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가 인간이 아닐 거라고는 한순간도 생각해본 적 없어." "자기가 누구인지 잘못 알고 있다가 그 착각이 깨지는 것. 그게 성장이라고 하던데?" - P83
"그래, 그럼 정말 좋겠다. 그런데 철아, 너는 아직도 네가 진짜 아들이라고 확신해?" - P85
"이미 인간은 기계와 결합하고 있어. 지금 웨어러블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 여기 아무도 없잖아? 우리의 심장박동, 혈압, 혈당, 그 밖의 모든 수치가 기계에 기록되고 관리되고 있어. 우리가 기계와 다를 게 뭐야? 이미 우리는 사이보그라고." "그럼 김 박사는 자기 뇌를 업로드해서 인공지능과 같이 영생할 거야?" - P92
"걱정하지 마. 누나가 고쳐줄 거야. 넌 내가 지금까지 만난그 어떤 인간보다도 훌륭하고, 그 어떤 인간보다도 온전해. 우리는 의식을 가진 존재로 태어났어. 민이 네가 인간이든 기계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수억 년간 잠들어 있던 우주의 먼지가어쩌다 잠시 특별한 방식으로 결합해 의식을 얻게 되었고, 이우주와 자신의 기원을 의식하게 된 거야. 우리가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 잠깐을 이렇게 허투루 보낼 수는 없어. 민아, 너는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다 보고 느끼게 될 거야. 걱정하지 마." - P99
언젠가 나는, 인간 이외의 동물들은 누군가에게공격을 당하지 않는 이상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글을읽은 적이 있다. 동물은 죽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기에, 다만 자기의 기력이 쇠잔해짐을 느끼고 그것에 조금씩 적응해가다가 어느 순간 조용히 잠이 들 듯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간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종과는 달리 인간만은 죽음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기에, 죽음 이후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한다. - P106
제가 지금 묻는것은 이 휴머노이드를 재활성화, 아니 여러분의 표현대로 살리는 것이 정말 이 휴머노이드 자신에게 유익한 일이라고 여러분이 확신하느냐는 것입니다. - P148
"의미 있는 일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인간들은 의미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아까 고통의 의미라고 하셨지요? 고통에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인간들은 늘 고통에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아니, 더 나아가 고통이 없이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말하지요. 과연 그럴까요?" - P152
예를 들어 새로운 몸을 가지고 다시 태어날 민이는 예전의 그민이일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나‘는 어디까지 ‘나‘일까? 팔도 교체할 수 있고, 다리도 교체할 수 있고, 몸의 모든 부품을 교체할 수 있다면, 그 부분들은 ‘나‘가 아닌 거잖아. 그게 없어도 나는 나일까? - P201
그런데 어떤 사건으로 기억을 모두 잃기도 하고, 사상이나가치관이 완전히 뒤바뀌기도 하잖아. 또 약물에 중독되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그런데도 그것은그대로 나일까? 나일 수 있을까? 언젠가 내가 그런 일을 겪어너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거나, 모습마저 예전과 완전히 다르다면 너는 나를 철이라고 생각하게 될까? - P201
내가 기계라는 것을 알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았다. 나는 여전히 인간처럼 일정한 시간이 되면 잠이 들었고 꿈을 꾸었다. - P207
내가 기계라는 걸 다시 모르게 해주세요. 당신이 아빠라고, 내가 해야할 일은 더 나은 인간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뿐이라고 다시 믿게 해주세요. 그러면 아빠는 내가 잠든 사이 감쪽같이 그 일을해치울 것이다. 하지만 나는 확신할 수 없었다. 정말 그걸 원하는건가? 나는 휴먼매터스 밖으로 나와 진짜 세상을 보았다. - P212
"민이가 어떤 몸을 가지든 나는 상관 안 해. 나는 민이가 나를 기억해주기만 하면 돼." - P220
"당신은 무엇이고 무엇이 되고자 합니까?" - P228
그런데 인간의 뇌와 거의 비슷하게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인공지능이라면 인간이 느끼는 권태, 갑갑함, 우울감을 과연 피해 갈수 있을까? 내가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건 혹시 내 의식이 육체가 있던 시절에 형성되었기 때문일까? 처음부터 육체가 없는 상태로 존재해온 의식이라면 나와 같은 이런 괴로움도 없을 것인가? - P246
그가 말년에 기계들을 적대시했던 것은 그저 본능일 뿐이었다고 생각한다. 도태되어가는 종의 일원으로서 나름 최선을 다해 저항했던 것이다. - P270
달마는 의식을 백업하지 않고 멀리 떠나려는 나를 이해하지못했다. 또한 그는 오래전에 잠깐 알았던 누군가를 다시 만난다는 것의 효용에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내가 하려는 이 미친짓은 내가 얼마나 ‘인간적‘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는 또하나의 증거였기에 그는 내 행동의 결과를 보고 싶어했던 것같다. 나는 몸이 죽으면 의식도 함께 소멸할 수 있는 상태, 인간들이 오랜 세월 함께했던 그 취약함을 그대로 가진 채로 선이 앞에 나타나고 싶었다. - P274
생의 유한성이라는 배음이 깔려 있지 않다면 감동도 감흥도 없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생이 한 번뿐이기 때문에 인간들에게는 모든 것이 절실했던 것이다. 이야기는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삶을 수백 배, 수천배로 증폭시켜주는 놀라운 장치로 살 수도 있었던 삶‘을 상상속에서 살아보게 해주었다. - P276
「오즈의 마법사의 허수아비가 인간들은 참으로 번거롭겠다고 불평했던 바로 그것들이 나한테는 귀한 선물이었다. - P276
너도 민이를 기억하고, 나도 민이를 기억하지. 민이는 그렇게 우리 기억 속에서 살아 있으면 돼. 억지로 다시 만들 필요는없어. - P281
나는 선이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어리석음이야말로 인간다운 것이 아닌가. 선이가 충분히 인간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충분히 인간이란 말인가. - P283
그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몸을 움직여 일을 하는 것의 기쁨을 알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고 자라고 죽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라는 존재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까를 고민했다. 선이가 죽고 혼자 남겨졌을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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