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배운 삶의 의미
김새별.전애원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9월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도 버거운 세상입니다. 우리는 당장 오늘 할일을 감당하기도 힘이 듭니다. 그래서 때론 좁아진 시야로 인해 어리석은 선택을 내리기도 합니다. 당장 내 눈앞에 닥친 어려움에 매몰되어 한치 앞도 분간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한번쯤은 멀리 내다보는 것이 우리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만 보고 사는 사람이 자신의 인생의 마지막을 들여다본다면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버리게 될까요?

특수청소업체인 바이오해저드에서 유품정리사로 일하고 계신 김새별, 전애원 선생님이 쓰신 책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은 세상을 떠난 이들이 남기고 간 이야기들을 조명하여 큰 화제를 몰고 온 베스트셀러입니다. 이번에 새로운 표지와 함께 개정출간되어 다시 한번 독자들의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책에는 수많은 고인들의 마지막 물품, 장소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서울대 치대생이 남기고 간 기타, 엄마를 살해한 아들이 가지고 있던 장난감 총, 사연이 없다면 각각의 물건들은 중고로써 값어치가 없는 쓰레기들일 뿐이지만 고인의 이야기가 첨가되면 그것들은 모두 하나의 인생이 됩니다.

남은 가족들을 밤잠도 못 이루게 할만큼 괴롭고 슬프게 하는 죽음이 있는가 하면, 가족들도 외면하는 쓸쓸한 죽음도 있습니다. 세상에 사람을 남기고 떠나는 이들도 있지만, 홀몸으로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가버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마지막을 생각해보셨습니까? 여러분의 인생은 다른 이들에게 무엇으로 기억될까요? 여러분의 가족은 여러분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여러분의 오늘은 다른 이들에게 무엇을 남기고 있을까요?

사람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저로 하여금 약간의 공포와 조금의 걱정을 안겨다주었습니다. 죽으면 이 세상에선 그냥 끝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왔지만 우리의 죽음은 우리의 생각보다 많은 것을 남깁니다.

내가 죽으면 직장 동료들은 나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이런 생각을 하니 오늘 하루를 조금 더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대단한 일을 이루었다가 죽은 이의 이야기도 나오고, 대단한 학벌, 대단한 꿈을 가졌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런데 결국 그들 앞에는 죽음이라는 어둠이 드리워졌고 그 후에 남는 것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들과는 조금 다른 것들이었습니다.

유품정리사가 필요한 죽음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하는 병원에서의 사망이나 노환으로 가족들 곁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들과는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제가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 수 있었기에 상당히 밀도 있고 의미있는 독서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하지만 평소 생각하지 못하는 사는 그 이야기,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펼쳐지는 어둡고 습한 이야기를 이제라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이 책,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의 개정판을 꼭 읽어보세요. 내가 보지 못한 그늘진 곳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조금 더 남을 배려하고 섬길 수 있게 된다면 이 책의 값어치는 감히 책의 정가로는 감당할 수 없는 큰 것이 될 것입니다.

날씨가 쌀쌀해집니다. 우리의 주변과 내 마음을 더 깊이 돌아보는 겨울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어둠 속에 부르는 노래

어둠 속에 부르는 노래
최병락 지음 / 두란노 / 2020년 9월

코로나로 인해 전세계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매년 떠나던 해외여행도 가질 못하고, 일적인 만남을 제외한 모든 약속을 캔슬하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갇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사도바울도 수없이 많은 세월을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자유를 박탈당하고, 희망을 잃은 채로 보낸 시간이 꽤나 길었습니다. 그런데 사도바울은 놀랍게도 갇힌 와중에도 성도들에게 희망과 안전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옥중서신 중 하나인 빌립보서에서는 어둠속에서도 성도들이 어떻게 그리스도와 연합할 수 있는지를 상세하게 풀어 설명해주는 놀라운 메시지가 가득합니다. 그리고 쏟아지는 은혜와 부족함이라는 책을 통해 연약한 우리에게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이야기하셨던 최병락 목사님께서 현시국 우리에게 꼭 필요한 빌립보서의 메시지를 가장 섬세하게 풀어 강해해주십니다. 이번에 출간된 신간 어둠 속에 부르는 노래는 바로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혹시 자신의 삶이 감옥에 있는 바울의 삶 같다고 생각합니까? 이 순간에도 하나님은 일하고 계십니다. 돌아가는 길이 지름길이 될 때도 있습니다. 나는 멈추어 있어도 내 안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은 절대로 멈추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에게는 곡선도 직선입니다. 이것이 '도리어'의 역사이고, 기독교의 역사입니다. 그러니 삶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그 순간에도 일하시는 하나님의 '도리어'의 역사를 기대하기 바랍니다." (p.45)

