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아이디어 퍼주는 스푼 시즌 2 : 아이디어 큐레이터가 엄선한 비즈니스에 영감을 주는 제품 이야기 - 아이디어 큐레이터가 엄선한 비즈니스에 영감을 주는 제품 이야기 아이디어 퍼주는 스푼 2
조현경 지음 / 어바웃어북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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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퍼주는 스푼」행복을 부르는 생각 (e-book)




 난 예술을 사랑한다. 문학이 주는 인생의 아름다움이 좋고, 미술이 주는 아름다움의 설레임이 좋다. 또한 음악이 주는 설레임의 인생이 좋다. 이 모든 것들은 곧 감동으로 연결된다. 아마 문학 작품을 읽거나,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음악을 들을 때 감동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다이돌핀이 나오는 게 분명하다. 

 

 다이돌핀이라는 호르몬을 아시는지? 우리가 흔히 아는 엔돌핀이라는 호르몬보다 약 4,000배나 강한 효과를 지닌 호르몬이라고 한다. 주로 감동할 때 뇌에서 분비된다고 하는데, 그 효과가 정말 어마어마해서 암 세포를 이겨버리는 기적도 발생한다고 한다. 정말 나를 단숨에 사로잡아 전신의 액체를 전부 뒤흔드는 감동을 만날 때 내 몸 안에서는 이런 기적이 펼쳐지고 있으니 예술이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예술 작품이 주는 감동 중에는 그 뛰어난 발상이 주는 감동도 빼놓지 않을 수 없는데 그건 비단 예술 작품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가끔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혹은 티비에서라도 눈길을 사로잡는 신기한 물건, 아이디어 상품을 종종 보게 된다. 마치 언 바다를 도끼로 깨는 것처럼 나의 정신을 활성화시키고 개구쟁이 어린 아이처럼 들뜬 마음을 주는 예술적인 상품들. 「아이디어 퍼주는 스푼」은 바로 그런 상품들을 모아놨다.

 

 생각하지 못했던 신기한 제품을 접했을 때 사람들의 마음과 뇌는 활짝 열린다. "와우!"라는 한 마디의 감탄과 함께 말이다.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교수는 "감탄은 인간의 본질적 욕구다. 감탄을 많이 하면 할수록 행복해진다"고 했다. 감탄하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보고, 경험할 수밖에 없다.

P. 5

 

 




 

「아이디어 퍼주는 스푼」은 총 다섯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재밌고 기발한 제품들을 보여준다. 보자마자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디자인,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주는 반전 아이템, 친환경적인 소재로 만들어진 상품, 심금을 울리는 감성 아이템, 입이 떡 벌어지는 하이테크놀러지의 부산물들이 바로 그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 신기하고 기발한 것들이 많아 하나하나 말해줄 수가 없을 정도다. 마치 아이스크림콘처럼 커피를 마신 후 컵을 먹을 수 있는 커피 컵이라던지, 돈을 주면 나무가 열리는 돈 나무 저금통, 먹을 수 있는 요리책, 지나간 길에 하트 무늬를 새기는 자전거 바퀴, 술을 채우면 달이 보이는 달 잔, 울음소리만으로 아이가 왜 우는지 알려주는 '와이 크라이' 같은 상품들이 있다. 

 

 가끔 제대로 흥분한 여자 친구의 쇼핑을 따라다닐 때면 곤혹을 치루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디어 퍼주는 스푼」을 보다보면 나도 바로 그런 흥분을 느낄 수 있다. 남자들도 최신 전자 기기나 신기한 장난감을 보면 참지 못하고 손을 뻗지 않는가. 여기서 소개되는 대부분의 상품들이 디자인 공모전에 당선되거나, 해외에서 판매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직접 구입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아이 쇼핑만으로도 행복한 활력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제품은 없어도 생활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맞는 얘기다. 그러나 그렇게 치자면 사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제품이 몇 가지나 있겠는가?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불편한 점을 개선해 주는 이런 제품들이 많이 나올수록 문명도 발전한다. 주방 일을 하면서도 기분 좋게 해주는 제품, 보는 것만으로 즐겁지 않은가?

