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이 혈관속에 시내처럼 흘러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삼동(三冬)을 참어온 나는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푸르른 하늘은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 P63
바람이 불어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바람이 부는데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시대(代)를 슬퍼한 일도 없다.바람이 자꼬 부는데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강물이 자꼬 흐르는데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1941.6.2) - P45
무서운 시간(時間)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가랑잎 잎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어 있소.한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나를 부르는 것이오.일을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텐데………나를 부르지 마오.(1941.2.7) - P42
새로운길새로운 길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나의 길 새로운 길문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1938.5.10) - P36
(序詩)"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1941.11.20) - P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