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열쇠가 숨어 있는 우리말의 비밀
이승헌 지음 / 한문화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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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열쇠가 숨어있는 우리말의 비밀」얼빠진 세상에 대한 우리말의 해답

 

 퀴즈를 내볼까? '얼굴' '어린이' '어른' '어르신' '좋다' '나쁘다'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리랑'. 이 단어들의 뜻을 아는가? 장난하냐고? 아니아니, 질문이 조금 잘못된 거 같다. 이 단어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 하지만 그 뜻의 유래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어째서 눈, 코, 입이 있는 머리의 앞면을 나타내는 '얼굴'이라는 소리말에 담아내게 됐을까? 어떻게 그런 사회적인 약속을 하게 됐을까?  위 단어들에는 생각보다 심오하고 아름답게까지 느껴지는 뜻이 담겨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전부 알려주지 않겠지만 하나만 살짝 알려준다면, '얼굴'은 바로 '얼'이 드나드는 '굴'이다.

 

 눈, 코, 입, 귀 등이 자리한 부분을 '얼굴'이라는 말로 아우른 옛분들의 지혜가 참으로 경탄스럽다. 한자말 '안면顔面'이나 영어 '페이스face'에 비하면 우리말 '얼굴'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통찰까지 담고 있지 않은가. 

P. 38

 

 한글이 위대한 언어라는 사실은 두말 해봤자 입만 아프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알다 못해 세계적으로까지 그 명성이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공권력이나 시민의식을 욕하는 사람은 있어도 한글을 욕하는 사람은 없다. 한글에 대한 자긍심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한글이 우리가 알고 있듯이 구조나 소리가 매우 과학적일뿐더러, 위대한 정신이 깃들어 내포된 의미나 그 뜻이 굉장히 뚜렷한 언어라는 점이다. 단순히 소리말을 배열해놓은 언어가 아니다. 

 

 침략과 전쟁과 분열이 끊이지 않은 긴긴 역사를 거치는 동안 우리말은 어떻게 사라지지 않고 지금껏 쓰일 수 있었을까? 한국 사람이 한국말을 쓰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 같지만, 지구상에 출현했다가 사라진 언어가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해볼 때 우리가 우리말을 지키고 발전시켜온 것은 매우 대단한 일이다.

P. 26

 

 「행복의 열쇠가 숨어있는 우리말의 비밀」에는 책이 너무 얇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말, 한글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전혀 알지 못하고, 궁금하지 않았던 우리 정신문화의 핵심이 담겨있다. 단지 우리말의 근원이나 유래에 대해서만 흥미거리로 쓰여있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의 근본을 깨우치고 해결하기 위해 한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흔히 정신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정신의 골격 또는 정신의 핵에 해당하는 것. 바로 '얼'이다. 

 「행복의 열쇠가 숨어있는 우리말의 비밀」에서는 지금의 사회가 인류 역사상 물질적으로 가장 풍족한 시대에 가장 큰 결핍감과 불안에 짓눌린 세대라고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사람들은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힐링'이나 '멘토'를 찾아다니며 조바심을 내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안고 있는 정신적 문제,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회적 문제 등 얼빠진 세상에 대한 해답을 '얼'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교육기본법으로 되어 있는 조항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중략)

 그런데 요즘 학교가 홍익인간으로 키우는 교육을 하고 있는가? 홍익인간 양성이라는 교육의 목적이 증발한 교육 현장에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경쟁만 남았다. 끝없는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은 이유도 모른 채 저희끼리 괴롭히고 괴롭힘을 당하다가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날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의 인간성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은 학교의 교육 시스템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범죄와 다를 바 없다. 범죄가 무엇인가?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 범죄 아닌가. 그런데 아무도 이를 심각한 범죄로 보지 않는다.

