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랑 세계문학의 숲 32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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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 책의 마지막에 이렇게 쓰고 있다.

 

이것으로 우리 부부의 기록을 끝내겠습니다.이것을 읽고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하는 분은 웃어주십시오.교훈이 된다고 생각하는 분은 본보기로 삼아주시고,나 자신은 나오미에게 홀딱 반해버렸으니까,어떻게 생각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우선 나는 의아함이었다. 독특하게 이쁘다는 것 말고는 다른 매력을 딱히 찾아보기 힘든 아니 오히려 도덕적으로 몰매를 맞아 마땅한 소녀를 사랑해서 15세부터 부인으로 삼아 자신의 이상향으로 키워가고 있는 28세의 찌질한 남자의 성도착적인 사랑이야기였다. 거기에서 나의 궁금증은 커져갔다. 왜 이 책이 그리고 이 작가가 유명한가? 


우선 작가인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무척이나 흥미로운 인물이다. 이 작가의 삶 자체가 그 작가가 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일본의 사소설이 아마도 이런 걸까?) 두번의 부인양도사건,처제와의 사랑 등등 그가 쓴 소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다갔으며 살아있는 동안 노벨상 후보에 여러번 올랐지만 노벨상을 타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설국을 번역한 한 번역가는 그가 1968년까지 살아있었다면 노벨상은 그의 것이었을 거라고 장담을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영화 <링>의 원작자이기도 하고 <남아있는 나날>이란 작품으로 유명한 가지오 이시구로가 인정한 유일한 일본작가이기도 하다. 일명 동양의 D.H 로렌스라 불리기도 하는 이 작가는 자연주의가 전성기이던 일본에서 여성을 찬미하고 숭배하는 관능적이고 변태적인 글을 써서 일본탐미주의의 거장이 된 작가이다.


그는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미에 대한 동경을 충족시켜 줄 하등의 대상을 발견할 수 없어서 서양숭배에 빠졌던 일본에서 태어난 것이 슬펐던 사람이다. 그래서 이 <미친 사랑>에 나오는 나오미라는 여성은 보통 일본인과는 다르게 하얀피부를 가지고 있으며 팔 다리가 길쭉하고 특히 다리가 곧게 빠진 서양냄새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음으로 남자주인공 조지를 바보같은 사랑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악마같은 여성으로 등장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 더우기 아름다움의 대표라고 말할 수 있는 여성의 몸을 사랑하는 것은 도덕과는 거리가 멀다. 미를 극도로 중시하다보니 이 작품에서 도덕을 들이댈만한 여지는 없어보인다. 여성의 아름다움에 빠져 꼼짝도 하지 못하는 남성 조지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며 일본의 나오미즘을 일으켰던 주인공 여성 나오미는 처제라고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의 작가의 삶조차도 소설과 마찬가지로 헛웃음이 나오지만 어떤 잣대를 들이대서 평가해야할지 난감하다.


조지의 독백으로 된 이 소설은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을 대체로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중간중간에 개입해서 '이런 바보같은'이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이 소설을 읽는 나조차조 꼼짝못하게 묶어놓고 읽어갈 수 밖에 없는 어떤 힘이 있었다.


아름다움에는 도덕과 윤리가 접근하지 못는가? 아마 앞으로 머리속에 남아 떠돌아다닐 화두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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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로 돌아갈까? - 두 여성작가가 나눈 7년의 우정
게일 캘드웰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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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1년 반 전에 암을 선고받고 투병 중인. 책을 읽는 내내 그 친구 생각이 났지만 선뜻 전화기의 버튼을 누를 수 없었다. 작년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을 때 같이 있어주곤 했지만, 여행을 가고 싶어해서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서 같이 여행도 갔었지만 하루 하루 시간이 흐르고 내 삶이 여유가 없어지면서 뜸해진 전화통화는 이제 한달에 몇번이 고작이다.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암으로 식도의 일부분까지 잘라내야 했기에 소리지르는 게 좋다고 해서 합창단에 들어갔댄다. 힘들어서 일주일에 한번밖에 외출은 못하지만 스트레스가 날아간다고. 노래 못하는 사람을 받아주는 합창단도 있구나하면서 좋아해주었고 보고싶다는 말로 안녕을 대신했다. 

