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사실관계에서 진실과 거짓은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게다가 열 가지 거짓을 말하는 것보다 아홉 가지 진실을 말하고 한 가지의 거짓을 말한 것이 더욱 큰 거짓일 때도 있습니다. 또한 진실의 장막은 닫혀 있는 것이 더 안전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때로 진실은 가혹하고 현실은 냉정합니다. 진실의 진짜 적은 거짓이 아니라 진실의 신격화이며, 우상을 제거할 때 진실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 P245

인간세계에서 진실은 양쪽 극단의 중간쯤 어딘가에 있을것입니다.
양쪽 극단이 우리와 매우 가까이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투자와 투기, 절세와 탈세, 선물과 뇌물, 차이와 차별, 우연과 운명이 구분이 어려운 회색지대에존재하듯이 실수와 실패, 재주와 재수, 환락과 환난, 매력과 마력은 그 의미가 쉽게 혼용되어 사용됩니다. 나에게 진실인 것이 타인에게는 거짓일 수도 있고, 애초에 진실과 거짓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 것입니다. 
- P249

법원이 판결을 확정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뿐,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피해자가 용서하는 것이 가해자인지, 그 잘못된 행동인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타인과 그 잘못을 용서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내가할 수 있는 것은 나를 향한 용서에 대한 감사뿐입니다.
- P251

나는 삶의 허무를 그대로수용하면서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천국은 지옥 안에 있고, 지옥도 천국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 P275

우리는 구체적 경험을 축적해 추상적 이론을 만들고, 경험을 반복함으로써 진리를 깨닫습니다. 좋은 경험이 항상 내 안에서 선한 원리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나쁜 경험은 악한 원리로 일반화되기가 쉽습니다. 인간의 이성은 불완전하고, 감성은 변덕스러우며,
경험은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믿음은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되고, 현재의 사랑을 거쳐 미래의 소망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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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3권은 사용자와 근로자를 대립항으로 설정하지만 양측 모두 똑같은 인간입니다. 세상에 의미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한 올의 머리카락도 그림자를 남긴다고 했습니다. 인간의 존엄은 절대적 가치로 존중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세계를 구성합니다. 

- P89

부처는 나의 환경인 이 세상의 본질을 고통이라고 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 방긋 웃지 않고 소리 내어 우는 것은 세상이 그만큼 고통과 불안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행복하게 태어날 수는 없어도 행복하게 죽을 수는 있습니다.
이것이 내가 잘 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 P93

누군가와 가족이 되는 것은 운명일 수도, 숙명일 수도 있습니다. 구체적인모습은 제각각 다르지만 나와 가족은 서로 영향을 미치며 관계를 맺습니다. 가족은 나의 확장이 아니며 소유물도 아닙니다. 나와 가족은 어떤 몫을 포기하며 새로운 몫을 주고받는 관계입니다. 마치 양날의 검이나 파르마콘 Pharmakon (약이자 독, 이라는 의미의 이중적인 단어)같기도합니다. 서로를 성장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때 분열과 불행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 P95

국민이 훌륭한 국회의원을 선출하기 어렵듯 국회의원도 국민의사와 국가이익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인간이 인식하는 세계는 언제나 인간을 기만합니다. 내가 선출한 타인도 나의 욕망을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은타인을 욕망하고, 타인의 욕망이 되기를 욕망하고, 타인이 욕망하는 것을 욕망합니다. 욕망은 생명력의 원천이라 뿌리뽑을 수는 없어도 그 늪에 빠지지는 않아야•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욕망하는 나‘를 주의해야 합니다.
- P111

국회의원은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단일한 의사로 도출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계층, 지역, 세대별 다양한 의견을 비례적으로 반영해야하지요. 정파적 갈등을 극대화해 정치세력을 유지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 P113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수의 뜻을 국가의사로 간주해 소수가 따르게 합니다. 즉 다수결은 소수에게 다수의 의견을 강요하므로 폭력적인 속성을 지닙니다.
절차상 정당화될 뿐 그 결정이 늘 옳음을 담보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다수결로옳은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고진솔하게 소통해야 합니다. 
- P125