P. 317

 

 



 예전에 아는 지인의 과제를 도와주기 위해 디자인 관련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거기서는 놀랍게도 거리의 디자인이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의 서울이 얼마나 거리 디자인에 옹색했는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디자인에 소홀했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삶에 필요한 필수적인 도구만을 지향하며, 디자인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다양한 생각과 기발한 발상, 그리고 작은 행복감의 문을 닫아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인간이 닿을 수 있는 생각의 멋, 기능의 아름다움은 그만큼 큰 만족도를 줬다. 아이디어는 사소한 것부터 시작되듯이 우리의 삶도 사소한 아이디어부터 예술적인 행복이 시작되지 않을까.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마주하고 있는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반면 얼굴을 마주하고 상대방의 표정과 감정을 읽으며 대화하는 시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더 많아졌는데, 외로움의 깊이는 더 깊어졌다. 수화기 건녀편에 있는 사람을 직접 안고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헉비는 커뮤니케이션을 더 풍부하게 해주는 도구로, 기술 발달로 멀어져버린 정서적인 거리 좁히는데 기여할 수 있는 제품이다. 

P.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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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인생을 바꾸는 기적의 블로그
남시언 지음 / 마음세상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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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생을 바꾸는 기적의 블로그」나를 위한 최고의 무대 (e-book)

 

 

 

 블로그도 참 오랫동안 해왔다. 지금 이 블로그 배고픈 골방은, 만들고 운영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미 6~7년 전부터 여러 블로그를 운영하다 폐쇄했다를 반복하고 있다. 배고픈 골방이야 오래갈 거라 생각하지만 사람 일이 어디 예상대로 되겠는가. 블로그를 하다 보면 문득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되니 흥미도 같이 잃게 된다. 내가 관심을 두지 않는 주제의 블로그나, 수익만을 생각한 블로그를 운영했다는 점도 실패의 큰 원인이다. 

 

 어차피 방문자도 적고, 수익도 낼 수 없다면 내가 좋아하는 주제로 블로그를 만들어보자 해서 탄생한 게 바로 이 블로그 배고픈 골방이다. 그렇게 실패를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블로그를 만들고 글을 쓰는 건, 블로그가 나를 위한 매력적인 무대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인 이력서와 자격증이 난무하는 시대에 나를 남들과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무대를 가지는 일은 쉽사리 포기할 수 없다. 무엇보다 내가 이야기할 수 있고 그걸 들어줄 사람이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진다는 건 더없이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인생을 바꾸는 기적의 블로그」는 이처럼 블로그가 삶의 보람이 될 수 있음을 깨닫기에 좋은 책이다. 단순 집에서 가끔 즐기는 취미 활동으로 끝나지 않고 내 인생의 기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의 콘텐츠가 되리란 걸 확인시켜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왜 블로그를 해야 하며, 블로그를 통해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다. 이 책은 블로그를 통해서 당신의 인생을 바꾸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또한, 블로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무엇인지를 조언해줄 것이다. 기존과는 다르게 블로그에 관한 고정관념을 없애고, 당신을 블로그의 세계로 초대할 것이다. '블로그 만들기' 같은 방법론이 아니라, 블로그에 대한 흥미를 돋우고, 블로그를 열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입하는 과정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함으로써 블로그를 권유할 것이다.

 P. 8

 



 돈, 명성, 명예, 권력, 지식, 정보, 지혜, 일반상식, 자신의 이름으로 된 브랜드, 자신의 책, 글쓰기 실력, 말하기 실력, 어휘력, 마케팅의 기본적인 키워드 조건, 소통하는 방법, 공유의 중요성, 새로운 인맥, 각종 상품, 취업 담보, 노후 담보, 희망, 강연 기회, 인터뷰 기회,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 즐거움, 홀가분함, 만족감, 행복, 웃음, 스트레스 해소, 일상, 기록, 추억

 

 이 많은 것들이 「인생을 바꾸는 기적의 블로그」에서 이야기하는 블로그를 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 중 절반만 믿더라도 당장 블로그를 시작하기 충분한 내용이다. 블로그를 그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왜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블로그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어떻게 하면 흥미를 잃지 않고 좋은 블로그를 지속해서 운영해나갈 수 있을지 조언을 해준다. 

 프로필에 작성해야 될 내용이나, 블로그 이름 짓기, 블로그의 뒤태를 꾸미는 방법, 콘텐츠를 생성하고 유통하는 노하우 등이 바로 그것이다. 

