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서 가장 두려운 상황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물가 상승률도 경제성장률도 적당한 것이 좋다. 경제성장률이 다소 낮아도 예측할 수 있으면 괜찮다. 그러나 예상을 벗어나는 순간이 오면 위험하다. 이런 예측 불가능성의 위험을 가리켜 ‘블랙스완’이라고 부른다. - <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토리텔러 (지은이)> 중에서

경제에서 가장 두려운 상황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물가 상승률도 경제성장률도 적당한 것이 좋다. 경제성장률이 다소 낮아도 예측할 수 있으면 괜찮다. 그러나 예상을 벗어나는 순간이 오면 위험하다. 이런 예측 불가능성의 위험을 가리켜 ‘블랙스완’이라고 부른다. - <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토리텔러 (지은이)> 중에서

미디어는 각 시점에 가장 관심을 끌 만한 내용이 돋보이도록 기사를 내므로 앞뒤 정황을 두루 파악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보의 왜곡을 피하려면 다양한 뉴스와 기사를 꾸준하게 봐야 한다. - <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토리텔러 (지은이)> 중에서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는 집을 가진 사람들만 엮여 있는 것이 아니므로 매우 복잡하다. 부동산 대출이라는 끈으로 금융권이 이어져 있고, 전세금 문제로 무주택자와도 연결되어 있으며, 그 외에 온갖 산업들이 얽혀 있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산업 전체의 붕괴를 의미한다. 집값의 급락은 기뻐할 일이 아니라는 소리다. 현재 집값이 비정상적이더라도 이를 하루아침에 끌어내려서는 안 된다.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조율해가며 천천히 정상화시켜야 한다. - <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토리텔러 (지은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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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은 유추적용할 수 있지만 형법은 유추적용을 금지한다. 형법은 법에 정해진 문구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 비슷한 것을 들이대는 일은 허용하지 않는다.

38~39p 로봇은 살인을 해도 죄가 되지 않을까?

나쁜 생각은 이처럼 의식적으로 막기가 힘들기에, 이를 위해 할수 있는 일이 바로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반성이다. 그런 과정을거치면서 사람의 인격은 조금씩 성숙해간다. 도대체 몇 살이 되어야 나쁜 생각이 전혀 떠오르지 않을지는 모르겠다. 동양 모든 도덕의 원류가 된 공자가 "마음 가는 대로 행해도 예의에 어긋남이 없게되었다"는 경지인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輸矩)‘에 이른 것은 그의 나이 70이 되어서였다.

47~48p 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일까?

데스노트가 세상에 많이 돌아다니면 법은 데스노트를 살인무기로 취급하게 된다. (만일 이런 일이 있다면 데스노트는 최종병기가 될 것이다. 당장각국 지도자들의 이름만 적어도 전 세계가 얼마나 혼란에 빠질 것인가아마 데스노트가 인정된다면 국가전략무기로 분류되어 ‘데스노트 확산 방지조약 같은 걸 맺고 전 지구적으로 관리에 들어갈 것이다)

56~57p 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일까?

‘알아서 피해가겠지‘ 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속에는 ‘걸려서 넘어지면 좀 어때?‘라는 생각이 분명 있다. 가벼워 보이지만 절대로 가볍지 않은 행동이다. 물론 친구가 피해갈 수는 있다. 하지만 미처 보지 못해 넘어졌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일이고, 고의로 행한 일과 동일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60p 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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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은 마치 운명의 마녀들처럼, 다정하게 머리를 안쪽으로 기울이고 엉킨 실 같은 매일매일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함께 고민해주었어.
95p 옥상에서 만나요

『규중조녀비서(中操女秘書)』라는 말도 안되는 제목의 그 책에는 제목만큼이나 말도 안되는 주문들이 가득 모여 있었어. 남편의 시앗을 제거하는 주문, 학문에 뜻이 없고 주색잡기만 하는 장남을정신 차리게 하는 주문, 엉덩이가 가벼운 막내딸을 처신하게 하는주문, 입이 가벼운 동네 이웃에게 갚아주는 주문, 얹혀사는 군식구를 독립시키는 주문……. 그것은 주문서라기보다 전근대 여성들의고민을 모아둔 책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았지. 
99p 옥상에서 만나요

그리고 놀랍게도 몸이 가뿐했지.
그렇게 가뿐할 수가 없었어. 몸의 모든 독소가, 노폐물이, 운 나쁘게 삼켰던 중금속 성분이 다 빠져나간 것 같았어. 스트레칭도 안했는데 말랑말랑 모든 관절이 부드러웠고, 눈이 건조하지도 않았고, 기분 나쁜 땀이 배어 있지도 않았어. 누군가 나를 키보드 청소하듯 해체해서 먼지를 털고 다시 조립한 것 같았다니까. 새로 태어난 것처럼 개운했다면, 넌 이해하겠니. 상쾌한 아침을 기억하는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을 텐데.
109p 옥상에서 만나요