 

이 책은 나에게 친구 특히 여자인 나의 경우 결혼과 함께 멀어져간 친구와의 우정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다. 보고 싶은 친구들이 떠오르고 당장 만나야겠다는 불끈 솟아오르는 의지도 생겼다. 


작가인 게일 캘드웰은 암으로 죽은 자신의 친구 캐롤라인 냅을 위한,캐롤라인에게 바치는,그녀를 추억하고 애도하는 책을 썼다. 그녀들은 알코올중독이라는 아픈 과거와 개를 사랑한다는 같은 취미로 친구가 된다.그렇지만 게일은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알코올에 얽힌 과거때문에도 서로 친숙해졌지만,우리에게는 더 복잡하고 질긴 공통점이 있었다. 변화능력에 대한 믿음,그러니까 삶은 고되고 때로는 고독하고 힘든 싸움을 치러야 하지만 상처투성이로도 두려움을 뚫고 살아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이러한 믿음으로 둘은 아마 영혼까지도 교류하는 친구사이였나보다.둘은 개를 산책시키면서 보트를 저으면서 삶의 교집합을 키워나간다.둘은 헤어질 때 "Let's take the long way home" 먼길로 돌아서 집에 가자라고 말한다. 연인사이도 그렇지만 친구사이에도 서둘러 헤어지기 않으려고 좀더 오래 같이 있고 싶어서 멀리 돌아서 가는 것이다. 


게일의 친구이며 재능 있는 칼럼니스트이자 천재적인 문장력으로 주목받던 캐롤라인은 2003년 44세를 일기로 폐암으로 사망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던 날,게일은 원고마감일을 지켰다. 강한 척하려던 게 아니라 앞으로 스물네 시간 안에 그녀의 심장이 멈출것이고 그 뒤에는 게일이 무너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게일이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것이 글쓰기라서 그랬으며 아마 그녀도 그러기를 바랐을 것이고, 그녀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게일은 생각한다.

 

게일은 죽음이 이야기의 끝이 아님을 알았다. 죽음이 서로를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거리가 서로를 갈라놓는다. 시공간과 마음의 권태가 인간관계에 있어 더 냉랭한 사형집행인들인 것이다.

 

여자들의 우정을 그린 작품들은 많다. 영화로 나온 것만 봐도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가 있고,우리나라의 영화로는 <써니>가 있다. 미국드라마로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있는 <섹스 앤 더 시티>도 여자들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것들과 함께 이 책 또한 또 하나의 진솔한 여자들의 우정과 친구와의 유대와 그리고 상실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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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교육
로맹 가리 지음, 한선예 옮김 / 책세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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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의 제목이 이래도 괜찮은 걸까? 자칫 유럽의 교육제도에 대해서 써놓았을 것 같아 보이는 (사실 너무나도 당연히) 이 책은 로맹가리의 첫소설이다. 사실 이 제목때문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신문사의 오보도 보인다. 박근혜대통령이 도서전시회에서 정가를 주고 사간 책중 한권이라는 이 책을 한 신문사에서는 '박대통령이 유럽교육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입시위주교육에서 탈피해 끼와 소질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을 전환하기로 한 만큼 유럽의 교육시스템을 통해 우리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해놓기도 했다. 아마 이 기사를 읽은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은 자식을 위해서 얼른 사서 읽어보았을 것이며 깜짝 놀랐을 수도 있겠다.

 

이 책은 독일의 점령하에 놓여있던 폴란드의 빨치산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14살 야네크는 빨치산무리와 합류해서 전쟁을 경험해가면서 1년동안에 '삶의 노인'이 되어버린다.


그는 빨치산 무리속에서 대학생인 도브란스키,타데크 흐무라 그리고 조시아를 만나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인 '유럽의 교육'에 대한 이들의 생각은 각기 다르다.