빌립보서와 이 책, 어둠 속에 부르는 노래가 전하는 핵심은 동일합니다. 바로 희망입니다.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릴 때 희망을 갖지 않을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조금 더 가시적인 무언가를 기대하게 됩니다. 좀더 선명한 진보가 있었으면 좋겠고, 좀더 분명한 증거가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내 삶에 1mm라도 무언가 변화의 상태가 감지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둠 속에 있을 때는 그 모든 기대가 싹이 잘리고 베어집니다. 어둠 속에선 그 어떤 기대도 품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보다 내일 더 안 좋아지고, 그 다음날은 더 절망적이 됩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는 어떻게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까? 빌립보서에서 사도 바울이 이야기하는 바는 우리가 멈추어 있을 때도 우리보다 앞서 일하고 계신 하나님을 바라보라는 것입니다.

"형제들아 내가 당한 일이 도리어 복음 전파에 진전이 된 줄을 너희가 알기를 원하노라"

(빌립보서 1장 12절)

코로나는 언제쯤 끝나게 될까요? 한국 교회는 언제쯤 정신차리게 될까요? 내 삶은 언제쯤 나아질 수 있을까요? 어느것 하나도 확실하게 보이는 것은 없고 그저 맥없이 시간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답답하고 막막하고 우울하고 절망적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런 어둠의 시간 위에서 하나님이 일하고 계십니다. 오직 그 사실에만 우리의 희망이 있습니다.

남들보다 뒤쳐졌는데 하나님의 나라에 먼저 도달하고, 넘어지고 깨짐으로써 하나님의 역사에 적절한 사람이 되어갑니다. 뒤로 쳐지고 실패하면서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동역자들이 보이게 됩니다. 하나님의 역사하심은 언제나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고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지만 오직 푯대를 향해 달려간다는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여러분도 오늘 기약없는 전진을 포기하지 않고 계십니까?

그냥 포기해버리고 싶고 주저앉아 버리고 싶은 요즘, 우리를 위해 주어진 책이 있습니다. 바로 빌립보서와 최병락 목사님의 신간 어둠 속에 부르는 노래입니다.

영원히 물러서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어둠 속에서도 마치 빛과 함께 하는 사람처럼 나아가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축복드립니다. 핑계대고 그냥 울어버리고 싶은 모든 크리스천들이 이 책, 어둠 속에 부르는 노래를 읽고 일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의 답답한 오늘이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음을 고백하고 두려움을 딛고 믿음으로 나아가는 우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하나님의 노래를 부릅시다.

본 리뷰는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달콤쌉쌀한 우리의 청춘 사랑에세이 - 그래도, 사랑

그래도, 사랑 - 언젠가 너로 인해 울게 될 것을 알지만
정현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9월

사랑에 관한 에세이 중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수려한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낸 것으로 유명한 정현주 작가님의 그래도, 사랑이 새로운 표지를 입고 개정 출간되었습니다. 이미 오랜기간 검증되고 알려진 베스트셀러라 책을 읽어보진 않았더라도 제목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책입니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집들은 대개 설탕이 투머치하게 포함된 달콤한 에피소드로 가득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당장이라도 연애를 해야할 것 같고, 연애를 안하고 있는 지금이 굉장히 손해보고 있는 시간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구성입니다. 그런데 이 책 그래도, 사랑은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때로는 아쉬움으로 때로는 후회로 남는 순간들까지 가감없이 그려내고 있습니다. 무언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아련한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다보면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물들어 저까지 쓸쓸해지기도 합니다.

