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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오늘을 살아갑니다 - 서른다섯, 눈부신 생의 끝에서 결심한 것들
케이트 보울러 지음, 서지희 옮김 / 북라이프 / 2024년 9월
평점 :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질병처럼 큰 위기를 주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듀크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기독교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케이트 보울러 교수에게도 그런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35세의 젊은 나이에 받게 된 암 4기 판정은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저자의 모든 가치관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으며, 이제 나의 삶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괴롭기만 한 나날이었습니다. 저자는 이 고통의 시간을 지나며 모든 과정을 이 책, 내가 가진 오늘을 살아갑니다 에 담아냈습니다.
크리스천인 저자는 성공과 믿음을 결부시키곤 했습니다. 그런데 인생의 풍요와 번영이 신앙의 결과라고 믿는다면, 인생의 풍파와 고난은 무엇의 결과인 걸까죠? 삶을 대하는 저자의 질문 자체가 위협받고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휴식은 인생의 낭비라고 큰소리치던 워커홀릭에게 그저 흘려보내야 하는 무의미한 시간이 찾아온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요? 저자는 자신에게 찾아온 무의미해 보이는 것들을 해석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됩니다.
두려움은 때론 책보다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두려움을 마주하고, 두려움에 직면하며 삶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를 배워나갑니다.
내 삶을 내 눈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는 너무 좁은 시야에 갇히게 되는 것입니다. 당장 눈 앞의 고난에 짓눌리게 되고, 이 고난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으니 고통스러운 현재가 영원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그런데 내 삶을 위에서 내려다본다면 어떻게 될까요? 삶의 전체를 조망하며, 나를 보게 된다면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요?
저자는 번영신학의 역사에 관한 책을 쓰는데 1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니 인생이 잘 되더라, 이러이러한 풍요로운 역사가 이 땅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하는 이야기를 전하는 데 10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이제 자신의 인생이 단 몇개월도 남지 않은 아이러니한 상황에 부딪힙니다. 내가 알고 있던 지식과 모순되는 현실이 충돌할 때 누군가는 무너지고 절망합니다. 그런데 어떤 누군가는 이를 통해 성장의 기회를 마련합니다.
늙은 아버지의 오랜 세월을 쏟아부은 원고가 끝내 미출간되었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요? 다른 출판사를 찾는다, 더 노력해서 더 좋은 원고를 쓴다, 내 부족함을 탓하고 더 나은 내가 되도록 담금질한다, 모두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중요한 선택지 하나를 놓치고 있습니다. 바로 미완성의 상태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저자에게 삶이란 원인과 결과가 분명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니 축복받더라, 이렇게 하니 성과를 낼 수 있더라, 인풋과 아웃풋이 명확한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했던 똑똑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고통의 시간을 지나며 저자는 이제야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결국 미완의 것입니다. 절대자가 완성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떤 것도 끝마칠 수 없습니다.
미완의 상태를 인정하는 것, 미완의 상태를 즐기는 것, 미완의 상태를 두려워하지 않는 삶이야말로 저자가 고통을 통해 얻어낸 진짜 삶의 열매였습니다.
공식이나 이론, 연구로는 알아낼 수 없는 진리가 있습니다. 답이 없는 세상을 사는 한 인간이 온 몸으로 부딪혀 얻어낸 것은 텍스트로 온전히 담아낼 수 없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고통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모든 분들께 이 책, 내가 가진 오늘을 살아갑니다를 추천해 드립니다. 오늘도 막막한 삶을 향해 두려운 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분들께 이 책의 작은 위로가 되어줄 것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