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을 겪지 않게 해드릴 수도 있었어요. 그녀가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선생님 눈으로 직접 보시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아서요.」「이해합니다.」 퀸이 대답했다.
「아뇨, 저는 이해하신다고 생각 안 해요.」 그녀가 신랄한 어조로 되받았다.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 P43

 눈앞에 있는 사람을 인간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면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고서도 그 사람에 대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것이니까. 
- P70

낙원에서 아담이 맡은 일 가운데 하나는 언어를 만드는, 즉 하나하나의 생물과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일이었다. 그 순진무구한 상태에서 그의 혀는 곧장 세상의 핵심으로 향했다. 그가 하는 말은 눈에 띄는 사물에 부가된 것이었을 뿐 아니라, 그 본질을 드러내고 실제로 사물에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기도 했다. 사물과 그 이름은 서로 교환될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타락 이후에는 더 이상 그렇지가않아서 이름이 사물로부터 분리되고 말았다. 언어는 임의적인 기호의 집합체로 바뀌었고 언어는 신으로부터 단절되었다. 그러므로 낙원의 이야기는 인간의 타락에 관한 기록일뿐 아니라 언어의 타락에 관한 기록이기도 한 것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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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악의가 그를위협하고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그녀에 대한 자신의 연민이그녀를 자극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그에게서 본것은 사랑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동정이었다.  - P37

레빈은 청춘을 함께 보낸 친구였다. 성격이나 취향은 서로 달랐지만, 그들은 청년기에 만난 친구들이 서로 사랑하듯 그렇게 서로를 사랑했다. 그렇지만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종종 그러하듯, 그들은 이성적으로는 상대방의 활동을 인정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그것을 경멸했다. 
- P48

"스테판 아르카지치, 당신 같은 분이 어째서 불평을 하십니까?"
"추악하고 비루해." 스테판 아르카지치가 무거운 한숨을 쉬며 말했다.
- P55

레빈은 키티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의 변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하면서 때로는 희망이 있다고 확신하기도 하고, 때로는 절망에 빠진채 자신의 희망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를 뚜렷이 깨닫기도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그녀의 미소와 "다음에 봐요."라는 말을 대하고 난 후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 있음을 느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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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잘못 걸려 온 전화로 시작되었다.
- P9

윌리엄 윌슨이 그에게 여전히 추상적인 인물로 남아 있는 반면, 워크는 점점 더 생명력을 지닌 사람이 되어 갔다. 퀸이 빠져들게 된 자아의 삼각관계 속에서 윌슨은 복화술사였고 퀸 자신은 꼭두각시 인형, 그리고 워크는 그 일에 생명을 불어넣는 활기찬 목소리였다. 설령 윌슨이 허구였다 해도, 그는 다른 두 사람의 삶을 정당화시켜 주었다. 
- P13

내 이름은 피터 스틸먼입니다. 하지만 그건 내 진짜 이름이 아니에요. 내 진짜 이름은 미스터 슬픔입니다. 그런데 선생 이름은 뭐죠, 오스터 씨? 어쩌면 선생이 진짜 미스터 슬픔이고 나는 아무도 아닐 겁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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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 P13

그는 자신이 소년을 덜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언제나 둘을 똑같이 대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소년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으므로 아버지의 차가운 미소에 미소로 답하지 않았다.
- P30

‘그런데 난? 그리고 이 친절한 태도는 정말 역겨워. 남들은 이 친절한 성격 때문에 그를 좋아하고 칭찬하지. 하지만 난 그의 이런 친절함을 혐오해.‘ 그녀의 입이 굳게 닫혔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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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지르기라는 걸 해서 첫 번에 세상이 녹록지 않다는 걸  확 보여줘야 하는 거야. 그러면
‘아, 세상이 그리 녹록지 않구나. 우리 세대는 힘들 것 같으니 다음 세대에 기대를 해보자‘ 하고 호박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지.
사람하고 똑같아.

- P23

흰 눈은 오시고 임은 아니 오시고
고양이는 잠들러 간밤에
두그릇 뚝딱 굴밥
- P109

주지 마 주지 마, 그렇게 말하고 모두가 조금씩 제 몫의 것을 나누어주었나 보다. 잠시 후 고양이는 사라졌다. 배가 부르니 제 처소로 간 모양이었다.
그제야 우리는 말간 토마토 장아찌로 남은 소주를 먹었다. 많이 먹었다. 흰 눈은 오시고, 임은 아니 오시고, 고양이는 잠들러 간 하얀 밤에.
- P116

오스카 와일드 식으로 이야기하면 언제나 착한 사람들이 있어서 재미없는 농담을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모양이다.
- P137

한번은 송이버섯이 한 상자가 도착해 왔기에 전화를 해서 대뜸 "벼룩의 간을 빼먹지, 내가 이걸 어떻게 받아?"
하니까 최도사 형이 천천히 말했다.
"나...... 벼룩 아니야. 그리고 나 네가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어."
- P140

"가톨릭에 황창연이라는 유명한 신부님이 계시는데 그분이 그러셨어. 다리가 떨릴 때 말고 가슴이 떨릴 때 여행을 떠나라고이스라엘이나 이런 데로 성지순례도 떠나라고, 신자들이 ‘돈 없어요‘ 하니까 ‘애 학원 보내지 말고 그 돈으로 가요. 애 휴학시켜요, 지가 벌게. 그러면 여행 갈 수 있어요‘ 하셨어."
- P184

그러나 어느 날 박경리 선생님의 글을 읽다가 "마당에서 잡초를 뽑는데 어느 순간 뿌리가 뽑히는 잡초에서 진한 향내가 확 끼쳤다. 나는 문득 이것이 식물의 비명이고 피 냄새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는 구절을 읽고는 다시 한번 생각을 고쳐먹어야 했다. 
- P229

젊은 날의 고난은 돈을 주고라도 사야 한다는 말을 멸시했던 것은 내가 젊어서였다. 이제 그 말의 의미를 안다. 고난이 없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런 삶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 심지어 식물에게도 없다. 고난이 없다는 것은 그러니까 죽음과 동의어일지도 모른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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