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서점을 갔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망설임없이 골랐다.
일명 고구마 스토리라고 트위터에서 유명한 글/그림을 보았다. 짧지만 느껴지는 게 많았다. 그 고구마 스토리가 이 책에 있는 내용이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작가님이 태수는 도련님 웹툰의 작가분이셨다. 태수는도련님은 오래 키운 멍멍이 이야기 였다가, 연재가 되면서 냥이도 합류한 아기자기한 작가님과의 이야기다.

https://www.instagram.com/p/B7DRPZ-J9fp/?utm_medium=share_sheet

이 책을 일었던 시기는 보도 셰펴 작가의 <멘탈의 연금술>을 읽을 때였는데, 이 두 책은 상반되는 경향이 있다. 결은 분명히 매우 다르다. 그런데 이 책 역시 나름대로의 멘탈을 지키는 연금술이 있다. 그래서 좋았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 책이 좋았다. 책 전체적으로는 고구마 에피소드를 능가할만한 이야기는 없지만, 그건 워낙 고구마가 강했던거고, 다른 소소한 이야기들도 힘이 되고 응원이 된다. 이 책을 읽던 시절 <멘탈의 연금술> 뿐 아니라 다른 비즈니스, 경제 관련 책들을 읽었던지라, 그 반대되는 이 책이 나에겐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적당히 게으로고 소심한 작가님의 모습이 멘탈의 작가인 보도섀퍼 아저씨가 보면 한탄하겠지만, 그 자체로 나에게는 참 사랑스러웠다.

이 책의 장점은 하루 이틀이면 다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있다. 뭔가 작은 성공을 하고 싶을 때, 완독의 기쁨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완독하더 시절 알게 된게, 한 게 없는 것 같을 때 서점에서 그림책 사지말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리면 그달에 한 권을 추가할 수 있고, 무언가 뿌듯한 완성된 느낌이 아주 좋다는 것이었다. 작은 성공경험이 필요할 때 정말 쉬운어린이 책을 읽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그러나 하루 이틀에 다 읽을 수 있지만 천천히 읽어도 좋을 책이고, 시간 지나 다시 보아도 좋을 듯 하다.

고구마 에피소드를 독서모임에 소개해 준 적이 있는데, 반응들이 재미있고 공감갔었다. 고구마의 삶을 살려 노력하지만 실상 인삼의 마음가짐만 갖고 놓지못하는 것 같다며, 완성 고구마가 못되고 그냥 고구마에 머물러 있다는 애리의 말이 재미있으면서도 공감이 갔었다. 켈리는 인삼의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며, 본인의존재를 인식하기 보다 고구마만 신경썼다는 간증?을 했다. 나 역시도 오랜시간 인삼의 세월을 살았었다. 나는 고구마는 아니고 앞으로도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하게도 고구마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고구마가 될 힘이 없거나 생각이 없다면, 고구마라도 만나야 한다 !

인상깊은 구절, 내 맘대로 pick. 그리고 덧붙이는 내 느낌.

「인생이 온통 실패한 것처럼 느껴진다면, 스스로에게 쏟고 있던 열띤 관심을 잠시 접는 게 좋다. 그리고 맛있는 것을 먹읍시다….
- P177 」
삶을 스스로 놓는 사람들이 식사는 혼자이거나 형편없다고 한다. 힘들 떄엔 좋은 사람들고 정성스런 음식을 좋은 곳에서 먹는 게 좋다. 힘들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이 식사를 하는 게 아닌 가 싶다.

「 기껏 복숭아가 되었으나 맛없는 복숭아도 있는 것이다. 복숭아의 삶도 그런 식이다. 사람의 삶과 다를 것이 없다. 저마다힘든 시기를 견디고 살아남아 무언가를 이루더라도 그게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모두가 대단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것이아니다. 결국 그게 삶이다. 나에게만 닥치는 유난한 시련이 아니라, 그냥그게 삶인 것이다.
- P179 」
기껏 복숭아가 되었는데 맛없는 복숭아라니. 사람으 삶을 살며 모두 다 성공할 수는 없겠고 그럴 필요도 없겠지. 너무 성취하는 것에, 더 나아지는 가족의 삶에, 알게 모르게 조직 내 인정받고 싶어 했던 삶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았었다.

