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천천히 걷기로 했다. 걸음을 재촉할수록 출입문을 헛갈리거나 하는 실수가 잦았다.
내가 이 학교로 출근하는 마음이 매양 그렇게 무겁다는 것을,
그 부담감이 자꾸 나를 헤매게 만든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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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 날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내 자리가 있다는 느낌도 받지 못했다. ‘다들 이렇게 살았던 거야?‘ 혹은 ‘정말 이런 거야?‘란 기분에 내내 사로잡혀 있었다. 
- P18

노란빛이 섞인 주황빛이라고 해야 하나, 형광이 섞인 홍매색이라고 해야 하나, 능소화가 피어 있다. 
- P38

‘오빠 잘 있어요. 아직 용서해주지 않은 거예요?‘
아직 용서해주지 않은 거예요?
나는 할말을 잃고 잠시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내가 용서하고 말고 할 일이 뭐가 있다는 건가.
- P61

나는 할 수 없었는데 너는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좋다고 생각했다. 눈치를 보지 않는 수아가 언뜻 나와 같다고 생각하면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지만 학생들 같다고 생각하면 거슬렸다. 두 개의 상반된 마음 모두 내 진심이었다.
- P73

그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나지 않았다.
그저 놀랍고 조금 씁쓸했고 종국에는 퍽 슬퍼졌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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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구나.
그녀의 얼굴은 그믐달처럼 파르스름하게 여위어 있었다.
그렇게 다들 없어지는 거구나.
- P207

사랑이라는 게 만약 존재하는 거라면, 그 순간순간의 진실일 거야. 순간의 진실에 대해서 물은 거라면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영원을 믿어? 있지도 않은 영원이라는 걸 당신 힘으로 버텨내려고? 버텨내볼 생각이야?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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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예민하고 모가 난 사람들은 관계에서 갈등 상황에 놓일 때 부딪힐 수밖에없다. 하지만 ‘난 원래 그러니까‘ 하고 넘기는 것과 어떻게든 달라지려 애를 쓰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모가 튀어나올 때그것을 인지하고, 어떻게든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 P22

모든 사람이 모를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은 ‘모난 사람들‘의 세상이며, 모난이들끼리 만나 서로를 다듬으며 치유해준다. 망설이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자.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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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오래 서성이며 차곡차곡 쌓아간 인터뷰가 100명을 향해갈 무렵, 이제는 누구를 만나도 고유한 이야기를 발견하고 언어화할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모든 사람에게 언제나 배울 점이 있다는 믿음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 P198

앞서 설명했듯 편집은 재료들 사이에 존재하는 미적·심리적. 논리적 거리와 간격을 조정하는 일이다. 
- P211

에디터는 어떻게든 관여하고 설득한다. 끝끝내 소통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에디터 업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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