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물방울 모양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몇 년 전 이 작가의 소설 두 권을 재밌게 읽었다.

작가의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책 제목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 기억이 이 책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전작들과 다른 구성과 이야기는 어느 정도 몰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5년 주기와 각각 다른 달인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 5년 주기도 시간 순이 아니라 과거를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그냥 무덤덤하게 따라갔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시간이 나를 흔들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시간이 아니라 나의 과거가 떠올랐다.

그리고 내 주변에 나가세의 친구와 같은 인물이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중학교 동창생인 네 명의 남녀, 나가세, 다카미네, 모리, 시즈쿠.

나가세는 주얼리 다카미네의 보석 리폼 디자이너다.

다카미네는 보석 리폼 회사의 오너이자 주식회사 다카미네의 대표다.

모리는 다른 회사에 다니다 다카미네 빌딩에 입주한 회사 가니 인쇄에서 일했다.

시즈쿠는 같은 빌딩의 고마 공방에서 오랫동안 일했었다.

이 네 명은 다카미네 빌딩의 철거를 앞두고 다시 만났다.

현재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이들의 관계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었는지 말한다.

이 역사를 보여주는 방식이 과거에서 현재로가 아닌 과거에서 더 과거로다.

왜 5년 주기인지, 이 연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그리고 그 시간들 속에 어떤 중요한 일이 있었는지 보여준다.


중년에서 중학교 3학년까지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

이 시간의 흐름 속에 그들의 불안과 인연이 하나씩 드러난다.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는 보석 리폼을 둘러싼 사연들.

부자의 단순한 놀이처럼 다가왔던 사업이 지니고 있는 의미도.

어린 시절부터 친했던 나가세와 다카미네를 둘러싼 오해와 사실 관계.

항상 불안해 보였던 시즈쿠의 가족사와 그녀의 선택.

엘리베이터를 타는 데 두려움을 느끼는 친절한 모리.

시간의 역순으로 흘러가면서 삶에 대한 각자의 변곡점들이 밝혀진다.

현재만 놓고 보면 생각할 수도 없는 일들이지만.

그들의 성장과 불안을 뒤돌아보면서 정면으로 마주한다.


책 속에서 “표지에 뭐가 그려져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란 문장에 놀란다.

특정 작가의 책을 무조건 다 읽기로 하는 나가세의 선택이 나의 행동과 닮았기 때문이다.

책 내용도 모르는 상태에서 읽기 시작한 책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리고 시즈쿠와 그녀의 아버지를 둘러싼 이야기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작가는 이 둘의 관계를 자세하게 그려내지 않지만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했다.

단편적인 사실의 나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 그녀에 대한 오해 금지.

좀더 쉬운 길 대신 자신이 선택한 길에 빨리 뛰어든 시즈쿠.

이것을 보고 ‘시즈쿠는 강한 사람이니까’라는 간단한 결론지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공감할 수밖에 없고, 우리가 쉽게 저지르는 실수들 중 하나다.

이것은 다카미네의 행동을 두고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에 다시 같은 해의 몇 개월 뒤의 일상에서 그들의 현재를 보여준다.

나가세와 시즈쿠 둘만의 손동작과 인정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띄운다.


#인생찬가 #가장다정한재회 #마음을이어주는이야기 #기억은물방울모양 #데라치하루나 #문예춘추사 #김지연 #리뷰어스클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