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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 않지만 사는 데 괜찮습니다 - 소리 없는 세상에서 청각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이금자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6년 4월
평점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참 많은 장애인이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장애인의 경우 이런저런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겉보기에 전혀 티가 나지 않는 장애인도 있습니다. 청각장애가 그러합니다. 모두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우리는 그들이 우리와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얼마나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생각해본 적이 없고, 의식해본 적도 없으니까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퀼트 작가 이금자 선생님은 청각장애인이십니다. 선생님은 자신의 삶을 용광로처럼 녹여 한 권의 책에 담아내셨습니다. 책의 제목은, 들리지 않지만 사는 데 괜찮습니다 입니다.
저자는 평범한 시골 가정의 고명딸로 태어났습니다. 예쁨을 받고 어리광도 부리며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우연히 찾아온 뇌수막염은 한 아이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버립니다. 의사의 오진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고, 청각을 잃게 된 저자는 자신의 장애를 숨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서서히 말도 어눌해지기 시작한 겁니다. 아이들의 따돌림과 폭행, 학업 포기, 오빠의 사망 등 깊은 터널을 걷고 또 걷게 됩니다.
성인이 되어 독립한 후에도 아픔은 계속 됩니다. 스물여섯에 결혼했지만 마흔한 살에 남편을 떠나보냅니다. 남편은 신혼 6개월에 위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끝이 나기는 할까, 신은 도대체 나를 왜 이렇게 대하시나 하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쯤 저자는 퀼트의 길에 들어서게 됩니다. 취미로 돈을 내고 배우던 퀼트가 어느새 직업이 되었고, 아주 작은 희망은 조금씩 커졌으며 결국 우리가 아는 지금의 퀼트 작가 이금자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독자들이 텍스트로 편하게 읽는 이 인생을 실제로 살아낸 저자는, 매순간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까요? 책을 읽으며 그때의 서러움과 억울함, 후회가 느껴져 깊이 몰입이 되었습니다. 우리와 함께 살지만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청각장애인의 삶을 너무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고,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자의 삶은 일반인의 삶보다 분명히 느렸습니다. 어린시절도, 성인이 된 후에도 늘 한걸음씩 느린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포기하기 않았고, 멈추거나 뒤로 걷지 않았으며, 조금씩 나아가 마침내 새로운 세상을 열었습니다. 자족하며 감사하는 법을 배웠고, 부정과 후회를 넘어 여유와 수용을 깨우쳤습니다.
저자의 삶은 그 길을 따르고 있는 어린 청각장애인 뿐 아니라 청각장애의 삶을 모르는 일반인까지 모두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절망 자체가 우리를 죽일 수 없습니다. 우리가 포기한다면 그것은 절망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에 대한 우리의 선택 때문인 것입니다.
후회에 짓눌려 밤잠을 설치는 분들, 어둠에 파묻혀 신세 한탄으로 세월을 보내는 분들, 장애인의 삶을 낯설고 불편하게 바라보는 모든 분들께 이 책, 들리지 않지만 사는 데 괜찮습니다 를 추천해 드립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게 되고, 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터널을 걷고 있는 모든 분들이 이 책을 통해 삶을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