「 알고 지내던 어느 분이 모든 일엔 의미가 있고 배울 게 있다. 지금 힘든 시기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긴 얘길 나누고싶은 기분이 아니던 때라 네, 네 대답하고 말았지만.... 나는 모든 일엔 의미가 없을 수도 있으며 차라리 겪지 않는 편이 훨씬 나은 일도 많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럴 수도 있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이 시기가 나중에 돌아봤을 때아무 의미 없대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사실 비교적 최근까지도 내가 정말 그럴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어 때로는 무섭기도 했지만, 이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일에 쏟은 내 시간과 정성과 노력이 아무 의미 없었다고 판명이 되더라도, 나는 그걸 받아들이고 다시 다음 일을 시작할 것이다. 실패했을 때 오래 기죽지 않고 흠, 그렇단 말이지‘ 하고 다음 일을 계속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 P182 」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삶의 의미를 많이 강조하는 책이고 공감했던지라, 지금 예전에 읽었던 이 부분을 보며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꼭 반대되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일할 때에도 흔히 말하는 삽질을 할 때가 있다. 엄청 시간은 들였는데 알고보니 쓸데없는 일인 경우가 때로 있다. 그럴 떄마다 시간도 아깝고 에너지도 아깝지만, 그런 삽질이 떄로는 필요할 때가 있기도 하다. 모든 것에 의미를 찾기 보다 편안한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중요한 건 작가님의 마지막 말이다. 실패해도 그렇단 말이지 하며 다음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

「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전혀 좋지 않은 상황에 있는 사람이 그럼에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 때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긍정적이에요?˝라고 묻는다. 그러나 오히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지않고는 버티기 어려운 시기가 있는 것이다.
- P219 」
어떻게 이만큼 왔어 할 때 나도 그냥 버티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보니 해다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하나는, 누구도 당연히 괜찮은 사람은 없다는 것. 저 사람은 저런 상황에서도 잘 견디니 원래 잘 그러는 게 아니라, 그 사람도 힘들게 힘들게 버티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당연히 괜찮은 사람은 없다는 것. 다른 하나는, 전혀 좋지 않은 상황에도 긍정적으로 마음을 갖자는 것. 그렇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 수도 있으니.

「 멀리서 봐야 빛나는 달과 별처럼, 우리는 멀리서 서로를 아름답다고 느끼며 위로받는다. 저마다 다른 슬픔을 가진 채, 단지 밤이라는 이유로 서로에게 빛나는 존재가 된다. 어느 밤 내가 서러운 일로 목 놓아 울고 있던 순간에도, 누군가는 내 방의 불빛을보며 위로받았을 것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서로에게 반짝이는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 P234 」
이 말이 아름다웠다. 서로에게 반짝이는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다는. 우리는 모두 고군분투하는 전우니까. 각자의 삶이 쉽지않지만 위로를 주고 위로를 받고, 힘을 주고 힘을받아야겠다. 조금 결이 다른 얘기지만, 그런 생각을 감히 하지도 못하다가, 어느 날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의 찬양이 정말 마음으로 와닿아 울어 버린 적이 있었다. 그냥 그렇다고..

「 그제야 깨달았다. 평소 나의 평온한 마음은 나 혼자서 유지하는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매일 마트나 식당을 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택배기사나 이웃들과 마주치면서도 그럭저럭 평온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건 그들이 예의 바른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일일이 의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지만, 나의 평온한 일상은 누군가의 예의 바름 때문이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 P235p 」
나의 평온한 일상이 누군가의 예의바름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니... 작가님은 정말이지... 나도 그 사실을 잊지 않겠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평온한 일상이 되기 위해 삶을 살아야겠다. 지금까진 그러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다른 이들의 불안한 일상을 준 적도 많았겠지...

「 인생이라는 고단한 여정 가운데서도 어떤 사람들은 기어이 아름다운 것들을 남기고 죽는다. 아름다운 것을 찾고 보고 들어한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인간은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는 존재란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 P238 」
고단함 속에서 아름다운것들을 남길 수 있다니. 무언가 정리가 안되어 느낌은 생략. 그러나 글은 마음 속에.

「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 돌아가신 후에 보니 같이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는 거예요. 여러분, 좋은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세요. 좋은 사람들과 웃으면서 사진 많이 찍고 지내시길 바라요.˝
그 말을 듣고 울컥하고 말았다. 나도 미처 잘 나온 사진 한 장 함께 찍지 못하고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사진이 없어도 떠난 이들에 대한 기억이야 잊지 않지만, 그럼에도 사진 한 장 찍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안타까웠다. 그것은 어쩌면 사진이라는 물건에 대한 아쉬움이라기보다 사진을같이 찍는 행위를 함께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에 가까우리라.
- P239 」
사진 찍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사진은 뭔가 일상이 아닌 특별할 때 찍어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저 글을 보고도 같이 사진을 찍지 못했다. 찍어봐야겠다. 얼마전 친구들과 찍었던 정말 예전의 사진을 보았다. 그 사진들을 보니 마음이 좋아졌다.