P. 30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범죄자가 되고 있다. 얼이 간 사람 '얼간이'가 되고 있고 얼이 익지 않아 어설픈 상태 '어리석은' 체로, '어리둥절'하고 '얼떨떨'한 상태다. 이를 '어리버리'하거나 '얼렁뚱땅' 넘겨버리는 '얼치기'나 '얼뜨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멘토나 힐링보다는 신과 같은 뜻인 '나'를 찾는 정신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만 서로를 '얼싸안'고 얼이 크게 생동하는 느낌, '얼큰'하게 '얼씨구'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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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키토키 유럽 - 네 남자, 유럽인들과의 대화여행
최규동 외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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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키토키 유럽」이런 게 진짜 여행이지

 

 

 


이런 게 진짜 여행이지

 요즘 내 마음 속 최대 화두는 여행이다. 며칠 전 놀러 갔다온 송파 북 페스티벌에서도 같이 간 후배의 격한 만류를 뿌리치고 주말 여행 가이드북을 사버렸다. 물론 아직까지 가이드대로 여행을 떠나진 못했다. 책을 읽으며 언젠가 낯선 곳을 향해 내딛는 상상으로 기쁨의 시간을 보낸긴 했다.

 그래, 난 지금 낯선 자극을 원하고 있다. 두뇌, 정신, 마음, 두 발, 피부까지 몸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그렇게 외치고 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격한 고조감을 느끼긴 어려웠다.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마치 누군가에게 사육 당하는 앵무새 마냥 이곳저곳을 이끌려 다니며 지역 특산물을 먹고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이 여행인가? 그런가? 먼 곳에서 울리는 북소리를 듣고 온 몸이 둥둥둥하고 울리는 고조감이 들어 찬 여행을 바라고 있었는데….

 안락한 휴식이 아닌 전신에 긴장감이 가득 찬 여행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게 만들고, 앞으로 떠날 여행에 대한 지표를 열어 준 책이 있다. 「워키토키 유럽」이다. 

 

 「워키토키 유럽」은 네 남자들이 유럽으로 대화여행을 떠난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아마 이들은 적어도 아주 조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한국으로 치면 덕수궁이 아니라 지하철 2호선에서 가볍게 졸고 있는 대학생을 만나고, 지나가는 길가의 과일장수 아저씨와도 얘기하고 싶다는 말을 들어보면 그런 마음을 알 수 있다. 친절함과 편안함이 없을지라도 오히려 그것으로 그들의 문화적 삶, 태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심정이다. 

 이들은 200년 전 중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던 한 사람의 의지를 계승한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고전으로 손꼽히는 「열하일기」를 쓴 박지원이다. '열하'로 떠나며 그가 바랐던 여정은 문화와 면밀히 접촉하고 그 속을 피부에 맞닿으며 철저히 꿰뚫어 보고자한 의도가 있다.

 유럽으로 떠난 네 남자가 여정의 출발점에 박지원을 언급하며 그를 치켜세우며 찬사를 보낸 것처럼, 나도 언젠가 떠날 여행의 지도를 그린다면 이들의 대화여행을 출발선으로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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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나이트 - 이란을 사랑한 여자
정제희 지음 / 하다(HadA)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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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나이트」여행의 목적

 

 

 

 

 

 

여행의 목적

 

여행과 관광을 구분하기 시작했을 때가 언젠가. 그건 아마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를 읽었을 때부터가 아닌가 생각한다. 관광지를 둘러보고 기념품 코너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을 사가는 게 관광이라면, 여행은 그 도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문화를 접하는 일이다. 평소 내 안에 있던 것들이나 주위 환경을 뒤로한 채 낯선 미지와의 만남으로 상상력을 넓혀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우린 누구나 나름대로의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여행을 가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테헤란 나이트」 같은 책이 필요한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고. 우린 모두 자기만의 방에 들어앉아 세계 어디든 여행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란과 사랑에 빠진 여자의 글을 빌려 이란과 그속에서 사는 모든 사람들의 삶을 우리의 삶으로 끌어당길 수 있다. 

 

「테헤란 나이트」의 저자 정재희는 참 특이한 여자다. 넓디 넓은 세계에서 하필이면 중동의 국가 이란에 관심을 두다니. 어렸을 때부터 신데렐라나 인어공주보다는 <알라딘>의 재스민 공주를 좋아했다고 한다. 학창 시절엔 영어 단어장 대신 아랍어 문자표를 출력해 가방 속에 넣어다니다가 기어코 우리나라에 한 곳 뿐인 이란어과에 진학하게 된다. 

