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날은 그렇게 왔다 - 나는 중증장애아의 엄마입니다
고경애 지음, 박소영 그림 / 다반 / 2024년 4월
평점 :
인생을 살다보면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아마 그 많은 상황 중 가장 크게 우리를 짓누르는 상황은 내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일 것입니다.
세아이를 키우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고경애 작가님에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감기로 고생하는 아이를 급하게 응급실로 데려갔고 초기 폐렴 진단을 받았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부모에겐 온 세상이 흔들릴만한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의 입원은 길어지고 계속해서 부작용이 생깁니다. 그리고 끝내 아이는 영구적인 장애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순간, 저자의 인생은 아무런 준비 없이 동굴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됩니다.
고경애 작가님의 책, 그날은 그렇게 왔다는 중증 장애아를 키운 부모의 삶을 그려낸 에세이 서적입니다. 제목부터 의미심장합니다. 그날은 그렇게 왔다. 한번도 상상한 적 없는 그날이 그렇게 찾아왔고, 그 삶은 무려 13년을 이어가게 됩니다.
저자의 아들 준영이는 중증 장애아입니다. 몸이 불편한 아이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만 의자에 앉을 수도 없고 몸을 뉘어야만 하는 준영이에겐 휠체어 탑승도 여의치 않습니다. 국내에는 모델을 구할 수도 없어 독일에서 중증 장애아 전용 휠체어를 공수해 와야 할 정도였습니다.
책을 읽으며 미처 생각지 못했던 장애아의 삶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타고 다니는 것 같은 휠체어조차도 장애 정도에 따라 종류가 천차만별이며, 당연히 받을 것 같은 장애연금 조차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독자들도 당황스러울 정도인데 이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직면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복잡하고 어지러울까요? 저자는 불쌍하다는 표현보다는 불편하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렇습니다. 장애아동과 그 부모의 삶은 참 모질게도 불편합니다. 어느것 하나도 쉽게 해결되는 것이 없습니다.
얼마 전 장애인 이동권 문제로 정치권이 한바탕 토론을 벌였습니다. TV에서 보여지는 정치인들의 장애인 이동권 토론은 말그대로 논리 싸움이었습니다. 누가 더 모순 없이 맞는 말을 하는가를 겨루는 바둑 게임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 그려진 장애인 이동권의 문제는 그야말로 생존의 문제였고, 논리가 아닌 철저하게 현실과 맞닿은 본질적 고민이었습니다.
서점을 가면 장애를 다룬 의료인의 책도 있고, 이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책도 있습니다. 이런 책들도 나름의 의미가 있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인, 특히 비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저에게 이 책, 그날은 그렇게 왔다 는 다른 어떤 책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강렬한 감정을 안겨주었습니다. 텍스트에 갇혀 있는 장애가 아니라, 정말 하루하루를 장애와 부딪히며 살아가는 장애아동과 그 부모의 삶을 여실히 그려내기에 이론적 장애가 아닌 실제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서의 장애인의 삶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의 내용을 모두 말할 순 없지만 결국 준영이는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준영이는 떠나며 우리에게 숙제를 안겨 주었습니다. 아직 이 땅엔 수많은 준영이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이 우리로 하여금 우리 주변에 있으나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준영이를 발견하게 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장애아동의 삶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우리는 그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함께 해야 할까요? 이 책, 그날은 그렇게 왔다 가 그 삶에 대한 귀중한 인사이트를 전해줄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주변의 준영이를 알아보는 눈을 갖게 되시길 바랍니다.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모든 분께 이 책, 그날은 그렇게 왔다를 추천해 드립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