이 책에는 두려움을 이기고 한발만 내딛으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문장이었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이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일 것이라고 착각하곤 합니다. 혹은 나에게 정말 딱 맞는 사람을 찾아내는 일일 수도 있구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사랑에 용기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제 사랑엔 용기가 없었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물러서고 때론 다그치고 때론 도망쳤습니다. 이 책 속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통해 저는 지나간 제 모습을 직면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형태는 조금씩 다를지라도 책 속 인물들은 모두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을 닮았습니다. 페이지 바깥에서 객관적으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보니 제가 어떤 모습으로 상대를 대했는지를 좀더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을 배워간다는 것은 곧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으며 행복해하기도 하고, 때론 넘어지고 쓸려 상처가 나기도 하고, 때론 나보다 약한 이를 위해 희생해야 하기도 합니다. 수많은 실패와 실수를 거치며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고, 우리의 사랑은 무르익어갑니다.

가장 사랑했던 것이 가장 큰 아픔이 되고, 가장 아름다웠던 것이 가장 깊은 슬픔이 된다는 사랑의 진리를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젠 저에게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오늘의 우리가 지나간 우리가 되었을 때 우리의 오늘은 어떻게 기억될까?

오늘 우리의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간 에세이처럼 책 속 한 페이지에 기록된다고 생각하니 지금 이순간을 대하는 마음이 조금 달라짐을 느꼈습니다. 조금 더 상대를 위로하고, 조금 더 나를 응원하며, 조금 더 아름다운 순간을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다른 어떤 영화와 책을 읽었을 때보다 더더 사랑하고 싶어졌습니다. 오늘 조금 더 사랑하고 내일 조금 더 아파하며 그렇게 청춘을 기억해나가고 싶습니다.

사랑의 감성이 흐릿해져가는 모든 분들께 이 책 그래도, 사랑을 추천드립니다. 날씨가 조금씩 쌀쌀해지는 요즘 따뜻한 핫팩과 같은 이 책을 통해 마음의 온기와 사랑의 불씨를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본 리뷰는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예수님의 진심

예수님의 진심 - 산상수훈을 통해 듣는
스카이 제서니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0년 9월

스카이 제서니 목사님의 글은 언제나 큰 영감을 줍니다. 특히 세상과 하나님 나라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며 버티고 서 있는 크리스천들에게 우리가 결국 어느 곳에 가게 되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그 어떤 책보다도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해줍니다. 이번에 출간하신 신간, 예수님의 진심에서는 하나님께서 산상수훈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전해주고자 하셨는지를 심도있게 다루신다고 하여 조금의 고민도 없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요지는 하나님의 보물이 세상이 줄 수 있는 그 어떤 보물보다도 훨씬 귀하다는 것이다."

(p.154)

우리는 어떤 사람도 자신의 의로 하나님의 완전하심에 도달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인간 중에 가장 의로운 자도 결코 하나님의 명령을 다 지켜 행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율법주의는 무너지고 오직 믿음으로 우리가 의의길을 걸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때론 우리에게 이런 십자가 진리가 우리의 안이한 생각을 변호하는 핑계로 쓰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전해주시는 설교의 정수인 산상수훈에 대해 깊이 묵상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산상수훈을 읽으며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이 말씀이 우리가 다다를 수 없는 높은 기준을 제시하시고 그냥 믿으라고 주신 말씀일까요? 아니면 정말 우리 삶 가운데 이루어지길 기대하며 하신 말씀일까요?

스카이 제서니 목사님은 우리가 핑계를 멈추고 이제는 진실로 산상수훈을 이뤄가는 삶을 살아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책에서 특별히 자주 다루는 주제는 SNS의 활용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죄성을 강화하고 하나님의 나라로 가는 여정을 회피하기 위해 SNS를 이용하곤 합니다. 이 SNS야 말로 예수님께서 전하신 산상수훈과 정확히 반대가 되는 메시지를 우리 영혼에 심어놓습니다.

팔복에선 무시당하는 사람, 가난한 사람에게 복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특별해지길 원합니다. 조금 더 영향력 있고, 조금 더 강해지고, 조금 더 똑똑해져서 하나님께 쓰임받겠다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

내가 목표로 하는 대학이 수능시험에서 수학과 과학탐구 영역을 반영하겠다고 했는데, 영어와 사회탐구를 공부하며 이것을 알아달라고 요구해봤자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에겐 예수님이 제시하신 길이 있습니다. 가난하고, 애통하고, 온유하고, 의에 굶주리고, 긍휼히 여기고, 마음이 청결하고, 화평케하고, 의를 위해 박해를 받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습니다. 우리 안의 정욕이 원하는 것은 정확히 그것과는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하나의 기준일 뿐이고, 우리는 그것을 이룰 수 없으며, 그냥 믿음으로 구원받자로 돌아서고 맙니다.