모친상을 당한 회사동료, 힘들게 이혼한 친척언니, 유전병 증세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친구 오빠, 빚이 많은 아는 동생, 유학을 포기한 대학원생, 교통사고를 당한 운동선수, 대입 삼수생, 공무원 시험 오수생, 뇌종양수술 후 후각을 잃은 요리사, 재활에 실패한 무용가, 험악한 이웃과마찰을 겪은 캣맘, 일베로 가득한 교실의 여중생, 임용이 안된 만년 강사, 만년 아이돌 연습생, 도박 중독자, 텔레마케터, 환경운동가, 부인과 사별한 교감 선생님 수해를 맞닥뜨린 농민, 혹사당하는청년 인턴, 아토피가 심한 어디자이너, 이민에 실패해 돌아온 이내일 작가, 교도관, 구제역 돼지 생매장 직후의 관련인들, 각중 학대에서 겨우 벗어난 사람들, 심각한 식이장애 환자, 20년 넘게 키운 앵무새가 죽은 사람, 진보 정치인의 부인, 극우 국회의원의 딸....
1111~112p 옥상에서 만나요

이제 내가 있는 옥상은 뛰어내려도 살아남을 수 있는 높이야. 더는 뛰어내리고 싶지도 않고.
하지만 너는, 내 후임으로 왔다는 너는, 아마도 그 옥상에 자주가겠지. 내가 너에 대해 이상한 책임감을 느끼는 게 왜인지는 모르겠어. 분명히 말할게, 연민은 아냐. 연민은 재수없잖아. 그저, 『규중조녀비서를 받을 사람이 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뿐이야. 너는 분명 울 테고, 운다면 비가 들지 않는 가장 안쪽의 에어컨 실외기 위에 앉아 울겠지. 
115p 옥상에서 만나요

언니가 죽었다.
돌연히, 갑자기, 순식간에, 불현듯, 눈 깜짝할 사이에, 그냥, 느닷없이, 금세 , 한순간, 난데없이, 대뜸, 황망히, 별안간, 돌발적으로,
급작스럽게, 찰나에 죽어버렸다.
118p 보늬

컴퓨터공학과에 간 규진이와 지리교육과에 간 나와 현대무용학과에 간 매지가 서로가 뭘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채로 여전히 친구인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125p 보늬

위로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는데, 이용자들은 서로에게서 위로를 얻는것 같았다. 한 사람의 자살은 여섯명 정도의 인생을 크게 바꾸어놓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돌연사는 몇명의 인생을 흔들어놓을까?
127p 보늬

우리가 인간이라서 자연스러운 도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울며불며 이렇듯 쓸데없는 짓을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모든 것으로부터 한발짝 뒤로 물러서는 마음이 드는 그런 날이 있었다.
132p 보늬

"이야, 너 정말 개떡같이 말했는데 찰떡같이 받아 적었네."
138p 보늬

"하다가 죽지 않는 거, 하고 싶다."
"있어? 그런 거?"
".…그럼 하다가 죽어도 상관없는 거, 하고 싶다."
"그것도 없을 것 같은데."
142p 보늬

그 순간에도, 그 이후에도 삶과 죽음에 그토록 분절이 없었다는게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한번의 암전도 없이 이어질 줄은 정말이지 몰랐다. 무의식적으로 마침표까지는 아니라도 쉼표는 기대했던모양이었다.
148p 영원히 77사이즈

보통 중요한 질문을 하기 전에는 스몰토크가 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173p 해피 쿠키 이어

"명예살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 교수가 나를 빤히 보며 물었을 때 머릿속이 하얘졌다. 보통중요한 질문을 하기 전에는 스몰토크가 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내 누이들은 히잡을 쓰지 않으며 교육을 받았고 연애결혼을 했으며 나는 누이들을 손끝 하나 건드릴 마음이 없다고 말해야 할까,
그래도 우리나라는 인접국에 비하면 훨씬 사정이 낫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아무리 최고형을 선고해도 여전히 이어지는 명예살인이 부끄럽고 이성의 시대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아 절망적이라 고 해야 할까, 한 개인이 한 문화권의 죄악에 대해 바로 대답할 수있어야 한다면 한국 남자는 한중일 삼국 남자들의 죄악에 책임을느끼는지 반문해야 할까..... 덩어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실제로는 덩어리래도, 나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173p 해피 쿠키 이어

나의 감상이란 겨우 ‘새우깡은 정말 새우튀김 맛에 충실한 과자였구나‘ 정도였기 때문이다.

175p 해피 쿠키 이어

일이 잘되려면 모든 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잘되듯이, 일이 잘못되려 해도 마찬가지로 맞물려 잘못된다.