「 사진만이 아니라 아마도 우리는 서로가 사라진 후에 많은 것이 아쉬워질 것이다. 사진을 많이 찍을걸. 함께 여행을 갈걸. 고맙다고 할걸, 맛있는 것을 먹을걸, 또 저마다의 사연이 얽힌 아쉬움이 남겠지. 그중에는 그때 당근 케이크 한 조각을 사다 줄걸쳐럼 지극히 개인적인 아쉬움도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대부분은 그렇게 사적인 사연의 아쉬움일지도 모른다. 살다보니 그렇다. 지금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일들 대부분은지금 하지 않아도 사실 괜찮았다. 대체로 당시에 생각도 못한 일이 나중에 무척 아쉬워진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오늘도 사소하고 중요한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 P240 」
정환이가 밴드에 남겨 놓았던 인생수업의 글이 생각 났다. 지금을 충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오늘도 사소하고 중요한 순간을 살고 있으니, 나중에 무척 아쉽지 않도록 좋은 사람들과의 약속이 있을 때 그 날을 소중하고 충실하게 해야겠다.

「 어려움을 이겨내는 사람들은 그저 자기 삶을 살아가고있는 것이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P243 」
다른 누군가의 삶을 보고 내가 영향을 받는 것처럼, 내 씩씩한 삶이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도록.

「 바늘에 찔리면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 왜 내가 바늘에 찔려야 했나, 바늘과 나는 왜 만났을까, 바늘은 왜 하필거기 있었을까. 난 아픈데 바늘은 그대로네‘, 이런 걸 계속해서 생각하다보면 예술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은 망가지기 쉽다. 예술가들에겐 미안하지만 예술가는 망한 것이다.
- P250 」
격한 공감. 지인들 중엔 쉽게 자기 감정에 몰입되는 분들도 있다. 그런 성향이 좋은 점도 있지만 본인이 너무힘들다.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해줬음 좋겠다. 아울러 나 역시도.

「 우리는 서로를 꼭 완전히 이해해야 할 의무도, 이해시켜야 할 의무도 없다. 그냥 서로를 바라보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 걔는 그런 사람인가 보구나‘ 하며,
- P253 」
사람마다 성향이 다른 걸 알면서도 얼마 전 그러질 못했다. 각자의 삶을 살되 때로는 응원하고 때로는 그게 아니라고 얘기만 해주면 된다. 감정적 흥분 없이. 그게 쉽지 않을 수 있지만.

「 해파리에 대해 찾아보니 헤엄치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수면을 떠돌며 생활한다고 나와 있었다.
어쩐지 울컥했다. 헤엄치는 힘이 약하면 수면을 떠돌며 살면 된다. 죽어버리는 게 아니라.
- P255 」
해파리를 찾다가 저런 울컥함을 가질 수있다니. 하지만 그 말엔 동의한다. 힘이 약하면 수면을 떠돌면 되지. 죽어버리는 게 아니라.

「 그럴싸한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어릴 때 누군가 해주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늦더라도 살면서 스스로 깨달았으니 괜찮다. 저 생각을 한 그 밤, 나는 펑펑 울었다. 서운한 감정 한편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남은 삶을 좀 더 가볍게, 그러나 착실히 살 수 있을 것도 같다.
- P257 」
나는 왜 그렇게 심각하게 무겁게 살았을까. 한참을 사는 게 버거워하며 매일매일을 사는 게 무서운 마음으로 어둡게 살던 때도 있고, 가족과 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성취하고 돌진하고 독하게 너무나도 미련하게 열심히 살았던 때도 있고. 무슨 일이 벌어질 게 아닌데 나만 일하는 것처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 살던 때도 있고. 나는 왜 그렇게 살았을까. 남은 삶은 좀 더 가볍게 살 수 있을 것도 같다.

「아, 별이 쏟아지는 곳에서 매일 밤 다른 모든 것들이 저 별들에 비해 얼마나 시시한지 떠올리며 살고 싶다.
- P265 」
이건 좀 안 될 것 같지만, 별이 쏟아지는 곳에서 그 만큼의 황홀함을 만끽하며 살고 싶긴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방을 꾸리는 중입니다>

2021년 스물 여덟 번 째 책. (2021년 8월 읽음)
이명규
에이커북스토어, 2020

​-----

여름휴가를 대신하여 미영, 영주, 애리와 군산과 강화를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군산의 동네책방 ‘조용한 흥분색‘은 군산에 가면 꼭 들리기로 한곳이었고, 작정하고 책을 사야겠다고 결심한 곳이었다.

동네책방이라면 일반서적을 파는곳, 일반서적 중에서도 특정분야를 파는곳, 독립출판물과 섞어 파는 곳 등이 있는데... 조용한 흥분색은 완전하게 독립출판물만 독자에게 전달하는 곳이었다. 독립출판물에 대해서는 그냥 작가가 1인 출판사를 겸하고, 그러다보니 마이너 중 마이너이고, 비용적으로는 소량이다 보니 일반 출판물 보다 가격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독립출판물만 제공하는 곳을 처음 방문하게 된 상황이었다.

