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 - 속도에서 깊이로 이끄는 슬로 리딩의 힘
이토 우지다카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자기계발/서평]「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기적의 독서법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 - 
이토 우지다카 지음, 이수경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노벨상 수상자를 무려 81명을 배출한 미국의 명문 대학 중 하나인 시카고대학교가 사실은 3류 똥통 학교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이 대학은 일명 '시카고플랜'을 시행하면서 명문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시카고플랜이란 고전 100권 읽기 제도다. 5대 총장 로버트 허친스가 1929년 5대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적용한 제도다. "100권을 읽지 않으면 졸업을 시키지 않겠다", 이 말이 노벨상 수상자 81명을 만들었다. 이와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학교가 있다. 세인트존스대학교다. 여기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도 없다. 전공도 없고 교양 수업도 없다. 오로지 고전 100권을 읽으며 토론하는 것이 수업의 전부다.


 이런 사례는 중국에도 있다. 중국 최고의 명문 칭화 대학의 학생들도 100권의 동서양 고전을 읽는다. 칭화 대학은 고전 읽기를 시작한 다음부터 중국대학 종합 평가에서 베이징 대학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칭화 대학을 다니며 고전을 읽었던 학생 중에는 중국 최고 지도자가 된 사람도 있다. 중국의 주석 후진타오다.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은 일본판 고전 읽기 수업의 훌륭한 예를 보여주는 책이다. 일본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 「은수저」만을 교재로 사용해서 수업을 진행했는데 은수저 수업 3기에 해당하는 1968년 졸업생은 사립학교 사상 최초 도쿄 대학 최다 합격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고전의 힘은 이다지도 대단한 걸까?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수업을 하는 선생이 있다면 반응이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난리 중의 난리가 났을 것이다. 한창 수능 공부를 할 시기에 무슨 쓸데없는 짓을 하냐고 원성이 빗발칠 것이다. 수능 공부에 따라가는 게 속도를 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빠르기를 바라는 세상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속도와 깊이, 무엇이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단어 속에는 넓은 공간이 있습니다. 단어 하나를 철저하게 이해하면 역사 · 문화 · 사회 · 전통 등 다방면에서 지식의 폭이 얼마든지 넓어집니다. 속독으로는 습득할 수 없는 그 폭을 여유 있게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P. 122 


 책은 은수저 수업을 시행했던 하시모토 선생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천천히 흘러간다. 그 구성과 전개는 정말 놀라울 정도다. 이 책은 자기계발 도서로 분류되어 있지만 인문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독자의 지루함과 싸우는 게 중요한 해결과제였는데, 이 책에서는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 스토리텔링이 훌륭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책을 읽을 때는 소설인지 자기계발서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검색을 해봤을 정도로 스토리텔링이 잘 돼 있다. 전혀 겉멋 부리지 않은 솔직하고 담백한 문체가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리기도 하다. 


 '빠름'이 시대적인 가치가 되어 습관처럼 몸에 베어버린 요즘이라도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을 읽다보면 그 '천천히' 속도에 맞춰가게 된다. 빠르지 않으면 뒤처지는 세상을 여유롭게 비웃는다. 애당초 독서는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한 역할이 1순위라고 생각한다. 정보 수집의 기능으로 꼽히는 속독의 방법은 어불성설이나 다름없다. 정보 수집은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깊이의 중요성을 인지시키면서 고전을 강요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자칫 '깊게 읽기'를 고전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강박에 흡수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억지로 붙들고 있는 고전은 고문이나 다름없다. 하시모토 선생은 무엇보다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는 걸 우선으로 했다. 요즘 독서 교육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책과 놀기'를 훌륭하게 보여준다. 「은수저」에서 주인공이 막과자를 먹으면 학생들에게 막과자를 나눠주고 맛을 보게 한다. 연을 날리면 학생들도 연을 직접 만들어 날려보기도 한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 단어에 대해 알려주고 밖에 나가 그 단어와 연관되는 물건을 찾아본다. 주인공에게 편지를 써보기도 하고 이야기의 내용을 바꿔보기도 한다. 수업이 재미있지 않을 수가 없다. 얼마나 재밌었으면 전학 간 학생이 수업을 그리워하며 편지로 수업 내용을 물어보며 따라가기도 한다. 

 천천히 깊게 읽는 방법은 재밌다. 학습에도 최고의 효율을 보여준다. 대체 왜 우리는 이런 수업이나 방식을 놔두고 그저 빠르게 달려나가는 수업만 하고 있을까? 은수저 학생들을 만든 기적의 교실처럼 대한민국에서도 하루빨리 '기적의 교실'이 나오길 바라겠다. 이 책은 그 기적에 조그마한 일조를 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당장 도움이 되는 것은 곧바로 쓸모없어집니다. 그런 것을 가르칠 마음은 없습니다. 무엇이든 좋습니다.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낀 것에서 마음이 동하여 스스로 깊이 파내려 가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내 수업에서 힌트만 찾으면 됩니다……. 이 인쇄물에 정답을 쓰기를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 순간 여러분에게 떠오른 진심이나 글을 남기면 됩니다. 그렇게 스스로 찾아낸 것은 여러분의 평생 재산이 됩니다. 언젠가는 알게 될 겁니다."

P. 132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 - 
이토 우지다카 지음, 이수경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