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그 선을 섬세하게 지켜냈다. 무시하고 넘어가기도, 정색하고 덤벼들기도, 누군가에게 폭로하기도 애매한 선이었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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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방이 싫어질 때
태재 (지은이) 저스트스토리지 2024-06-26, 172쪽, 에세이

#독립출판 #책방이싫어질때

🍉 책방지기가 책방에서 일하며 겪는 불쾌함과 짜증이 중간맛 정도로 솔직하게 쓴 내용을, (죄송하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아마도 매운맛은 그 부정적인 마음조차 책방과 책, 독자들에 대한 애정으로 차마 못하지 않았을까. 순한맛은 솔직함을 드러내지 못해 나름의 귀엽고 냥냥거리는 부정적인 마음을 풀어헤친 게 아닐까 싶으며 읽었다.

🍉 책 앞부분서는 내 20대가 돌아봐졌다. 사람마다 그 내용은 다르니 쉽게 공감한다 말하기 어렵지만, 내 여름도 꽤나 빈곤했다. 아니 심각하게. 그리고 이어지는 글들을 읽으며, 책방 얘기지만 지금 내게도 계속 공감되는 사람과 사람사이 기본적인 예의, 배려에 관한 얘기구나 싶었다. 작가분 표현처럼 말을 왜 그렇게 하는가 하지만... 어쩌면 상대는 정말 몰라서 그랬을까도 싶다.

🍉 읽으며 대부분 재미있고, 공감가고, 같이 분노하고, 어떤 건나도 이러지 말아야겠다하며 돌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는 꼭 생각하시는 그런 게 아닐 수도 있다고 오해를 풀고도 싶었다 (친분도 없지만, 친분이 있다 해도 굳이 내가 그러지 않을 확률 99.8%지만..) 그리고 그런 단언조차도 이미 자세한 내막을 알기보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 생각들었으나... 이건 결국 내 바운더리란 생각으로 전환.

🍉 실제보면 아마 안그러실듯 한데 글 속 구석구석에서 귀여움과 다정함이 느껴진다. 첨부터 예고는 되었던 (앞에서는 웃었지만 뒤에서는 째려보던 책방직원의 뒤끝 에세이.3p). 너무 뜬금없는 마무리지만, 나는 계속해서 숨어서 연민을, 무심하게 다정한 사람을 지향하겠어. 아니 왜 이 책 읽은 최종 결론이 이렇게인거냥..

🍉 마음에 남은 구절은 언제나 많지.

🌱 나가는 사람은 그걸로 끝이지만 책방에 남아야 하는 나로서는 그말들을 곱씹으며 ‘왜 말을 저렇게 하지?‘ 하며 계속 불쾌해하는 일에 힘을 쓰게 되었다.
19

🌱큰 서점의 쾌적한 분류를 편해하면서도, 작은책방의 오래된 빼곡함을 편애한다. 조금 전 분명히 본 것 같은 책도 단숨에 보이지 않는 숨겨놓지않았으나 숨겨진. 계획의 어깨를 토닥이는.
43

🌱우리도 어디로 갈지 모른 채 흐르고 있으니까. 대신 어디로든 원하는 방향이 있다면 그쪽으로 가보면 된다고, 아직 원하는 방향이 없다면 갈 수 있는 방향을 찾아보자고 말할 수는 있겠다.
50

🌱자신에게 피해를 준 것도아닌데 섣불리 점수를 매기는 말들. 점수보다는 박수를 보내면 좋겠는데. 심사를 하기보다는 신사가 되면 좋겠는데.
64

🌱 ‘너‘와 ‘나‘를 겹치면 더 두꺼운 ˝내˝가 되고 내 세상은 비로소 넓어지는 것 아닐까.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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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짝반짝 샛별야학
최하나 (지은이) 나무옆의자 2024-03-05, 248쪽, 한국소설

#반짝반짝샛별야학 #최하나작가

🍉 내가 20대 중반 시절 돌아가신 할머니는 글을 모르셨다. 그게 부끄러우셨던 할머니는 교회서 예배드릴 때 옆에 앉아 찬송가와 성경책을 찾아달라 하셨다. 다른 사람들에게 글을 모르는 걸 들키기 싫어하셨다. 그 때 그런 할머니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지만, 글을 알려드려야 겠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다.

🍉 부모님 세대는 많이 이전 보다 배우셨지만 그럼에도 많이 부족해 아쉬움이 다들 크시겠지. 그 세대의 여자 어른들처럼 엄마 역시 가난때문에 공부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엄마는 어디서 배웠는지 미숙하지만 한글과 엑셀을 하신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엄마에게 고등학교 검정고시 수업을 내가 해드릴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실행은 커녕 엄마에게 의향ㅈ을 묻지도 못했다.)