타데크 흐무라는 도브란스키가 쓰고 있는 책의 제목으로 <유럽의 교육>을 권한다. 그에게 유럽의 교육이란 폭탄, 포로의 총살,짐승처럼 구덩이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자유,ㅡ존엄성,인간으로서의 명예 그 모두가 결국은 사람들로 하여금 목숨을 내놓게 하는 한 편의 동화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이 책에 나오는 빨치산 영웅 나데이다의 신화처럼 헛된 희망을 품고 그 동화같은 희망을 위해 이 숲에서 목숨을 내놓는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러나 도브란스키는 이 시기는 지나갈거고 진실은 역사의 순간속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순간과 같은 시간속에 있기에 절망하지 말고 믿음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은 야네크의 아버지의 말과 비슷하다. 아버지 또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어떤한 상황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고'고 말했으며 야네크는 사실 도브란스키가 퍼트린 나데이다의 신화와 아버지의 말씀으로 희망을 삼고 이 전쟁터에서 견뎌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흐무라의 아버지의 말은 또 다른 입장이다.

'희망없는 싸움,그거 아름답지.하지만 한 종족의 운명은 생존하는 데 있는 것이지 아름답게 죽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이들의 투쟁을 '로빈 후드 놀이 하는 거야 쉽지'하고 평가절하시킨다.  그러면서 그저 마을을 지키며 독일군에게 부역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변명하듯 그러나 흘려들어버릴 수 없는 말을 던진다. 

'그 모든 나라에서 나이든 사람들이 자기 종족을 지키고 있다. 그들이 더 현명해. 중요한 건 살과 피, 땀과 어머니의 품이지. 깃발,국경,정부가 아니야. 명심해라. 시체는 폴란드 찬가를 부를 수 없다.'

그는 그러면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한다.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내가 쉰 살만 젊었더라면 함께 남았을 거라는 거 몰라?'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가 산에서 만난 조시아는 오직 오직 사랑하고 먹고 따뜻하게 지내는 것 뿐다. 그녀는 평화롭게 사랑하는 것, 굶어죽지 않는 것, 얼어죽지 않는 것이 왜 그토록 어려운 것일까?하고 묻는다. 지구는 둥글며 자전한다든가, 맞춤법이 어떻게 된다든가 하는 것 등 제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들을 다 깨우치는 것보다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속에서 야네크의 생각은 어떻게 변해갔을까?  다시 말하면 어떻게 교육되었을까? 

 

야네크에게는 인간 세상이 어떤 거대한 자루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먼 채 꿈만 꾸는 감자들이,자루 속에서 무정형의 덩어리를 이루며 발버둥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인간성이라는 것이었다.

 야네크는 이런 혼란스런 속에서 그들은 우리를 훌륭한 학교에 보냈고,나는 언제나 훌륭한 학생이어어.우리는 유명한 교육을 받은 거야. 그것을 타데크 흐무라는 '유럽의 교육'이라고 불렀어. 그 유럽의 교육이란 바로 그들이 너희 어버지를 쏠 때,또는 너 자신이 뭔가 대단한 명분을 내세워 누군가를 죽일때,또는 네가 죽도록 굶주리고 있을 때, 또는 네가 마을을 파괴하고 있을 때 이루어지는 거야.우리는 훌륭한 학교에 있었더. 우리는 정말 교육되었어.

 

그리고 야네크는 독일군을 죽이러 간다. 어린아이의 천진함을 무기로...

 

추악한 짓을 벌이는 사람은 그들이라는 도브란스키의 말에 야네크는 추악한 짓을 벌이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해왔다고 말한다. 타데크 흐무라가 옳았음을. 유럽에는 가장 오래된 성당들, 가장 오래되고 가장 유명한 대학들, 가장 커다란 도서관들이 있어 거기서 가장 훌륭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공부하기 위해서 세계곳곳에서 사람들이 오지만 그 유명한 유럽의 교육이 가르치는 것은 결국, 자기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사람을 죽이는 데 소용이 될 만한 그럴싸한 이유들과 용기를 찾아내는 법일 뿐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세상-음악과 책,모두를 위한 빵,형제애의 온기,전쟁도 증오도 없는 일과 기쁨안에서 하나가 되는 -을 꿈꾸면서 죽는 도브란스키를 바라보며 야네크는 아버지와도 같은 보호본능이 솟는다.