정말 많은 책을 사고 싶었는데 독립출만물의 성향이 여행이나 지극히 개인적인 에세이 쪽에 취우쳐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미안하게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책을 만들고 책방을 운영하는 이야기를 쓴 책들이 놓여져 있는 칸을 다행히도(?) 발견하고, 그 중 이 책을 골라, 군산서 올라오는 차 안에서 완독을 했다.

동네책방을 운영한다는 건, 그냥 책을 사랑해서 할 수 있는 덕업일치의 일이거나, 그저 낭만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작가는 담담히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랬다. 쉽지 않다는 걸 아는것과, 실제 개인의 이야기를 듣는 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지하에서 운영하다가 비가 새고, 간판도 보이지 않고, 적자를 매 달 걱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책방을 운영하며 사람을 만나고, 저자를 직접 만나기도 하고, 여러가지 행사를 꾸려본다. 어쩔 수 없이 책방을 접어야하는 안따까운 사연도 많을것이다. 다행히도 작가분의 책방은 현재도 운영이 되고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손님이 있다면 그저 붙잡고 수다를 긴 시간 떤다는 책방지기님을 직접 만나고 싶어졌다.

몇 년 전부터 꼭 책방아줌마가 되고 싶단 생각을 했다. 망하기 쉽다는 것을 알기에, 충분한 직장생활을 하여 어느 정도 운영의 적자를 걱정하지 않을 준비가 되면 하겠단 생각을 했었다. 덕업일치를 이루고 싶었고, 좋은 사람들과 모여 살롱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후배 켈리는 그건 책방이 아니라 제니 놀이터라 평해주고, 나도 웃으며 그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는 목표라기 보다는 막연한 꿈이기도 했다. 책방 아줌마와, ms/om을 전공하여 기존 무역에 플러스하여 조직 내 포지션의 확장을 목표 (너무 바빠 시도하지 못했던 이 목표는, 지금은 너무 건강이 나빠져 내려놓게 되었다..), 두 가지의 차이는 너무 크니까. 그럼에도 책방 아줌마는 낭만적이고 이루고 싶고, 버릴 수 없는 꿈이다. 그래서 이 책이 좋았다.

작가님의 책방을 방문해아 겠다.


마음에 남은 구절, 내 맘대로 pick.

어쩌다 책방을 하게 되었다
- 8P

물론 아주 큰 착각이었다. 책방지기만큼 활발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해야 하는 일도 없다는 것을, 그 당시 초보 책방지기는 알 수 없었다.
-11P

불특정 다수의 공간,
이기를 바랐지만 소수의 공간이 되어버린 서점.
그래도 오늘은 누가 올지 기대되는 것은 무엇일까.
- 24P

사람이 무기력한 경우가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라던데, 자연재해의 쓴 맛을 봐야 했다.
- 34P

누구나 문득 그런 생각을 한 적 있을 것이다.
하는 일이 힘들고 지쳐 자발적으론 못 하니 타의에 의해 쉬고 싶다는 생각.
-76P

어쩌면 에이커북스토어 시즌 2의 목표는 판매보다 생존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득도하는 것이 더 빠를지도.
-117P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방 운영은 별개의 일이다.
-157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요즘 ‘행복‘이 화두다. 그만큼 우리 스스로 행복하지 못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파리에서 살 때 한 프랑스 친구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왜 한국인은 휴가를 와서도 즐거워하지 않고 모두 화를 내지?"
- P4

내 인생에 대해서 스스로 어떻게 이야기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똑같이 오래된 낡은 집에서 살면서 초라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과고풍스럽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인생이 같지 않다. 이사를 여러 번다닌 것을 ‘집 없는 자의 설움‘이라고 말하는 사람과 유목민같이 자유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인생은 분명히 다르다. 
- P6

최소한 내가 만난 프랑스인은 절대로 다른 사람이 자기 인생을 성공했다‘느니 실패했다‘느니 하는 정의를 내리도록 허용하지 않는,
‘나는 나라는 극도의 이기주의자였다. 그야말로 시크했다. 이에 비해 한국인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스스로 남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이 불행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프랑스 문화의 핵심을 이루는 이기주의적 주관‘ 또는 쌀쌀한 행복‘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이이 책을 쓰게 된 동기다.
- P7

사람은 누구나 편한 것을 좋아하고, 편하기를 바란다. 편하다는 것에는 두 가지 개념이 포함된다. 즉 ‘편리함convenien‘과 ‘편안함Comfortable‘이다. 편리하다는 말의 사전석인 정의는 ‘편하고 이로우며이용하기 쉬운 것‘이다. 편리함이란 내가 힘을 적게 들이고도 원하는것을 빨리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편안함이란 마음이편하고 걱정이 없는 감정‘을 말한다. 특히 모든 것이 익숙하고 예측가능하기 때문에 별다른 의식이 필요 없는 상태다.
그런데 사람들은 편리함과 편안함을 쉽게 혼동한다. 
- P13