인간은 자기가 감각한 것을 세계의 전부라고 인식하기 쉽지만 인식은 믿을 수 없습니다. 너무 빛나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빛이 오는 것은 어둠이 가장 먼저 알고, 어둠이 오는 것은 빛이 가장 늦게 아는 법이지요. 이해하지못한 것을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면 오해하게 됩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므로 해석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세계는 새로운 해석을 통해서만 열립니다.
- P127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와 대통령이 의사를 조정하는수단입니다. 정치는 특정 의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사를 조정해 하나로 도출하는 과정입니다. 인간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를 지배하고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과정이지요. 이때 자기를 절제할 수 있는 사람만이 타인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나는 설득되고 싶지만 설득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때로 나는완고해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 P133

여기서 과거만 확실하고 현재는 그저 존재하며 미래는 기대의 영역입니다. 인간은 시간에 지배되며 결코 벗어•날 수 없기에 과거와 미래를 현재화해 매일을 살아갈 뿐이지요. 인간의 삶은 오래된 본류와 새로운 지류가 섞여 흐르는 강물과 같습니다. 나는 기억이나 기대가아닌 ‘지금, 여기‘에서 세상을 만나려고 노력합니다.
- P137

미래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과거에 집착해 추억으로 사는사람도 있고, 미래에 의지해 허상으로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지금, 여기‘의 현재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나에게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지요.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은 내 몫에 최선을 다하고, 내 몫이 아닌 것은 숙명으로 받아들이라는 뜻입니다. 시간에는 나의 몫인 부분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음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에게 내일은 오지 않을 날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P139

국가는 다양한 국가기관으로 모습을 바꿔 권한을 행사합니다. 그리고 국가기관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국가는 건강해집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타인과 관계 맺으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갑니다. 나는 낯선 타인을 만나면서 나를 재확인합니다. 나는 남편, 아버지, 교수, 친구라는 페르소나를 가지고 그 관계에 얽혀 살아갑니다. 나의 페르소나를 제대로 연기할 때 나의 민낯도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 P143

국회가 국정감사권과 국정조사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좋은 질문을해야 합니다. 좋은 질문에 나쁜 답변이 돌아올 수는 있지만, 나쁜 질문에서 좋은답변이 나올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현명한 답변을 ‘우문현답‘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이는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밝힐 뿐입니다. 만약 질문이 좋다면 정답뿐만 아니라 오답도 유용합니다. 좋은 질문은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고 문제와 원인을 정확히 짚어낼 때 나옵니다.
- P149

정부는 권력분립의 실현을 위해 국회의 국정통제권에 제대로 대답해야 합니다. 육체의 병은 입으로 들어가고, 마음의 병은 입에서 나온다고 했습니다. 인간은 생각한 것을 말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말을 하면서 구체적으로 생각하기도합니다. 나는 말을 함으로써 스스로 생각을 가두기도 하고, 어떤 때는 말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떤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어떤 말은그 내용보다 더 많은 말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말은 입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눈이나 몸짓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 P151

우리는 타인의 잘못을 비판함으로써 나의 우월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유혹을 경계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해서 내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닙니다. 나의 이성이불완전하다고 해서 감성이 완전하다는 법도 없습니다. 다만 시작이 없는 끝은 있지만 끝이 없는 시작은 없듯이, 거짓을 제거해나가다 보면 우리는 ‘마침내‘ 진실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 P157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습니다.
그의 권력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공복이라는 대통령의 직책에서 오는 것이지요. 국가권력은 대표적인 공공재이므로 사유화해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의권한을 측근이나 특정집단이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특히, 국가권력을 사적 보복의 수단으로 남용하는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하는 나라에게는 미래가 없습니다.
- P165

