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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언어 - 삶과 죽음의 사회사
크리스티안 뤼크 지음, 김아영 옮김 / 북라이프 / 2024년 11월
평점 :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마저도 터부시되는 일이 있습니다. 자살이 그러합니다. 어떤 사이트에선 자살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조차 필터링해 버리기도 합니다. 공공연히 입에 올릴 수 없는 그 말, 자살. 그러나 우리 주위엔 너무도 많은 자살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스웨덴 국립 카롤린스카대학의 정신과 의사이자 교수인 크리스티안 뤼크는 자살의 언어라는 책을 통해 자살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을 이끌어 냅니다. 이 책은 자살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개인적인, 또 사회적인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자살을 해체해 갑니다.
이례적인 의학적 안락사가 허용되는 나라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살 자체가 금기시 되지 않는 나라는 없습니다. 현대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어느 시대나 그러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자살한 사람은 홀로 따로 매장해야 했다는 기록이 있기도 합니다.
그리스, 로마, 기독교로 이어지는 서양의 세계관에서 자살은 금기시 되는 것이었습니다. 동양에는 일본의 할복 문화처럼 자살을 명예롭게 보는 경우가 일부 있긴 했지만, 일반적으론 서양의 관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자살에 대한 찬반이 충동하는 지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사회적으론 분명하게 터부시되지만, 한 개인의 결정권 측면에선 존중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명확한 시각의 차이가 자살에 대한 해석을 어렵게 만듭니다.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나누어 본다고 자살에 대한 해석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자살을 의학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시각입니다. 자살까지 가게 만드는 인간의 상태가 치료 가능한 것인지, 어떤 정신 상태를 의학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자살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의학적으로 자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각각의 관점이 무엇을 강조하고 있는지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자살은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입체적인 것이었습니다.
당장 안락사에 대해 찬성하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우리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요? 각자가 자신의 판단대로 답을 하겠지만 그 답이 편향된 기준으로 내린 것이 아니라고 확신하실 수 있습니까?
이 책은 자살은 나쁜 것이며 우리는 모두 살아야 한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상당히 객관적이고 학술적으로 자살을 냉철하게 분석하며 연구하는 책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런 책을 읽으면서도 가족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삶의 희망이 얼마나 필요한지, 우리가 자신을 얼마나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감정에 호소하지 않지만, 책에 소개되는 수많은 자살 사례와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큰 울림이 전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삶에 희망이 없어서, 누군가는 우울증이라는 병 때문에, 누군가는 명예를 위해 자살을 택합니다. 모두 다른 모습이지만, 다양한 모습 속에서 우리는 나름의 교훈과 깨달음을 얻어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자살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계신가요? 크리스티안 뤼크 교수의 신간, 자살의 언어를 통해 막연했던 자살에 대한 선명한 시각을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