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문학으로 꿈꾸는 세상을 위해

 

 

 

문학으로 꿈꾸는 세상을 위해

 

이 책은 굉장히 독특하고 재밌는 책이다. 「파이 이야기」의 저자 얀 마텔이 자국 캐나다의 수상 하퍼에게 4년간 책과 함께 문학 읽기를 권하는 편지를 한 데 모은 작품이다(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한 통의 편지도 포함되어 있다). 놀랍게도 이 책은 그것만으로 훌륭한 이야기가 됐다. 편지들에 일관된 정체성이 담겨 있고, 수없이 다양한 에피소드가 전체적인 기승전결을 이룬다. 비록 일방적이긴 했지만 (101편의 편지 중 보좌관 등에게 받은 답장을 제외하면 수상에게선 단 한 통의 답장도 받지 못했다), 4년동안 쌓아올린 편지는 소통과 교류를 원하는 소중한 바람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마치 한 작가가 수상에게 아웅다웅 책을 권하는 사랑스러운 문학 작품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추신 : 중고책을 사는 즐거움의 하나는 때떄로 그 안에 담겨 있는 뜻밖의 보물입니다. 이번에 수상님께 보내는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에는 컬러 사진 한 장이 꽂혀 있었습니다. 단체 사진이었습니다. (중략)

저는 이 사진을 보았을 때 사람들이 눈의 모양을 띠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눈을 깜빡이며 우리를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우리를 속였다는 생각에 즐거워하며 미소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사진을 찍는 사람이 구경거리가 된 것입니다. 저는 이 사람들이 어떤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틀림없이 한 가족이겠지요. 이 책이 그들의 이야기였을까요? 그들 중 누가 이 책을 읽었을까요? 그들에게는 어떤 이야기, 어떤 목소리가 있었을까요?

P. 202

 이렇게 간혹 책은 그 자체만으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의 서문을 읽는 것만으로도(서문이 좀 길긴 길다) 나에게 별로 가득찬 책이 되리란 확신이 들었다. 얀 마텔의 대표작 「파이 이야기」를 별다른 감흥없이 보게 되어 얀 마텔이라는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져 상대적으로 훌륭하게 느껴진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책에는 재치있는 말투와 소소하지만 행복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고 높은 수준의 지식, 깊은 교양이 존재한다. 현 사회에 대한 정치적 관점을 문학 책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기특하고 훌륭하다(한국 사회가 아닌 점이 약간 아쉽긴 하다). 그리고 문학의 중요성과 위대함이 빼곡히 들어찼으며 적절한 추천사가 친근한 서간체로 이루어 졌다는 점도 일반 독자들에게 큰 힘으로 다가온다.

 

요컨대 스티븐 하퍼 수상이 이런 문학 작품이나 그에 버금가는 문학 작품을 전혀 읽지 않았다면, 그의 마음속에는 대체 무엇이 있겠는가? 인간 조건에 대한 통찰력을 어디에서 얻었겠는가? 인간다운 감성을 어떻게 구축했겠는가? 무엇을 근거로 상상하고, 그 상상의 색깔과 무늬는 무엇이겠는가? 물론 이런 질문을 누구에게나 물을 수는 없다. 일반 시민이 상상하는 미래는 그의 재산 상황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참견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그 시민이 선거를 통해 공직에 취임하면, 그의 재산 상황은 우리의 관심사가 된다. 정치인이 가진 상상력이라는 자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스티븐 하퍼 수상처럼 나를 지배하는 사람이 어떤 방향으로 무엇을 상상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의 꿈이 자칫하면 나에게는 악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과 희곡과 시는 인간과 세계와 삶을 탐구하는 가공할 만한 도구이다. 지도자라면 인간과 세계와 삶에 대해 당연히 알아야 한다. 따라서 나는 열렬하게 성공을 바라는 지도자에게 "국민을 효과적으로 이끌고 싶다면 책을 광범위하게 읽으십시오!"라고 말해주고 싶다.

P. 35

 

만약 우리나라에도 얀 마텔과 같은 행동을 한 작가가 있다면, 국가에 안위와 국민의 삶을 고취시키려는 문학적 행동을 한 작가가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내가 만약 캐나다 국민이라면 이런 작가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자긍심이 절로 생기고 든든한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까. 얀 마텔의 이런 행동은 국민들에게 전염되어 많은 사람들이, 얀 마텔이나 하퍼 수상에게 직접 문학을 추천하며 책을 동봉하여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통신망을 갖추고 SNS가 어느때보다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누군가 선구자를 모범 삼아 너도나도 국가의 수장에게 문학과 애정어린 글귀를 담아 편지를 보내게 된다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 상하관계가 될 것인가! 상상만으로 전율이 일어나고 행복한 물결이 마음속에 철썩인다. 아마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국민과 수장 사이의 최대 유토피아가 아닐까 싶다.

 

내가 스티븐 하퍼 수상에게 책을 소개하던 긴 여정은 이제 끝났지만, 내 뒤를 이어 자신의 의견을 더해서 수상에게 책을 소개하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해보길 권하고 싶다. 책은 물고기와 같아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책을 공유할 때 모임이 만들어지고 서로가 얻는 것이 생긴다. 북클럽 회원이라면 자신이 책에서 얻은 즐거움을 다른 회원들에게 전해줘야 한다. 따라서 스티븐 하퍼 수상이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책이 있다면, 부디 그 책을 아래의 주소로 보내주기 바란다.

P. 37

 

책을 읽다보면 캐나다의 수상 스티븐 하퍼는 유능하고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수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그럼에도 연임을 했다는 것은 놀라운 점이다). 얀 마텔은 우회적이고, 풍자적인 문장으로 그를 비하하면서도 발전을 바라는 마음에 배려와 존중을 아끼지 않는다. 학업 성적이며 태도가 매우 우수한 자식보다는 이리튀고 저리튀며 문제를 일삼는 자녀에게 관심을 더 주는 맥락과 비슷한 것 같다. 얀 마텔은 소속감이라는 것에 대해 큰 충성도를 지녔다.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꿈꾼다. 머리 속에서만 행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훌륭한 문학인이다. 마치 언제나 답답함을 느끼는 정치를 바라보는 것처럼, 무언가의 문제에 대해 해결 답안을 찾지 못하고 마음 속의 상실감에 불안을 느끼는 독자라면, 얀 마텔처럼 문학을 통해 변화와 행복을 꿈꾸기를 권하고 싶다. 독자분들, 이 책을 읽으십시오!

 

현재의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광적인 정치적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대통령님이 진전으로 무엇을 하기를 바라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냉철하게 판단하기 힘듭니다. 그렇기에 독서가 필요한 것입니다. 픽션을 읽으십시오. 그것이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모든 정치인이 원하는 것이 새로운 세계, 더 나은 세계를 이룩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 박근혜 대통령께,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이 보내는 편지 중에서

 

 배고픈 골방 바로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