마치 이미 정해진 일인양 이란이라는 세계에 이끌린 그녀는 주위의 만류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란으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이건 그녀가 이란에서 겪은 삶의 이야기다. 이런 전개를 보고 있자니 사람은 저마다 닿을 수 있는 운명이 존재하나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와 언어, 생김새, 입는 것, 먹는 것 거의 모든 것이 다른 이란의 그들도 나름의 운명을 가지고 살고 있고 우리가 그 운명을 옅볼 수 있다는 일은 꽤 근사하다. 내 머리속엔 또 하나의 세계가 있다. 그 세계는 「테헤란 나이트」를 읽으며 이란이라는 세계로 다시금 영역을 넓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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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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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문학으로 꿈꾸는 세상을 위해

 

 

 

문학으로 꿈꾸는 세상을 위해

 

이 책은 굉장히 독특하고 재밌는 책이다. 「파이 이야기」의 저자 얀 마텔이 자국 캐나다의 수상 하퍼에게 4년간 책과 함께 문학 읽기를 권하는 편지를 한 데 모은 작품이다(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한 통의 편지도 포함되어 있다). 놀랍게도 이 책은 그것만으로 훌륭한 이야기가 됐다. 편지들에 일관된 정체성이 담겨 있고, 수없이 다양한 에피소드가 전체적인 기승전결을 이룬다. 비록 일방적이긴 했지만 (101편의 편지 중 보좌관 등에게 받은 답장을 제외하면 수상에게선 단 한 통의 답장도 받지 못했다), 4년동안 쌓아올린 편지는 소통과 교류를 원하는 소중한 바람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마치 한 작가가 수상에게 아웅다웅 책을 권하는 사랑스러운 문학 작품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추신 : 중고책을 사는 즐거움의 하나는 때떄로 그 안에 담겨 있는 뜻밖의 보물입니다. 이번에 수상님께 보내는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에는 컬러 사진 한 장이 꽂혀 있었습니다. 단체 사진이었습니다. (중략)

저는 이 사진을 보았을 때 사람들이 눈의 모양을 띠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눈을 깜빡이며 우리를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우리를 속였다는 생각에 즐거워하며 미소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사진을 찍는 사람이 구경거리가 된 것입니다. 저는 이 사람들이 어떤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틀림없이 한 가족이겠지요. 이 책이 그들의 이야기였을까요? 그들 중 누가 이 책을 읽었을까요? 그들에게는 어떤 이야기, 어떤 목소리가 있었을까요?

P. 202

 이렇게 간혹 책은 그 자체만으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의 서문을 읽는 것만으로도(서문이 좀 길긴 길다) 나에게 별로 가득찬 책이 되리란 확신이 들었다. 얀 마텔의 대표작 「파이 이야기」를 별다른 감흥없이 보게 되어 얀 마텔이라는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져 상대적으로 훌륭하게 느껴진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책에는 재치있는 말투와 소소하지만 행복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고 높은 수준의 지식, 깊은 교양이 존재한다. 현 사회에 대한 정치적 관점을 문학 책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기특하고 훌륭하다(한국 사회가 아닌 점이 약간 아쉽긴 하다). 그리고 문학의 중요성과 위대함이 빼곡히 들어찼으며 적절한 추천사가 친근한 서간체로 이루어 졌다는 점도 일반 독자들에게 큰 힘으로 다가온다.

