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위에 1억 개를 늘어세울 수 있는 원자의 10만분의 1밖에 안 되는 작은 공간 내에서 총알보다 수십만배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는 입자를 상상해보라. 상식이 통하지 않는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사실 양성자와 중성자가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유지하며 존재하는지도 불확실하다. 아니 양성자나 중성자의 모습이 무엇인지, 모습이라는 단어가 적절한지, 이런 스케일에서 움직인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 P158

 태양이 복숭아라면 헬륨은 복숭아씨에 해당하고 복숭아 과육에 수소가 있는 셈이다.
이제 이 부분의 수소가 융합하며 탄다. 중력이 충분히 강하다면 헬륨도 짓눌려 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제 헬륨도 수소 역할을 하는것이다.
- P161

사실 우리가 사는 지구표면이야말로 우주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정말 희귀한 환경이라 할만하다. 아무리 추위도 영하 100도 이상이고 아무리 더워도 100도 이하라니! 더구나 물이 액체로 존재하다니!
- P166

소설 《삼체>의 외계 생명체가 바로 이 알파 센타우리에 산다. 그들이 지구를 점령하기위해 우주 함대를 보내는데, 지구인을 벌레라고 부를 만큼 앞선 문명을 가지고 있지만 우주선이 오는 데 300년의 시간이 걸린다. 이 긴 시간 동안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이 소설의 주된 내요이다. 이처럼 별들 사이의 거리는 빛의 속도로 몇 년씩 걸리는 게 보통이다. 태양은 정말 가까이 있는 별이다.
- P169

밤하늘에 보이는 우리은하의 별들 가운데 멀리 있는 별은 수만 광년 떨어져 있는 것이니, 그 별빛은 인류의 역사가 구석기 시대였을 때 출발한 셈이다. 우리은하만 해도 그 크기와 별들 사이의 거리는 인간의 시공간 감각을 훌쩍 뛰어넘는다.
- P170

하지만 우주가 끝없이 팽창하기만 한다면, 왜 특정 순간부터 팽창을 시작했는지설명이 필요하다. 무한히 열린 시공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어렵다. 이런 우주에서 존재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다음은 밀란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나오는 문장이다.
"인생의 첫 번째 리허설이 인생 그 자체라면 인생에는 과연 무슨 의미가있을까?  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복된다고 의미가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현재의 우주론은 우주가 단 한 번의 빅뱅으로 생겨나 끝없이 팽창하는 단 한 번의 삶을 살아간다고 말해준다.

- P181

이처럼 물리학은 표준 모형으로부터 우주 전체까지 세상 모든 것을 정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인류의 거대한 노력이다.
- P191

물리학자에게 죽음이란
우주는 죽음으로 충만하고 우리는 원자로 영생한다
- P192

죽음은 정의할 필요 없다. 원자의 집단이갖는 자연스런 상태가 죽음이기 때문이다. 흙, 돌, 바다, 공기, 지구, 달,행성, 태양, 은하 등은 모두 죽어 있다. 아니, 살아 있는 특별한 상태에있지 않다. 즉 유지와 복제의 특성을 갖지 않는다. 물질이 존재하는 자연스런 모습 그 자체를 우리가 죽어 있다는 특별한 용어로 부르는 것이다. 죽음은 생명의 반대말로 정의되지 않는다. 생명이야말로 그 자체로 특별한 상태다.
- P194

생명은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자로 되어 있지만, 우주는 죽음으로충만하다. 생명은 지구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것이니 (지금까지는 지구 밖에서 생명이 발견되지 않았다) 우주 전체를 통해 보면 죽음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생명이야말로 부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죽음으로 충만한 우주에 홀연히 출현한 생명이라는 특별한 상태. 어쩌면 우리는 죽음이라는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잠시 생명이라는 불안정한 상태에 머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죽음은 이상한 사건이 아니라 생명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 P194

죽음이 우주에서 자연스러운 상태라는 이야기는 막상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마주한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생명이 없는 우주에서는 생명이 놀라운 일일지라도, 이미 생명을 가진 존재에게 생명은 당연한 것이라 죽음은 인간에게 속수무책의 재앙일 뿐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물리학적인 죽음에서 소소한 위로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 P196

죽음이란 원자의 소멸이 아니라 원자의 재배열이다. 내가 죽어도 내 몸을 이루는 원자들은 흩어져 다른 것의 일부가 된다. "인간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라는 말은 아름다운 은유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이다. 이렇게우리는 원자를 통해 영원히 존재한다.
- P196

시아노박테리아는 수십억 년 동안 정말 열심히 일을 했고, 그 결과 지구는 산소로 가득한 행성이 되었다. 산소 호흡하는 생물들에게는 천국이 구현된 것이지만 산소를 이용하지 못하는 생물에게는 재앙이었을 것이다. 산소는 반응성이 강한 원자다. 만약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한다면 유독 가스로 가득한 위험하기 그지없는 행성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 P206

전자전달계, 양성자 저장, 양성자로부터 ATP 생산이라는 모든 과정이 일어나는 장소가 미토콘드리아다. 우리는 미토콘드리아 없이 한순간도 생존할 수 없다.
- P228

생물은 정교한 생화학 기계다. 이 기계는 수많은 원자로 되어 있고 물리 법칙에 따라 작동된다. 수많은 원자가 관여하는 이상 실수는 반드시 일어난다. 예측 불가의 불확실성은 원자 세계를 기술하는 양자역학에 내재된 본질적 특징이다. 제법 큰 규모의 원자 기계에서는 열역학적 요동이 실수의 이유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류가 누적되고 고장이 잦아지다가 생화학 기계는 결국 작동을 멈춘다. 우리는 이것을‘죽음‘이라 부른다.
- P231

 세포가 마이크로미터의 크기니까 이런 속도라면 1초에 세포를 여러 번 왕복할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각종 분자가 적시 적소에 존재하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망치가 필요해서 망치를 찾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주위에 항상 망치가 날아다니는 셈이다. 결국 생명의 화학 반응들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세포 안에는 재료가 될 물질이 충분히 존재해야 한다. 당신이 날마다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이런 재료를 부족함 없이 보급하기 위해서다.
- P246

물리학은 우주에 의도나 목적이 없다고 말해준다. 그렇다면 생명은 우연히 생겨난 자기 복제기계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지구 밖에서 다른 생명체를 발견하는 날이 문제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외계 생명체의 화학 체계가 지구의 생명과 유사하다면 생명의 보편 원리가 존재할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보편 생명에 대한 이론을구축해야 한다. 지구 밖에 생명체가 없다는 것은 우주 전체를 샅샅이 확인할 때까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외계에 생명체가 없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그냥 엄청난 우연의 산물일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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