내가 나의 권리와 의무를 스스로 정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타인의 일은 냉정하게 판단하지만, 자신의 일에는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에게 거리를 두는 일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나를 돌아보려면 최소한 나를 돌아볼 수 있을 만큼의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또한 나를 아는 것은 중요하지만 나만 알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 P181

인간의 욕망에는 충족될수록 더욱 커지는 무한한 자가증식의 성격이 있습니다. 대통령은 최고의 국가권력을 지니기 때문에 권력에 대한 욕망이 더욱 커지기 쉽습니다. 권력을 갖지 못한 대중은 권력자에 열광하고, 권력자는 이를 이용해 권력을 강화합니다. 인간의 불행은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때문에 욕망하는 것을 가지려고 하지 않고, 가질 수 있는 것을 욕망하는 것이 안전할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욕망하는 존재이므로 욕망 그 자체를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 P183

글은 생각의 표상이자 사유의 감옥이며, 말보다 강한 흔적을 남깁니다. 나의독서법은 3회독입니다. 처음 읽을 때는 책에 공감하고 감동합니다. 웬만한 책은정면으로든 반면으로든 감동거리가 있습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책을 통해 나를반성적으로 고찰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 읽을 때는 책의 내용을 소화하고 체화합니다. 그리고 좋은 책을 만나면 3회독을 세 번 반복합니다. 반복의 힘은 강력합니다. 제자리를 돌지만 더욱 깊이 들어가는 나사못처럼, 나는 그 이전의 나와는 다른 인간이 됩니다.
- P195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기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회자정리를 해야 합니다. 나는 타인을 포함한 세계와 가깝고 직접적인 ‘인‘과 멀고 간접적인
‘연‘으로 얽혀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인연이라면, 나 또한 그에게 인연입니다. 모든 인연은 시절인연이니 적당한 때에 끝마쳐야 합니다. 작별할 때는 영원히 이별할 듯이, 이별할 때는 내일 재회할 듯이 분수작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P201

세상에는 어떤 의미에서도 의미 없는 것은 없습니다. 무엇이든 어떤 일이든누군가의 삶에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의미는 저절로 발생하거나 소멸되지않습니다. 나는 능동적으로 세계에 의미를 부여거나 파괴할 수 있습니다. 나는타자에게도 의미로 존재합니다. 그러나 나의 존재 자체로 타자에게 의미가 된 적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에게 ‘나‘는 의미 자체이고, ‘너‘는 의미이며, ‘그‘
는 무의미입니다. 나머지는 의미를 따지지 않는 비의미일 뿐입니다.
- P205

나는 나와 동류의 인간과 함께 공동체를 형성하지만, 공동체는 타자를 배제하고 경쟁 상대로인식하게도 만듭니다. 뿐만 아니라 공동체에게는 단순히 개인의 총합이 아니라플러스알파의 힘도 있습니다. 집단의 가면 뒤에 숨을 때 선행보다 악행을 쉽게행하고 책임감도 약해지는 나를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 P207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적지가 정해져 있어도 다양한 길을 거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나는 나의 길이 보이지 않으면 찾을 것이고, 찾을 수 없으면 길을 만들 것입니다.
- P209

내 삶을 평화롭게 하고 적을 만들지 않으려면 내 편을 만들지 않으면 됩니다. 피아와 아적을 구분하는 행위는 서로에 대한 불신을 확대재생산할 뿐입니다. 어쩌면 나조차도 내 편이 아닐지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 P213

지구가 인간과 공존하기 위해전쟁, 전염병, 자연재해 등을 통해 적절한 인구수를 스스로 조절한다는 관점도있습니다. 즉,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삶의 질을 향상하려면 저출산은 해결해야할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 P217