 

 뭐든지 복잡하고 다양한 시대에 '나'라는 브랜드를 어필하기란 쉽지 않다. 이력서 한 장 안에 아무리 깔끔하게 닦고 정리해도 나를 전부 표현하기는 거의 불가능이다. 그런 면에 비해 블로그는 나를 나타내고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한 최고의 무대나 다름없다. 내가 지난날까지 살아온 인생이나, 어떤 주제에 열정을 가지고 노력을 쏟아넣는지, 나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표현할 수 있다. 「인생을 바꾸는 기적의 블로그」는 나를 투영할 수 있는 진실한 블로그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억지로 만들어낸 주제는 결국에는 흥미를 잃게 하고 블로그를 지속할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방해요인이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로 시작하라. 일상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독특한 이야기다. 당신의 삶, 당신의 경험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최고로 희귀한 것이며,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P.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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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지 말아요 - 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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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잘 있지 말아요」독자가 완성하는 연애담, 그것의 전달

 

 

 

 아무리 유익한 책이라도 그 반은 독자가 만든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문학자 볼테르가 한 말이다. 엄마의 배에서 탄생한 아이가 사회로 나아가며 하나의 인간으로 완성되듯이, 책 또한 작가의 손에서 태어나 독자에게 맞닿을 때 완성된다. 똑같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독자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읽혀질 수 있다.

 어떤 사랑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추악하고 더러운 불륜 이야기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아름답고 절실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1권의 책이 10명에게 읽힌다면 10권의 책이 완성되는 것이다. 

 

 「잘 있지 말아요」는 37권의 연애담이 정여울이라는 1명의 사람을 거쳐가며 완성된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이제는 불멸의 고전이 된 소설부터 시작해서 영화,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매체로 뻗어나가며 사람들을 뒤흔들어놓은 사랑 이야기들이다. 이미 누군가에게 완성된 이야기를 전달받아 다시 한 번 나에게로 완성시키는 벅찬 감성을 담은 책, 「잘 있지 말아요」다.

 

 여기 내가 사랑하는 사랑 이야기들을 모았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은 어떤 기계장치로도 지울 수 없는 메모리와 같아서,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주 작은 기억의 촉매만으로도 환하게 되살아난다. 이 사랑 이야기들은 수없이 영화나 연극이나 뮤지컬로 리메이크되었지만, 시대가 변할수록 더욱 새로운 울림으로 되살아난다. 

P.18

 

 



 

 등단한 작가와 하지 못한 작가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바로 문체, 문장력이다. 허를 찌르는 묘사나 기발한 표현은 그들만의 전유물처럼 따라 잡기 어려운 부분이다. 수 년간 갈고 닦은 그들만의 문체 역시 고유하고 유일한 영역이어서 함부로 넘어갈 수 없다. 책이란 문체가 생각보다 꽤나 중요하다. 

 문체는 말할 때의 말투와 비슷하다. 아마 느낀적이 있을테지만 똑같은 이야기라도 누가 얘기하냐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느낌이 매우 다르다. 어떤 얘기를 해도 재밌는 말투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떤 얘기를 해도 재미없는 말투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등단한 작가들은 바로 그런 면에서 스페셜 리스트다. 똑같은 이야기를 재밌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  그래서 책, 특히 서사를 가진 책을 고를 때 등단한 작가와 그렇지 못한 작가를 차별하는 편이다. 

 

「잘 있지 말아요」프롤로그를 읽다 말고 프로필을 살펴봤다. 정여울이 어떤 작품으로 언제 등단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프로필 어디를 찾아봐도, 인터넷창을 열어 아무리 검색해봐도 그녀의 등단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 그녀는 등단하지 않은 작가였지만, 명백히 자신만의 문체를 구축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문장력을 가진 작가였다. 

 그녀의 문체는 약간 감상적이고 힘이 실린 느낌이 들긴 했지만, 시공간을 초월한 가치를 지닌 연애담들을 전달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문체였다. 지금 자신이 지니고 있는 감성, 이야기가 품고 있는 감동, 독자 마음에 스며들게 할 수 있는 표현들을 충분히 글로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위험한 관계」 의 진정한 매력은 오직 편지로만 이루어진 서간체 소설이라는 것, 나아가 프랑스 혁명 직전 파리 사교계의 방탕과 타락을 목격한 군인 출신의 작가 라클로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오직 편지로만 전해지는 등장인물의 욕망과 갈등은 편지를 쓰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의 은밀한 소통을 엿보는 비밀스런 쾌감을 선사해준다. 아무에게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전하는 편지를 중간에 가로채어 몰래 펴본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수신자에게 천연덕스레 전달해주는 듯한 야릇한 쾌감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다.