🍉 그러던 때 이 책을 읽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할머니들을 꽤나 좋아하고 귀여워(?)한다. 그리고 칼라풀한 일러스트 좋아한다. 그러니 이 표지가 얼마나 끌렸을까. 그런데 읽다보니 할머니들이 주요인물로 나오는 이 귀여운 우당탕에 내 할머니들, 엄마들이 오버랩되어 응원을 하고 있다. 책을 읽기 보다 생활을 읽는다.

🍉 소설은 동화처럼 흘러가지만, 이 소설이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이미 현실로 이루어 가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할머니 될 때까지 같이 책 읽으며 냥냥거리고 싶은 친구와 내가 비슷한 시기 생일이었다. 할머니, 엄마에 이어 시간이 흘러 내가 이런 귀여운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이런 무해한 우정을 가진 귀여운 할머니들의 배우는 모임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러고 싶어 이 책을 선물로 준비했는데, 지금 두 달이 다 되어가도록 주질 못했다... 쩝

🍉 책의 앞 부분의 구절을 다시 읽어보며 돌아가신 할머니들, 어느 순간 할머니가 된 엄마들, 또 나이를 먹는 우리들을 응원한다.
˝샛별야학 신입생 모집!
미뤄왔던 졸업의 꿈을 이루세요. 훌륭한 강사진이 도와드리겠습니다.
남녀노소 대환영!!
그리고 그렇게 행자 할머니는 어느 가을날, 중학생이 되었다.˝
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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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과거를 모두 뒤져서 지금 필요한 단 하나의 조각을 찾아야만 하는 원도가 생각의 터널에 멈춰 중얼거린다. 장민석이다. 장민석이 말했다. 
- P65

메워지지 않는 구멍을 내버린 것. 상처는, 징그럽게 곪다가도 자연과 약속한 시간을 정직하게 지키면, 새로운 살로 그 구멍을 메운다. 메워진 구멍은 고통을 견딘 대가다.
메워지지 않고 계속 썩어 들어가 더 깊은 구멍을 만들어버리는 것은 그러므로 상처라기보다 통로다. 상처는 몸의 일부지만 통로는 몸을 뚫고 지나가는, 몸의 바깥이다. 
- P66

죽음은 자기 자신처럼, 아무리 생각하고 탐구하고 친해지려 노력해도 절대 알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 그래서 무서웠다.
죽으면 끝이어서가 아니라, 소중하고 아까운 모든 것을 잃어서가 아니라, 홀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기에. 알 수 없는 그것을 철저히 홀로 겪어야 하므로.
- P81

뭐가 여백이고 뭐가 결핍인지, 원근감이 생겨버렸다. 빈틈없이 가득 차 충분한 줄 알았는데 텅 비었다.
무섭다.
외로움도 고독도 쓸쓸함도 슬픔도 아니다. 두려움도 아니지만 그것에 가장 가깝다.
원도가 운다.
목놓아 운다.
- P85

피할 수 없는 악취와 독기 속에서, 원도는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차차 괴물이되어갔다.
- P102

원도는 용서하지 않고 이해하지 않으려고, 장민석과 정반대되는 말과 행동을 하려고 애썼지만, 어려웠다. 용서하고 이해하는 것보다, 용서하지 않고 이해하지 않는 게 더 어려웠다. 장민석과 정반대의 사람이 되는 것 역시 장민석과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만큼 까다로웠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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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이라 믿었다. 믿음에 이성은 필요 없었다.
그리고 모든 것은 단숨에 무너졌다.
- P39

원도의 머릿속에는 버튼 하나로 원도를 박살내버릴 시소가 있다. 죽어야겠다는 생각과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이 같은 무게로 시소의 양 끝에 앉아 있고,
원도는 어느 쪽으로 몸을 기울일지 선택하지 못한 채 그 중간에 위태롭게 서 있다. 
- P42

산 아버지는 절대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원도는 한 번도 산 아버지를 이길 수 없었으며, 산 아버지의 말처럼 살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원도에게는 산 아버지의 모든 말이 틀린말이거나 혹은 그 말처럼 살지 못하는 자신이 바로 틀린 존재였다. 
- P56

네 엄마가 가르쳐줬어.
장민석의 말이다.
상대를 죽이고 싶을 만큼 화가 나면 바로 그 앞에서 웃으라고 했어. 웃어야 한다고 했어.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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