인간이 무엇을 ‘안다‘는 것은 단순히 인식하는 것부터 제대로 이해하는 것까지 다양한 의미를 함축합니다. 우리는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 대해 너무도 모르고 있었음을 깨닫는 순간, 모른다는 사실을 알 수도 있고 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음을 통찰합니다. 과연 아는 것이 힘일까요, 혹은 병일까요? 무엇을 아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나이가 들수록 알면 병이 되고 모르면약이 되는 것이 점점 많아집니다. 인간은 덜 현명할수록 더 행복하고, 사색하는일은 자연에 반하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됩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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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 P56

흔히 혼용하지만 사생활과 프라이버시 Privacy는 엄연히 다릅니다. 미국에서 발전한
‘프라이버시권‘은 초상권·성명권·명예권과 같은 ‘인격권‘에서 출발한 권리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뿐만 아니라 개인의 결정권까지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 P57

인간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넘나들며 살아가지만 사실 양자는 엄격히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우리는 본질적으로 고독한 단독자로 존재하기에 홀로 숨쉴 수 있는 내밀한 최소한의 영역은 보장받아야 합니다. 나는 혼자 있을 때가장 덜 외롭습니다. 그 순간 온전히 ‘나만의 나‘로 존재하며 타인은 천국도 지옥도 아닙니다. 
- P57

그래서 나는 나의 말을 정연하게 하기 위해 ‘나‘에게는 모든 말을, 소중한 ‘너‘에게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을, 이외의 모든 사람에게는 ‘그‘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기로 다짐했습니다.
- P59

인간에게는 양심의 자유와 함께 사상의 자유도 있는데, 헌법은 사상의 자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사상의 자유는 인간 내면의 사유체계에 속한다는점에서 양심의 자유와 동일합니다. 하지만 사상은 선악에 대한 판단뿐만 아니라지적·논리적 판단을 포괄하므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가치판단을 대상으로 하는 양심의 자유와는 구별됩니다.  - P61

하지만 인간을 믿는 것과 인간을 사랑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인간이 그 자체로 믿을 수 없고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할 때 우리는 깊은 연민과 함께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는 깨진 거울을 볼 때 나의 실체를 제대로 마주하고 연민과 사랑을 느낍니다.
- P61

중국의 고전 대학에서 "물유본말 사유종시했습니라고다. 모든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모든 일에는 끝과 시작이 있다는 뜻으로, 곱씹어 보면 근본이 끝이며 말단이 시작이라고 읽힙니다. 이를 우리 삶에 대응시키면죽음이 근본이고 출생이 말단입니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향하니 다시 말해 죽음을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삶의 본질이 죽음이라면 잘 태어나기보다 잘 죽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물론 잘 죽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잘 살아야합니다.
- P63

하지만 청원권은 주권자인 국민이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개인의 욕심이 아닌 것이지요. 국가는 인간의 욕심을 어디까지 수용해야 할까요? 인간의 욕심은 일시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 ‘욕구‘와 영원히 충족되지 못하는 ‘욕망‘으로구분됩니다. 욕구는 수용될 수 있을지라도 욕망은 충족될수록 커지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버림으로써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 P75

타인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역지사지의 태도가 필수입니다. 이때 ‘자기를 타자화해야지 ‘타자를 자기화해서는 안 됩니다. 자기를 타자화하는 경우에만 나와 타인을 모두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면 타자를 자기화하면 타인을 오해하고 폭력적으로 대응하게 됩니다. 
- P77

법은 정의를 지향하지만 인간이 만들었기에 완벽하지 못합니다. 정의롭지 못한 법을 집행하는 것이 불법으로 평가될 수도 있고, 때로는 그 법을 위반하는것이 적법한 것으로 평가될 수도 있습니다.
- P81

나는 노동으로써 살아 있음을 느끼고, 노동하지 않으면 불안합니다. 나는 나를 돌아보게 하는 노동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아침놀에서 나를 돌아보면 언제나 자괴합니다. 내 삶은 후회에 대한 후회의 연속이며, 부끄러움이 미장아빔 Mise en abyme"" 으로 무한히 반복됩니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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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적 가치는 내가 마주하는 ‘너‘를 인격적 존재로 인정하고, 제삼자인 ‘그‘
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을 모두 포함합니다. 더 나아가 ‘너‘와 ‘그‘가 서로를 인격적으로 존중할 때, 그래서 우리 모두가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때 비로소 모든 사람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 P7

