짖던 그들의 영혼과 삶이 녹아있는 음악이다. 그래서 글자도 모르는 그들이 음악으로 대화하듯이 풀어내는 소리이며 우주적인 언어이다. 재즈의 주고받기는 교회에서 성경를 읽을 줄 모르는 흑인들을 위해 목사가 불러주고 이것을 따라하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또한 재즈는 테크닉이 아닌 지적 충실감을 통한 영감을 표현하고 있으며, 임프로비제이션 아트, 즉 실시간 즉흥연주가 창작품이 되는 그런 음악이다. 아무거나 원하는 것은 무엇이라도 연주할 수 있는, 그래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기본이 되고 그것으로 교감하고 대화하는 그런 음악인 것이다. 


재즈에 다가서보자

 재즈의 원류를 알고 나니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며 굳이 지식적 기반이 없어도 용서가 되지 싶다. 책속에 언급되고 있는 음악을 들으면서 한장 한장 여행을 떠나듯 읽다보니 어느 덧 음악과 가까워졌다. 

 한국에서도 재즈페스티벌이 열린다고 한다. 그런데 벌써 기간이 지나버려 내년을 기약할 수 밖에 없겠다. 다행히도 내가 살고 있는 곳 가까운 데서 열리니 편하게 가서 즐길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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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PAGE 정리 기술
다카하시 마사후미 지음, 김정환 옮김 / 김영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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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책상을 정리하고 할 일을 정리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정리를 하고도 맘에 썩 들지는 않는다. 아마도내일 또 정리를 하겠지. 요즈음에는 책을 많이 읽고 있다. 그런데 읽고 나서 독후감이나 서평은 아닐지라도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잘 정리해둬야 하는데 매번 "잘 읽었다,재미있었다."로 끝나고 만다. 이러고 있을 때 ONE PAGE 정리기술을 만났다.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라는 말을 자주 듣거나 스스로 그 점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 업무자료를 만드는 데 시간이 항상 오래 걸리고 자꾸 분량이 방대해질 때, 사물을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데 서툰사람이 이를 해결하고자 할 때 필요한 책이라는 서문의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글씨의 크기도 크고, 책도 얇아서 금방 다 읽을 정도의 분량이면서도 꼭 필요한 부분을 콤팩트하게 정리해 놓은 걸 보니 불필요한 걸 버리고 꼭 필요한 부분만을 말하는 이 책의 주요 내용을 보는 듯 상쾌했다. 오히려 정리기술을 설명하느라 이런 저런 설명을 주절히 주절히 늘어놨더라면 짜증이 날 뻔 했다.

 요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포맷을 따르기만 하면 "네, 이 한 장에 정리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일곱가지 포맷은

1. 3분이면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정리할 수 있다. 사고력과 가설을 세우는 능력을 키우는 "S쪽지"

2. 자투리시간에 완성하는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16분할 메모'

3. 15분에 책 한 권을 정리하는 '킬러 리딩'

4. 방대한 자료를 한장으로 정리하는 '한 장 인수인계 맵'

5. 회의시간을 줄이는 '매핑커뮤니케이션'

6. 기획서,보고서의 논리적 변신 '1,2,3 맵'

7. 설들력 있는 프리젠테이션 '이야기프리젠테이션' 등이다. 

이 그림은 매핑회의 진행을 실제로 보여주는 예이다. 책에는 이용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어서 실제로 사용해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요즘시대는 놀랄만큼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모든 걸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이고 읽어야 할 책들도 너무 많다. 그럴때 이런 정리의 기술을 사용하면 적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많은 양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듯 하다. 가설을 세우고 사물을 범주별로 나눈 다음 각각의 중요도를 결정하고 마지막으로 필요없는 것을 버린다는 간결한 원칙을 가지고 정리를 해보자. 
 우선 이 책에서 제일 필요했던 책 한권을 15분만에 정리하는 기술은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저자에게 묻고 싶은 것,내가 얻고자 하는 것,독서의 목적을 적어놓고 책에서 16개의 키워드를 적는다. 그리고 그 중 제일 중요한 3가지를 추려내고 질문에 대한 답, 즉 메세지를 적는다. 
 이런 방법으로 다른 책을 읽어보았다. 의외로 적용하는 데 어렵지 않았고 책 한권이 한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실용적인 책이었다. 나에게는. 이제 처음 여러가지 중 한가지를 실험해 보았고 이제 다른 정리기술도 하나씩 실천해 보려고 한다. 혹 정리가 안되고 우와좌왕 뒤죽박죽인 것에 짜증나는 분들, 탈출을 원하는 분들은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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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e Same but Different 쌤 쌤 벗 디퍼런트 - 아프리카 감성포토 에세이
박설화 지음 / 롤웍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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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과연 무얼까? 무엇이길래 여행이라는 말만 들어도 설레고 궁금하고 벌써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걸까? 
어느정도 나이가 든 여성이 혼자 3개월을 계획으로 아프리카 종단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가기위해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그 3개월은 6개월로 늘었다. 그 시작도 힘들지만 6개월의 시간을 낯선 땅에서 보낸 여성의 용기가 놀라움부터 느껴진다.
 여행! 여행을 떠나는 이유, 목적은 뭘까?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서 경험하지 못한 그래서 '그 무엇'을 찾으려고 떠난다는 사람도 있고, 나를 만나는 시간이라는 사람도 있다.
 이 박설화라는 (아프리카에서는 사라) 여성은 '떠나는 것은 아까워서 버리지 못했던 헌옷을 과감히 정리하는 것처럼,잡다한 감정들을 청소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여행에서 만나는 예기치 못한 사건들을 접하면서 '하쿠나 마타타'를 외친다. 근심걱정은 잊어버리고 맡겨버리자. 
 우린 이런 저런 이유들로 얽매여 살고 있다.그 속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자유롭고 싶다고 외친다. 이런 게 어쩜 인간의 본연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자유로움. 그래서 우린 여행을 떠나는 걸지도 모른다.자유롭고 싶은 인간본연의 욕망과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것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한다.
 길 위에서 우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행복한가? 아프리카에서 만나는 저들보다 내가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저들은 행복한가? 그렇게 우리는 여행속에서 사색하고 조금씩 커간다.
 이 여행가는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지만 혼자 만들어가는 여정은 아니다. 기대하지 못한 무언가가 여행에서는 존재한다. 마치 보물찾기처럼. 이렇게 인연이 되는 사람들, 장소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이 여행가가 말한 것처럼 진심일지도 모른다. 여행중에 만난 한 사람의 진심으로 코란을 읽게 된 것처럼.


