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의 소원 중 하나는 나이키 신발을 갖는 것이였다.
당시 농구를 무척 좋아하던 나에게 마이클 조던의 농구화는 꿈의 신발이였다.
그와 같은 신발을 신으면 더 높이 뛸 수 있을 것 같았고, 슛도 더 잘 들어갈 것 같았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리복의 에어펌프였지만..ㅎㅎㅎ
당시 내 또래들은 대부분 나이키를 선망했다.
지금이야 잘 알려진 농담이긴 하지만, 고무신에도 스우시(나이키 로고)를 그리고 다닌 친구도 있으니까..
왜 그랬을까?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그것이 브랜드의 힘이고, 마케팅의 힘이였던 것 같다.
'나이키'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나이키의 로고인 스우시와 'Just Do It'이라는 문구이다.
그만큼 많은 광고를 통해 접하기도 했지만,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왔기에 기억이 되는 듯 하다.
이 책은 바로 나이키의 창업자인 필 나이트의 자서전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필 나이트의 자서전이라기 보다는 나이키의 창업 연대기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창업자의 시선에서 글을 쓰고는 있지만, 나이키의 창업 초기부터 최근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육상 선수였던 필 나이트는 대학원을 졸업한 후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경영대학원을 마치는 그는 일반적인 엘리트 코스가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것은 대학원 시절 창업 모델 리포트로 제출한 일본 신발회사의 판매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미국내에서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본 신발의 우수성을 본 나이트는 그 신발을 미국에 판매하고 싶어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일본으로 건너가 오니쓰카란 회사와 미국 서부 판매 독점권을 갖게 되었다.
지금처럼 교역이 활발하던 시기가 아니였고, 물량도 그리 많지 않았기에 그냥 보따리상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처음으로 판매를 하려고 한 곳은 자신이 다니던 대학의 코치를 찾아간 것이다.
그가 빌 바우어만이다.
그는 단지 미국의 한 개 대학의 육상코치가 아니라, 국가대표 코치를 지낼 정도로 명망이 있는 사람이였다.
무엇보다 그는 육상에 미친 사람이였다.
보다 더 빠르고, 보다 더 멀리 뛰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연구했다.
기존의 신발들을 해체하고, 갖가지 재료로 직접 만들면서 보다 더 가볍고 나은 신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나이트가 가져온 신발을 검토한 후, 그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판매가 아닌 동업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나이트에게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초기 나이키의 모델은 일본의 신발을 단지 미국내에 유통하는 것이였다.
그러다 신발 제조회사인 오니쓰카가 공급을 하지 않아 '나이키'란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초창기 사업 모델을 고수했다.
신발회사임에도 신발을 직접 제조하지는 않았다.
신발에 대한 연구와 마케팅은 직접 하지만 제조는 철저히 위탁하고 있다.
이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사업의 핵심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상당히 두꺼운 분량의 책임에도 술술 읽힌다.
나이키라는 회사의 연혁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딱딱한 경영에 대한 이야기도 없고, 회사에 대한 이야기도 별로 없다.
그저 당시의 관계와 어려움, 그것을 헤쳐가는 과정을 몰입감있게 보여주고 있다.
당시 세계 스포츠용품을 주도하던 아디다스를 뒤집고 현재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나이키를 나타내는 단 하나의 로고인 스우시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등 나이키에 대한 재미있는 내용을 볼 수 있다.
제목을 보면 슈독(shoe dog)이라고 되어 있다.
나이키를 가장 잘 표현하는 타이틀인 것 같다.
신발에 미친 사람들이 모여 신발을 만드는 회사를 만든 것이다.
책의 논조는 무척 차분하지만, 그 차분함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신발에 대한 열정, 그 열정이 어떻게 발산되어 무엇을 이루었는지를 볼 수 있다.
Just Do It.
예전에도 좋아했던 문구지만, 지금은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