또한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이 준수된다‘는 것은 국가가 국군을 정치에 이용해서는 안 되며 국군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헌정사에서 국군이 정치에 개입해 민주주의를 파괴한 군부독재의 역사적 현실을 헌법에 반영한 것입니다.
- P29

누구나 평화로운 삶을 원하지만 평화를 정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평화의 소극적 정의는 ‘폭력이 없는 상태이지만 폭력의 정의가 다양한 만큼 평화의 정의도 천차만별입니다. 평화와 폭력은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이라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는 물리적 폭력보다 심리적 폭력이 음험하고, 현실적 폭력보다 잠재적 폭력이 간교하니 주의해야 합니다. 
- P31

공간은 시간과 더불어 삶의 실존적 조건이 되며 때로는 공간이 시간의 의미를 조건 짓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공간을 공유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는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지요. 공간도 시간과 마찬가지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고유한 의미가 드러나며 그 의미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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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맞다. 내가 진료 중이었지
어느 어리버리 정신과 의사의 비밀일기
노현재 (지은이) 독립출판, 2024-07-17, 168쪽, 에세이

🐥 표지나 제목만 보고도 끌리는 걸 넘어서 꼭 읽어보리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이 그런 책이었다. 노란 표지에 곰인지 토끼인지 모를 귀요미(책을 읽다 보니 작가님이었다는.)가 어리바리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실제 책 내내 스스로를 어리바리라고 하는 작가님의 귀여운 변명과 메타인지의 장이 나옴). 거기에 제목은 심상치 않다. 정신과 의사의 비밀 일기라니. 정신과 의사의 본인 얘기를 듣거나 시청하거나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 책을 읽기 전에는 공부를 어떤 방식으로 한 걸까, 정신과 의사를 지원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다른 전문의와 다를 것 같은 학업 과정과 레지던트 과정의 흥미진진함을 엿볼 수 있겠지, 아니 개원은 어떻게 하게 되었을까, 환자들이 많이 올까 등 아주 현실적인 궁금함이 있었다. 그래, 그랬다. 다소 평범하지 않은 직업을 가진 분의 에세이라니, 속물적인 궁금함이 나의 순수한 질문이자 설렘이었다. 이런 부연 설명을 사전에 깔아둔다는 것의 의미는 예상되듯이 그것이다. 이런 음흉한 자가 가지고 있던 기대에 부응하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아니, 난 정신과 의사의 직업이 궁금했는데 말이지.

🐥 대신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의 전형적으로 차갑고도 이성적인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도 말한다. 작가님 표현대로라면 뒤쪽 책날개에 나온 xx하고 xxxx한 의사의 모습. (정답은? xx에 들어가는 단어가 궁금한 분은 책 본문 전체와 끝맺는 글을 확인하시면 된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작가님이 이러셔도 괜찮나 싶었다. 이렇게 ADHD와 우울증, 일상의 모습을 까발리는 자기 모습에 환자가 신뢰를 안 가져서 줄어들면 어쩌나 하는. 그런데 작가님 표현대로 아파야 설움을 알고, 환자의 설움을 아는 의사의 성실과 노력은 분명 공감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책 끝 맺는말처럼 결국 이 일기는 정신과 의사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이 된다. 정신과 의사의 직업이 왜 결국 우리의 일상이 되는지 궁금한 분들에게 권한다. 힌트를 드리자면 책에 나온 부분 중 나 또한 항상 마음에 놓고 있던 부분을 요약해 본다. 삶은 너무도 복잡해 정답이라는 게 있기보다, 그저 우리는 서로를 들려주고 들어줌으로 각자의 마음에 흔적을 남기며 삶을 빛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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