 

요컨대 스티븐 하퍼 수상이 이런 문학 작품이나 그에 버금가는 문학 작품을 전혀 읽지 않았다면, 그의 마음속에는 대체 무엇이 있겠는가? 인간 조건에 대한 통찰력을 어디에서 얻었겠는가? 인간다운 감성을 어떻게 구축했겠는가? 무엇을 근거로 상상하고, 그 상상의 색깔과 무늬는 무엇이겠는가? 물론 이런 질문을 누구에게나 물을 수는 없다. 일반 시민이 상상하는 미래는 그의 재산 상황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참견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그 시민이 선거를 통해 공직에 취임하면, 그의 재산 상황은 우리의 관심사가 된다. 정치인이 가진 상상력이라는 자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스티븐 하퍼 수상처럼 나를 지배하는 사람이 어떤 방향으로 무엇을 상상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의 꿈이 자칫하면 나에게는 악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과 희곡과 시는 인간과 세계와 삶을 탐구하는 가공할 만한 도구이다. 지도자라면 인간과 세계와 삶에 대해 당연히 알아야 한다. 따라서 나는 열렬하게 성공을 바라는 지도자에게 "국민을 효과적으로 이끌고 싶다면 책을 광범위하게 읽으십시오!"라고 말해주고 싶다.

P. 35

 

만약 우리나라에도 얀 마텔과 같은 행동을 한 작가가 있다면, 국가에 안위와 국민의 삶을 고취시키려는 문학적 행동을 한 작가가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내가 만약 캐나다 국민이라면 이런 작가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자긍심이 절로 생기고 든든한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까. 얀 마텔의 이런 행동은 국민들에게 전염되어 많은 사람들이, 얀 마텔이나 하퍼 수상에게 직접 문학을 추천하며 책을 동봉하여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통신망을 갖추고 SNS가 어느때보다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누군가 선구자를 모범 삼아 너도나도 국가의 수장에게 문학과 애정어린 글귀를 담아 편지를 보내게 된다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 상하관계가 될 것인가! 상상만으로 전율이 일어나고 행복한 물결이 마음속에 철썩인다. 아마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국민과 수장 사이의 최대 유토피아가 아닐까 싶다.

 

내가 스티븐 하퍼 수상에게 책을 소개하던 긴 여정은 이제 끝났지만, 내 뒤를 이어 자신의 의견을 더해서 수상에게 책을 소개하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해보길 권하고 싶다. 책은 물고기와 같아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책을 공유할 때 모임이 만들어지고 서로가 얻는 것이 생긴다. 북클럽 회원이라면 자신이 책에서 얻은 즐거움을 다른 회원들에게 전해줘야 한다. 따라서 스티븐 하퍼 수상이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책이 있다면, 부디 그 책을 아래의 주소로 보내주기 바란다.

P. 37

 

책을 읽다보면 캐나다의 수상 스티븐 하퍼는 유능하고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수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그럼에도 연임을 했다는 것은 놀라운 점이다). 얀 마텔은 우회적이고, 풍자적인 문장으로 그를 비하하면서도 발전을 바라는 마음에 배려와 존중을 아끼지 않는다. 학업 성적이며 태도가 매우 우수한 자식보다는 이리튀고 저리튀며 문제를 일삼는 자녀에게 관심을 더 주는 맥락과 비슷한 것 같다. 얀 마텔은 소속감이라는 것에 대해 큰 충성도를 지녔다.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꿈꾼다. 머리 속에서만 행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훌륭한 문학인이다. 마치 언제나 답답함을 느끼는 정치를 바라보는 것처럼, 무언가의 문제에 대해 해결 답안을 찾지 못하고 마음 속의 상실감에 불안을 느끼는 독자라면, 얀 마텔처럼 문학을 통해 변화와 행복을 꿈꾸기를 권하고 싶다. 독자분들, 이 책을 읽으십시오!

 

현재의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광적인 정치적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대통령님이 진전으로 무엇을 하기를 바라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냉철하게 판단하기 힘듭니다. 그렇기에 독서가 필요한 것입니다. 픽션을 읽으십시오. 그것이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모든 정치인이 원하는 것이 새로운 세계, 더 나은 세계를 이룩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 박근혜 대통령께,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이 보내는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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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림을 만날 때 - 인생의 길목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명화 이야기
안경숙 지음 / 북웨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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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림을 만날 때」일상의 예술
 
 
 

 

일상의 예술

 
예술은 우리 삶과 멀리 떨어져 있고 교양이 있어야만 접할 수 있는 고매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에 일상적이기도 하다. 책, 소설을 문학으로서 내 삶에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도 그림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문학, 그림, 음악 등을 예술로서 얻게되고 내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로 느끼게 된 지금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고다이버 부인>을 보고 첫사랑이라도 발견한 듯 전율하는 가슴을 부여잡았던 게 시작이었다. 미술을 전공하던 연상의 여인과 한 이불을 덮게 되고, 편지에 명화 한 점씩을 프린트해 보내던 여자 친구도 생겼었다. 아마 나처럼 그림과 자신의 삶이 전혀 무관하다고 느낀 사람이 있을 것이다. 혹은 뒤늦게나마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그림을 내 삶을 투영하는 예술로서 받아들이기 아주 좋은 입문서다.