파리에 살면 살수록 나는 무언가 할아버지 시대의 자명시계처럼 구닥다리 톱니바퀴가 고장이 날 듯하면서도 용케도 잘 돌아가는 것 같은 포근함을 느끼고 그에 동화되었다. 그 편안함의 정체는 바로 삶이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프랑스식 편안한 삶의 정체다.
- P25

젊을 때 파리에서 조그마한 추억이라도 하나 만들어둔 사람은 오랜 세월이 지나 노년이 되어 파리에다시 간다면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이 고스란히 살아나 가슴이 촉촉해질 것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노벨상 수상 소설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가 파리를 영원한 젊은이의 도시‘라고 부른 이유도 그때문일 것이다.
- P29

미국의 정신의학과 교수인 마크 Marc Schoen 은, 현대인은 불편을즉시 해결하지 못하면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두려워하므로, 세상은점점 편리해지는데 우리는 갈수록 불편해진다고 했다.
- P32

죽음이 필연이라면 그 중간에 벌어지는 일들은 고통스러운 것이라도 숭고한 일이 된다. 또 인생이 죽기 전까지만 주어지는 것이라면 자기 감정과 느낌을 내일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항상 받아들이며 살아야 한다는 생활 태도를 가지게 될 것이다.
- P42

프랑스인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우리와 다르게 바라본다. 이는 메멘토 모리 전통과 관계가 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살아 있을때만 감정을 느낀다. 태어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고 죽은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이라면, 그것도 단 70~80년만 주어졌다면 슬픔, 절망, 우울같은 고통스러운 감정도 행복, 사랑 같은 감정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이 된다. 그것이 삶의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면 다른 사람 앞에서 감출이유가 없다. 이것이 언젠가는 죽을 것임을 잊지 않고 사는 프랑스인의 인생관이다.
- P49

영원하지 않아 아름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지중해 문화의철학 즉 삶은 죽음이라는 엔딩이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는 것을 철학자들은 ‘메멘토 모리‘라고 하는데, 파리야말로 그 자체가 거대한 메멘토 모리라고 말할 수 있다.
- P57

그저 항상 같이 있었고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던 것처럼 그냥 헤어지기 바로 전날로 돌아간다. 한 번도 자리를비우지 않은 것처럼 내 빈 자리가 금세 채워지는 것이다. 나는 프랑스친구들의 이런 우정 표현을 ‘차가운 우정‘ 이라고 내 나름대로 이름 붙였다.
- P96

프랑스인은 친구라는 이름을 상당히 아껴 쓰며, 진짜로 친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만나서 술 한잔을 하면 호칭이 형 동생으로바라며 금세 친해지는 우리나라 사람은 어떤 우정이 진짜 우정이고,
어떤 우정이 ‘아는 사람일 뿐인지 구분하기 어렵지만, 프랑스인은 연인관계는 드라마틱하게 빨리 발전해도 진정한 우정은 천천히 익어가듯 발전시킨다. 저온 숙성하는 치즈 같다고나 할까? 프랑스인은 연애를 좋아하는 민족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남녀관계 속에서 찾기 어려운 영구적인 연민은 친구 즉 아미와 나누려고 한다.
- P107

반면에 프랑스인은 원근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상대편이 원하는 거리 이상으로 다가가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한 예의로 본다. 이것은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슴도치‘ 비유법으로 아이들에게 전수된다. 고슴도치가 멀리 같이 가려면 서로 찔리지 않을정도의 간격, 서로 잊히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지키면서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 P109

이에 비해 프랑스에서는 ‘솔리대리테solidarite (유대, 결속, 상관성)가 넘치는 사회를 지향한다. 즉 모든 사람이 진정한 친구(아미)가 되어 프랑스 중세의 한 마을처럼 긴 테이블 위에 막 추수한 풍성한 음식과 와인을 차려놓고, 주위에 죽 둘러 앉은 사람들과 철학, 미술, 인생에 대해 상대편이 내 편인지 적인지 신경 쓰지 않고 열띤 토론을 벌일 수 있는 사회다. 이것이 프랑스인이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공생convivialit‘의 개념이다. 
- P112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예를 들어 며느리를 남에게 소개할 때 내며느리‘라는 식으로 나의‘ 즉 소유격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냥 ‘내 아들의 아내 또는 연인‘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 표현은 그 사람이 ‘내‘사람이 아니라 ‘내 아들‘의 사람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한다.
- P119

"너무 쿨하고 멋져…. 근데 난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 굴할 수없어."
하지만 프랑스인의 그런 모습은 ‘쿨‘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꽉 차 있고, 심지어 배우자나 가족일지라도 타인을 자기 중심에 두지않는 이기주의‘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여기서 이기주의라는 단어는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 P127