P. 133

 

 






 

 

 그녀의 그 탄탄한 문장력으로 전달하려는 것은 사랑의 다양한 속성 중 하나, 처절함이라 느껴진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이 사랑에는 숨이 끊어질 듯 사랑하면서도 '잘 있지 말아요'라고 속삭이는 반어적인 성질, 처절하리만큼 가슴을 옥죄는 속성이 있다. 태어나 사랑 한번 안 해본 사람이 없듯, 누군가가 오늘도 울고 아파할 사랑이 떠나간 밤에 위로가 되어줄 처절한 연애담을 들려준다. 

 마치 벼랑 끝에 내몰린 것처럼 아슬아슬한 사랑 이야기들은 촛불이 꺼지기 전에 가장 큰 빛을 내듯이 더 아름답고 눈물겹다. 그게 우리의 마음에 어떻게 와닿을지는 모르겠지만 정여울이 전달하려는 완성된 연애담들은 분명 혼자가 쓸쓸한 밤에 어울리는 한 권의 책이다.

 

 사랑에는 도통 자신이 없지만, 세상의 모든 사랑 이야기에 늘 마음이 끌리는 나는 이 책을 쓰는 내내 허허벌판에 내던져져 헤매다가 뜻밖의 아름다운 꽃들을 발견하고, 길을 잃은 사실도 잊어버린 채 그 모든 이름 모를 꽃들로 소담스러운 꽃다발을 만들어 독자들에게 선물하는 느낌이다. 내가 아끼는 사랑 이야기들로 한 올 한 올 엮어 만든 이 마음의 꽃다발이 여러분의 가슴속에 조금이라도 온기를 불어넣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당신의 가슴속에 오직 사랑만을 위해 비워둔 마암의 빈자리가 남아 있기를.

_ 뒷날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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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융합 콘서트 - 급변하는 세상을 꿰뚫어보는 힘
최재천 외 지음 / 엘도라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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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창의융합 콘서트」창의융합이란 게 대체 뭐야? 

 

 


 

 「창의융합 콘서트」첫 페이지를 읽자마자 반발심이 끓어올랐다. 말투는 조곤조곤 하지만 마치 멱살을 잡고 창의융합이 아니면 안 된다고 협박을 받는 것 같았다. 급변하는 세상에 대한 불안을 지적하더니 그것을 꿰뚫어볼 수 있는 힘은 '융합'이라고 단정지어 버렸다. 개인적인 교양이나 인성, 소양, 감성, 지식, 지혜, 자본 등 셀 수도 없을만큼 다양한 미래의 방향을 전부 제쳐 두고 말이다. 

 기분이 나빠졌다. 창의융합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던 나로서는 앞날이라곤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않은, 시대에 뒤떨어진 낙오자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세상에는 직장인만 있는 게 아니고, 창의성을 발휘해서 새로운 트랜드를 이끌어나갈 선구자만 있는 게 아니잖아. 다가 올 카드값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결혼이 코앞인데 전세냐 월세냐를 고민하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내일 한 끼가 곤란한 사람도 있어. 이렇게 마음 속으로 아우성을 쳤다. '창의융합'이라는 게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생각할 수 있을만큼 우리 생활에 가까운 것일까?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변화에 어떠게 대응해야 하는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고 천천히 적응해나가기에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1년 후, 5년 후, 10년 후에는 세상이 또 어떻게 바뀔지 두려울 지경입니다.

 급변하는 세상을 꿰뚫어볼 수 있는 힘은 '융합'에서 나옵니다.

P. 6

 



 「창의융합 콘서트」는 '창의융합'을 주장하고 이끌어나가는 각기 계층의 전문가 12명의 강의를 모아놓은 책이다. 기술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인문을 소홀히 하지 않는 좋은 뜻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강연 주제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나와 동떨어져 있어 일방향으로만 흐르는 지식을 지양하고, 연사와 청중 사이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유도하는 '담론의 장'을 마련한다는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책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연사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현장감을 가질 수 있도록 편집했으며, 책의 장점 역시 보충해 놓았으니 연사와 1 대 1로 대화한다는 기분으로 읽어주길 바란다고 한다. 