"미술 전공하셨나 봐요?"
전시회에 자주 다니다 보니 이런 질문을 자주 받곤 합니다. 그러나 제가 미술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어김없이 '참 별일이네' 혹은 '취미가 고상하군' 하는 반응이 되돌아옵니다. 그림이 아직도 우리 일상과 동떨어진 고매한 예술, 다시 말해 이상의 동반자가 아닌, 감상해야 할 그 무엇으로 취급받고 있다는 현실의 반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내심 아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기록해온 소소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P. 6

작가는 50여점의 명화를 두고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작품에 대한 고지식한 설명이나 정보를 늘어놓는 게 아니다. 삶과 밀접하게 맞닿은 부분을 보여주고 작가가 느낀 감정이나 상상력을 차분하게 대화를 건내듯 적어놓았다. 미술이라고 어렵게 생각하거나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는 독자들에게 편한 마음을 가지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책이다. 미술 작품의 프리뷰 형식으로서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싶다.

굵은 빗줄기가 사정없이 쏟아지자 남자는 달리기 시작합니다. 여인도 깜짝 놀라 드레스 자락을 쥐고 뜁니다. 십중팔구 여인보다는 남자가 더 빨리달릴 테고 그러다 보면 금세 여인을 따라잡게 되겠지요. 근처에 몸을 피할 장소를 남자가 알고 있다면 여인을 혼자 두고 가기 안쓰러워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 수도 있겠지요. 여인은 약간 당환한 표정을 짓ㅈl만 이내 손을 잡습니다. 사실 아까부터 뒤에서 오던 남자가 궁금하던 참이었거든요. 이제 두 사람은 손을 잡고 함께 달립니다. 이거 나름대로 괜찮은 스토리다 싶었는데, 아뿔싸! 한 가지 못 보고 지나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여인의 양산입니다. 여인은 처음부터 양산을 쓰고 걸었던 겁니다.
P. 20

우리가 평소에 예술을 얼마나 등한시하며 살았는지, 작가는 재밌는 실험을 소개해준다. 미국 워싱턴 지하철역 모퉁이에, 불과 열네 살 때 세계적인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와 협연해 이름을 날리고 카네기 홀 데뷔는 물론, 세계 무대를 누비고 다니며 몇 차례의 내한 공연도 성황리에 마쳤던 조슈아 벨이 등장한다. 그는 자리를 잡고 활을 가다듬으며 공연을 준비한다. 5분 10분, 연주는 계속 되지만 누구 하나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분주히 사라진다. 연주 시간은 40여 분으로, 그리 짧지 않은 시간이었는데도 단지 몇 사람만이 바이올린 케이스에 몇 푼 던져넣을 뿐. 이 '실험'은 조슈아 벨 자신이 낸 아이디어로, 전문 연주가와 거리 연주가의 연주를 얼마나 구별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시도였다고 한다. 작가가 책에서 말하는대로 명연주를 들을 줄 아는 귀가 없다는 것은 핑계일지도 모른다. 그저 앞만 보고 돌진하느라 흘러나오는 음악 몇 소절에도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우린 지금도 일상에 놓여있는 가치있는 예술을 지나쳐 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단 음악만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바쁜 발길을 재촉하며 문 앞을 지나고 있는 미술관 안에 당신의 마음 속 풍경을 바꿀 그림 한 폭이 걸려있을지도 모른다.

"훌륭한 화가는 자신의 그림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종국에 가서는 우리 마음속의 풍경까지 바꿔놓는다."

우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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