여러분은 산상수훈을 읽으며 예수님의 진심에 대해 고민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예수님은 그것들을 정말로 우리에게 원하셨던 걸까요?

스카이 제서니 목사님의 예수님의 진심을 통해 우리 삶에 말 뿐이 아닌 진정한 열매를 맺고자 열심을 내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예수님은 정말 우리의 삶을 위해 이 말씀을 주셨습니다. 여전히 삶이 아닌 머리로만 산상수훈을 받고 있는 모든 크리스천들에게 이 책, 예수님의 진심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오늘 우리의 말이 삶이 되어 하나님의 진심을 받아들이는 놀라운 역사가 있으시길 기도하고 축복드립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알고 싶니 마음, 심리툰

알고 싶니 마음, 심리툰 - 사람 마음이 약으로만 치료 되나요?
팔호광장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20년 10월

현대인들은 누구나 마음의 상처와 질병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인지조차 못한 채 괴로운 나날을 보내기도 합니다. 정신의학과의 문턱이 확 낮아지면 좋겠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정신의학과는 온몸이 포박된 채 헤롱헤롱대거나 곧 죽기 직전의 긴박한 우울증 환자들이나 가는 무시무시한 곳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이들을 위해 정신의학에 대해 캐쥬얼하면서도 핵심을 콕콕 짚어 설명해주는 참 고마운 입문서적이 출간되었습니다. 특히나 이 모든 과정을 만화를 통해 진행해주는 신박한 녀석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팔호광장(필명)님께서 출간하신 알고 싶니 마음, 심리툰은 정신의학의 개념과 용어들을 가장 쉽고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입문서입니다.

책은 심리학과 마음, 뇌, 관계, 정신병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룹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읽어나가야 하는 기승전결을 가진 책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부분들을 언제든 먼저 골라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최근 저를 고민하게 했던 부분은 제 안에 강하게 형성되어 있는 방어기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불안과 걱정에 짓눌려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결정을 유보하고 더 완전한 준비과정을 위해 주저앉아 버리는 제 모습 때문에 스스로 실망하고 낙심했던 순간이 빈번하게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를 지키기 위해 거대한 적과 마주하지 않고 회피하고 외면해버리는 제 모습을 만화를 통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정신의학 서적이 만화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만화는 단순히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해주기 위한 도구로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텍스트로 읽을 때는 이것이 내 이야기 같지가 않고 제3자의 설명을 듣는 느낌으로 멀찌감치 떨어져 방관하는 느낌이었다면, 같은 내용도 시각화된 만화로 보니 머릿 속에 해당 개념이 선명하게 인지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미지화 된 개념은 제 삶과 모습에 적용하는 것이 훨씬 수월했습니다.

전류가 흐르는 바닥과, 전류를 피해다니는 강아지의 그림을 통해 학습된 무기력에 대해서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계속된 어려움과 연속된 고통들로 인해 어느 순간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조차 놓아버리고 다가오는 고난을 그대로 맞이하고 있는 제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였습니다.

정신의학 이야기를 만화를 통해 이미지로 마음에 새기는 과정은 제 자신을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끔 도와주었습니다. 단순히 불안과 두려움, 공포라는 감정이 막연하고 뿌옇게 느껴질 때는 어찌해야할바를 모르고 그저 당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을 이미지화하고 책에서 소개해주는 용어로 이름을 붙이고 정의를 내리니 조금 더 편하게 이 감정들을 다루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정신건강의학에 대해 한걸음 더 깊이 다가가고자 하는 모든 분들께 이 책, 알고 싶니 마음, 심리툰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그저 웹툰을 본다는 느낌으로 한 단어 한 단어, 한 챕터 한 챕터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내 심리와 마음상태에 대한 통찰력있는 이해를 얻어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알고 싶니 마음, 심리툰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는 기회를 꼭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