 아, 그게 과연 잘될까? 하고 생각했는데 이부분만큼은 인정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 큼직큼직한 글씨에, 강연 그대로의 말투를 옮겨 온 대화체가 가독성을 높여줬다. 본문 곳곳에 삽입된 삽화나 그림, 사진 등은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도왔고, 무엇보다 강의 내용부터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창의융합'대해 보다 쉽게 전달하고자하는 친절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 속 역할은 나의 또 다른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다리 밑으로 떨어지는 자동차 안에 갇힌 꼬마를 스파이더맨이 구하는 장면이 나와요. 떨어지고 있는 차를 붙잡아놓긴 했지만 아이가 차 밖으로 올라와줘야 구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아이는 힘에 부쳐서 포기하려고 합니다. 그냥 놔두면 차와 함께 떨어지고 말 거예요. 그러자 스파이더맨이 마스크를 벗어 꼬마한테 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마스크를 써. 그럼 넌 더 강해질 거야!"

 결국 마스크를 쓴 꼬마는 힘을 내서 올라와 구출됩니다. 영화의 한 장면이긴 하지만 현실에서도 똑같은 것 같아요.

P. 135

 


 강의 내용은 주로 연사들의 경험과 사례, 에피소드 등을 통해 '창의융합'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전달하고 있다. IQ 테스트에서 2, 3등 밑으로 떨어진 적도 없고, 일도 제일 죽어라 열심히 하는 대한민국이 왜 10년 넘게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허우적 거리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기도 하고, 남자는 과거에 목표를 가지고 수렵 활동을 했기 때문에 쇼핑 시간이 짧고, 여자는 집 주변에서 견과류나 채소 등을 채집했기 때문에 쇼핑 시간이 긴 것이다 라는 재미있는 진화론 관점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사과 수확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엄청난 태풍을 맞아 90%가 떨어진 상황에서, '초속 80미터가 넘는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라고 하며 '합격사과'라는 이름으로 10배의 가격에 판 기발한 발상. "저는 맹인입니다. 도와주세요."라고 쓰여진 팻말을 "아름다운 날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걸 볼 수가 없습니다."라는 팻말로 바꾼 것만으로 깡통에 동전과 지폐가 꽉 차게 되는 감동적인 시각 차이. 우리가 접했을 때 내 안에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파격적인 이야기까지 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한 장면이다. 엄마, 아빠, 꼬마, 세 식구가 유태인 수용소에 들어간다. 겁에 질려 있던 꼬마에게 아빠는 지금부터 게임을 시작하는 거라고 달래준다. 줄을 잘 서면 이기는 게임, 작업을 잘 하면 이기는 게임, 그리고 게임을 잘하면 나중에 탱크를 타고 집에 간다고 말한다. 

 언제 누가 죽어나갈지 모르는 극한의 상황, 인생의 가장 처절한 한 부분을 목격하는 와중에도 꼬마는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이유 하나로 희망을 가진다. 아마 '창의융합'이란 것도 그런 게 아닐까?  

 

 '데드 스페이스 2'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유혈이 낭자하는 굉장히 잔인한 게임이에요. (…)

  "며칠 전 '데드 스페이스 2'를 구입했는데 조종할 수가 없네요. 캐릭터를 움직일 수가 없어요."

 그러자 댓글이 올라왔어요. 마우스로 조종하면 되는데 뭐가 문제냐는 거죠. 그가 이렇게 답합니다.

  "전 장애인이거든요. 손을 쓸 수가 없어요."

 순간 게시판에 있던 사람들이 너무 궁금해진 거예요. 손을 쓸 수 없으면 어떻게 조종하느냐고 댓글이 주르륵 달립니다.

  "저는 머리로 조종하거든요."

