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와 있다 - 기술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바꾸는가
피터 루빈 지음, 이한음 옮김 / 더난출판사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SF 영화의 단골 소재였던 가상 현실(VR)은 더 이상 화면 속에서만 볼 수 있던 환상만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연구실에만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가상현실은 기술의 진화와 더불어 우리네 일상으로 침투하여 대중화의 물꼬를 트고 있습니다.

사실 최근까지만해도 가상현실(VR)이니 증강현실(AR)이니 하는 기술은 커다란 헤드셋을 쓰고, 가상의 공간이나 현실에 가상을 덧댄 3D 오락 게임 정도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시각적으로는 어느 정도 현장감이 있지만, 인간의 오감 특히 촉각에서 오는 몰입감이 크게 떨어져 100% 몰입에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단지 조금 현장감있는 영상 정도라고 할까요....


그러나 오늘 소개해 드리는 <미래는 와 있다>에서는 VR 기술의 최근의 눈부신 성과와 더불어 모든 기존 산업을 뒤엎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360도 시야의 움직임에 따라 그대로 펼쳐지는 현장감과 손이나 몸에 스치거나 부딪히는 그대로의 느낌, 더 나아가 같은 가상 공간을 공유하여 나의 분신인 아바타가 서로를 알아보고, 함께 대화하고, 감정을 나누는 경지에 이르게 되면 영화에서나 본 듯한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한 미래가 더는 미래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

엔터테인먼터 산업? 화면 영상 속으로 들어가 연예인들을 만나고, 그들이 당신이라는 존재를 감지해 반응하기까지 한다면 그 이후에도 영상만 보는 것에 만족할 수 있을까요? 여행 ? 가상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멋진 휴양지를 거니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더 이상 휴가철에 바닷가로 가는 비행기 표를 사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겠죠. 교육? 교실을 벗어나지 않고도, 미술 시간에 학생들을 루브로 박물관까지 데려갈 수 있다면? 부동산 회사를 방문한 고객은 VR을 통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집들을 둘러 볼 수도 있답니다.

<미래는 와 있다>의 저자인 피터 루빈은 세계적 과학기술 잡지인 "와이어드"의 문화 부분 총괄 편집장인 까닭에 앞서 말씀드린 최근 기술이 반영된 수 많은 VR 경험을 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그는 "VR은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그 이상의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이뤄냈으며, 가까운 시기에 그것도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놀라운 VR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단언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VR 경험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바로 현존감(Presence)이라고 하는 뇌의 매커니즘이 그것입니다. 현존감이란 가상으로 겪고 있는 것을 뇌가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몸에 그에 맞게 반응하도록 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뇌가 가상 경험에 속아 그 경험이 실제인양 몸이 반응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VR 헤드셋을 쓰고, 고층건물 옥상의 가장자리에 서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인데 누군가 "한 발 내디뎌보라"고 한다면 과연 선뜻 그렇게 할 수 있을 까요? 이성적으로는 괜찮을 것을 알지만, 뇌의 다른 부분에서는 실제로 까마득한 고층 건물 꼭대기 가장자리에 서 있다고 판단하고 생존을 위해 "절대 그럴 수 없음"을 명령하게 됩니다.

당연히 교감신경계가 발동하고, 심박수가 올라가며, 손바닥에 땀이 날 수도 있겠죠. 바로 이것이 VR경험의 핵심인 현존감이며, 그 중에서도 최근 가장 큰 성장을 거듭한 '촉감현존감(Tactile Presence)' 이야말로 몰입을 강화시키는 중요 변수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따른 한가지 중요한 요소는 바로 "친밀감과 공감" 입니다.

저자는 몰입된 가상세계에서 사람들과의 친밀감과 유대감 그리고 공감을 통해 인간의 상호작용을 새롭게 변화시키며,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제약을 없앰으로써 경험을 선택하는 양상 그리고 우리가 삶을 공유하는 양상까지도 바뀔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열악한 환경의 난민촌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가상현실 경험을 통해 오히려 기존 보다 기부액이 몇 배 더 늘었다거나, 가상공간에서의 만남 클럽을 통해 실제 결혼에 성공한 커플의 사례는 이런 새로운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곧 머지않은 미래에 펼쳐질 전주곡에 불과합니다. 일하고 여가를 즐기고, 감정을 느끼는 방식 그리고 특히 현실 세계에서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친밀감, 신뢰, 사랑, 자신감, 감흥 같은 것을 느낄려면 다른 누군가(상대방) 가 필요했지만, 가상현실(VR)을 통해 우리는 이제 인류 역사상 최초로 그런 느낌들을 혼자서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여전히 인간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가상현실의 기술적인 측면과 더불어 사회학적이고 문화사적인 통찰이 깃든 책이라 평가합니다. 저자의 경험을 빗댄 스토리텔링 식의 전개가 보는 이들에게 재미와 통찰을 한 번에 선사합니다. 많은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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