하지만 전자는 남 신경 쓸 것 없이 자기 만족도가 높은 삶을 좋게 보는 태도를 의미한다. 프랑스인의 이기주의는 전자에 해당된다고 본다. 모든 사람이 서로 자기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는 나름의 균형과 질서가 있는 것 같다.
- P128

프랑스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은괴로운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는 여정이 아니라 인생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기대되는 일이 되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가 어떤 방식으로 어른이 되고 싶은지 묻는다면, 어릴 때 자유를 실컷 누리고 크면서 점차 하향곡선을 긋기보다는 어릴 때 조금통제를 받더라도 어른이 되는 것이 기대되고 기다리게 되는 편이라고 할 것 같다.
- P152

노라나 뱅상이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누가 성공했다느니 또는 실패했다느니 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그저 인생의어느 한 기간에 같은 배를 타고 여행한 친구지만 지금은 저마다 다른항구에서 내려 자기 갈 길을 간 사람들 같았다.
- P174

또 프랑스는 사회 계층이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어서 계층마다 즐기는 문화, 말투, 정서, 가치관이 너무나 다르다. 설령 학업을 통해 상류사회에 진입을 하더라도 음식, 복시, 문화적 식견 등 세밀한 부분에서 차별이 심해, 결국 지기가 살던 동네와 계층으로 다시 내려오는 사람도 많다. 사회적 성공의 비용이 너무 비싸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만족감이 워낙 낮기 때문에 성공을 위해 올인하는 것은 프랑스 사람에게 너무 ‘가성비‘가 낮은 선택이 된다.
- P178

미국이나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는 성취가 성공의 척도라면 프랑스인에게는 노동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자기가 즐기는 레저 스포츠나식사 같은 이벤트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쓸 수 있는지를 성공의 척도로 본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 P189

어떤 목표를 이루는 것으로 내 인생의 성패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그 시간에 먹고 놀면서 느끼는 즐거움‘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어떨까? 어쩌면 프랑스인은 진짜 성공한 인생이란 성공하려고 발버둥치지 않아도 되는 인생이고, 진짜 행복한 인생은 행복이란 것을믿지 않고 주어진 순간에 충실한 인생일 수 있다는 결론을 오랜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것은 아닐까?
- P193

"그것이 미테랑과 올랑드의 차이지. 두 사람은 급이 달라."
이처럼 올랑드 대통령을 향한 프랑스인의 비판은 무슨 도덕성에관한 것이 아니라 미적인 감각에 대한 것이었다.
- P201

일국의 국가원수 중에 동거하는 여성이 바뀌는 경우나, 엄마뻘의이혼 여성과 결혼한 경력이 있는 경우는 프랑스 말고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프랑스에서는 나이 들 때까지 정치적 성공을 위해 독신으로살다가 ‘나는 나라와 결혼했다‘라고 주장하는 정치인을 더 이상하게바라볼 것이다.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던질 용기조차 없는 사람이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느냐면서 말이다.
- P202

나도 실연을 당하고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진 상태에서 로렐린을찾아간 적이 있다. 그때 그녀가 한 말이 기억난다.
"남자는 그 남자의 리브스토리의 합이지."
다시 말해 남자란 사랑의 기승전결을 여러 번 겪어보면서 차차 자신이 누구인지를 빌견하게 된다는 말이었다. 실연이란 하나의 러브스토리가 끝나고 다음 스토리가 시작하는 순간일 뿐이며, 자기에 대해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우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다. 사랑이라는 것이어차피 영원히 갈 수 없다면, 그리고 어차피 연애란 엔딩이 있는 소설같음을 알고 시작했다면, 그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롭고 멋진 이야기였는지가 중요하지, 새드 엔딩이 있다고 해서 나쁜 소설은 아니다.
- P208

연애에 목적이 없듯이, 인생은 즐거워서 사는 것이지 이유가 있어서사는 것은 아니다. 연애가 어떻게 끝나건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시간을 보내봤다는 것이 중요하듯이 인생도 살아봤다는 것이 중요하지 성공했는지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그런 프랑스인은 더 큰 집, 더많은 편의시설, 더 많은 돈과 소비로 행복을 사려는 영미인과 그들의문화에 젖어 사는 사람들을 딱하게 생각한다.
- P2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내 생일선물로 무슨 책을 살까 하다가, 사노 요코의 책과 조승연 작가의 책 중 하나를 고민했었다. 조승연 작가의 책을 골랐으나, 사노요코의 책에도 미련이 있어 검색하던 중 원래 마음에 두었던 책이 아닌 그림동화책에 눈길이 갔다.

사노 요코 작가의 책을 한 번이라도 읽어봤던게 아니라, 온라인 누군가의 밑줄이 좋아 꼭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한거라... 그림동화책이 있는줄 몰랐다. 게다가 냥냥이라니..