 게시판이 난리가 났죠. 머리로 어떻게 조종하지? 마우스로 조종해야 하는데,. 알고보니 그는 선천적으로 뇌성마비였어요. 팔다리fmf 쓸 수가 없는 사람이었죠. 움직일 수 있는 곳은 머리와 턱뿐이었던 거예요. 그동안은 컴퓨터를 개조해 턱을 이용한 인터페이스 장치로 게임을 즐겼는데 '데드 스페이스 2'는 그게 잘 안 먹혔던 거죠. 게시판이 후끈 달아오르니 게임 개발사도 자초지종을 알게 됐겠죠. 이후 개발사측에서 그를 위한 컨트롤 패치를 만들어요. (…)

 생각해보세요. 현실에서 그는 남의 도움 없이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에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죠. 그러나 게임 속 세상에서만큼은 전장을 누비며 인류를 구원하는 영웅이 돼요. 한편으로는 그저 잔인하고 반사회적이며, 아이들한테 나쁜 영향만 끼칠 것 같은 게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살아가는 데 '희망'이 되기도 합니다.

 P.144




 '창의융합'이란 것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재밌고, 기발한 발상의 무엇들이 담겨 있으며, 지루하거나 익숙하지 않고, 새롭거나 낯선 즐거움이 가득 차 있다. 기술과 인문, 게임과 디자인, 디지털과 아날로그. 마치 출발을 잘하는 마라토너와 도착을 잘하는 마라토너가 만난 것처럼, 발단이 좋은 작가와 결말이 좋은 작가가 만난 것처럼 이것들은 창의적인 생각으로 기술적인 융합을 흥미롭게 이끌어내고 있다. 

 결코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마침내 소통을 하듯이, 기술과 인문의 만남은 막혀있는 배수관이 뚫린 것처럼 시원스럽고 기분 좋은 융합이다. '창의융합'을 전부 이해하고 앞으로 그것을 이끌어나갈 선구자가 되진 못할지라도, 즐겁고 재밌는 하나의 소통이라는 것만으로 귀중한 만남이었다.

 첫 페이지를 읽으며 상했던 기분은 이미 다 풀렸다.

 

width="560" height="349" src="http://www.youtube.com/embed/BHPDxY-CcRo" frameborder="0" allowfullscreen="" title="동영상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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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독서의 계절인 5가지 이유

 

 

 

 바야흐로 독서를 하기도 좋고 권하기도 좋은 가을이 다가왔다. 이때만큼은 아무리 독서를 권한다한들 위화감도 없으며 상대방에게 전하는 설득력 또한 최고조로 높아있는 계절! 평소 마음 속에 찜해두었던 친구들에게 독서를 통한 소통을 강조하며 발벗고 독서 친구 늘리기 작전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매년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의문 하나가 또 다시 생각났으니, 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지?

 

 아마 많은 분들이 한번쯤은 머리 속에 스쳐 지나간 생각이지만, 그저 낙엽처럼 스쳐지나감을 즐기기만 하고 깊이 고민하지 않았을터. 개인적인 호기심과 많은 애독가, 그리고 예비 애독가 분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 이유를 몇 가지 찾아보았다. 군시절 치워야했던 낙엽보다 많은 숫자의 웹페이지를 탐색하며 정보를 모았지만 국회전자도서관에 비치 돼 있는 남태우 님의 '왜 가을이 독서 계절인가' 라는 제목의 학술기사 하나에 미치지 못했다. 

 그리하여 말머리에 달아놓는다. 아래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 5가지 이유 대부분의 내용은 남태우 님의 '왜 가을이 독서 계절인가' 학술기사에서 발췌했음을 알려드린다. 내용도 그다지 길지 않고 어려운 용어도 많지 않으니 독서의 계절에 더욱 관심이 있으신 분은 아래의 링크를 타고 들어가 읽어보길 바란다. 단, 회원가입을 해야한다.

 

남태우 님의 '왜 가을이 독서 계절인가'

 

1. 첫 번째, 춥지도 덥지도 않은 바로 그 날씨! 

 


 

 가을이 독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많은 요소들이 있었지만 아마 가장 친숙하고 다가가기 쉬운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가을은 주로 선선한 날씨로, 덥지 않고 춥지 않아 불쾌감을 느끼지 않으며 몸이 둔해질 일도 없는 날씨다. 이에 옛 당 · 송 8대가 중 한 사람인 당나라의 대문호 한유(768~824)는 아들에게 책읽기를 권장하려고 지은 시 '부독서성남'에서 등화가친 또는 신량등화라는 표현을 한다.

