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로 돌아갈까? - 두 여성작가가 나눈 7년의 우정
게일 캘드웰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1년 반 전에 암을 선고받고 투병 중인. 책을 읽는 내내 그 친구 생각이 났지만 선뜻 전화기의 버튼을 누를 수 없었다. 작년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을 때 같이 있어주곤 했지만, 여행을 가고 싶어해서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서 같이 여행도 갔었지만 하루 하루 시간이 흐르고 내 삶이 여유가 없어지면서 뜸해진 전화통화는 이제 한달에 몇번이 고작이다.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암으로 식도의 일부분까지 잘라내야 했기에 소리지르는 게 좋다고 해서 합창단에 들어갔댄다. 힘들어서 일주일에 한번밖에 외출은 못하지만 스트레스가 날아간다고. 노래 못하는 사람을 받아주는 합창단도 있구나하면서 좋아해주었고 보고싶다는 말로 안녕을 대신했다. 

 

이 책은 나에게 친구 특히 여자인 나의 경우 결혼과 함께 멀어져간 친구와의 우정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다. 보고 싶은 친구들이 떠오르고 당장 만나야겠다는 불끈 솟아오르는 의지도 생겼다. 


작가인 게일 캘드웰은 암으로 죽은 자신의 친구 캐롤라인 냅을 위한,캐롤라인에게 바치는,그녀를 추억하고 애도하는 책을 썼다. 그녀들은 알코올중독이라는 아픈 과거와 개를 사랑한다는 같은 취미로 친구가 된다.그렇지만 게일은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알코올에 얽힌 과거때문에도 서로 친숙해졌지만,우리에게는 더 복잡하고 질긴 공통점이 있었다. 변화능력에 대한 믿음,그러니까 삶은 고되고 때로는 고독하고 힘든 싸움을 치러야 하지만 상처투성이로도 두려움을 뚫고 살아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이러한 믿음으로 둘은 아마 영혼까지도 교류하는 친구사이였나보다.둘은 개를 산책시키면서 보트를 저으면서 삶의 교집합을 키워나간다.둘은 헤어질 때 "Let's take the long way home" 먼길로 돌아서 집에 가자라고 말한다. 연인사이도 그렇지만 친구사이에도 서둘러 헤어지기 않으려고 좀더 오래 같이 있고 싶어서 멀리 돌아서 가는 것이다. 


게일의 친구이며 재능 있는 칼럼니스트이자 천재적인 문장력으로 주목받던 캐롤라인은 2003년 44세를 일기로 폐암으로 사망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던 날,게일은 원고마감일을 지켰다. 강한 척하려던 게 아니라 앞으로 스물네 시간 안에 그녀의 심장이 멈출것이고 그 뒤에는 게일이 무너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게일이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것이 글쓰기라서 그랬으며 아마 그녀도 그러기를 바랐을 것이고, 그녀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게일은 생각한다.

 

게일은 죽음이 이야기의 끝이 아님을 알았다. 죽음이 서로를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거리가 서로를 갈라놓는다. 시공간과 마음의 권태가 인간관계에 있어 더 냉랭한 사형집행인들인 것이다.

 

여자들의 우정을 그린 작품들은 많다. 영화로 나온 것만 봐도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가 있고,우리나라의 영화로는 <써니>가 있다. 미국드라마로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있는 <섹스 앤 더 시티>도 여자들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것들과 함께 이 책 또한 또 하나의 진솔한 여자들의 우정과 친구와의 유대와 그리고 상실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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