 

이 일년동안의 전쟁속에서 14살 야네크는 대학생보다도 더 어른이 되어버렸다.  잔인하고 불가해한 세상, 우스꽝스러운 잔가지 하나, 지푸라기 하나를 늘 더 멀리 끌고 가는 것밖에는 생각할 줄 모르는 세상을 보았다. 그리고 이마에 땀을 흘리고 피눈물을 쏟으면서도 늘 더 멀리! 숨을 돌리거나 왜냐고 질문하기 위해 한 번도 멈추는 법 없이 그렇게 개미처럼 전진하는 인간을 깨달았다.

 

로맹가리의 소설은 작품마다 너무나도 독특한 향기와 말투로 나에게 말을 건넨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자기 앞의 생> 그리고 <유럽의 교육>, 이렇게 세권의 책을 보았지만 서로 다른 작가의 글인 것처럼 새로왔다.

 

전쟁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속에서 인간이 행하고 생각하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만나며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아직 어떤 결론도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살아가면서 차차 질문에 대한 답을 발견해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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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중국의 역사
이유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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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을 고를 때는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

너무 어려워서 읽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마치 논문의 수준정도로 되어 있어 여기저기 원문을 그대로 옮겨다놓고 어려운 해석을 해놓아 그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짐작도 가지 않은 적이 있어 책을 읽다가 그만 좌절하여 덮어야만 했다.

혹은 너무 간략하게 되어 있어 읽고 나면 다 아는 내용을 읽었다는 느낌밖에 남는 게 없을 때가 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점은 그저 사실의 나열에만 그쳐서 나중에 "그래서? "라는 질문들만이 남아 책을 읽은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닌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나의 경우 역사책을 고를 때 우선 재미있게 읽혀야 하고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역사책의 깊이정도는 뛰어넘어야 하며 거기에다 저자의 뚜렷한 역사의식이 드러나 읽으면서도 끊임없이 머리속에서 질의와 응답이 일어나며 토론하듯이 읽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읽은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중국의 역사>는 이런 조건을 맘껏 충족시켜준 것 뿐만 아니라 현대의 문제에 까지 역사를 끌어와 이해를 높임과 동시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까지 빠뜨리지 않고 얹어주었다는 것이다.

 

멀리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과거에 대한 기록에 대해 가깝게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나 현재의 관심이나 우리주변의 익숙한 지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런 면에서 이 책은 충분히 흥미를 불러일으킨 뒤에 과거의 역사적 사건속으로 우리를 데려가고 있어 과거가 멀고 어려운 게 아니라 가깝고 쉽게 느껴지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제자백가가운데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고른다면?이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제자백가인 병가,종횡가,법가,도가,유가,묵가를 놓고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전쟁을 더 잘할 수 있을지 궁리한 병가는 일단 제외라고 말하고 여러나라를 오가면 합종과 연횡을 주장하면서 천하의 이합집산을 주도했다는 종횡가도 제외시킨다.가혹한 엄벌주의에 기대고 있는 법가도 평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도가는?자연친화적인 삶의 원리를 알려주는 도가는 평화와 어울리기는 하지만 실제적으로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기 때문에 안되고 유가와 묵가중에 어떤 것이 좋을지 다시 묻는다.유가의 인과 묵가의 겸애 모두 평화가 충만하다. 그렇지만 묵가는 무엇보다도 전쟁에 반대하였으며 전쟁을 일으키려는 나라를 찾아가 여러차례 막았다.특히 묵가는 한나라만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쓰지 않았고 전쟁이 일어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막았다고 한다. 이런 묵가야말로 진정한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자격이 있지 않을까하고 저자는 묻는다.

 

이렇게 이 책은 현재와 과거를 엮는 솜씨도 뛰어나고 어려운 사상을 이해시키는 데도 친절하다. 역사적인 사건인 진시황의 암살과 관련하여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영웅>을 연결시켜주어 더욱 흥미를 유발시키는 점도 그러하고 측천무후의 무자비의 사진과 함께 그 의미를 추측하게 하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점은 역사와 문학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세계를 움직인 베스트셀러였다는 <동방견문록>이 마르코폴로가 직접 쓴 것이 아니라 작가 루스티첼로와의 운명적 만남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그러면서 허풍쟁이라고 알려졌던 마르코 폴로가 정말로 중국에 갔던 걸까?하는 의문을 던진다. 역사의 재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중국의 만리장성이 중국의 고립과 관련있으며 현재의 중국의 인터넷 검열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이 중국에게 어떤 의미인지 앞으로 독이 될지 약이 될지 고민해 보도록 한다.