 

바야흐로 가을, 장마도 걷히고 

마을과 들판에 서늘한 바람

이제 등불을 가까이할 수 있으니

책을 펴 보는 것도 좋으리

 

 신량등화란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처음 생길 무렵에 등불 밑에서 글읽기가 좋다는 뜻이고 등화가친이란 서늘한 가을밤은 등불을 가까이 하여 글 읽기에 좋다는, 결국은 똑같은 말이다. 

 여기에 독립 운동가였던 안재홍도 '독서개진론'이라는 글에서 한 마디 덧붙이신다.

 

 단풍이 어느덧 무르녹아 달 밝고 서리 찬 밤 울어예는 기러기도 오늘 내일에 볼 것이다. 독서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지금이야 실내에서 어느정도 에어컨이나 질 좋은 난방 시설이 보편화 돼 있어서 날씨에 큰 어려움을 느끼는 이는 적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가까웠던 조선 시대조차도 여름에는 끈적끈적한 땀을 닦아내며 한 손에는 부채를 들고 한 손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읽지 않았을까? 겨울에는 또 어떠했으랴. 목장갑이라도 끼고 읽지 않는다면 책을 다 읽고 손에서 놓기 전에 내 손이 먼저 삶을 놓아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을은 실외에서나 실내에서나 마음 놓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최적의 자연적 조건이 성립됐을터! 그리하여 예로부터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봄은? 이라는 생각을 가지시는 분들은 세 번째 이유에서 봄은 안 돼! 라는 답을 내려줄테니 조금 기다려주시라.

 

 여기에 조금 과학적인 이유도 있다. 가을은 일반적으로 통상 기온이 18~20도 사이고, 습도는 40~60% 정도로 쾌적한 조건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태양에서 오는 가시광선 중 파장이 짧은 파란색이 더 많이 전달돼 하늘이 더 파랗게 보이는 등 여러가지 자연적 조건이 인간에게 독서를 통한 사색과 명상을 유도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태양 너란 녀석...

 

 결국 우리가 가을에 독서 본능을 느끼는 이유는 태양 그녀석의 의도라고 볼 수 있다는 게 바로 첫 번째 이유다. 일 년 내내 책 한 권 안 읽던 인간들에게 지금이라도 읽어라 하며 "옛다." 하며 던져주는 선물 같은 계절이 아닐까? 더구나 가을엔 연휴도 많다! (추석, 개천절, 한글날, 내 생일 등등)

 

 

2. 두 번째 이유, 추수와 함께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계절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농업 사회였기 때문에 추수라는 일 년 최대의 이벤트에 생활 패턴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추수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가지는 '추석'이 민족 최대의 명절이겠는가. 현대인들도 바쁜 건 마찬가지겠지만 그 시절 씨를 뿌리는 봄과 작물을 가꾸는 여름의 농번기 바쁨에 비할 수 있을까?

 

 그에 비하면 가을은 수확을 앞둔 들판의 곡식만큼 마음도 여유도 풍성한 시기인 것이다. 마치 창고에 곡식을 차곡차곡 쌓아놓듯이 머릿속에 지식을 담아두기에도 적절한 시기로 가을을 생각했다는 이야기! 보릿고개를 넘어가며 내일 먹을 거리를 걱정할 때 읽는 책보다 배부르고 안락한 시간에 읽는 책이 더 눈에 잘 들어오지 않겠수? 그것이 바로 두 번째 이유다.

 

 

3. 세 번째 이유, 쓸쓸한 가을 감성은 책 읽기에 최적화 된 감성!

 

 

 

 이건 참 독특하면서도 과학적이고 설득력도 있으며 기분도 나쁜 그런 이유다. 우리 몸에는 '행복 호르몬' 이라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이라는 호르몬이 있는데 이게 참 신기하게도 가을이 되면 고향집에라도 들르는 건지 분비가 적어진다는 말씀! 이 '세로토닌' 님의 분비가 적어지면 고독함을 느끼면서도 차분해져 독서를 하기에 좋은 신체적 조건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이게 바로 봄이 아닌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 최대의 이유이기도 하다. 만물이 생장하며 내 마음마저 신숭생숭하게 팽창하여 여자 친구도 없는데 공원을 설레발치며 돌아다니는 봄은 독서와 어울리지 않는다. 가을! 오직 가을만이, 그  쓸쓸하고 외롭고 고독한 그 가을이 바로 독서의 최적의 시기! 여자 친구만큼은 안 되지만 책장에서 시무룩하게 남은 겨울을 바라보고 있는 책 한 권이 우리의 마음을 채워 줄 수 있을 것이다! 

