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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옆집에서 살기 - 우리 가족의 행복한 독서 성장기
박은진.박진형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독서 에세이/서평]「도서관 옆집에서 살기」우리 가족을 위한 최고의 투자

「도서관 옆집에서 살기」를 보면 글 쓰는 게 참 쉬워 보인다. 비하의 뜻이 담긴 게 아니다. 쉬운 글이 좋은 글이다. 그만큼 이 책은 솔직하고, 쉽고, 편하게 쓰였다. 전혀 불편함 없이, 막힘 없이 쭉쭉 읽어 나갈 수 있다. 어렵게 쓰는 건 쉽지만 쉽게 쓰는 건 어려운 법이다. 글을 쓰자, 라고 의식하는 순간 몸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을 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글은 무거워진다. 겉멋 부리지 말고 욕심 내지 않는 게 글쓰기의 기본이기도 하다.
SBS에서 진행 중인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를 보면 박진영 심사위원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참가자들에게 기존의 기성 가수 흉내 내지 말고 겉멋 부리지 말고 본인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라고 한다. 공감 버튼이 있으면 눌러 주고 싶었다. 글도 마찬가지다. 본인의 글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글을 흉내 내려 하는 사람이 많다. 그 사람들이 나쁜 건 아니다. 그렇게 정형화된 교육을 받아 왔으니 모범 답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어본 사람은 다르다. 「도서관 옆집에서 살기」를 쓴 부부는 작가이기 전에 도서관 옆집에서 살던 독서 좋아하는 부부였기 때문에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감각적으로 깨닫고 있다. 도서관에서 흡수한 좋은 글을 그대로 그들의 책에 배출해내고 있는 것이다.
도서관 대출코너 앞에 적혀 있는 문구가 마음에 와 닿는다.
'가치를 대여하고 배려를 반납하는 곳.'
아이 역시 가치를 배우고 배려를 실천하는 모습으로 자라나길 바라며 오늘도 함께 도서관에 간다.
P. 253
「도서관 옆집에서 살기」는 지금 집을 투기의 목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엄마, 아빠에게 경종을 울린다. 학군이 좋은 곳, 집값이 오를만한 곳을 찾는 이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도서관 옆집에서 사는 기회가 어떤 이익을 낳는지, 최고의 투자란 어떤 것인지 알려주고 있다. 이사할 때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는지 없는지의 유무로 이사갈 곳을 정한다는 개념은 꽤 생소하지만 도서관 공화국이라 불리우는 미국의 경우에는 꽤 흔한 일이다. 도서관 근처에 살고 싶어서 이사 가는 경우도 종종 있을 뿐더러 도서관과 멀어지고 싶지 않아서 이사를 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심지어 마을 조성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도서관의 위치를 정한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도서관이 삶이 한 부분이고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도서관 옆집에서 살기」는 두 아이를 위해 도서관 옆으로 이사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내용부터 이사를 간 후에 벌어지는 시행착오와 완벽한 북밀리(book family)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이 자세하게 나와있다. 특히 아이들을 위해 선택한 도서관 옆집행인데 아이들이 도서관에 가기 싫어하는 전개는 무척 재밌고 흥미로운 부분이다.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책을 강요할 때 벌어지는 일반적인 현상이고 가장 큰 실수이기 때문에 이 장면은 의미가 있다. 마치 만화 영화에서 주인공이 악당과 맞서 싸우다가 처음에는 위기를 맞게 되는 장면을 보는 것처럼 조마조마하다. 아! 융자를 갚으려면 아직 몇십 년이나 더 남았는데 아이가 도서관 옆집인 걸 싫어한다니!
책은 분명 좋다. 그러나 부모가 책을 좋아한다고, 혹은 책이 중요하다고 아이에게 책을 억지로 읽게 한다면 그때부터 아이의 불행은 시작된다. 흥미도, 관심도 없는 책 읽기를 강요당하면 오히려 반발심만 생겨 책을 더 멀리하게 된다. 도서관 옆집에서 살면서 가장 우선해야 할 건 도서관이란 공간에 대해 익숙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절대 책이 우선이 아니다. 도서관이 우리 집 거실처럼, 화장실처럼 자연스러워야 한다. 도서관은 그만큼 우리 삶의 곁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편안해야 한다.
P. 55
책은 엄마의 시점과 아빠의 시점 두 가지가 번갈아 가며 나온다. 둘이 의견이 대립되어 서로의 입장을 글로 쓰는 걸 보는 것도 무척 재밌는 볼거리 중 하나다. 그렇지만 이들 부부는 항상 도서관에 밝은 미래가 있다는 점에서는 의견을 같이 한다. 지식 습득의 의미보다 글을 읽고 행간의 의미를 파악할 때 몸안에서 이루어지는 그 멋진 화학작용을 알고 있다. 도서관이 가족의 구심점이 되어 서로 소통한다는 일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말하고 있다. 책은 개인적인 행위이기도 하지만 공동체적인 행위로도 으뜸이기 때문에 이런 소통이 가능하다. 이들 부부는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옳다는 걸 알고 있고 그 믿음에서 나오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나와 가족을 위한 최고의 투자가 도서관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동안 음식이 '맛있다'거나 '짜다'라는 말 외에는 별 이야기가 없었는데, 이제는 식탁에서 나누는 이야기가 풍성해지기 시작했다. 한겨울이 지나 봄바람이 불고 꽃망울이 터지듯이 침묵의 식탁에서는 대회의 꼬칭 피어나고 있었다. 서로 간에 이것저것 묻고 말하기 시작했다. 공통의 화제는 바로 책이었다.
P. 160
이 두 녀석들은 분명 나보다는 오랜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도서관에서 함께하는 시간도 많을 것이다. 형제가 공통의 취미와 여가를 갖는다면 참 좋겠다. 책 읽기, 글쓰기, 여행 같은 것들 말이다. 그래서 오랜 세월이 지나 내가 없더라도,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아빠가 두 녀석에게 준 가장 값진 선물이란 걸 먼 훗날 알아준다면 그 이상 기쁠 게 없을 것 같다.
P. 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