178p 해피 쿠키 이어

옳은 불화라는 것도 있는 것일 테다. 옳은 불화로 기우는 개체들을 공동체는 소중히 여겨야 할 듯한데 보통은 그렇지 않았다.
여자친구는 마치 희귀 새 같았다. 그토록 소중한 존재를 왜 원하지 않는지, 괴롭히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196p 해피 쿠키 이어

"언제든지"
여자친구가 말했다. 언제든지 돌아오라고? 전화하라고? 메일쓰라고? 나는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럴 땐 똑같이 말하는 게 제일좋다.
"언제든지."
나도 말했다.

203p 해피 쿠키 이어

하지만 그게 정말로 끝이었다. 우리는 메신저도 하지 않고 화상통화도 하지 않고 메일도 쓰지 않고 페덱스도 보내지 않는다. 그런사람이라 좋아했으니까,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주기로 마음먹는다. 상당한 의지력이 필요하다.

203p 해피 쿠키 이어

들을 때는 별 도움 안되는 소리를 한다 싶었지만, 그후 지원으이상하게 이재의 말을 자주 떠올렸다. 고정되지 않았어, 고정되지않았어, 하고 주문처럼 되풀이했던 것이다. 보기 드물게 일관적인양육자‘라는 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날에는 보기 드물게 쪽에 방점을 두어 스스로를 칭찬하고, 어떤 날에는 ‘일관적인양육자 쪽에 방점을 두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랬기에 지원은 어떻게든 아이들을 맡기고 이재의 이혼 세일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서 무언가 근사한 말을 돌려줘야 했다. 주문 같은 말을.

216p 이혼 세일

"우리들의 그 아픈 네트워크에 하얀 점들이 등록되는 소리"(142면)를 그가 여전히 듣기 때문이다. 무력할지언정 타인의 고통에 무감하지 않겠다는 충실성의 윤리다.

263p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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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바뀔 수도 있어. 생각보다 빨리."
"어쨌든 지금은 숙제를 해오지 않은 학생에게 지나치게 가혹한옛날 선생님 같잖아."
"손바닥을 때리려나?"
"깡패처럼 뺨을 안 때리면 다행이지."
29p

"어쨌든 그게 가부장제야. 당신 눈에는 안 보여도 내 눈에는 보여, 내 눈에만 보이는 게 아주 많아."
30p

제일 좋아하는 소설이 [필경사 바틀비]면서!
 결혼을 통해 스스로에게 관습에 순응하는 면이 있다는 걸 인정한 여자는, 자주 ‘이것이 관습일 뿐인가?‘ 검토하는 사람이 되었다.
의미를 두지 않는 행동은 되도록 하지 않는 사람이.
34p

어두운 방에서 모니터만 빛내며 판다 동영상을 무한 반복해서 보고 있는 남자친구를 보면 가끔 짠해. 그런 날은 힘든 일이 있었던 날이거든, 너도 힘들구나, 그게 우리 관계의 바탕인 거 같아.
47p

아빠의 눈에 내가 온전한 한 사람이 아니란 걸터득한 지는 벌써 오래여서 결국 오빠한테 전화를 걸었고, 소환되어 온 오빠가 나 대신 싸웠어. 건성으로 싸웠는데도 아빠를 설득해냈어. 오빠의 결정적인 한마디는 ‘남들이 흉본다‘ 였지. 어릴 때 내내 때리고 괴롭혔던 걸 그 설득으로 갚았다고 생각해.
51p

그사이 언젠가부터 근이와 나는 헤어져 있더라.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났어. 맨홀에 낀 굽을 빼주는 정도의 귀여운 일은 언제나 일어나고,
근이는 좀처럼 집요한 타입이 아니었으니까. 억눌리지도 뒤틀리지도 않은 사람이 집요하기란 쉽지 않아, 그치?
56p

가장 좋아했던 남자애가 텔레비전에 나온다고 해서, 그 이유만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아냐. 나는 굉장히 여러가지로부터 도망쳤거든.
57p 효진

그리고 그해가 다 가기도 전에 그 후배는 교수들 사이를, 교수와 조교들 사이를, 선후배 동기 사이를 굉장히 복잡한 선으로 이간질했어. 교수 임용과 장학금 수령 결과가 바뀔 정도로 어마어마한 작업이었던 모양인데 애초에 악의가 있어서 벌인 일이면 빨리 탄로가 났겠지만 그저 자기 안의 불안을 사방에 던진 꼴이어서 꼬리가 늦게 붙잡혔어. 불안정한 사람 한명이 할 수 있는 가장 파괴적인 행위였다고 할까. 나도 큰 타격을 입은 사람 중 하나였어. 그런 거짓말은 거짓말로 밝혀지고 나서도 이상한 효력을 발휘하잖아. 사람들은 지쳤고 그 어떤 것도 회복할 의지가 없었어. 덕분에살이 몇 킬로쯤 빠졌지만 사실 너무 흔한 일이지. 분명 지금도 어디서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걸.
57-58p 효진