아프리카여행은 유적에 대한 관심이 이끌었다. 나 또한 유물과 유적에 대해 지독한 관심이 많기에 인류문명의 흔적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 이색적인 사진만으로도 좋지만 기회가 되면 아니 꼭 가보고 싶어지는 곳이 되었다.아부심벨.
 우리가 티비나 신문 잡지의 기사들로 알게 된 아프리카는 기아와 전쟁,질병 등 자극적인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이 여행가가 만난 아프리카는 우리와 같다. 그리고 약간 다른다.그래서 Same same but different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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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로다 화연일세 세트 - 전3권
곽의진 지음 / 북치는마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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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품명품"이라는 티비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이 등장하는 소치 허련,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소치의 뒤를 이은 그의 제자들의 작품들까지 우리의 눈길을 끈다. 소치는 그의 작품세계뿐 아니라 그와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이 오히려 더 유명해 그가 더욱 관심이 가는 이유가 되기도 할 것이다.

 이런 소치 허련을 그려낸 소설이 있었다. 문화일보에 연재까지 되었던 곽의진의 소설 <꿈이로다 화연일세>가 그것이다. 

-그림과 글, 그리고 인연-

 허련의 그림에 대한 열정은 진도를 벗어나 초의선사에게 인연이 이어진다. 허련은 초의선사밑에서 글과 그림을 익히며 스승으로서 그리고 인생의 큰 의지처로서 초의선사를 따르게 된다. 타고난 그림솜씨는 당시 최고의 석학이던 추사 김정희에게 인연을 닿게 한다. 허련은 자신의 그림을 한번 초의선사와 친분이 두터운 추사에게 보이기를 원하고 제자를 위해 초의는 그림을 들고 서울로 향한다. 그렇게 인연이 된 추사는 허련에게 "소치"라는 호를 내려주게 된다. 추사로부터 글씨와 그림을 배우는 소치는 아마도 추사와는 다른 한계를 느낀다. 당시 뿐만 아니라 지금도 추사 김정희는 최고의 석학으로 이념에서나 글씨에서나 금석학에서도 더이상 따를 자가 없는 사람으로 태생적 엘리트였다. 그런 추사가 기대하는 것과 소치의 견문부족에서 오는 차이는 소치에게는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소치는 추사의 또다른 제자인 우선에게 질투를 느낀다. 소치는 단지 화객일 뿐 명문대가의 선비화가는 죽었다 깨어나도 될 수 없는 신분적 한계가 있는 것이다. 

-사랑-

 소치는 그림에 대한 사랑, 스승에 대한 사랑, 그리고 여인에 대한 사랑이 많은 사람이었던 듯하다. 그 사랑이 때로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광기처럼 비춰진다해도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 속에서 소치는 그윽한 묵향을 풍기다가도  아주 애로틱한 살내음을 풍기는 사랑을 하기도 한다. 소치의 여자로 나오는 은분은 소치를 향한 강하고 원색적인 사랑으로 운명조차 바뀌는 삶을 살고 있다. 그들의 뜨거운 사랑은 붉은 태양처럼 상처를 남기고 타오르지만 세월의 흐름에서는 저녁놀처럼 저물어 그윽한 빛깔로 남는다.


이 소설의 큰 줄기는 소치의 그림을 있게 한 두 스승, 초의와 추사와의 에피소드와 소치의 사랑이라고 볼 수 있겠다. 두 스승과의 에피소드에는 문자향과 그림이 그득하니 흐르고 여인과의 사랑에서는 살내음이 가득하다. 둘 사이를 넘나드는 글은 이 소설의 경계가 어디에도 없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 


마치 태백산맥을 보는 듯, 혼불을 읽는 듯 걸쭉한 사투리와 음식과 문화의 이야기들은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다만 다소 설명조로 들리는 글들과 두번째 서울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게 되는 지씨부인이 나중에 진도로 내려와 살면서 갑자기 사투리를 쓰는 여인이 되어버리는 것은 이 소설을 읽는 데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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