 

4. 네 번째 이유, 출판계와 조선총독부의 농간? 

 

 


 

 나는 웬만해서는 베스트 셀러를 읽지 않는다.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베스트 셀러의 대부분은 출판사의 상술이 가득 담겼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좋은 책은 가을날 갈대밭의 갈대처럼 많은데 굳이 그들의 농간에 놀아나며 읽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사실 우리나라 출판계는 그다지 밝고 희망찬 곳이 아니다. 

 최근 베스트셀러 사재기를 통한 순위 조작이 논란이 되며 소설가 황석영 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일이 벌어져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황석영 씨는 자신의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가 사재기를 통해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절판을 선언했었다. 

 이렇게 믿지 못할 상술로 독자에게 다가오는 출판사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작품이 바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표어라는 게 바로 네 번째 이유다. 

 

 이것 또한 굉장히 신빙성 있는 이야기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왔다는 사실을 위에 언급한 이유들로 대변했지만 이상하게도 가을은 출판계의 비수기라는 것이다.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가을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출판계에서 퍼트린 소문이 바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이야기.

 

 나는 대한출판문화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가을의 도서 판매량에 대해 알아보고 가을에 도서 판매량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출판통계에는 상반기 출판통계와 전체 출판통계의 자료만 올라와 있어서 가을이라 볼 수 있는 9~11월의 출판통계를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탭에서 본 1986~1991년도의 신문 기사를 통해 가을에 도서 판매량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정도로 판매량이 떨어진다면 출판계가 단합하여 가을을 독서의 계절로 몰고 갔다는 설도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마치 빼빼로 데이나,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가 생겨난 것처럼.

 그렇다해도 그게 독서의 계절이 가을이 된 주된 이유가 될 순 없었겠지만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까?

 

 여기에 또 기분 나쁜 이유가 하나 등장한다. 독서의 계절을 가을로 칭한 데에는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가 실시한 문화통치의 한 일환이라는 설이다. 2006년 9월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에 실린 '왜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가' 라는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을과 독서를 연관 짓는 문장은 1920년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에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특히, 1925년 10월 30일자 <조선일보>에는 가을을 '독서의 계절'로 정의했고, '도서관주간'을 맞아 경성부립도서관과 조선총독부도서관이 무료공개 행사를 한다는 내용의 기사도 실려있다. 당시 출판되는 책들 대부분이 다 일본어 서적인 상황에서 독서는 조선인을 일본말과 일본문화에 동화시키기 좋은 문화적 도구였다는 주장이다.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확실히 기분 나쁜 이유임은 분명하다. 

 

 

5. 다섯 번째 이유, 가을은 책이 탄생하는 계절.

 

 

 

 다섯 번째 이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이유다. 죽간은 105년 중국의 채륜이 종이를 발명하기 전까지 동양에서 쓰인 주된 책의 재질이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대나무를 활용해서 만들어 글을 적은 것이 바로 죽간인데, 이 대나무가 봄에 죽순이 나서 그것이 재질로 활용되기 전까지는 가을까지 기다려야 했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죽간이 만들어 지는 계절은 가을이라는 것!

 지금이야 서점에 가면 널리고 널린 게 책이지만 예전에는 구하기 힘들었던 고급 아이템(?)이었던만큼, 가을이 되면 그 보급이 좀 더 활성화 된다는 관점에서 가을은 책 읽기에 좋은 계절이라고 칭하지 않았을까? 

 

 

마치며... 독서의 이유는 많다

 

 

 

 이렇게 지금까지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 된 이유, 원인에 대해 살펴봤다. 다섯 가지 모두 신빙성 있는 이야기며 여태껏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이야기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굳이 이런 이유를 찾지 않더라도, 또한 가을이 되지 않더라도 책을 읽을 이유는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책을 읽기엔 충분하지 않은가. 

 BC 1000년경 고대 그리스의 도시 테베에 있었던 도서관에는 이런 현판이 달려있었다고 한다. '영혼을 치유하는 곳'

 상처 받지 않을 영혼이 없고,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는 사회가 없는 인생에서 책이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이유불문으로 읽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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