가난하기로 치면 나도 가난하고 사실 내가 도망친 건 가난보다 좀더 어둡게 끈적이는 어떤 것으로부터였는데 나는 무슨무슨 녀라고 유행하는 비속어들로 요약되어버렸어. 그 사람은 새벽에 전화해 돌아와달라고 울면서도 매일매일 글을 올리더라. 욕설이 섞인 게시물과 간절한 전화 사이의 간극이 더 소름 끼쳤어.
59p 효진

태어난 곳으로부터, 소속된 모든 딥단으로부터, 제대로 된 관계로부터 도망쳐왔어. 남아서 싸우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아. 남보다 못한 가족들과도 어떻게든 연을 이어가려고애쓰고, 처음 하기로 마음먹은 일을 끝까지 해내고, 지옥 같은 회사를 개선시키고, 성격이 안 맞는 애인과 다투고 다퉈서는 안정적인 관계에 다다르지. 그런 사람들을 좋아해. 그런 사람들처럼 살고 싶었어. 그런데 나는 그러지 못하고 끊임없이 도망쳤어. 위기의 순간이 오면, 핑글 돌아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지. 정말은 위기의순간이 오기도 전에 도망친 걸지도 모르고.
61~62p 효진

"하지만 네 말은 그거잖아, 우리가 언젠가 뿔뿔이 돌아가고 ‘알다시피‘에 다른 멤버들이 들어온다 해도 지금 이 순간은 우리들 것이라서 아무도 가져가지 못한다는 거, 다른 사람에겐 지분이 없다는 거, 효짱 얘기가 그 얘기 아니야?"  가끔 똑똑해지는 타케루의 명료한 정리에 마음이 편해져서 고개 를 끄덕이기도 했다. 
84p 알다시피, 은열

여백은 채울 수 없고, 채워서도 안되고, 그러므로 아무것도 규정지을 수 없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를 비웃게 된다.
85p 알다시피, 은열

아마 친구들이 떠나고 나서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알다시피 밴드는나의 어떤 강박관념을 지운다. 하다가 안되면 노래로 만들지 뭐, 하고 가볍게 방향 전환을 할 수 있으니까. 그런 나약하면서도 나약하지 않은 이상한 방식으로 힘이 된다. 
90p 알다시피, 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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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에 대한 의무는 다른 모든 의무에 우선하며, 상황과 관계없이 지켜져야 한다."
260p

도일은 자신이 직접 건넨 증거를 무시하는 관료들을 보며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관료들에게 이성과 정의를 기대하다니, 도일이야말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263p

도일과 관련해 기록해둘 만한 논쟁이 하나 더 있다. 이 논쟁은 그를 다른 각도에서 보여주는 한편, 그 자체로도 특별한 역사적 의미를지닌다. 도일은 약자를 위해 돌진하는 보통사람의 모험적 본능을 대변했던 것처럼, 비극적인 사건의 그림 같고 감상적인 면에 반응하는 일반시민의 감성을 공유하고 표현했다. 타이타닉호 침몰 사건을 두고 그와버나드 쇼가 벌인 결투에서 우리는 두 유형의 아일랜드인을 보게 된다.
한쪽이 충동적이고 진지하고 낭만적인 가톨릭교도라면, 다른 한쪽은논리적이고 풍자적이고 현실적인 개신교도다.
269p

도일은 평범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건 그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보통사람을 너무 정확하게 대변해서 ‘보통사람의 전형‘이라 할 만했다. 그런데 보통사람은 신문이 우리에게 심어주려는 이미지처럼 그렇게 건강하고 순수하지 않다. 보통사람은 이상한 욕망과 가정적인 성격, 잔혹함과 친절함, 불건전함의 복합체다. 도일은 그러한 보통사람의 별로 유쾌하지 않은 특징들도 보다 괜찮은 특징들과 마찬가지로 한 치의 오차 없이 표현해냈다.
295~296p

1930년 7월 7일 오전 9시 30분 그는 새로운 여행을 떠났다.
그보다 8년 전 그는 의도치 않게 자신의 묘비명을 썼다.

내 소박한 계획은 이뤄질 것이다.
내가 한 시간의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절반은 어른인 소년에게,
혹은 절반은 소년인 어른에게.

370p

(영문학의 아이돌 시리즈)에서 버나드 쇼가 더는 사고하려 하지 않 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전했다면, 아서 코난 도일 경의 삶과 작품들은 더는 행동하려 하지 않는 우리에게 큰 자극으로 다가올 것이다. 당대에 이미 인정을 받은 최고의 피조물 덕이나 보며 편히 살 수도 있었지만,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았던 도일은 충분히 멋진 작가라 하겠다.

김지연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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