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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실행력 -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부터 계속 해내는 법까지
신재현 지음 / 유노북스 / 2026년 8월
평점 :
본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왜 누군가는 새로운 일도 척척 알아서 하는데, 누군가는 시작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숨이 턱하고 막히는 걸까요? 단순히 능력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능력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어떤 저항감 같은 것이 있습니다. 실행을 막는 거센 물살 같은 것이요.
정신건강의학과 신재현 원장님께서 이런 상황을 철저하게 해부한 신간을 출간하였습니다. 책의 제목은 고장 난 실행력 입니다. 시작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정말 공감가는 제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10만큼의 힘을 주면 앞으로 쭉쭉 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는 사람은 30만큼의 힘을 주어도 현상유지를 하는 데 그 힘을 다 써버리곤 합니다.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 채 하루를 허비했지만 얻는 것은 없고 도리어 탈진 상태가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이 책에선 상당히 흥미로운 이론을 제시합니다. 바로 대기모드라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오늘 오후 4시에 미팅이 잡혀 있다면 우리는 그 전까지 다른 스케줄을 진행한 후 그 시간에 맞춰 미팅에 참석하면 될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뇌는 그렇지 않습니다. 4시에 맞춰진 중요한 약속을 수행하기 위해 그 전 시간들을 어영부영 허비해 버리는 것입니다. 4시 약속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하고, 기억하며 애매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 데, 문제는 이 시간 동안 실제 일은 하지 않으면서 황당하게도 뇌는 계속해서 사용 중이라는 겁니다.
이것은 시간 단위가 아니라 날짜 단위, 사건 단위로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어떤 중요한 일을 하기까지 다른 일들을 미루고 있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입니다.
시작을 잘 하는 사람은 뇌의 전환이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그에 비해 시작이 힘든 사람은 뇌의 전환이 느리거나 어려워 특정 행위 전까진 계속해서 미루기를 선택하게 됩니다. 여기서 이 사람은 절대로 게으른 것이 아닙니다. 겉보기엔 게을러 보이지만 실제론 뇌를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고, 불안해 하고 있고, 심지어 지치기까지 합니다.
책을 읽으며 단순히 게으름이라고 딱지 붙였던 저의 모습이 뇌를 비롯해 진화, 환경에 영향을 받아 나타난 복잡한 결과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 무거운 벽을 억지로 밀려고 하지 말고 작은 쪽문을 내어 보라고 권합니다. 살라미 전법이라는 재미있는 표현도 사용되는데요. 행동과 생각, 의지를 아주 잘게 쪼개어 첫 동작을 시행하는 데 드는 저항감도 같이 줄여버리는 것입니다. 별다른 결심 없이도 바로 할 수 있도록 크기 자체를 줄여버리면 물리학적으로 마찰력도 줄어드니 새로운 운동에너지를 만드는 게 훨씬 수월해진다는 논리입니다.
이 책은 의학적이고 이론적인 이야기로만 채워진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보여주며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우리의 정신을 풀어 설명해 주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페이지마다 새로 배워갈 내용이 등장했고, 공감과 위로와 도전을 받으며 챕터를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시작이 어려운 분들, 계속 해내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분들께 이 책, 고장 난 실행력을 추천해 드립니다. 우리의 고장 난 실행력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고, 해법이 있습니다. 이 책은 천천히 읽으며 우리가 어떤 부분을 수정하고, 어떤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세요. 이 한 권의 책이 우리의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켜 세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고장 난 실행력을 꼭 읽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