 

역사는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이기도 하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역사를 올바로 알아야한다. 게다가 중국이 말하는 중국사를 벗어나 우리의 시각으로 중국의 역사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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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튜즈데이 - 한 남자의 운명을 바꾼 골든 리트리버
루이스 카를로스 몬탈반.브렛 위터 지음, 조영학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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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도우미견의 이야기는 간혹 티비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런 방송을 볼 때마다 나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동보다도 왜 더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되는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 역시 그랬다. 이 책의 저자인 몬탈반은 자신의 조국을 수호하고 이라크 민중들에게 자유를 찾아준다는 삶의 목표를 가지고 이라크와 시리아의 국경지대로 파견되었다.그는 희생의 가치를 맹신했다. 세계의 변화를 위해서 누구든 어려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이라크파병은 그런 의미였다. 그렇지만 이라크 전쟁이 그에게 가져다 준 것은 배반과 상처였다. 

 

이라크전쟁이 가진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그는 발견했다.자랑스러움속에 숨겨진 치욕스러운 곳이라는.이라크는

그가 이상을 잃은 곳이며,사랑하는 육군이 전쟁에 중독된 보도매체와 군산복합체 같은 장사치들의 추악한 탐욕에 자신들을 팔아넘긴 곳이었다. 명예와 인격이라고는 전선의 전우들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곳이었다.이라크에서 돌아온 이유는 바로 배신때문이다. 지휘관이 병사를 배신하고 명분을 배신했다. 이라크와 조국에 대한 약속을 배신했다.무능력이 판치고 도덕적 범죄가 횡행했다고 몬탈반은 술회한다.  

 

이렇게 전쟁의 상처를 안고 돌아온 그에게 전쟁의 상처는 사실 전쟁터 밖에서 더 심했다. 정신공황으로 고통받는 병사 상당수가 민간인 사회에 적응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끝내 두번,세번 파병을 반복하는 이유도 바로 그래서다.

 

그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일상생활을 힘들어 하지만 세상은 자기연민으로 허우적거린다고 생각했고, 진짜 사나이라면 그 정도는 헤쳐나와야 한다며 채근했다. 명예전역 직전에 받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 또한 그저 변명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이 책은 몬탈반이 겪은 이라트 전쟁과 그 전쟁으로 얻은 상처의 치유의 이야기이자 고통과 승리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그 상처의 치유와 승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해준 것이 바로 도우미견인 튜즈데이이며 작가와 튜즈데이의 상처를 이겨낸 과정과 믿음을 쌓아가는 이야기다.

 

유대를 만들어 내는 건 결국 사소한 일들이다. 작가가 환각을 느끼고 악몽을 꾸고 편두통에 시달리고 공황발작을 할 때 튜즈데이는 옆을 지키며 의지가 되고 작은 일들을 해결해 주었다. 그 또한 튜즈데이에게 그런 작은 것들로 유대를 만들어 갔다. 그가 절룩이면 곧바로 발바닥에서 돌멩이 조각을 빼주고,궁둥이가 처지면 얼른 안전한 장소를 찾아 쉬게 해주는 일. 테니스공을 던져주고 줄다리기를 하고,털 따위는 아랑곳 않은 채 레슬링도 하고 귀도 물어주는 일들 속에서  "여기 있어요,친구.내가 지켜줄게요."라는 믿음이 둘 사이에 생겨났다.

 

이 이야기는 작게 보면 한 마리의 강아지가 상처받은 한 남자를 구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국가라는 커다란 조직이 만들어 낸 이해할 수 없는 전쟁속에서 상처받은 한 개인이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로부터 배척당하고 더욱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속에서 기껏 기댈 수 있었던 한 작은 시스템이 도우미견이었다는 말일 수도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전쟁은 국가적인 문제이지만 그 전쟁속에서 얻은 상처는 개인의 문제가 되어서 평생 그 트라우마에 갇혀 살게 된다. 그런 개인들의 상처치유에 도우미견이든, 병원이든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며 그 이전에 이런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전쟁에 대한 모든이들의 각성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메세지도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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