주인공 냥님께선 죽다가도 다시 살아나며 여러사람을 만나고 어느 정도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듯한 만남을 이어간다. 그러다가 하얀 야옹이를 만나고 아이들이 태어나고,하얀 야옹이가 무지개를 건너가고, 그리고 그길을 따라가듯 주인공 냥님도 그렇게 무지개를 건너간다.

간단한 줄거리지만 툭툭 내뱉는 츤데레 냐옹이와 그림, 그리고 결말을 보며 따뜻해지고 슬퍼지고 먹먹하였다. 우리 포냥이들 생각도 많이했다. 한냥이 두냥이가 2012년 1월생으로 추정되니 벌써 중년의 나이. 마당이와 룩이의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지만 그냥 세네살 정도로 추정한다. 건강은 괜찮은건지 문득문득 불안한 마음도 든다. 또또를 보냈고, 또순이를 보냈다. 그리고 회사 아롱이를 보내며, 동료의 샤샤와 나르가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 이별은 익숙한것이 될 수 없는거란걸 알면서도, 나보다 생명이 짧은 아이들과의 헤어짐을 받아들여야하는 순간을 때때로 생각한다.

어느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롱이 샤샤 나르가 같은 해 가던 때였나보다. 먼저 보내는 것이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과 슬픔에도 그런 멋진 멍멍이와 냥이들과 함께한건 행운이란 처음 생각. 그리고 사랑하니까 이별도 내가 감당할 몫이라는 이어진 생각. 이어서 내가 먼저 떠나서 혹여라도 불행해질지 모르는 삶을 주는것보다, 아픔도 이별도 내가 마지막까지 함께해주리란 약속.내가 이리 아프게 될줄은 몰랐지만, 냥냥이들과의 약속도,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나아야겠지만.

책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다 읽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은채 그저 먹먹하기만 했다. 그래도 마냥 슬픈 책은 아니다. 슬픔을 준비하지만 따뜻해질 수 있는 동화라고나 할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거서 2021-09-07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을 맞아 기쁘고 들뜬 기분이어야 할 테지만 동고동락했던 고양이를 생각하며 측은지심과 희로애락을 넘나드는 글을 남기셨어요. 그저 지나치지 못하겠네요. 맞다… 생일 축하 드립니다!
 

독서모임에서 애리냥이 추천한 책인데 상당히 두꺼웠다. 책은 두꺼움에도 분명 스릴 감도 있고 이야기도 잘 풀어나가서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책이라 두꺼움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만한 책이었으나... 실제 처음 100페이였나 200페이지였나.. 진도가 잘 나가진 않았다.

책은 세 곳의 배경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콩고, 르완다 등의 아프리카와. 백악관을 중심으로 한 미국, 그리고 주인공의 실험실을 중김으로 한 일본이다. 이 세곳에서 신인류라 부르는 아키리를 도울만한 각 등장인물들이 있으며,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혼자인 듯 외롭지만 서로 조력자가 있었고, 연결되어 있었다. 이 연결이라는 부분이 참 흥미롭다. 우리는 각자인듯 하지만 연결 되어 있으며, 이런 연결이 없었다면 안전한 탈출도, 신인류의 보전도, 인간성을 지키는 것도 아무것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이 나와 다 설명하기 어렵고, 각자의 입장과 상황이라는 게 있었고, 생각 보다 어느 정도 반전의 인물도 있었다. 지금은 하나하나 설명하기 어렵지만 한 명 한 명이 없어서는 안될 사람들 이었다. 방대한 배경과 줄거리, 등장인물에 줄거리를 만들기도 어려운 책이다. 그럼에도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깔끔함도 있다.

제노사이드의 뜻이 인종, 이념들을 이유로 대학살 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재에 살며 그런 일이 없다는 점에 상당한 안도감을 느낀다. 미안하게도 그런 상황에 처해 있는 자들에 대한 미안함이나 도움이 될까 라는 생각 보다는, 안도감을 먼저 느끼고, 그 안도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이 같은 사람에게도 그러하고, 다른 종에게 그리 잔인해 질 수 있다는 점에 부정을 하지 못하겠다. 그 잔인한 것도 사람이며, 희생을 하는 것도 사람이다. 잘 만들어지 할리우드 영화가 될만한 이야기이면서,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차마 그 방대함은 말로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


<마음에 남은 구절, 내 맘대로 pick. 그리고 덧붙이는 내 느낌>

[불행이라는 존재는 그것을 보는 타인 입장인지, 직접 겪는 당사자 입장인지에 따라 완전히 견해가 달랐다.
- P29]

세상 모든 일에 대한 냉정하지만 현실 적인 말인 것 같다. 얼만 큼 타인에 대한 공감도가 높은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래서 이 책에서 탈출을 돕기 위해 결성된 네 명이나 많은 등장인물들이 타인의 입장이지만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의 사람들이 많이 구성되어진다. 그럼에도 어떤 인간들은 공감도가 높아 오랜 시간 힘들어도, 본인의 성향에 따라, 과학자의 호기심 등 여러가지 이유로 돕기도 하고, 희생하기도 한다.


