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달랐다. 훨씬 과감했다. 그뻔뻔함은 우리가 알고 있되 헤아리지 못했던 것을 일시에일깨웠다. 바로 우리는 어디에 있든 다층적으로 연결되어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복잡한 데다 사회,
정치, 경제 논리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정신적으로도 서로 얽혀 있다는 것 말이다.
- P8

나는 글을 쓰며 이 공백기를 보내기로 했다. 뉴스 예보를 주시하면서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이해하고 싶어서다. 때때로 글쓰기는 균형을 잡기 어려울 때 땅에 발을 디디고 서 있게 하는 바닥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나는 이 전염이 우리 자신에 대해 폭로하는 것에귀를 막고 싶지 않다. 두려운 비상사태가 종료되면, 우리의 일시적 자각은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이것이 질병의본질이다.
- P10

그러니 전염은 우리 연결 관계의 감염이다.
- P13

RO값을 낮추는 것은 우리가 코로나19에 저항한다는 수학적 의미다.
- P19

사실 자연 그 자체가 선형적으로 구성되지 않았다. 자연은 급격하거나 훨씬 더 유연한 성장, 지수와 로그를 좋아한다. 자연은 본래 비선형적이다.
전염병도 예외가 아니다. 
- P21

"갈수록 더 빨라지는 확산을 어떻게 멈춰야 하는가?" 이질문에 대한 답은 "모든 힘을 다해 자제와 희생으로, 인내심을 갖고"이다.
- P23

그러나 전염의 시대에는 우리가 무엇을 실제로 기대해도 되고 기대하면 안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무작정 최선의 것을 바라는 것과 적절한 선에서 기대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 P26

전염의 시대에 우리는 단일유기체의 일부다. 전염의 시대에서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이다.
- P37

감염 가능자들은 각자가 하나의 방역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염의 시대에 우리 행위는 전적으로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 P38

우리는 다수이고, 우리 각자의 행위는 각각 지각되기어려우며, 막연한 전체 결과로 이어진다. 전염의 시대에 연대감 부재는 무엇보다도 상상력의 결여에서 온다.
- P39

전염의 시대에, ‘인간은 섬이 아니다‘라는 존 던 John Donn*의 묵상이 더욱 의미심장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다. - P43

그때와 똑같은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는 분노, 공포,
불안, 냉소, 불신, 체념으로 대응하고 있다. 두려움 앞에 툭튀어나오는 인간의 반응이자 민낯이다. 이것을 인지한다면 우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신중하게 행동하고, 연민의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 P52

오히려 지금은 더 냉정하게, 코로나19와 같은 사태는 앞으로더 자주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감염은 징후이기때문이다. 전염은 생태학 속에 있다.
- P56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새로운 전염병은 어쩌면 지금 꼭 필요한 ‘생각으로의 초대‘일지도 모른다. 유예된 활동, 격리된 시간들은 그 초대에 응할 기회이다. 무엇을 생각해야 하느냐고? 우리는 단지 인간 공동체의 일부가 아니라는 것. 섬세하고 숭고한 생태계에서 우리야말로 가장 침략적인 종이라는 것.
- P59

막연한 생각일지라도 한번 형성된 추측은 일종의 생태계를 형성한다. 그곳은 마녀의 솥단지처럼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는 무한 증식의 세계다.
- P69

정상적인 일상이 우리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생각의 시간‘으로 이 시기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이르렀는지, 어떻게 되돌아가고 싶은지 등을 생각하는기회로 삼을 수 있다.
- P76

날수를 세면서, 슬기로운 마음을 얻자. 그리고 이 모든 고통이 헛되이 흘러가게 놔두지 말자.
- P77

생각하는 용기를 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 P86

하지만 지금부터 미래를 떠올리며 도모하자. 그래서 상상할 수 없는 것이 또다시 우리를 기습하는 일이 없게 하자.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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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지켜 줄 가장 첫 번째 사람은 너야. 
- P68

"괜찮아. 너의 한 사람은 너야."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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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란 건 쉽게 바뀌는 법이 없지."
"그럼 어렵게는 바꿀 수 있다는 거잖아요."
"그런 일은 거의 없어."
"전혀 없는 일은 아니군요."
"여태껏 일어난 적이 없다고."
"제가 처음으로 해 볼게요."
- P7

"괜찮아"
단 한 마디의 말뿐이었는데 갑자기 눈 안이 화끈해졌다.
"괜찮아, 은아야."
어떻게 해 볼 사이도 없이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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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노포들이 노포를 찾는 사람들의 호의를 권리로 받아들이며 조금 부족한 위생 상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데 이집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노포라는 이유로 주인의 게으름이나 위생에 대한 개념 부족을 ‘노포의 멋(또는 맛)‘으로 치환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믿는다.
- P126

유명한 노포답게 포장 손님도 꽤 많았는데, 포장 손님 모두에게 포장해 가는 음식을 먹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과 이동수단을 꼼꼼하게 물어보신다. 그리곤 그에 맞게 음식의 온도와 포장을 일일이 조정해 주는 것이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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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따지고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이나 문화는 발전하는 것이니, 본래의 것에 비해 청출어람 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세상 모든 것들이 매일 매일 청출어람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다. 

- P97

이 집에서 또 하나의 교훈을 얻는다. 지켜야 할 것과 변화해야 할 것들을 명확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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