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경험, 시험, 훈련, 상식 퀴즈, 사소한 탐닉, 집착, 취해서 혹은 맨 정신으로 나누는 대화도 교열 편집자에게 허비되는 것이란 없다. 수년간 어지럽게 쌓아온 지식의 파편들이 결국 쓸모를찾아가기 때문이다. 
- P111

나는 ‘줄임표dllipsis‘라는 단어의 기원설을 무척 좋아한다. 이 단어는 누락, 부족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어떤 이든 인생에서 한 번쯤은 부족함을 느껴본 적이 있지 않을까? 인간의 실패를세 개의 작은 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니, 얼마나 간편한지, 더 흥미로운 점은 줄임표가 유예의 점으로도 알려져 있어서,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우울과 갈망의 느낌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한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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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그가 돌아보았을 때, 동승은 여전히 근심이 지워지지 않은 옆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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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집 할머니는 그에게 윤이가 극락으로 갔다고 했다.
극락이 어디 있어요?
아주 멀지만 가까운 곳이라고, 할머니는 어쩐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P254

그때 그는 자신이 언젠가 일 년에 하루뿐인 초파일을 아쉬워했던 것을 기억했다. 하지만 일 년에 하루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그만큼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을까.
아름답다는 건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보다고 그는 생각했다. 
- P260

맵싸한 감각이 그의 목구멍 안쪽에 느껴졌다. 왜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겠지만, 그 스님이 눈물을 흘린 까닭을 어쩐지 알 것만 같았다. 하지만 대답할 수 없다면 안다고 할 수 있는 걸까.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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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때 제일 바라는 게 뭐예요? 선물도 말고 백만 파운드도 말고 그냥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하는 거요." 조는 엄마에게 물었다.
- P94

스티븐은 살짝 현기증이 나 눈을 감았다. 눈을 떠보니 놀랍게도 미시즈 존슨이 조지와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심지어어떤 술을 들고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 P122

"주로흑백영화가나오던 시절에 컬러영화가 개봉하면 ‘빛나는 총천연색‘ 어쩌고 했잖아. 당신이 그런 사람이야. 나한테는 빛나는 총천연색이야."
마틴은 젠의 칙칙한 갈색 머리칼과 핏기 없는 뺨을 쓰다듬었고,
회색 카디건과 회색과 라일락색이 섞인 치마를 입은 그녀를 두 팔로 감싸안았다. 
- P142

페니는 지난 몇 년 동안 워낙 씩씩하게 지냈기에 연민이나 동정의 기미가 느껴지기만 해도 발끈했다. "아니, 아니, 저를 불쌍하게여기실 것 없어요." 그녀는 얼른 말했다.
"나는 당신을 불쌍하게 여길 겨를이 없어요. 페니. 내가 너무 불쌍해서 남을 동정할 여유가 없거든요."
- P154

이번 한 번, 올해 크리스마스만이에요. 그날이 지나면 우리 모두 치유받고, 해결해야 하는 일을해결할 마음의 준비가 되겠죠.
- P162

"아, 나는 내년 이맘때면 당신과 아주 잘 아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는데요."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아주 잘 아는 사이가요."
- P169

그리고 완벽한 크리스마스로 인해 지연되기는 했지만 야단법석의 계절이 돌아왔고, 모든 게 다시 괜찮아졌음을 깨달았다.
- P209

나이얼 오코너는 벤에게 그의 아내 이름도 엘런이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같이 실컷 울었다. 다음날 스테이크를 만들 때는 전날 흘린 눈물에 대해 서로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 P219

"어디서 보니까 비법이 물을 계속 마시는 거래요."
"뭘 받아들이는 태도가 굉장히 극단적이네요." 멕은 감탄과 비난을 반씩 섞어 말했다.
"맞아요." 톰 오닐이 말했다. "그게 내 인생의 축복이자 저주예요."
- P228

소시지와 소음과 남다른 술이 있고 누가 누군지 완벽하게 파악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모임이야말로 그들에게가장 알맞은 자리였다. 
- P242

세라는 제인을 만난 적이 없었기에 속을 털어놓기가 왠지 더 쉬웠다. 6000마일의 거리가 있었기에 좀더 솔직해질 수 있었다. 제인은 현실적이었다. 죽은 사람은 없지 않냐고, 마음의 상처는 치료하면 된다고 했다. 세라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버티는 거라고.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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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어떻게 측정하지? 행복은 감정, 기분,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 P28

어쩌면 행복이야말로 새로운 슬픔이라고 할 수있을지 모른다.
- P32

우리는 행복을 성취하고 싶어 하지, 그냥 행복을 경험하기만 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심지어 불행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갖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 적어도 불행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 하는 것 같기는 하다. 행복을 진심으로 음미하기 위해서.
- P46

그때 깨달음이 찾아온다. 그 모든・・・・・・ 자유로부터 해방된 느낌이라는 깨달음. 관용은 훌륭하지만, 쉽사리 무관심으로 변질될 수 있다. 그건 아주 좋지 않다. 
- P50

"깨끗함." 디터가 말한다. "우리나라의 공중 화장실을 본 적 있어요? 아주 깨끗해요." 처음에 나는 이 말이 농담인 줄 알았지만 그럴리가 없다고 금방 생각을 바꾼다. 스위스인들은 농담을 하는 법이없다. 무슨 일에 대해서든, 결코.
- P58

스위스의 도로에는 움푹 팬 곳이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간다. 스위스는 대단히 기능적인 나라다. 이것이 기쁨이나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없을지는 몰라도 불행의 원인을 많이 제거해주는 건 사실이다.
- P59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권태를 "우리 목에 닿는 무無의 뜨거운숨결"이라고 정의했다. 스위스에서는 그 뜨거운 숨결이 없는 곳이없다. 공기 중에 쫙 퍼져 있다. 프랑스에 와인이 있고 독일에 맥주가 있다면, 스위스에는 권태가 있다. 그들은 권태를 완벽하게 다듬어 대량생산했다.

- P61

만족감. 중립적인 감정. 어쩌면 이래서 스위스가 중립국인지도 모른다. 스위스가 중립국이 된 것은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도덕 때문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퐁듀와 전쟁은 어울리지 않으니까.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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