[ 상대에게 던진 공격의 칼끝이 같은 날카로움으로 자신에게도 파고들었다. 그럴수록 서로가 불행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수 없었다.
- P46]

이 구절이 어느 부분에서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만약 서로를 죽이는 아프리카의 상황에서 나온 거라면, 그렇다면 참 답이 없다. 각자의 현실에서도 그 정도의 위험은 아니지만 서로가 불행해지는 공격이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멈추자.


[겐토는 하늘에 대고 전화 상대에게 들키지 않도록 작게 신음했다. 그후의 각오를 정하고 인생 최대의 도박이 될 말을 꺼냈다.
˝제가 약속합니다. 반드시 당신의 아이를 구하겠습니다.˝
- P349]

약속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거운 말이며, 반드시 라는 말은 또 얼마나 무거운 말인가. 인생 최대 도박이 된 말이며 이로 인해 소설은 계속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럼 우호적인 거라든가 박애 정신 같은 건가?˝
˝그렇게 아름다운 것은 아니고, 정은 안 좋은 일에도 생길 수 있어. 싫은 상대와도 정으로 이어지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다른 사람을100퍼센트 거절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거지.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대부분은 이 정에 대해서 다루고 있어.˝
- P362]

아프리카, 미국, 일본 세곳을 배경으로 하여 각자의 스토리가 풀어지고 서로 얽히면서 방대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이 소설에서.. 갑자기 일본에서 한국 유학생이 나오고 그 한국 유학생이 순수하게 돕고, 정을 얘기하는데.. 이 모든 것이 뜬금없는 게 아니라, 그런 뜬금없고 그런 인간의 마음이 있었기에 이 방대한 이야기가 만들어 졌던 건이 아닌가 한다. 한국 사람을 좋게 표현한 작가에게 고마웠다. 한국사람이니까.


[겐토는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반드시 ‘정‘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 P363]

일본 소설에서, 주인공이 한국사람의 정을 아는 사람이 되고싶다니. 지금 현재의 많은 한국 사람들도 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그 정을 아는 게 상당히 피곤해지는 일이지만, 참 따뜻한 일이다.


[동료를 위험에서 구해야 해. 이 세상에는 그런 인간도 있다는 것을 아키리에게 보여 주만 해.
- P392]

이런 조건 없는 인간의 정과 희생, 우정이 없었다면 이런 무서운 이야기는 그냥 무서운 이야기에서 그쳤겠지.


[무서운 것은 지력이 아니고, 하물며 무력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가장 무서운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입니다.
- P415]

만약 다른 책도 이런 마음이라면,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또 얼마나 무서운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하면 당분간은 읽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이 세상에 무서은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이지.


[인간으로 태어나지 말 것을, 새나 짐승으로 대어나서 아빠와 엄마, 형, 여동생과 함께 맞대고까지나 사이좋게 살고 싶었다.
- P522]

이 구절을 보며 상당히 착잡했다. 책을 다 읽고 르완다나 콩고의 역사나 현재에 대해 말해주는 유튜브 영상을 보았는데 도저히 그 역사가 이해되지도 가늠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의 일이라니. 지금의 아프가니스탄도 그렇고 이 모든 것이 2021년에 벌어지는 일이라니. 난 가늠 조차도 안된다.


[그리고 평생 사라지지 않을 죄책감이 느껴져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생명이란 것이 너무나 여려서, 인간의 소름끼치도록 끔찍한 부분 때문에, 선(善)의 무력함에, 그리고 선악의 판단조차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에게, 예거는 화가 나서 소리를 죽인 채 비통하게 울었다.
- P536]

선의 무력함과 선악의 판단조차 할 수 없다는 말이 무섭다. 또한 우리는, 나는 과연 선에 설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그러나 여기서 그런 현실을 아파하고 무엇이라도 하고, 상당한 희생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었다. 생명이란 것이 너무 여리다. 어쩌다 생명은 이리 여리게 되었을까.


[진화한 인류가 한 명 더 있었다.
- P583]

완전 반전이었지.


[한 가지만 말해 보자면 실패 없는 인생 따위는 있을 수가 없으며, 그 실패를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하기 나름이라는 말이다. 인간은 실패한 만큼 강해진다. 그것만은 기억해 두렴.
- P660]

정확한 기억은 아닌제, 무언가 이 부분이 겐토 아버지의 유서였던 것 같다. 하기 나름이다. 인생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는 요즘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1-09-03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
방점을 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