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아름다운 수필
피천득 외 지음 / 북카라반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가을이다.
가을이 되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책들이 있다.
바로 시집과 에세이집이다.
이 책은 그 두가지의 타이틀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더욱 호감이 생겼다.

이 책은 수필집이다.
국내 굴지의 작가들의 글을 그리 두텁지도 않은 이 한 권에 담았다.
서문의 피천득님의 수필이라는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수필은 그 어떤 장르에서도 대신할 수 없는 그것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작은 판형이기에 출퇴근시에 가볍게(?) 보려고 펼쳤다.
그런데...
갑자기 순간 울컥하고 가슴에서 뭔가 올라온다.
그 올라오는 것은 멈추지 못하고 얼굴까지 올라와 눈으로 무언가를 쏟아내려 한다.
너무나 갑작스러워 책을 덮고 한참을 지하철 형광등만 보았다.
지하철 형광등이 그리 슬픈 것인지 처음 알았다.

가을이여서 더 감성에 예민해진 것인가, 아니면 나이가 먹어서 그런 것인가..
아마, 이 글들이 그 무멋도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에세이여서 그럴 것이다.
사실이 아닌 허구라면.. 감성이 아닌 이성적인 글이였다면 이런 기분을 결코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시를 찾고, 수필을 찾는 이유가 아닐까?

도종환님의 글에서 눈에 밣히는 문구가 있다. 
'사랑하면 보인다.'
배롱나무와의 인연을 얘기하다가 결국 그것이 관심이고,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춘수님의 '꽃'과 일맥상통하는 듯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분위기다. 
너무 흔해서, 너무 자주 봐서 우리가 '일상'이라고 표현하고, '보통'이라고 얘기하는 그것들이 사랑을 하면 다르게 보인다.
반대로 말하자면 다르게 보려면 사랑하면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난,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랑을 하고 있을까...

이 책을 보면서 학창 시절의 추억도 많이 떠올렸다.
이 수필을 보던 시절들의 친구들과의 생활, 가족과의 시간들이 많이 그립다.
교과서에서 보던 수필들을 지금 다시 접하니 그때와는 사뭇 다른 감정이 든다.
그 당시에 이렇게 좋은 수필들을 단지 시험의 대상으로만 보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다.

벌써 찬바람이 옷깃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더 늦기전에, 가을의 끝자락에 멋진 수필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기를 강력 추천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